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만물이 소생한다는 삼월달로 접어들고 말았다. 불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새해 계획을 열심히 적으며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할 마음에 부풀어 올랐는데  눈깜짝 할 사이 두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올 한해 정신 바~짝 차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3월 한 달은 독(讀)한 달 만들기 프로젝트를 구상해봤다.


가끔 책을 너무 무작위로 읽는거 아닌가 자문(自問)하곤 한다. 때에 따라서 책과 책이 맞물려 읽는 경우가 많고, 그 외에는 마음에 끌리는 책들을 읽다보니, 다양한 분야보다도 한정된 분야로 읽는 경향이 있어서 좀 다듬고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진단을 해봤다. 그래서 이번 달에는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도록 선정해 봤다.


1. 인물탐구.

 

 

   ' 순수함을 열망한 천재 문학가의 이면' 이라는 부재가 흥미롭다. 저자 베르벨 레츠는 공개되지 않은 편지와 문서를 통해 헤세가 사랑했던 세 여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여인들의 한결같이 헤세의 지속적인 불면증, 변태적 행태를 꼬집어 그는 작가일뿐이라는 말로 일축하며 헤세와의 기억을 지우고 싶어 한다. 이런 스토리만으로도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바로 서머싯 몸의 소설 『달과 6펜스』의 스트릭 랜드. 폴고갱에서 영감을 얻어 씌여진 소설에서 스트릭 랜드는 지독히도 냉혈한 인간 이였다. 화가라는 꿈을 위해 처자식을 모두 버리고 홀연히 떠나버린 남자. 자신을 구속하려는 여인을 죽음으로 내몰기에 서슴치 않은 남자였는데 설마 스트릭 랜드와 같은 인물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아직까지 이 책을 읽은 독자의 해맑은 서평을 만나보지 못해 반신반의하고 있는 심정. 역시 독(毒)하게 읽어보는 수 밖에 없을 성 싶다.

 

 

 

 

 < 헤르만 헤세의 사랑>

 

보기보단 책이 두꺼워 다소 놀랐다. 559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 그러나 곳곳에 삽입된 사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 같아 무척 기다려 지는 책이다. 책이 두툼한 대신 크기가 작아 휴대성도 좋은 편이다.

 

 

 

 

간송 미술관 연구실장이신 백인산님의 저서 『간송미술 36』을 읽고 급하게 구한 책이 『간송 전형필』이다. 어릴적부터 유복하게 자랄 수 있었고 마음만 갖는다면 풍요롭고도 여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였음에도 우리나라 보물을 찾기위해 거금을 내는것도 마다하지 않으신 분. 그의 이런 행동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부분도 참 인상적이였다. 조국을 사랑했기에 우리 문화재 구입을 위해 헌신하시고 사립미술관인 보화각(빛나는 보물을 모은 집)을 설립하신 분. 살아생전에 보화각을 개방하지 못했지만, 후세 뜻 있는 사람들로 인해 지금은 간송미술관에서 일년에 두 번씩 일반인들을 맞이한다.

이 모습을 보시며 어떤 생각을 하실지. 어린시절 부분까지 읽고 있었는데 마져 읽어야 겠다.

 

 

저자 이충렬님은 간송미술관에 처음 방문 했을적부터 설립 배경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셨고, 전형필 선생님의 일생에 관해 호기심이 생겨 1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탈고한 끝에 완성된 소설형식의 책이다. 그래서 읽는데 부담이 없고, 곳곳에 사진을 볼 수 있어 사실감을 더하는 책이다.

 

 

 

2. 봄을 느끼자!

 

 작년에 참 많은 수목원을 다녀왔다. 대전 '한밭'수목원 대구 수목원, 진주수목원, 경기도 한택 수목원등 봄부터 가을까지 시간 나는 날이면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 찾아다니곤 했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서 부터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에너지를 받지 못해 시들거리고 삶이 밍기적 거린다. 이럴때 만나게된 『다시, 나무를 보다』는 전 국립수목원 원장이셨던 신준환님이 나무 연구가로 살아온 삶을 토대로 나무와 우리시대의 삶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접 화초를 키우거나 채소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 수 있다. 자연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것을. 저자 신준환님 역시 나무 연구가로 살아오시면서 깨달은 인생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들려주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절은 느껴야 맛이다. 시간없다는 이유로 계절을 놓치고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의 인생을 놓치고 살아가는것과 다를바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 봄을 느껴보자. 한 권의 책으로 그리고 살랑 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으로 부터.

 

 

 

 

표지를 열면 속지에 보이는 나무 테두리가 참 인상적이다. 나무를 한결 가까이 보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책의 곳곳에 다양한 자연의 모습이 담겨있다. 꽃과 나무, 풀들이 가득해 읽는 내내 자연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것만 같아 무척 기대가 되는 책이다.

