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은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던 문지방 위에서 읽었을 것이다. 완역판으로 다시 읽으며, 과연 13살 꼬맹이가 줄거리나 제대로 이해했을까 회의적이다. 하물며 저자가 천재라는 생각에 미치지 못했으리라!

[프랑켄슈타인] 읽은 지 벌써 3주가 흘러가는데, 나는 아직도 일상에서 불쑥불쑥 메리 셸리를 떠올린다. 200여 년 전, 10대 소녀가 소설을 통해 던진 화두가 어떻게 21세기에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지 작가인 메리 셸리에게 탄복한다. 상상하기를 좋아했다는 그녀가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몽이라도 꾸었을까, 나 역시 상상한다.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프랑켄슈타인]은 초자연적 소재로 공포 이야기를 만들어보자는 가벼운 내기의 결과로 탄생했다(워낙 유명한 썰이다. 메리 셸리의 남편, 시인 바이런 등 같이 어울리던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하여 공포소설 만들기 내기를 했다는 건). 메리 셸리는 자신이 꿈에서 보았던 영상을 9개월 집필로 살을 붙여 세상에 내놓았다.


'최초의 SF'라는 평가를 받는 이 "위대한" 19세기 작품이 어떻게 탄생하였는지는 [위대한 괴물의 탄생]이 알려준다. 이 그림책에서는 태어난 지 11일 만에 어머니를 잃은 메리 셸리의 유년기 삶이 결코 평탄하기 않았으며, 소녀가 그 와중에도 지적인 열망을 풀어내려 노력했음을 보여준다(이는 작품 속에서 '프랑켄슈타인'이나 '월튼 선장'의 지식욕과 탐험정신으로 싱크로된다). 또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다는 아켈레스 건이 도리어 이 재기 발랄한 소녀에게는 범접불가한 창의력을 끌어낸 플러스 요인이었음을 암시한다.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그 우아한 문체가 아름답지만 답답하게 느껴졌다. 황망한 죽음이 자주 발생해 21세기 인간으로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메리 셸리 자체가 평생, 21세기 현대인에게는 생소한 이유의 죽음들(예를 들어, 어머니의 산욕열 등)을 가까운 이로부터 자주 경험해왔기 때문에 그런 설정이 작위적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나는 [프랑켄슈타인]을 고딕, 공포소설로 분류하기 이전에 철학소설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그 정도로, 19세 소녀의 머릿속에서 나왔다고 보기에 과히 심오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빛나는 작품이다.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망자의 세계와 소통을 강렬하게 희구해왔을 어린 딸의 염원은 다른 이에게 쉽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열어준 것만 같다.



** 메리 셸리는 1700년대 태어난 사람인데도, 교통수단 훨씬 발달한 오늘날 나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게 논다. 우리 나이로 딱 중2 시점, 반항심 최고조이던 시절 아빠와 의붓엄마가 멀리 떠나보낸 스코틀랜드에서는 광활한 자연과 어울렸고, 더 크게 한 방 가족에게 어퍼컷 날릴 때는 아예 유부남과 국경을 넘어 도망간다. 그림책에서는 우리 나이로 고딩인 메리 셸리가 아내 있는 연상남과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면서도 죄책감이나 불안감은커녕 해방감을 만끽하는 표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그래서 나는 아래 페이지를 [위대한 괴물의 탄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페이지로 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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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23 0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가장 놀랐던게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이 아니었다는...

200여년전 작품이라기에는 너무 세련된거 같아요~!!

얄라알라 2023-11-23 15:29   좋아요 0 | URL
˝괴물˝이라는 그 존재의 청산유수에 저는 그만 입이 떠억 벌어졌습니다

stella.K 2023-11-2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동에서 나오기 전 것을 가지고 있다가 안 읽어서 중고샵에 판 기억이 있습니다. 얄라님 이리 쓰시니 읽고 싶네요. 올린 그림들 책에 나온 그림인가요? 암튼 좋은데요?
저는 그 문지방 때 뭘 읽었나 모르겠습니다. 어린이 문고본 떼고 어른이나 보는 세로줄 소설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아,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나 캐리같은 공포소설 읽으려고하다 실패했네요. ㅋ

얄라알라 2023-11-23 15:31   좋아요 1 | URL
^^ 안녕하세요 Stella k님

[프랑켄슈타인] 읽기 전에 검색 많이 해서 문동 번역으로 택해 읽었어요^^ 추천들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프랑~]읽고 메리 셸리가 궁금해서 책 뒤지다가 결국 그림책으로 갔습니다.

