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 14년 차 방송작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김선영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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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10년간 했던 TV프로그램 방송작가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찾다가, 방송 만드는 일로 다시 돌아갔다. 유튜브 뉴 미디어 세계는 신선했지만, 여전히 갈증을 채워 주지 못했다. 방송작가를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줄 알았는데 아직 까마득한 공중전이 남아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출근한다. 아이템을 잡지 못했거나 출연자 섭외를 못했을 땐, 다리가 무너져 버렸으면 했다. 아침 생방송을 만드는 목적은, 사건사고를 신속정확하게 알리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방송작가는 오늘도 눈 아프게 세상을 들여다보고 전화를 돌리며 한숨 쉰다. 책 제목이 섬뜩하다 다리가 무너지다니 저자의 파란만장 좌충우돌 버라이어티한 생존담이구나 이해가 되었다.

 

글과 관련된 직업을 찾다가 우연히 편집자를 발견했다. 책을 만드는 직업이라니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빠른 포기를 했다. 관심종자여서 글 쓰는 일은 하고 싶고 관심도 받고 싶던 차에 우연찮게 방송작가로 발을 들인 것이다.

 

방송작가는 프로 봇짐러다. 이직이 잦다는 뜻이다. 서브작가로 일한 지 칠년차쯤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스무 시간 넘게 깨어 있고 쉬는 날에 몰아서 자는 불규칙한 생활에 어려서 앓았던 아토피가 재발했다.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보람도 사명감도 다 좋지만 소중한 건강을 잃을 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쉬면서 그동안 벌었던 모든 돈을 치료하는 데 갖다 바쳤다. 병 하나 없는 방송작가는 드물었다.

 

분식집에서나 모든 것을 더치페이를 하는 짠피디를 보고 불편해했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지금 그것까지 알아야 해?’할 수도 있지만 누구나 사정은 있는 법이니까 혹시 나보다 더 애타는 속사정이 있을지 모른다고 이해한다.

 

막내작가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면서 최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예전보다 막내작가를 지원하는 수 자체가 많이 줄었고, 삼개월 넘게 한 프로그램에 정착하는 이가 흔치 않았다. 막내작가에서 서브작가가 되는 건, 작가로서 큰 의미가 있다. 십년 차 메인작가로 입봉하기 전까지는 모두 서브작가라고 부르니 대우도 천차만별이다. 작가 구성은 메인작가 한 명, 서브작가 대여섯 명, 막내작가 한 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 막내작가들은 유명한 90년대 생이다. 선배들이 퇴근할 때까지 눈치를 보며 집에 가지 못했던 찌질한 삼십대 중반의 메인작가들과는 사고방식이 다르다. 때로는 정의감만으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관계가 얽힌 수많은 사람을 통과하고 여러 단계를 거쳐 곱게 정제된 방송용내용만 텔레비전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을, 그 벽과 싸울 만큼 단단하지도 용감하지도 못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카페로 갔다. 원고가 잘 안 풀리면 밖을 멍하니 내다보거나 걷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음, 향기로운 커피가 있는 카페는 작업실로 안성맞춤이었다. 결혼을 한 후 로망을 이루었다.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었고 핸드 드립 커피세트를 사서 직접 커피를 내렸다. 혼자 일을 하다 보면, 행복할 때가 많지만 우습게도 가끔 외로웠다. 지금 이 시간에도 잠을 못 자서 충혈된 눈으로, 누군가에게 쌍욕을 들어가며, 커피를 수혈하고, 줄담배를 태우며 맡은 일을 줄기차게 해 나가고 있을 방송쟁이들’.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고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

 

2007년 지상파 휴먼다큐멘터리로 방송 일을 시작해, 10년간 TV프로그램 구성작가로, 3년간 대기업 사내방송과 정부공공기관 소셜방송 구성작가로, 지난 1년간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쓰는 사람으로서의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조율하는 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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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 수집
미키 브래머 지음, 김영옥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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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임종 도우미 클로버가 의뢰인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지만 결코 어둡거나 암울하지 않다. 아름다운 삶은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소설, 기분 좋은 이야기다.

