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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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리뷰를 올릴때 몇번씩 지우고 다시 올려야 할 만큼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단어를 유창하게 배열하는 센스도 없고,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 글은 더욱 못 쓴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겐 필요했다. 집에는 유시민 저자의 책들이 제법 있지만, 현 상태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을 먼저 읽은 셈이다. 그러나 나와 유시민 저자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한 편이 아니였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논증의 미학'으로 시작되는 첫째장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저자가 자신과 연관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변론을 하느라 이야기를 끄집어 낸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물론 이런 삐툴어진 시각은 책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서둘러 거둬들여야 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도달 했을때 나는 세가지 생각으로 정리하며 결국 같은 결론으로 도달했다. 하나는 '시대성'에 대해, 또 하나는 '겸손'에 대해 마지막으로 '문체 반정'에 대해.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북플 등 우리는 sns를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순간의 생각들을 기록하는 공간인 만큼 장문보다는 단문의 글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누구나 짧은 시간에 읽으며 공유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씌여지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은 문단에도 나타나 파울로 코엘료는 트위터의 글을 묶어 『마법의 순간』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다소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던 책들은 서둘러 개정판을 내어 독자에게 쉽게 다가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열린 출판사에서는 '불멸의 고전'시리즈를 새롭게 개정판으로 내놓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엔 장문 보다는 단문이 유행하는 추세다. 이 책 역시 그런 유행에 편승하는지  요약과 단문 쓰기를 강조한다. 저자는 주제의 내용이 흐려지는 장문 보다는 주제가 확연히 들어날 수 있는 단문을 강조한다. 또한 한자와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여 못난 글을 쓰지 않도록 정책이나 칼럼과 책을 예시로 설명한다. 그런데 저자가 예시로든 정책, 칼럼의 상당수가 다른 분의 글이였고 무자비한 잣대로 첨삭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저자가 예시로 들고 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엔  시대성을 간과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 글들이 대부분 한자어와 외래어 사용이 대중적이던 시대의 글이였고, 그 시대의 책들은 지금 읽기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한자어 사용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글들을 지금의 잣대를 대어 평가한다는게 형평성에 맞는 일일까? 또한 옛 글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질타를 날린 진은영 저자에 대한 비판은 과연 옳은 일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 사용된 예시의 글들이 저자 글로만 첨삭을 했다면 큰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의 글을 서슴없이 비교 삼아 평가하는건 분명 '시대성'을 간과하고 겸손함이 부족한 모습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빼 놓을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잘못된 글에 대한 예시를 들며  비속어(p193)를 그대로 사용한 점은 30년 저자의 내공을 무색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니였나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윤창중 논설 위원의 글을 예시로 첨삭하는 부분에 이르렀을땐, 정조의 '문체반정'을  떠올렸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영향으로 선비들의 글이 단정치 못하다고 판단한 정조는 '자송문'을 지어 올릴것을 명했고 그중에는 박제가라는 실학자가 끼여 있었다. 당시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 굽힐 줄 몰랐던 박제가는 정조에게 ' 비옥희 음송인'이란 글을 지어올렸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맛의 경우 젓갈은 짠맛을, 매실은 신맛을, 겨자는 매운맛을 찻잎은 쓴맛을 내는데 젓갈이 짜지않고, 매실이 시지 않으며 겨자가 맵지 않고 찻잎이 쓰지 않음을 책망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지만, 젓갈보고 왜 너는 달지 않느냐, 겨자 보고 너는 왜 시지 않느냐 하는것은 정당한 일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글이였다. 이 글을 통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했음을 느낄 수 있다.

 

 

윤창중 논설 위원의 '뉘엿 뉘엿 해 떨어질 때' 나 '말 못하는 장승처럼' 등과 같이 서정적인 문장의 운율이 어색하고 군더더기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첨삭하는 모습은 겨자보고 너는 왜 단맛을 내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정한 글쟁이라면, 단문이든 장문이든 자신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자유롭게 개성이 표현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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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5-2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리뷰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속시원히 해주신거 같아서 더 좋아요.
제 주변엔 유난히, 유시민 팬들이 많아서,
너무 인색하게 굴면 섭섭해하는터라...중간 생략, 이하 생략한 부분이 넘 많았거덩여.

개인의 취향을 표현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 취향은 존중해준다는 말이랑 동격이라는걸,
너무 잘 까먹는 세상에서 사는건 아닌지, 원~(,.)

해피북 2015-05-27 21:39   좋아요 0 | URL
저두 이 책 읽으며 양철나무꾼님의 글 생각을 많이했고 공감한 부분이 많았어요

제게 글 재주가 더 있다면 조리있게 쓰고 싶은데 ㅎ 부족한 실력이 한탄스럽더라구요 ㅋㅂㅋ

cyrus 2015-05-27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시민 씨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말빨이 좋은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사실 이 책이 나왔을 때 시큰둥했어요.

해피북 2015-05-27 21:42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저는 이 책을 시작으로 `나의한국현대사`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어볼 생각인데 이 책과는 다른 시각이 생기길 바라고 있답니다ㅎ

yureka01 2015-05-27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의 최고봉은 시죠.^^.

해피북 2015-05-27 21: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시죠 시! ㅋㅂㅋ,,

비로그인 2015-07-0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에 당첨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역시 멋진 리뷰에 대한 당연한 결과죠.
얼마나 반가운지 폰으로 인사드리려고 했더니 이렇게 연결이 안 되더라구요.
지금에서야 인사드리네요.

해피북 2015-07-03 23:53   좋아요 0 | URL
오마낫 감사합니다~^^아리님 이렇게 칭찬해주시니 부끄러워요 꺄~~~ 앞으로두 열심히 써볼께요 ㅋㅂㅋ,, 꿀밤되세욧

비로그인 2015-07-0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온거 보고 클릭해서 들어왔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 괜찮은 서평을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해피북 2015-07-05 22:48   좋아요 0 | URL
크리미영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는 힘을 얻게 되었어요!!
꿀밤보내시구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요ㅋㅁㅋ,,

2020-10-2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