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부할게 참 많은데... 가족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것처럼 여겨지는 가족이지만 어차피 나 말고는 모두 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나'와 같을 수는 없다. 내 마음은 '나'만 잘 안다. 아니, 내 마음을 '나'도 잘 몰라서 더 문제인 시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총 3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대해, 부부 사이에 대해, 세대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면서도 일상에서 접하는 왠만한 관계갈등 문제를 두루 포함하고 있어서 편안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부모와 자녀사이의 갈등에 대해서는 부모의 성장배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상처가 유전자보다 강하게 대물림된다고 표현한다. 그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나에게 부모의 어떤 상처가 이어졌는지 살펴 봐야 한다. 모녀 지간이 친구일 수도 있지만 중독사이가 될 수도 있고 부자 지간이 서먹함을 넘어 위해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가족관계에서 누군가를 희생양 삼아 끝없는 삼각관계를 돌아가면서 괴로워질 수도 있고 그러다 독립하지 못한 관계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뿐이다. 저자는 부모와 갈등관계가 심각해 졌을 때일수록 '나'를 '내'가 지켜줄 것을 강조한다.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이 무엇보다 나에게 필요하다고, 나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가족에게 상처받은 모든 사람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p. 126)' 말한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과는 다르다. 그동안 돌보지 못한 '나'를 돌아보는 것이 가족문제에서 벗어나는 첫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일뿐.
부부에 대해 저자는 '나와 가장 닮은 타인' 이라고 표현한다. 부부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 같지만 실상은 여섯 사람이 얼키고 설킨 관계다. 양가의 부모님에게서 각자 어떤 상처를 물려 받았고 양가의 부모님이 서로의 부부지간에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에 따라 현재의 '내'옆에 있는 배우자 와의 사이가 크게 달라지곤 한다. 내 옆에 있는 이가 '벽'이 될지 '문'이 될지 또한 '내'가 그 갈등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내가 존중하지 않았는데, 내가 힘들 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사람은 없다. (p. 178)' 라고 저자는 말한다. 역지사지에는 새치기를 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는 현재의 20대 젊은 층을 이해할 수 있는 말들을 많이 해주고 있다. 각 세대별로 각자의 성장하던 사회적 배경이 달랐다. 지금의 20대는 그 어느때보다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 세대라고 한다. 풍요롭게 자란 세대라고 폄하하면 그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다. 세대간의 갈등 또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므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왜 그토록 불안에 떠는지 그 아픔을 공감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모와 자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사이에 도사린 긴장과 갈등을 풀 수 잇는 유일한 해결책은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음 세대의 시간이 건네는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p. 258)' 라고 저자는 말한다. 젊은 세대를 공감하기에 앞서 간섭이 아닌 순수한 호기심을 가져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