 

클로버는 뉴욕에 살고 있는 30대 여성이고 가족은 없다. 직업은 임종 도우미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주변 정리를 도와주고 곁을 지켜주며 그들이 마지막 남긴 말들을 후회고백조언을 노트에 수집한다. 어릴 때부터 선생님, 부모님 등 죽음을 목격하였고 혼자가 되는 데 익숙해졌다. 13년 전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다.

 

여섯 살에 할아버지 집으로 오면서 쉰일곱 살 리오 할아버지와 친구가 되었다. 30대 중반이 되어도 친구가 리오 뿐이라는 것이 신기하다. 옛날 로맨스 영화보기, 건너편에 사는 커플 엿보기가 사생활 전부였다. 낯선 이가 우리 건물로 이사를 올 때마다 누군가 내 영역에 침입하는 느낌이 들었다. 뉴욕 도처에 열리는 데스 카페에서 만난 서배스천이 클로버에게 말을 걸어온다. 남자는 할머니가 아프신데 가족들이 절대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아 죽음이란 생소해서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의뢰인 애비게일에게 알코올중독 재활치료를 권했다가 연락을 차단당했던 부모는 그녀가 1년째 거리에서 살아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부모님께 얼마나 전화하고 싶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했어야 했어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죽기 몇 시간 전에 한 말이지만 후회 노트에서 반복되는 주제였다. 클로버는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부모님은 애정을 표현한 적이 없었고 할아버지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 말을 직접 한 적이 없었다.

 

처음에 죽어가는 이들의 마지막 말을 기록하기 시작했을 때 단순한 기록이었다. 그들을 기억해줄 이가 아무도 없을 때 흠이 있었건 엉망이었건 살아온 삶을 인정하는 방법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마음이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바라게 될 때면 그 노트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연히 서배스천을 만나게 되었고 자신이 임종 도우미라는 것도 밝혔다. 서배스천은 할머니를 도와드릴 수 있는지 물어왔다. 아흔아홉 번째 의뢰였다. 이웃인 실비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임종 도우미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냐고 물었다. 직업을 밝힐 때마다 익히 봐왔던 평가하는 시선과 경악한 얼굴을 대할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실비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죽음학으로 학위논문을 썼고 죽음의 전통을 공부하러 세상을 여행하다가 임종 도우미로 일하게 된 것이다.

 

서배스천의 할머니 클로디아를 만나러 갔다. 췌장암 4기로 잘해야 두 달 남짓이라고 한다. 가족들은 할머니가 모르는 편이 낫다고 우겼다. 클로디아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자식들은 모르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클로버를 만나게 해준 손자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클로디아 직업은 사진 작가였다. 클로버는 남은 시간 동안 제대로 매듭짓고 싶으신 일을 도와드린다고 했다.

 

클로디아는 20대 때 프랑스에서 지내던 중 만났던 남자와 결혼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고 했다. 휴고를 마지막으로 만난지 60년이 넘었는데도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듯 그날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놀랍지도 않은 것은 자신은 아흔한 살이라고 했다. 휴고가 살았다면 지중해 어딘가를 항해 중일 거라고 했다. 그말을 들은 실비는 검색을 해서 거주지를 찾아냈다. 서배스천은 할머니의 로맨스를 이해 하지 못했지만 클로버와 함께 메인주로 휴고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클로버는 새로 만나는 이웃들과 처음 느끼는 설렘 앞에서, 자신이 정해둔 선을 넘기를 두려워한다.

 

클로버는 임종 도우미가 되어 죽음을 앞둔 의뢰인들을 돕고 그들의 마지막 말을 수집한다. 크고 작은 후회들을 노트에 기록하고 대신해서 실행하는 방식으로 고인의 영혼을 위로한다. 무의식중에 맞이하게 될 결말을 피하는데 그 노트들을 사용해왔다는 진실을 깨닫는다. 클로버는 마음속 깊이 묻어둔 자신의 후회를 마주할 수 있을까? 클로버는 클로디아를 만난 후로 인생의 궤도를 바꿔놓았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당신 인생의 후회는 무엇인가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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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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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는 자신만의 세계관이 담긴 청소년 SF소설이다. 로봇과 유전자 조합이 보편화된 미래 시대에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문제와 소외된 이들을 섬세하게 그렸다.

