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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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역사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때로는 테마역사서를 가볍게 읽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나 한국사는 조선시대 역사 외에는 딱히 통사로 읽을 만한 책을 찾는 것이 은근 어렵기 때문에 더욱 통사가 아닌 다른 분류로 묶일 만한 책들을 읽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30개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어느 도시를 가도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듣게 되지 않나? 그런 이야기 속에는 고대의 설화부터 현재의 산업과 인구동향까지 두루뭉술하게 다 섞여 있기 마련이니 그 도시들의 이야기를 묶어내면 결국 '한국사'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약간 잘 설명된 관광안내서를 읽는다는 마음으로 책을 받아들었을 때 예상외의 상당한 두께감에 놀랐는데 몇 장 읽고 보니 두께에 대한 부담은 바로 쑤욱 내려갔다. 만약 정통 역사서로 700여 페이지의 책을 읽는다 생각하면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읽게 되겠지만 이 책은 (편집 의도인지는 모르겠는데) 글자간 간격도 넓고 줄간 간격도 넓어서 그야말로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는 데다 사진 자료도 많은 편이라 별 내용 안 읽은 것 같은데 어느새 많이 넘어가 있는 페이지를 보며 독서의 양적 뿌듯함을 주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성긴 편집의 의도일수도 ㅎㅎ)

또한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30개 도시의 이야기이므로 책 전체를 통사로 구성할 수 없이 각각의 도시 이야기들로 따로따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느 도시 이야기를 먼저 골라읽어도 상관이 없고 전체의 도시 이야기를 다 읽었어도 한국사를 통사로 이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한국사 라는 역사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30개 도시로 초점을 두어 가볍게 읽으면 된다는 말이다.

각각의 도시 이야기 라면 굳이 뭐 책으로 읽을 필요 있나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싶기도 하겠지만 이 책에는 좀 색다른 도시들도 실려 있음이 관심을 갖게 한다. 이 30개 도시에는 한국의 도시외에 일본의 대마도, 중국의 단둥, 지안, 룽징, 닝안 까지 함께 실려 있어 한국 역사에 대한 잡지식을 좀더 풍성하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도시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이런 내막이 있었어?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어서 숨은 역사 읽기 처럼 새로운 재미도 선사한다.

따라서 국내 여행한다 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고 역사를 어렵지 않게 접하고 싶다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고 한국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읽어도 좋다. 어떤 식으로 읽든 무거운 기대 없이 가벼운 흥미로 읽는다면 의외의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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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창비청소년문학 120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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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

천선란, 이다혜 강력 추천

창비에서 나오는 소설Y시리즈가 어느새 8번째 작품이 나왔다. 첫번째 작품인 <나나>부터 계속 읽어오고 있는데 매번 참신하고 재밌어서 읽고나면 금새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그러니 이제는 영어덜트 소설분야에서 믿고볼수 있는 시리즈로 자리잡은 것 같다.

영어덜트 소설 중에서도 소설Y시리즈는 SF 인데, 대부분의 SF가 그렇듯이 소설Y시리즈도 대부분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영어덜트 특유의 따듯한 해피엔딩이 있어서 매 작품마다 뒷끝없이 깔끔한 결말도 마음에 든다. 또한 매번 새로운 작가의 작품이다 보니 낯선 작가의 작품세계를 경험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번 <노 휴먼스 랜드> 는 김정 작가의 데뷔작인듯 한데 첫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탄탄하다. (그래서 대상을 받은 거겠지^^;;;) 한국형 기후재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 휴먼스 랜드'는 말 그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땅, 바로 미래의 서울이다.

어느새 나는 두려움에 익숙해졌다. 두려움은 한번 익숙해지고 나니 별거 아니었다. 할머니의 예고에서 무엇도 느낄 수 없게 된 나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꾸하기도 했다.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 오십 년? 백 년?" 그러니 마침내 숨을 거둔 할머니를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이 슬픔이 아니라 의심이었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오랜 세월 할머니는 내 머릿속에서 수만 가지의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했고, 그에 비하면 실제 마지막은 너무나 조용하고 은밀하게 찾아와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만 같았으니까. (p. 10)

전세계적인 기후재난으로 지구상엔 사람이 살수 있는 땅보다 사람이 살수 없는 땅이 더 많아진 상태가 되었다. 낯선 타국에서 난민으로 할머니와 둘이 지내던 미아는 '올해가 마지막인것 같구나' 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마지막을 수없이 상상하다가 어느새 두려움은 옅어지고 할머니의 '마지막'이라는 말에도 무감해지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무감해진 상태일때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이번엔 정말로.

