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성(Saturn)의 영향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의 행성.”

발터 베냐민은 자신의 우울한(saturnine) 기질이 토성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도는 행성처럼, 남보다 느려 자꾸 해찰을 하고 예민하고 외롭다

우울한 감정 때문에 사람을 할퀴고 싶지 않을 때에는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거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토성편을 읽는다

인간에게는 우울 인자가 있다. 가족과 친구가 숨졌을 때, 사랑을 떠나보냈을 때, 날씨가 흐릴 때, 혹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리는 우울하다. 우울의 감정은 때론 아름답고 예술적 창조의 원천이 된다. 우울감이 통제되지 않을 땐, 감정은 병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할퀸다

우리의 우울은 의지박약 탓이 아니고
기질이니까 너무 기를 쓰고 애쓰지 말자
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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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논쟁의 불씨가 되는 텍스트이기를 바란다. 여성학, 여성 운동은 모든 담론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경합을 통한 생산적인 갈등 없이는 진전도 없다. 한국의 여성주의가 나아감 없이 여성의 생존의 목소리가 왜곡되어 미소지니의 타깃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나는 여성의 공부, 다른 언어, 남성 사회가 못 알아듣는 언어가 최고의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남성 사회의 질문에 답하지 말고, 그들이 못 알아듣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자.


상대방의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이 들면 애써서 답하려고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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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시작부터 끝까지 울분을 참기 어려웠다. 처음과 끝을 다 아는 실화임에도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유독 가정을 끌어들이게 하는 사건들이 있다

- 국무총리 공관 정문에서 전두환을 체포했다면
- 30사단이 행주대교를 제대로 막았다면
- 신사협정을 받지 않고 8공수가 서울로 진입 했다면
- 국방부장관 노재현이 육본 벙커에 왔을 때 전두환을 직위해제하고 체포명령을 내렸다면


12.12 군사 쿠테타가 실패했다면
80년 광주는 평화로웠을까?

그 날의 총탄은 결국 5월의 봄에 숱한 시민들을 향해 발사될 것을 영화를 보는
나는 안다

반성도 참회도 사과도 없는 자 전두환은
천수를 누리며 자연사할 것을 나는 안다


김오랑 소령을 분한 정해인 배우의 전사 장면이 가슴에 많이 남는다
김소령의 부인 백영옥씨는 충격으로 실명하고 이후 부산 영도 자택에서 실족사 사체로 발견된다

극중 정우성이 연기했던 장태완 장군의 가족의 삶은 심히 비참했다. 가택연금 중에도 서울대 간 아들은 야산에서 의문사 당했고, 장태완 장군이 별세하고 아내분은 자살을 했다


권선징악도 사필귀정도 아닌 마지막까지 분노로 끝나버리는 영화의 결말 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지만 상영관 곳곳에서 들려오는 훌쩍임은 저항군의 가슴 시린 메아리로 느껴진다

이제 대한민국의 진짜 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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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29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볼까 고민했는데 봐야겠어요.
허구도 들어 있겠지만 막연히 알고 있었던 사실을 정확하게 알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두환의 하나회가 지금 검찰의 상황과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나와같다면 2023-11-29 21:09   좋아요 2 | URL
영화를 보고 분노를 참기 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육사 사조직 하나회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반란은 단지 옛날 일이 아닙니다. 인물과 논리를 바꾸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세력은 현재에도 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1-30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재밌지만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기 때문에 영화관을 나오면서 가슴 아프고 비참했습니다.

정의로웠던 이들의 말로는 비참하고 악한 이들은 천수를 누리고 호의호식하고 가네요.

나와같다면 2023-11-30 05:06   좋아요 1 | URL
슬퍼서가 아니라 분노를 참지 못해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하고. 전두환 노태우를 국민 대화합의 차원이라는 명목아래 죄를 묻지않고 사면 시킨건 또 다른 범죄를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 화가 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12-05 10:21   좋아요 1 | URL
저는 대통령의 사면권, 사면제도는 없어져야 할 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ㅠ
 

똑같은 영화를 보아도 사람마다 영화에서 건져 올리는 장면은 제각각이다. 해석도 천차만별이도. 문제의 근본이 다르고 상처가 다르고 욕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지점을 건드리고, 통찰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준다

하나의 영화를 무심코 반복해서 보고 있다면 그 영화를 통해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삶 속에서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

영화 치료는 그 장면이 왜 인상적 이었는지에 대해 깊은 숙고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다보면 자신도 미처 몰랐던 무의식에 잠겨있던 또 다른 자신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우린 천국에서 만나게 될거야
만일 천국이 없다면 당신과 있었던
이곳이 천국이었어
- 쓰리 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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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12-05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책이네요^^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8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는 대형 참사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러길 간절히 바랐다

159명이 목숨을 잃은 2022년 10월 29일의 비극. 파장을 떠안은 건 희생자. 유족. 생존자뿐은 아니었다. 참사는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 마음 곳곳에도 생채기를 남겼다. 골목길을 걷다가 당한 압사사고 였다.
어쩌면 나였을지 모르는 죽음 앞에 누군가 몸을 떨었고,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 무력감을 느꼈다

이 책이 이태원 참사 이후 자신들을 스스로 외로운 곳에 두어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내고 있을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당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있음을 꼭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너무 오래 홀로 고통받지는 않기를

슬픔 속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그 ‘뭐라도‘ 때문에, 그나마 우리는 무사히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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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3-12-05 1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던 사건입니다. 그리고 피해자 유가족들을 대하는 정부와 사회의 태도는 세월호 때와 변함이 없는 거 같아 더욱 가슴 아프네요.

나와같다면 2023-12-05 14:49   좋아요 1 | URL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윤석열 정부는 그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이제라도 반성하고, 유족들 앞에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명명백백 밝힐 것을 약속해야 한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야말로 국가가 해야할 진정한 애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