저 그림은 그 그림책에 나오는 건데, 연애 즐거움에 흥분된 표정으로 도망가는 메리 셸리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지 않나요?

yamoo 2023-11-23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프랑켄슈타인 완역본을 읽은 적이 없는데, 얄라님 리뷰를 보니 봐야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미를 당기는 리뷰 아주 잘 봤습니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좀 힘들었겠다는 느낌이 있긴 했는데, 진짜 힘겨운 유년 시절을 보냈네요. 그 어둡고 우울함이 프랑켄슈타인을 탄생시킨 동력이 된듯합니다~^^

얄라알라 2023-11-28 01:14   좋아요 0 | URL
네네 yamoo님께 강렬한 영감을 줄지 모를 작품입니다

저는 작품에서 ‘괴물‘로 불리는 존재의 화려한 언변(?)에 기가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19살이 이런 글을 썼다고??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10대 중반 메리 셸리가 얼마나 매력적이었으면 아내 있는 남자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일 수 있었을까? 그런 궁금증도 들고요^^

그럼 좋은 화요일 맞으시기 바랍니다. yamoo님^^
 

낙천적으로 말하자면 "소박"해진다. 삶의 목표가.

책 읽기에서도 예전만큼 목적과 방향성이 뚜렷한 전진이 없다. 손에 집히는대로, 주기가 짧아진 취향 따라 읽고 있다. "300번대" 계획적인 독서는 옛말이다. 서가를 거닐며, 진지한 반성과 계획을 세우던 날의 감정도 아련하다.



그렇게나 게을러졌는데도 이번 한 주에 4권 - 특히 그 중 3권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빙의], [ 밤이 오면 우리는]은 한 자리에서 책 펼치자 마자 끝까지 다 읽는 집중력으로-을 읽었다는 점은, 감히 106kg의 몸으로 나비처럼(?) 텀블링을 하는 전직 카포에라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 이틀밤을 잠 몰아내며 책 보던 시절도 있지 않았겠어? '자신을 너무 소박하게만 보지는 말자.'는 격려이자 각성!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1997년 출간 되어 5억 부 이상 팔렸다는 이 소설의 묘미는 영화 영상에 다 담기지 않았구나! 덜 자라고, 자신의 잠재력에 확신이 없는 미성숙한 영웅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모 부부에게 정서적 물리적 학대를 당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해리포터에게서 로알드 달이 창조한 "마틸다" 캐릭터도 겹쳐 보였다. 영국이라 그런가, 계층성에 대한 일상의 감각도 그러하고 뭔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빙의]

후각이 뛰어난, 미각이 남다른, 지능이 월등한...... 평균 이상 능력 지닌 사람들이 분명 있기에 나는 가끔 "예민한" 사람들을 그 관점에서 본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그 세계가. 신과 소통한거나 소위 영혼에게 몸을 빌려준다는 사람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꾸준히 읽고 보아왔는데 [빙의]는, 신의 몸주인 아버지를 둔 막내딸이 쓴 일기형 에세이이다. 제목과 상응하는 1부가 가장 흥미롭다. 저자의 나이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는데, 착하고 의리파인 아버지를 속이고 등쳐 먹어온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의 정서에 아직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다. [빙의]는 신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쩌면 사람에 대한 환멸을 토로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동시에 만약 내가 저자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었다면 비슷한 정서구조와 사명감(아버지의 세계를 글로 풀어냄) 가졌을지 모른다고 인정한다. 