 

 

 

 

봄은 바야흐로 여행이 싹트는 계절이라 여행 책을 읽어야하는것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땡스북 6호를 통해 알게된 책인데 내게 스페인은 낯설지 않은 나라다. 왜냐면 손미나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통해 진즉 지글지글 떠오르는 태양의 도시. 자유와 낭만이 살아 숨쉬는 스페인에 퐁당 빠져버렸으니까. 그래서 망설임 없이 구입해본 책이다. 이 저자의 이력은 조금 특별하다. 여행을 위해 떠났다가 스페인의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5년 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여행을 하다보면 물론 마음에 들수 있고 계속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착하여 생활할 수 있는 용기가 참 대단한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엔 스페인의 이모저모 담겼다. 단순히 관광차원이 아닌 스페인의 민낯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선 아름다운 사진을 기대하긴 어렵다. 모든 사진들이 진솔하다. 그래서 더 가깝게 다가온다. 스페인의 축제. 음식들, 거리 곳곳의 사람들의 풍경등이 담겨 있는 사진을 보고 얼마나 설레였던지. 읽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책!

 

 

3. 새로운 자극을 주자!

 

  '이윤을 남기지 않는 빵집' '가치를 굽는 빵집'' 진정한 장인은 인간답게 살아가야 하는것'이라는 모토 아래 한달 동안 영업을 하지 않는 베포가 있는 빵집. 모두 일본 변방에 있는 작은 시골빵집 다루마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사회생활을 하며 부조리에 염증을 느껴 제빵을 배웠지만, 작은 빵집에서 조차 부조리와 횡포가 심해 염증을 느끼고 자신만의 빵집을 만들게 되었다는 사연들에 호기심이 크다. 특히나 효모종을 만들어 천연빵을 만들고, 수익을 남기지 않는것을 목적으로 만든 만큼만 판매하는 모습을 통해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 될거 같다. 더욱이 그가 이해한 마르크스의 사상이란 무엇인지도 꼭 짚어봐야할 부분이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첨부된 사진이 사실성을 더하고 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림그려 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자본론'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생길 수 있는 거부감을 해소시키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꺼란 기대심을 갖어보기에 충분하다!

 

 

수학.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과목이다. 초등학교 시절 산수부터 시작해서 나의 계산 인지 능력은 저 깊은 심연 속으로 가라 앉게 되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도 계산을 계산기로 두두리며 살아가다보니, 숫자에 대한 감각도 떨어지고 간단한 암산도 버벅거리는 소름끼치는 경험을 하며 수학에도 조금씩 흥미를 갖어보자고 생가하게 되었다. 그러던중 괴짜 수학자 김용관님의 『돈키호테는 수학때문에 미쳤다』를 알게되었다. 제목에서 부터 특이하다. 돈키호테와 수학이 대체 어떤 연관이 있길래. 그러나 특이한 점은 계속된다. <걸리버여행기><신통기><소크라테스의 변명>등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인문서적을 수학과 버무려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해리포터>까지 등장하니 기대심이 무척 큰 책이다.

 

 

 

책 곳곳에 도표, 사진, 그림자료등이 버무러져 설명을 돕고 있다. 한 편으론 반갑고 한 편으론 겁이 덜컥 나기도 한다.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서. 그런데 뇌를 자극하기 위해서 해보지 않았던 일들을 해야 활성화 된다고 한다. 가수 이적씨 같은 경우 책을 볼때 한꺼번에 여러가지 책을 읽는데 같은 주제의 책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야 머리속이 근질근질 자극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어쭙잖은 도전을 해본다. 도~~전!!

 

 

4. 디저트 타임!

 

  가끔씩 핫케잌 가루를 활용하여 밥통으로 빵을 만들어 먹곤 한다. 보통 아무것도 안넣은 것을 선호해서 그냥 하기도 하지만, 거기에 달걀을 톡 깨트려 넣으면 계란빵, 견과류를 넣어 견과류 빵을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밥통은 활용도가 높고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무척 편리하게 사용 중이였는데 우연찮게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밥통으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빵의 세계!! 물론 카스테라와 케잌류가 주를 이루지만 가정에서 활용하기 편리한 재료들 (심지어 베이킹 파우더도 넣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때문에 곁에 두면 활용도가 높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워블로그의 '콩지'님의 연재를 모아 놓은 책이라서 그런지 실제 가정에서 사용하기에 간단한 재료들과 손쉬움이 이 책의 장점인듯 싶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런 야채 카스테라가 색감이 참 이뻤다. 포요를 케잌으로 만들어낸 저자의 솜씨 역시 감탄스러웠고, 주기적으로 단것을 찾아대는 입맛에 딱인 초코파이 만들기도 있어 만족스러운 책이다. 또 머핀만들기, 코코아 브라우니, 요구르트 스펀지빵등 다양한 빵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입맛을 돋군다.