 

신인류는 유전자 조합 인간과 로봇을 싫어하는 중2 학생이다. 인류는 외할아버지와 실험견 이글비와 살고 있다. 할아버지가 직원 중 한 사람에게 공장을 넘기고 은퇴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류의 꿈은 가우디처럼 멋진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고철 공장에서 로봇 토막이 사라진다. CCTV를 설치하고 범인을 잡고 보니 구형 로봇이었다.

 

구형 로봇 미래는 힘들게 살아온 로봇이 재활용되지 않고 쉬게 하려고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묻어주었다. 인류는 엄마에게 학대를 받고 있었던 미래의 사연과 간절한 소원을 알게 된다. 유전자 조합 인간이 아닌 학생은 전교에서 오직 인류 하나다. 로봇이 싫은 이유 백만 개 중 한 가지만 말하면 로봇은 노력하지 않고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는 아주 오래 전 서울시 지하 터널 공사에 투입되었다. 터널 굴착 공사를 하기 위해 작은 로봇들이 만들어졌다. 이후 아이 안드로이드를 만들었고 작게 만들어진 로봇들은 처리했다. 그때 엄마를 만났고 미래를 입양한 것이다. 엄마가 사고를 당하고 술만 먹으면 미래를 학대를 했고 숨을 곳을 찾다가 창고를 발견했다.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딱 한 번이라도. 단 몇 시간이라도 미래의 소원이었다. 방학 숙제로 건축물 영상을 찍으러 가는데 미래와 함께 하기로 했다. 유전자 조합을 원했던 아빠였고 엄마는 반대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재혼해서 동생이 유전자 조합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곱 살때부터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다. 아버지 집으로 갈 수도 있지만 청소년 쉼터에 가기로 했다.

 

서울시가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것을 인류와 미래는 걸으면서 깨달았다. 미래는 서울시가 아름다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하에서 일했기에 여기가 아름다운 거니까. 인류는 경복궁을 가고 싶었다. 한자리를 오래 지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오랜 세월 사랑받는 건물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복 동생 해림을 만나게 되었다. 버스에서 여자는 미래와 인류를 20세기 레트로 형제 같다고 했다. 패션디자인 센터는 해체 공사 중이다. 도시 미관법에 건물이 해체되고, 구형 로봇이 수거되는 것처럼 인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했다. 서울시에서 구형 로봇을 발견 즉시 수거해서 폐기 처분했다. 미래는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인류 채널에 영상을 올려달라고 한다. 그러다 미래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미래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하는 엄마는 말리는 인류를 때렸다. 미래는 학대 문제로 집행 정지를 신청해 놔서 로봇 센터에 구금되어 있다.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는 처리 할 수 없다고 했다. 학대 받은 것은 미래인데, 법에서는 인류만 아동이었다.

 

다른 해외 사이트를 통해 학생들이 인류의 미래사태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드러냈다. 도시 미관법, 구형 로봇, 지하 물류 터널과 관련된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인류는 도시 미관법 등을 어긴 것 때문에 무거운 벌금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열심히 아르바이트 해서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에게 발열 문제가 있어 고치는 것과 소유권이 베스트프렌드사로 넘어갔다. 인류와 미래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로봇파크에서 일하는 모든 로봇은 안드로이드였다. 안드로이드는 사람과 외형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똑같아서 혼동을 피하려고 머리 위로 각 회사의 고유 로고가 떠 있었다. 이 소설은 구형이 되어버린 소년과 로봇의 이야기면서 시대에 뒤처진 구형은 퇴출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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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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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인간다움의 본질이 마음을 헤아리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이다.