기후위기도 비슷한것 같다.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이 되고 그런 재난을 여러차례 경험하면서도 우리는 언젠가부터 두려움보단 무감해진 상태가 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무뎌지고 무뎌지다가 엄청난 기후재난이 닥쳤을때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가 되버리진 않을까... 그래서 서울이 정말로 노휴먼스랜드가 될수도 있지 않을까...

여하튼 홀로 남겨진 소녀 미아는 다른 난민촌에 있는 엄마에게 가기위해 돈이 필요해졌고 그래서 타인의 이름으로 비밀임무를 감춘 채 노휴먼스랜드조사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조사단원은 총 5명이었다. 파커대장, 한나, 크리스, 아드리안, 시은(=미아)

노휴먼스랜드 운영을 골자로 하는 오클랜드 협약에 조사단 관련 내용도 명시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연구 목적 출입은 십여 개의 지정된 관찰지로 한정되어 있었다. "노휴먼스랜드이긴 하지만, 우리한테는 외진 곳에 있는 연구실이나 다름없었어. 매년 똑같은 곳들만 돌았으니까" 파견지 제한 규정이 사라진 건 불과 삼년 전이라고 했다. 빠르면 향후 십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하락세로 돌아설 거라고 전망하는 보고서가 발표되어 세상이 떠들썩했을 때 과학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UNCDE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조사단은 '진짜' 노휴먼스랜드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p. 22)

할머니가 그리워하던 땅 서울에 처음 발을 내디딘 미아는 모든 것이 익숙한듯 신기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위해 조사단원들과 그닥 친분을 쌓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질 않았다. 조를 나누어 첫 관찰을 떠난 날 아드리안이 실종되더니 곧 사체로 모습을 드러냈다. 함께 있던 크리스는 당황하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가 '커다란 새'이야기를 했다가 횡성수설했다. 분명한건, '여기 우리 말고 누군가가 있어. (p. 37)' 를 남은 조사단원들이 깨달았다는 것.

할머니는 박사 과정을 관두고, 대학원을 다니며 진행하던 프로젝트로 창업을 했다. 회사 이름은 '이터널 플랜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탄소를 포집하는 작품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이었다. 때마침 유전자 변형 생물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던 시기였다. 이터널 플랜트는 식량 위기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아 여러 벤처투자사로부터 대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정부 기관에서도 연구 개발 자금을 지원받았다. (p. 50)

미아는 할머니로부터 '이터널 플랜트'와 함께 일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낯선 땅 서울에서 '이터널 플랜트'라고 씌어진 플라스틱 조각을 발견했을때 감회가 남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신비로운 모험과 추억 가득한 경험을 하기엔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아드리안의 사건에 이어 크리스의 플래그리스 고백 그리고 파커가 총으로 위협하더니 무언가에 의해 크리스가 납치됐다. 이대로 복귀할 순 없었다. 남은 세명은 크리스를 찾아나서기로 한다. 낯선 곳을 헤매며 깨닫게 된건 '노휴먼스랜드'가 노 휴먼스 랜드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저기.

"이곳에 들어온 이상 나갈 수는 없어요. 보안이 중요한 시설이라서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협조해 주시길 바랍니다" (p. 146)

크리스를 찾아 헤매던 그들이 위험을 겨우 헤쳐나왔을 때 낯선 이가 나타나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어차피 짐도 식량도 다 잃은채 맨몸뿐이었던 조사단원들은 그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거대한 연구소였다. 그리고 그 연구소의 소장은 미아의 할머니와 이터널 플랜트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어제는 왜 몰라봤을까... 나, 모르니? 나 앤이야. 이터널 플랜트 김 대표님의 후배, 비서, 앤" (p. 166) 앤은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는 미아에게 자신의 업적을 자랑한다.

"플론은 그냥 잡초가 아니야. 내 인생을 바쳐 만들어 낸 모두의 미래야." (p. 190)

앤은 할머니와 의기투합해서 스타트업 회사를 발전시켰지만 어느 순간부터 방향성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이 노휴먼스랜드로 지정되었을때 앤은 여전히 서울에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앤을 찾아왔고 앤인은 일생을 건 연구를 시작한다. 그 결과물이 '플론' 이었다. 하지만 앤의 설명을 들은 미아는 경악하게 된다. 앤의 계획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남은 기간은 고작 일주일 뿐이었다.