[밤이 오면 우리는]

홀딱 빠져 집중해 읽었다. 이로써 정보라 작가의 책 두 권째 읽는다. [저주 토끼]에 비해 덜 괴기스럽고 더 쉽게 공감 되며.주변에 추천해주어도 호불호 떠나 볼멘 소리 안 들을 소설이다. 넘 재미있었다. #흡혈귀 #AI #인간을 등쳐 먹는 인간 #21세기형 양육강식 강령 이 등장한다. 쓸 거리가 많아 리뷰는 따로 나중에! 



[운동화를 신은 뇌] & [위험한 과잉의료]

최근 읽은 [위험한 과잉의료]와 나란히 연결해 리뷰 쓰겠다고 몇 번 생각만 하고는 실행하지 못했다. 같이 읽으면 더 또렷하게 각인될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제목이 말 다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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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1-20 0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머릿속에 쓰려고 하는 글만 해도 열 편 넘어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3-11-23 06:17   좋아요 0 | URL
ㅋㅋㅋcyrus님 그 말씀 완전 공감되어 뜨끔한 저 ㅋ

고양이라디오 2023-11-20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해리포터 한 번 읽어볼까 생각해왔는데 얄라님 리뷰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얄라알라 2023-11-23 06:1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고양이라디오님, 저처럼 [Dune2] 엄청 기다리시고 계시겠어요.
요샌 극장 갈 일이 없더라고요

해리포터 지난 금요일에 읽은 후 이번 주 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해리포터 이야기를 시도했는데 의외로 반응들이 극과 그이더라고요(재밌는 발견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책 한 번 잡으니 손에서 못 놓겠던데^^:;

고양이라디오님께서도 한 번 읽어보시어요. 매우 다른 관점이실지도 몰라요. 저는 적어도 1권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겸손함‘이나 ‘항상성‘의 가치가 등장해서 더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
 

11월 16일, 목요일. 대한민국 수학능력시험 시행일이었다. 시험 하나에 나라가 들썩이는 형국을 외국인들이 신기해한다는 식의 뉴스 기사들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대한민국 반도 밖 외부자의 시선에서야 뜨거운 입시경쟁열기가 독특해 보이나 보다! 산후조리원 입소나 돌잔치 뷔페 예약부터 경쟁하고 유치원도 추첨으로 경쟁자를 이기고 입학하고 경쟁 after 바늘구멍 경쟁을 체화한 한국인에게는 뭐 새삼 새로울 것도 없다. 1990년대, 2000년대 한국 사회 가족을 분석한 글들을 뒤지다 보면, 특히 도시 중산층 가족을, 대학입시라는 마라톤에 출전한 팀으로 비유하는 경우도 찾을 수 있다. 엄마는 총괄 디렉터이자 코치, 아이는 그 가문의 영광을 드높여주기 위해 선발된 대표주자. 너무 뻔하고 익숙한 풍경이라 이건 뭐 박사 학위 가진 학자들의 분석이라기에는 블로그 일상 글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내 말은, 그 정도로 "입시경쟁 승리를 위한 청소년 쥐어짜기"는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에게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능이 끝난 밤, 길을 걷는데 멀리 보이는 낮은 빌딩의 꼭대기 층이 지나치게 환하다. 눈이 부시다. 간판을 보니 100% 입시학원이다. "###$ 스파르타"라는 걸 보니, 재수생 특화 학원일지도 모르겠다. 어둠이 뚫고 나오는 공격적인 형광 불빛에 눈살을 찌푸리며 나도 모르게 '졸래야 졸 수가 없겠네. 가여워라.'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저렇게 눈이 시리게 훤한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어떻게 졸 수나 있을까? 눈 꽉 감아도 저 강렬한 빛의 고문이 얇은 눈꺼풀을 뚫고 들어올 것만 같았다.




