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그렇게 색들과 관련된 이야기로 엮인 책이다. 차례를 보면, 빨강-색을 향한 열정 / 노랑-10년을 정의하다 / 파랑-영감의 원천 / 주황-같은 색깔 다른 세계 / 보라색-숭고한 대의 / 녹색-불편한 진실 이라고 다른 소제목들에 비해 크게 쓰여져 있어서 이 색깔별로 묶인 이야기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아니다. 색깔들에 대한 이야기는 딱히 어떤 주제로 묶이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이 색 이야기를 하다가 저 색 이야기를 하다가 한다. 앞에서 다루었던 색도 뒤에선 다른 내용으로 다시 다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은 그저 자유롭게 마음편히 쉽게 읽으면 된다.
그렇게 읽다보면 때로는 당연스런 이야기들도 있고 새로운 이야기들도 있다. 물론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게 읽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케냐 에서 농장들이 매로부터 닭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닭을 보라색으로 칠하는 것이다 라든지, 패스트푸드점에 적용되고 있는 '케첩 머스터드 이론' 이라든지, 머미브라운 이라는 색에는 실제 이집트 미라의 가루가 들어갔다든지, 푸른 바닷가재도 찜통에 들어가면 빨갛게 된다든지, 극장의 의자가 빨강색인 이유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색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통해 다른 분야의 이야기들을 곁들여 알게 되기도 한다. 세계의 국기 중엔 보라색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던지 튤립의 원산지는 터키라든지 하는 것들 등. 무엇보다 가끔 등장하는 '색의 어원' 이야기가 신선했다.
번역서이지만 책의 원제가 무엇인지 알수 없는 이 책을 읽고 갑자기 색에 대한 감정이 愛로 물들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색의 의미라던가 그 느낌과 그 영향력 이라던가 여하튼 색에 대해 무언가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는다면 미용실에 앉아 잡지읽는 기분으로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또 모를일이지 않는가? 이렇게 잡다한 색에 대한 상식도 언젠가 어디선가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