다른 소설Y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노 휴먼스 랜드>도 눈앞에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선명한 몰입감을 선사해주는 작품이었다. 다 읽고 나면 긴박한 모험 영화를 VR로 한바탕 제대로 체험하고 난 기분이랄까. ㅎ

기후재난후 세계의 모습이 어떨지, 서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소녀의 결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직접 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누구든 푸욱 빠져들어 재미와 감동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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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튀르키예 나의 첫 다문화 수업 10
알파고 시나씨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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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그러니까 튀르키예에 대한 기초 상식을 배우기 좋은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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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튀르키예 나의 첫 다문화 수업 10
알파고 시나씨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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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과거가 살아 숨 쉬는 대륙, 동서양 문화와 종교가 어우러진 나라

튀르키예 출신 귀화 한국인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생생히 들려주다

역사관련 책을 읽다보면 가장 관심이 가는 나라가 바로 터키 즉, 튀르키예다.

바뀐 국명이 왠지 아직 입에 붙지 않지만 여하튼 튀르키예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모든 역사를 품고 있는 나라다. 역사 뿐만이 아니다. 종교, 민족, 문화 등 그야말로 모든 것에 걸쳐져 있는 나라인데... 그 중요성에 비해 그닥 인지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현실정치라는 게 참...

여하튼, 내가 가족여행이 아닌 나만을 위한 해외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튀르키예라서 책 제목을 봤을 때 반가웠다.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지금의 튀르키예를 보여줄 것 같아서. 게다가 저자가 알파고 시나씨다. 대중매체에서 종종 보면서 친숙하기도 했고 누구보다 튀르키예와 한국 양쪽을 둘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잖겠는가 싶어서 또한 반가웠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한국과 튀르키예가 형제 나라라는 썰?!에 대해 그 기원을 '돌궐'로부터 끌어온다. '그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당나라의 위협에 맞서 군사적으로 형제의 관계를 맺은 것이다. 대립 관계로 시작되었지만 고구려와 동맹국이 된 돌궐이 바로 튀르키예의 조상이다. 즉 한국과 튀르키예의 형제와 같은 관계는 60여 년 전이 아닌 1500년 전부터이다. (p. 5)' 돌궐이라니, 터키인에게서 듣는 돌궐이라니 wow 좋은데?!

나는 19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매 순간 튀르키예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지식인들에게 튀르키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부분과 한국 사람들이 튀르키예를 이해하고자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p. 9)

귀화한 외국인에게 자신이 태어난 조국은 어떤 느낌일까? 같은 나랑 안에서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 마을에 대한 향수어린 애틋함을 생각해 봤을 때 그 그 심정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묘하게 깊은 그런 애틋함이 아닐까...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깊이감으로 튀르키예를 소개하면 부담이 갈터,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면서도 내내 매순간 자신을 튀르키예 홍보대사로 여기며 살아왔다는 저자의 경험을 녹여) 일반사람들에게 튀르키예에 대한 기초 상식을 가볍게 알려주고 있는 책이 이 책이다.

따라서 튀르키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초 상식적으로 가볍고 짧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의 구성은 쉬운 질문으로 시작해서 토론해봐도 좋을 법한 질문으로 마무리하는 장의 구성을 봤을 때 청소년을 주 독자층으로 잡은 것 같기도 한데, 튀르키예에 관심 있는 성인이 보기에도 괜찮다. 좀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가이드북 같달까. 하지만 단순한 관광 가이드 북은 아닌 뭐 그런?! ㅎㅎ

튀르키예가 터키에서 국명을 바꾼 이유부터 국기와 국화 그리고 민족 구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튀르키예라는 국가 자체에 대한 기초 상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의외였던건, 이슬람교를 믿는 국민이 대부분 이지만 국가종교는 아니고, 튀르키예어를 사용하지만 고유문자는 없는데 아랍문자가 아니라 라틴문자 알파벳을 사용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 파트가 가장 흥미로웠는데 짧게 요약한 내용임에도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어 재밌었다. 역시 현지인이 들려주는 역사는 달랐달까 ㅎ

그 다음으로는 역사에 연결되는 문화파트가 재밌었다. 이 책이 얇고 가벼우면서도 역시 현지인의 체험이 녹아난 설명은 새로운 호기심을 자극한다. ㅎ

술술 넘어가는 책장이 어느새 호로록 끝났을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책은 금새 읽혔다. 다 읽고 나서야 띠지에 있는 이 시리즈의 표제가 눈에 들어온다. '<나의 첫 다문화 수업> 시리즈, 세계시민으로 더불어 살아가기, 책을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토론 및 논술 활동지 수록....' 그래그래 쉽게 읽히는 이유가 있는 시리즈였던 것을 모르고 읽었으니 내 아쉬움은 내 탓인걸로;;;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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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역사 - 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윌리엄 바이넘 지음, 고유경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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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탐구하고 지식의 경계를 넘다