 

인간의 마음은 두 체계로 서로 파악하고 소통한다. ‘마음읽기는 자신의 느낌이나 짐작으로 상대의 마음을 판단하는 것을 말하며, ‘마음 헤아리기는 판단을 유보하고 상대의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인간은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를 더 강하게 경험하고 오래 기억한다. 누군가의 비판은 두고두고 생각나는데 어떤 이의 칭찬은 쉽게 잊히고, 나를 째려 보는 얼굴은 잘 찾아내지만 나에게 미소 짓는 얼굴은 흘려보내기 쉽다.

 

아내가 바라는 남편의 공감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감해주면 좋겠지만 말을 해도 어떻게 공감해야 할지 모른다. ‘침묵은 금이다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런 격언들은 상황에 따라 모순되기 쉬우니 모두 가려들어야 한다. 상대를 대화가 안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자. 나는 어디가 가려운지 알고 있나? 상대에게 제대로 이야기하는가? 상대에게 요구사항을 잘 물어보는가?

 

저자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기 전에는 인간관계가 힘들었다. 부부관계는 갑절로 힘들었다. 사이가 좋은 친구 부부가 있었는데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확실하게 깨달았다. 운전하는 중에 아내가 놀라는 소리를 냈는데 뒤를 보며 한마디 했다. “괜찮아?” 그 말이 낯설고 신선했다. 저자의 경우는 아마 왜 놀라?”라고 했을 것 같다. 사실 이 표현은 뉘앙스가 중요해서 글로 전하기에 한계가 있다. 나는 놀라지 않았어도 상대는 놀랄 수 있음을 이해하고 나면 괜찮아?”라고 물어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마음 헤아리기의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좋은 관계를 위해 먼저 배려하고 양보하고 이해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쉽지 않다. 왜 나만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나?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 헤아리기는 그 욕구를 상대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서로 원하는 것을 알아간다면 관계는 점점 풍요로워진다.

 

마음읽기는 판단적이고 자기보호가 우선인 반면 마음 헤아리기는 비판단적이고 상호교류가 중요하다. 헤아림의 언어는 부드럽고 따뜻하고 열려 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이렇게 느껴야 한다. 마음 헤아리기가 발달하면 말투도 달라진다. 헤아림의 말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노력의 산물이다.

 

인간관계에는 상대를 위해 한 일로 좋은 소리를 듣기는커녕 서로 마음만 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달라서다. 마음 헤아리기에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 상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둘째,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셋째, 상대의 마음을 물어보는 것이다.

 

마음 헤아리기의 반대는 무엇일까? 마음 헤아리지 않기, 다른 말로 하면 자기중심성이다. 상담하다 보면 내담자들의 왜곡된 사고, 미성숙한 방어기제, 역기능적인 행동 등을 종종 마주한다. 상담가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지적하고 교정해주고픈 충동을 느낀다. 자신의 판단과 관점을 억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상대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다.

 

관계를 협력과 발전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바로 대화다. 인간이 말을 하게 된 것은 논쟁과 대결이 아니라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였다. 인간관계의 훈련은 결국 대화의 훈련이다. 대화는 말의 내용 못지않게 말의 숨은 의미나 감정 상태와 같은 맥락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부터인가 손절(損切)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자기표현이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미덕은 참거나 손절하는 게 아니라 표현이다. 불편한 것을 불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손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본 다음에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다.

 

마음읽기 습관에서 벗어나 마음 헤아리기 연습으로 나아가면 도 커지고 우리도 커갈 수 있는 좋은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좋은 관계를 위한 마음 헤아리기 연습. 부부, 자녀, 친구, 동료 다양한 관계에 적용 가능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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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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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TAKEOUT’의 두 번째 책으로 역사와 문명을 주제로 하였다. 광고인으로서 연수와 사업 출장을 기회로 일찍부터 유럽에 자주 드나들었던 경험은 이 책을 만드는 주요한 재료가 되어주었다. 저자가 직접 현지를 돌아보며 경험한 기록들, 충실한 각종 사진 자료들, QR코드로 삽입된 음악회와 TV방송 링크들로 유럽 현지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했다.