"스파르타" 학원의 형광등 고문을 보다 보니, 고등학생 때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그 당시엔 한 교실에 4~50명씩 바글바글하게 앉아 공부했는데, 모든 학생이 1인당 30만 원씩 전기세를 내라고 했다. (주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새우깡이 300원(?) 하던 시절이었으니 30만 원이면 새우깡이 1000봉지(그렇다! 새우깡을 좋아하는 나는 BIg Mc지수 대신 '깡지수'로 환산한다.) 자율학습하는데 불을 켜놓으면 전기세가 많이 나오니 각자 차출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다시 말하지만 주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가 그 돈을 내셨고, 세상 셈법에 아둔했던 나이지만 '"30만 원 곱하기 50명 = 1500만 원" 교실당 1500만 원이면 전기세가 몇 억씩 나온다는 건가? 전기가 그렇게 비싼 건가?'하며 의아해했다. 지금은 그 돈이 누구에게 갔을지, 왜 필요했을지 너무나 잘 안다.

그 시절, 형광등 전기세를 빌미로 거둬갔던 상납금이나 2023년 밤거리를 밝히는 '스파르타'의 불빛이나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나 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는 19살에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셀리 같은 10대가 나오기 어려운지도 모르겠다. 정말 똑똑한 친구들을 형광등 불빛 아래 가둬 놔서 비타민D 결핍이나 걸리게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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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7 0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23-11-17 0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판 불빛이 밝힌 밝네요. 음...저 간판은 빛공해로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봅니다...ㅎㅎㅎ

근데 무슨 학교에서 인당 30만원씩 전기료를 내라고 하나요?? 저도 사립고를 다니긴 했는데...학생들에게 전기료를 걷는 학교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정말 희한한 학교군요!!

2023-11-17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3-11-20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학교에서 전기료를 내라고 한 건가요 그건 좀... 학교에서 그런 걸 학생한테 내라고 하다니... 그런 건 안 내도 괜찮을 텐데,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도 고등학생일 때는 내라고 하면 내기도 했겠습니다


희선

2023-11-20 0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집밥 사진, 아닙니다. 고물가 시대, 김밥 한 줄이 6,7000원씩 하는 마당인데 단돈 7000원짜리 구내식당 점심밥 사진입니다. 평소 지나다니며 몇 번 보았던 구내식당에서 처음으로 식사해보았습니다. 늘 궁금했어요. 구내식당에서 주로 어떤 분들이 식사 하실까? 오늘 점심 시간에 둘러보니 80% 이상이 할머니, 할아버지이십니다. 비오는 날 따뜻한 식사 한끼가 주는 활기가 넓은 구내 식당에 넘쳤고 적어도 식사하실 때만큼은 어르신들의 활기에도 싱싱한 젊음이 배어 있습니다. 저는 그 식당 한 구석에서 2인용 탁자를 조용히 차지하고 앉아 식사하며 그제서야 생각해봅니다.

아! 어르신들, 은퇴하시고 사회적 연망 적어지고 외로우실 때 이렇게 구내식당 나오셔서 한끼 저렴하게 해결하시면서 친구 사귀시는 구나. 이 식당의 밥만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구나!


평소 도서관 구내 식당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학생들이 주 이용객일 거라는 추정과는 달리 젊은 엄마와 그 자녀들이 이용하시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그 광경을 보면 제 상상력이 발동하지요. 요즘엔 (적어도 제가 사는 지역에선 학생들 용돈이 직장인 평균 용돈보다 많은지)학생들이 구내식당 같은데서 먹는 모습을 많이 못봅니다. 엄카 들고 좋은 식당을 삼삼오오 찾아가지요. 도리어, 어린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이 취약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집밥 할 여유와 체력은 안되는데 가급적 집밥 스타일로 먹이고 싶을 때 찾는 곳이 도서관구내식당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맛있게 구내 식당 이용하시는 분들께 제 분별없는 상상력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구내 식당 이용자 분포와 패턴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누가 관심을 많이 받아야할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밥 한 그릇 사진을 놓고 별별 생각을 다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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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1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7 0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7 0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3-11-16 1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 도서관 구내식당은
훨씬 더 후지... 아 요즘에는 이런
표현 쓰면 안되나 봅니다.