인간과 자연세계를 통찰하고 방대한 과학의 발전과정을 읽는다

소소의책 출판사에서 나오는 역사교양서 시리즈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보기에 좋은 떡이 맛도 더 좋다라는 말처럼 이 시리즈는 일단 보기에 좋다. 일관된 디자인과 단단한 하드커버가 역사교양서로서의 중후함을 그야말로 멋드러지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술술 읽히는 가독성 높은 역사교양서로서의 매력도 충분했다. 그래서 세계종교의 역사를 시작으로 철학의 역사, 고고학의 역사, 언어의 역사, 시의 역사 까지 나오는데로 매번 찾아 읽었고 이어서 최근작인 <과학의 역사>까지 당연스럽게 읽게 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아냈겠지만 3,000년 전에 세계를 깊이 탐구한 사람들도 우리만큼이나 현명했다. 대부분 '과학'이라고 하면 실험실의 현미경이나 시험관을 떠올리지만, 이 책에서 그런 내용만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과학은 마법, 종교, 기술과 함께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과학은 매일 아침 일출을 보는 것처럼 단순한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화학 원소를 발견하는 것만큼 복잡한 일이기도 하다. 마법은 별을 보며 미래를 예언하는 일이기도 하고, 검은 고양이가 지나간 길을 피하는 것처럼 미신이라고 부르는 일이기도 하다. 종교는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일이기도 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술은 불을 피우는 방법을 알아내는 일이기도 하고, 새로운 컴퓨터를 발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과학, 마법, 종교, 기술은 인도나 중국, 중동 전역에 걸쳐 강 유역에 정착한 고대 사회에서 활용되었다. (p. 9~10)

고대의 모든 학문은 강유역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대의 모든 삶이 강유역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과학은 당연히 삶에서 탐구된다. 따라서 과학은 당연히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새로운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과학은 좋아도 역사는 싫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과학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된달까.

고대의 사람들은 당연히 지금의 '우리만큼이나 현명했다.' 고대문명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남겨진 기록에 의해서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을 남긴 사람은 대부분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권력자였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 대한 정보는 늘 부족하다. (p. 15)' 는 점을 모든 역사읽기에서 늘 유념해야 한다. 이처럼 역사읽기는 '관점'이 중요하다. 누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지극히 영국중심적인 과학사였다.

'과학의 역사'이지만 이 책은 과학사를 세계사적으로 차근차근 짚어나가고 있는 것으론 보이진 않았다. 특히나 고대의 과학사에 대한 입장은 서양 이외의 지역에서 발달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소략하면서 서양 특히 영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세세하달까. 그리고 과학사 치고는 의학관련 이야기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아마도 저자의 주전공이 의학이어서 그런것 같다. 어쩌면 당연한 연관성이겠지만. 어쨌든, '인도와 중국의 전통 의학은 지금까지도 서양 의학과 서로 경쟁 관계이지만, 과학은 다르다. 인도와 중국의 과학자들은 세계의 동료들과 동일한 아이디어와 도구, 목표를 갖고 연구한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이제 '과학'이라고 하면 서양에서 발전한 보편적인 과학을 의미한다. (p. 25)' 라는 문장에서 읽혀지듯이, 저자에게 세계사적 과학사는 서양사적 과학사이다. 저자에게는 이또한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히포크라테스에 이어 로마의 갈레노스에 대한 이야기를 꽤 집중적으로 풀어놓은 것은 아마도 '갈레노스는 인간의 생명에서 혈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약 1500년 후에 윌리엄 하비가 발견한 것처럼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p. 55)' 라는 한 문장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연히 눈치챘겠지만 윌리엄 하비는 영국 사람이다. 이러한 서술태도는 이 책 내내 유지된다. 대부분 영국의 과학사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가끔 다른 나라의 과학자가 등장한다면 그건 모두 뒤에 나올 영국과학자를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의 이치가 전부 알려졌다고 생각한다면 과학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다른 사람이 발견한 사실을 이해하기만 해도 최고의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76년 로마 제국이 멸망한 후 유럽에서는 이처럼 시대에 뒤쳐진 관점이 일반적이었다. (p. 62) 700년 전 사람들은 새로운 개념이 항상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깔끔하게 정돈된 완벽한 체계를 선호했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른 고대 대가들의 저서를 취합하여 거대한 완전체로 통합하면서 지금의 '백과사전'이라고 불릴 만한 책을 집필했다. '모든 것에는 각자의 자리가 있다'는 말은 이 시대의 신조와도 같았다. 그러나 각자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수수께끼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p. 67)