 

 

 역시 방송의 힘은 달랐다. '삼시세끼'란 프로그램에서 차승원씨가 반죽한 빵이 부풀어 올랐을때 감탄하고 말았다. 정말 빵이 되는구나 하는 마음에서. 그래서 나도 찾아보았다,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책을. 그러다가 알게된 책 『현미효모빵』은 집에서 직접 현미로 만든 효소를 활용하여 빵을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은 효소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과, 가정에서 손쉽게 만들어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들을 다뤄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책을 보며 '오렌지 베이글'을 만들어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한 가득올려 먹는 상상도 해보고 풋콩을 빵에 넣어 씹을때마다 고소함을 느껴보고 싶기도 하다. 중간 중간 빵과 어울리는 '딥소스' 만들기나 '채소반찬' 만들기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코니시 카나 라는 일본분의 저서이지만, 얇고 휴대성이 좋고,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래 사진이 흔들려 버렸지만, 현미 효소를 만드는 법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베리빵을 사진으로 담아봤다. 천연 효모빵으로 만든 건강한 빵을 가족들과 함께 치즈를 듬뿍올려 먹을 상상만 해도 벌써 행복함이 밀려온다. 재밌게 읽고 만들어봐야 겠다.

 

 

 

이 책은 아직 구입한 책이 아닌데 위에서 소개한 『콩지의 밥통 케이크』와 같은 저자가 쓴 책으로  2014년에 나온 따끈한 책이다. 더욱이 『콩지의 밥통 케이크』의 내용과 함께 프라이팬으로 다양한 쿠키를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어서 책을 구입한다면 이 책을 먼저 검색해 보길 권장하고 싶다. 그리고 조만간 구입해야 될 책이다.

 

 

 

 

이렇게해서 총 아홉 권의 책을 선정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빌린 책과, 산 책들이 섞여 조금 더 늘어날 예정이다. 페이스북 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내로 문학동네 82호가 출간될 예정이고, 땡스북 8호도 출간될 예정이기 때문에 조금 속도를 내서 읽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무튼 3월 독(讀)한 달을 맞아 독(毒)하게 읽으며 알찬 달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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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0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음에 끌리는 독서법도 책을 좋아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책 읽는 방식이나 독서를 좋아하게 되는 배경이 사람들마다 달라서 무조건 특정 독서법이 좋다면서 강조하는 것을 경계해요. 계획적으로 책을 읽는 것도 좋고, 마음 가는 대로 읽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저는 후자에 속하는데 가끔은 두 가지의 방식을 섞기도 합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 소홀하게 여긴 분야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책을 찾게 되더군요. ^^

해피북 2015-03-04 22:36   좋아요 0 | URL
cyrus님의 글은 정말 매력적이죠.^^ 다양한 분야를 거침없이 아우르시는 모습을 보면 감탄할 때가 정말 많아요. 정말x100 ㅋ - ㅋ

제가 가장 원하는 부분도 그런 글쓰기인데, 책을 읽는걸 가만히 보면 꼭 한분야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ㅜㅜ 예를들어 독서에세이를 읽으면 연달아 읽어버리면서 다른 책은 등한시 하니, 같은 글만 써진다는 뭐 그런 느낌이 자주 들어서 저도 폭넓은 독서, 폭넓은 글쓰기를 가장 바란다는 ㅜㅜ

그리고 또 하나 cyrus님께 부러운 점은 다양한 책을 거부감없이 받아 들이신다는거예요. 저는 알라딘 중고서점에가서 꼭 아는 사람을 찾는것처럼 아는 작가의 책만 뽑아 오는데 cyrus님은 책의 배경도 해박하시구 소개하신 분야도 참 다양해서 님께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올려주신 글을 꼼꼼히 읽으면서도 제가 알지 못하는 분야엔 어떤 답글도 못달겠더라구요 ㅎㅎ 무튼 요즘 이래저래 노력하고 있는 중이예요 저두 cyrys님 처럼 자유로운 독서가가 될 수 있는 날들을 하루 빨리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cyrus 2015-03-05 23:58   좋아요 1 | URL
과찬입니다. 오랜만에 칭찬을 듣게 되니까 낯설면서도 쑥스럽습니다.. ^^;;
사실 저도 독서 편식이 심해요. 경제, 종교, 한국문학 책도 읽어봐야 하는데 마음만 있을 뿐이지 제대로 실천한 적이 없어요. 인지도가 있는 저자의 책만 고르다보니까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요즘 독자들에게 덜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책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면이 있어요. 그래서 해피북님과 같은 서재 이웃분들의 글을 많이 참고합니다.

해피북 2015-03-08 07:45   좋아요 0 | URL
저두 그래서 북플이 참 좋은거 같아요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분야도 알게되서 말이죠 ^~^함께 좋은 책 많이 읽고 소개 많이 해주세요ㅎㅎ

2015-03-04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04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