암튼 그러하답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요즘에는
무료배식하고 그러는 곳도 많
이 줄었다고 합니다.

참 고물가로 멀쩡한 직장에
다니는 청년들도 무료급식소
를 찾는다는 기사를 봤습니
다. 고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이 되었습니다.

얄라알라 2023-11-17 00:50   좋아요 1 | URL
그러지 않아도 오늘, 아니 16일,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요즘 문닫은 급식소 많다는 이야기 사람들과 나무며 안타까워했어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선순위는 인간의 먹을 권리를 권리로 인정해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후지다^^ ㅋㅋㅋ 저는 매냐님께서 뭐라 하셔도 다 재미있습니다. ㅎ항상 감사드립니다

책읽는나무 2023-11-16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7천 원에 저렇게 6가지 반찬을 해서 먹기 힘든데 말입니다. 저도 가서 먹고 싶군요.^^
친정 아버지도 코로나 전까지 복지관에 가셔서 수업을 몇 개 들으시고 구내 식당에 들러 2천 원을 내시고 꼭 식사를 하고 오시더군요. 2천원 식사 얘기를 듣고 제 귀를 의심했었어요.
지금은 식사는 안나온다고 하신 것 같던데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근데 김밥이 벌써 6~7천 원이나 되었나요?
깜놀입니다.
저도 김밥이 넘 비싼 것 같아 그냥 대충 집에서 말아 먹곤 해서 요즘 김밥이 그렇게나 값이 비싸졌는지 몰랐네요.
요즘은 정말 식사 한 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요. 지인들과도 밥 한 끼 하자! 라는 말이 서로 쉽게 안 나오구요. 밥은 각자 먹고 만나자!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어요.ㅋㅋ
그리고 언젠가 절약하자는 분위기의 유튜브를 봤는데요. 거기 유튜버들 몇명도 직장 상사가 밥을 한 끼 샀으면 후배도 얻어 먹지만 말고 한 끼 정도는 밥을 사는 게 예의라는 분위기의 말을 하던데 듣고서 정말 문화가 많이 바뀌어가는 걸 느낍니다.
학생들은 더치페이가 완전히 익숙한 문화인 것 같구요. 듣고 있음 너무 심하지 않나? 싶을 정도더군요.
고물가 시대라 밥 먹는 문화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얄라알라 2023-11-17 00:53   좋아요 1 | URL
김밥˝이나˝ 먹자 하다가, 정말 6, 7000원씩 하는 걸 보고 안 먹은 적이 잇어요. 책읽는 나무님^^;;;

그런데 당근도 2개 포장해놓고 5000원 받는 걸 보면 김밥 가격도 이해는 됩니다.

저는 한번은 동네 쭈꾸미 전문점에서 점심 시간에 고등학생 여러명을 보았는데
학생들이 공짜 학교 밥을 놔두고 조퇴를 해서 굳이 비싼 쭈꾸미 정식을 먹더라고요^^;;;;
정작 저 학생들에게 ˝엄(마)카(드)˝를 제공한 엄마들은 외식비 팍팍 쓰지 못하실지도 모르는데

저 분위기는 뭔가 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책읽는나무님 말씀처럼 ˝고물가 시대 밥 먹는 문화˝가 정말^^;;

많이 바뀌어갑니다.

yamoo 2023-11-1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구내식당은 4500원인데....솔직히 저거보단 잘 나오는 듯합니다. 항상 맛 없다고 불평했는데...ㅎㅎ 반찬은 국 포함6-7가지 정도 됩나다. 고기나 생선류가 항상 나오는데..저기는 닭튀김인가? 저거 하나네요...전체적인 비주얼이 회사 구내식당과 비교해 저렴해 보입니다. 위 사진을 보니...우리 식당은 아주 저렴하게 잘 나오는 것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고 영양사님에게 투덜거린 걸 반성하게 되네요..^^;;

얄라알라 2023-11-17 00:56   좋아요 0 | URL
우유 900ml가 4500원쯤 하지 않나요?
와 5000원 밑으로 뭔가를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저 곳은 체육 시설 있는 곳인데, ‘체육‘이라는 이미지와 달리 정말 8~90% 노인분들께서 식사하셔서 놀랐어요. 저는 저 곳의 밥이 너무나 싸서 놀랐는데 4500원에 육류단백질까지 충당 가능한 구내식당을 아시는 yamoo님 보시기에는 ㅎ

반찬이 6-7가지라니 너무나 놀랍습니다!

hnine 2023-11-16 1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볼드체로 쓰신 부분, 공감이요.