그렇게 새로운 수수께끼를 푼 주역들이 이렇게 영국에 몰려있었는 줄 몰랐네;;;

앞서 언급한 윌리엄 하비는 의학사에 금자탑을 세웠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과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대한 사고체계인 과학관을 성립했다. 1662년 런던왕립학회 설립 이후부턴 본격적으로 영국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세계사적?! 과학사가 펼쳐진다. '뉴턴 혁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설명해주었다. (p. 144)' 본격적인 (영국적 과학사의) 시작은 뉴턴이었는데 그의 과학이 '혁명'이기까지 했었던가...;;;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p. 129)' 라는 뉴턴의 말처럼 모든 새로운 발견과 발명에는 앞선이들의 무수한 포석들이 다져놓은 결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턴만큼 기분 나쁜 사람 (p. 126)' 이라고 돌려까는 척 하면서 '뉴턴혁명'이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낸 저자는 초지일관 영국적이다. 린네는 다윈을 위해서 패러데이는 맥스웰을 위해서 언급하는 듯 하고 딱히 마땅한 영국과학자가 없으면 새로운 과학적 발명과 발견을 과학사적으로 뭉뚱그려 풀어낸다. 그러다가 적당한 영국과학자다싶으면 '찰스 라이엘은 현대 지질학의 창시자와 같았다. (p. 203)' '물리학에 뉴턴의 [프린키피아]가 있다면, 생물학에는 다윈의 [종의 기원]이 있었다. (p. 214)' '러더퍼드는 오늘날 핵물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p. 258)' '제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만들어져 사용된 원자폭탄은 이 연구의 결과였고, 채드윅은 프로젝트의 영국 측 책임자였다. (p. 262)' 라며 잘 알건 모르건 영국과학자를 강조한다.

아무리 영국과학자 중심적으로 과학사를 풀어낸다 해도 어쩔 수 없이 중요하게 등장해야 할 인물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 같은 과학자를 이야기해야 할때면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물리학계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방향성의 상당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p. 278)' 라며 부족했던 부분을 강조한 후 '폴 디랙, 이 종잡을 수 없는 영국인은 또 다른 아인슈타인이나 다름없었다. 디랙이 집필한 책은 30년간 양자역학 분야를 이끌었다. (p. 280)' 라고 기어이 영국과학자로 끝맺곤 했다. 멘델이 아무리 중요한 발견을 했어도 '멘델학파는 케임브리지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이 이끌었다. 그는 '유전학'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p. 294)' 가 더 중요한듯, 인간 연구에 있어서도 영국의 과학은 빠질수 없으니 '영국의 해부학자 에드워드 타이슨, 그만큼 침팬지를 자세히 관찰한 사람은 없었다. (p. 301)' 를 굳이 언급하고... 페니실린이라는 중요한 약도 '영국으로 망명한 (p. 312)' 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이므로 더 중요한듯 쓴 것처럼 읽었다면 내가 과민한 것일까;;;

과학은 이유가 아니라 방법을 다룬다. 여느 과학 분야에서처럼 물리학자와 우주론자 중에도 종교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공존한다. 과학은 이러해야 하며, 관용의 분위기에서 가장 많이 발전할 수 있다. (p. 346)

이 짧은 책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역사의 어느 순간에서든 과학이 그 특정 순간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동시대의 사람들보다 더 날카롭게 사고하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남긴 생각과 글은 기억할 가치가 있다. (p. 353)

영국의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대항해시대라는 정복으로 얻어진 배경이 있었다. 그것이 영국 국내적으로는 관용이라면 관용이랄 수 있는 분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과학사가 영국이 융숭하게 발전하던 시대의 내용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또한 그 배경 덕일것이다. 따라서 영국 국내적으로는 이 책이 그들이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글을 모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국이 아닌 나라에서 특히나 서양이 아닌 나라에서 이 책이 세계사적인 '과학의 역사'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영국사적 '과학의 역사'로 읽는다면 이 책은 옮긴이의 말처럼 '과학과 철학, 사회학, 인류학을 아우르며 수많은 과학의 세부 분야 속 중요 사건과 인물을 추려내여 종합하는' 그리하여 '깔끔하고도 유려한 글솜씨를 겸비'한 저자가 '40개의 서로 다른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 책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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