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일간의 세계 일주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9
쥘 베른 지음, 송무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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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 한양도성 순성놀이를 하고 왔다.

태풍 콩레이가 지나간 뒤라 하늘은 맑고 깨끗했고 구름 역시 솜사탕처럼 티없이 하얬다.

청명한 가을 날씨답게 순성하는 내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쾌적하기 그지 없었다.

옛날 사람들도 한나절이면 한양도성 전체를 순성했다고 하는데 저질 체력의 나는 북소문인 창의문에서 북대문인 숙정문까지 2㎞ 구간만 다녀왔다.

자하문이라고도 불리는 창의문에서 출발한 코스는 백악산 정상인 백악마루를 지나 광화문 광장과 경복궁이 한눈에 들어오는 북악산 한양도성 내 가장 조망권이 좋다는 청운대를 거쳐 곡장과 촛대바위를 지나 숙정문에서 마무리되었다.

약 2시간여에 걸친 순성놀이를 마치고 나니 무릎은 시큰하고 다리는 후들거리는 게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 싶었다.

짧은 나들이였지만 그 어떤 해외 여행 부럽지 않을 만큼 유쾌한 소풍이었다.

아마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했기 때문이고, 쾌적한 날씨와 시원하고 깨끗한 공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옥의 티라면 오늘 낮에 일어난 고양 송유관공사 휘발유탱크 폭발화재로 인해 멀리서도 치솟던 검은 연기가 맑은 하늘을 점점 어둡게 물들여갔다는 점이다.

맑은 하늘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걸 보니 우리가 숨쉬는 공기가 또 얼마나 오염되었을까 생각하니 상쾌하던 마음이 조금은 착잡해졌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롭고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사람을 언제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흥분시키곤 한다.

해외 여행이 더욱 흥분되는 건 국내와는 모든 것이 낯설고 그곳으로의 여행을 위해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과 재정적 투자가 더욱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릴 적 세계 일주는 대다수의 아이들이 꾸는 꿈 중의 하나였다.

20세기에 태어난 나는 21세기가 되면 달나라도 가는 세상이니 세계 일주는 일상 다반사일 줄 알았다.

그러나 여전히 삼면이 바다로 막혀 있고 북쪽으로는 철길이 끊어져 있어 시간과 돈 모두 가지지 않는 한 세계 일주는 한동안 더 버킷 리스트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다.



여기 현대인도 쉽지 않은 세계 일주를 19세기에 80일만에 해낸 인물이 있다.

그들의 이름은 필리어스 포그와 장 파스파르투.

영국 신사인 포그는 친구들과의 내기에서 80일 동안 세계일주를 마치지 못한다면 2만 파운드를 내놓기로 하고 새로운 하인 파스파르투와 함꼐 철도와 증기선을 이용하여 런던에서 수에즈를 지나 봄베이와 캘커타를 거쳐 홍콩과 요코하마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갔다가 런던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은 인생과 닮아 있다.

어린 시절엔 부모가 이끄는 대로 가지만,

어른이 되면 나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며,

열심히 계획해 보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기 일쑤고,

만남과 이별이 있으며,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

여행도 인생도 각자의 다양한 방식이 있으며,

어떤 것도 비교 우위에 있지 않다.



포그와 파스파르투의 여행도 이와 다르지 않다.

매사에 정확하고 규칙적인 포그이지만 여행 중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끊임없이 맞닥뜨리며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포그의 돈은 무척 요긴하게 사용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생면부지의 여인을 구하고, 명예를 위해 결투를 하고, 파스파르투를 구하는 의리있는 행동은 포그가 부와 명예에 걸맞는 진정한 신사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하여 포그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그는 여행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많은 돈을 쏟아 부었고, 온갖 종류의 교통 수단을 이용했다.  그런데 포그가 이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얻은 것은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얻은 것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을 얻게 된 것을 뺀다면 말이다.  믿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포그는 그녀를 만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하찮은 것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세계 일주를 하지 않을까?(212쪽)



삶의 끝이 죽음이라면 여행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더 이상의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어떤 모험도 도전도 하지 않는 정신이 아닐까?

그 어떤 배움도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우리의 정신은 더 이상 여행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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