얄라알라 2023-11-17 00:57   좋아요 0 | URL
네, hnine님
공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령화 쓰나미의 여파에 준비를 미리 해야할 텐데,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각성중이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을지, 상상하면 불안해집니다.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아무리 봐도...^^;;;

페크pek0501 2023-11-16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의 글, 좋은 자세입니다.^^

얄라알라 2023-11-17 00:58   좋아요 0 | URL
발레를 사랑하시는 페크님께서 칭찬해주시니 으쓱^^ 감사드립니다

2023-11-20 0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9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White Literary LLC, CC BY-SA 3.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3.0>, via Wikimedia Commons


E. B. 화이트.

1954년 칼데콧상 수상작 [샬롯의 거미줄]의 저자입니다만 이 분에 대한 (한국어)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쉬운 대로 작가가 남긴 말씀과 책들을 퍼즐 삼아 추정해보니 E. B. 화이트는 어린시절부터 동물과 교감하고 함께 살아오는 데 익숙하신 분 같습니다. 그래야 [샬롯의 거미줄]의 행간도 더 잘 이해되거든요.


 10살 꼬마랑 [샬롯의 거미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표지 그림이 암시하듯 이 책에는 돼지, 거미, 양, 거위 등이 등장하는데요. 꼬마가 이렇게 말했어요.

진짜 돼지 본 적 없는 데요. 닭도, 소도 본 적 없어요. 고기로 된 것만 봤어요.


그 말에 무척 놀란 저는 물어봤죠.

2~30년 후 네가 혹시 아빠가 되면, 네 아가는 강아지도 고양이도 본 적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 동물이 사라져서.....갑자기 무서워지지 않니?



사실 무서움을 느낀 건 그 꼬마가 아니라 저였어요. 코로나 펜데믹 이후 특히 더 "비인간 동물"이라는 "용어"가 유행하던데, 사실 "인간"이나 "비인간 동물"이나 편의상의 범주로 갈렸을 뿐 늘 가까이 살아온 게 아닌가요? 점점 더 이 지구 위에 인간 편의를 위한 동물만, 그 편의 용도로만 남게 된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까? 살아서 새끼도 낳고 풀밭을 거닐던 생명들이 100g 당 15000원식의 가격표가 붙여진 상품으로만 인식된다면, 어린이들은 동물이 등장하는 그림책을, [샬롯의 거미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소가 아니라 '사태, 양지, 등심, 안심'으로 분할되거나, 돼지 '윌버'가 아닌 '목살, 베이컨, 보쌈용' 세분화된 상품으로만 인식되는 동물을 두고 아이들은 어떤 교감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은 제 스스로에게 품어야 합니다.

저는 10월 베트남 여행에서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가벼운 충격도 받았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는 동물이 신기했던 저는 호들갑까지 떨며 좋아했는데요. 고백하자면 저는 사람 외 동물을 무서워하거나 싫어해서(특히 비둘기), 가까이도 안 갑니다. 이번에는 사파리 투어 버스를 타고 얼룩말, 호랑이, 곰 등을 보았는데 사람에게서 느껴본 적 있는 위풍당당한 기품을 느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동물원, 좁은 시멘트 공간에서 학대당하던 동물들과 달리 넓게 툭 트인 공간에서 움직이는 이들은 우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당당한 우아함에 허를 찔린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진짜 돼지, 소, 닭을 본 적 없다"는 꼬마가 아니라,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면서도 제대로 동물을 본 적 없는 제가 더 놀라운 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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