 

저자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한 그림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서양 화가의 명화 스페인 출신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였다. 장르의 특성상 예술성 있게 처리하는 것이 통례인데 그 이상으로 그로테스크하게 처리해 호러물을 보는 듯하다. 신화에서도 막내아들 진도준의 독백처럼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났다.

 

1등 로마인으로 꼽히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있었다. 카이사르가 암살되었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카이사르를 죽인 브루투스를 바로 처단하지 않았다. 카이사르를 위한 추도 연설을 할 때도, 그의 유언장을 발표할 때도 그는 마치 쿠데타를 수습하는 대장군과 같은 모습으로 의연하게 군중을 대했다. 이후 집권을 위한 지도자의 모습으로 그 프로세스를 밟아 나간 것이다. 격동의 시대를 살다 간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이야기다.





안탈리아.. 지중해의 동쪽 끝 오늘날 튀르키예의 바닷가에 위치해있다. 사시사철 햇살이 좋고 따뜻한 그곳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유명 휴양지로 알려져 주변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오늘날에도 지중해 동부에서는 가장 유명한 휴양지이다.

 

영화와 역사는 다르다. 황제는 2000년 개봉한 <글래디에이터>영화에서 처럼 아들 콤모두스에게 암살당하지 않았다. 사인은 병사였다. 고단하게 제국의 이곳저곳 전선을 다닌 그였기에 그곳에서 59세의 나이로 수명을 다한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실감나게 보여준 배우 리처드 해리스는 개봉 2년 후에 영화 속 그 황제처럼 사망했다. 오늘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동상은 로마 시내 카피톨리노 광장에 기마상으로 전시되어 있다.

 

1912년 출항 당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대형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의 침몰 현장으로 111년이 지난 2023년 접근한 최첨단 소형 잠수정 타이탄호가 그 북대서양 바닷속 타이타닉호 옆에 또 사체와 잔해를 남겼다. 같은 이름이라 같은 운명이었을까. 크기가 다르지만 역사적인 비극이 반복되었다. 타이타닉호를 찾아가는 타이탄호의 뉴스를 접했을 때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가 떠올랐다고 한다. 21세기 들어선 타이탄 잠수정은 같은 바다의 같은 위치에서 111년의 시차를 두고 똑같은 참사가 반복된 것은 매우 아이러니한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도자기는 영어로 차이나인데 도자기에 관한한 절대적인 국가가 중국이라서 유래가 되었을 것이다. 차이나로 시작해서인가 그로부터 전통 있는 도자기는 지역명이 곧 브랜드가 되었다. 유럽 도자기들 중 최고를 뽑으라면 독일의 마이센이다. 가장 오래된 도자기이기도 하고 최초의 유렵 도자기이다.





독일의 7개 가도 중 로만티크 가도라고 불리는 길의 초입부인데 로마인이 다닌 길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로덴부르크를 과거 로마인들은 로마에서 밀라노를 거쳐 알프스를 넘어 이길을 거쳐 레르마니아 북부까지 통행하였을 것이다.

 

지중해의 강자 로마는 제국을 이루어 도시 국가들의 연합체인 그리스를 하나하나 격파해 나가더니 기원전 142년 그 나라를 정복했다. 이때 우리가 아는 그리스의 제왕과 영웅, 철인과 문예인들이 활동을 하였다. 소크라테스가 있었고, 마케도니아의 영웅 알렉산드로스가 동방 원정을 떠나기도 했다. 신들도 그 시기엔 왕성하게 활동을 하였을 것이다. 그리스의 중흥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로마가 밀고 들어온 것이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유럽을 책 한권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여행은 놀라움의 경험이다. 알던 것을 확인하고 책이나 영상을 통해 알고는 있지만 직접 가서 경험하면서 놀란다. 문화, 역사, 예술 상식을 소개하는 시리즈, 전작 [TAKEOUT 유럽예술문화]와 한 세트를 이루는 책. 두 책 어디서든 메뉴 하나를 골라잡아 부담 없이 테이크아웃한 다음, 한잔의 커피, 디저트와 함께 유럽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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