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단원들이, 장충동 보금자리에서 잠시 떠나 강남의 LG아트센터로 나들이를 했다! 지난 2016년, 2017년에 국립극장 무대에서 추었던 "시간의 나이"를 LG아트센터에서 춤 추는 경험이 어떠할까? 고양이의 호기심으로 궁금하다.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2019년 3월 15일~17일 무대를 어떻게 느꼈을지.



지난 2015~16년, 프랑스 샤오국립극장 시즌 폐막식에서 "Shigane Nai(시간의 나이)"는 관객의 기립박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다. 이후, 유럽 무용계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데 과연 본국 한국에서는 어떤 반응일까?

일단 전석 매진!



마지막 공연이 있던 17일 일요일 오전, 15시 공연 티켓 추가 예매를 하려 인터파크 로그인해보니, 이미 판매마감. 다급한 마음에 국립극장 측과 통화해보니 "전석 매진! 티켓 구매 불가"

와우! 최근 국립현대무용단의 전석 매진 행보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검증된 퀄리티의 현대무용 공연이라면 "매진" 보증되나 싶었다. 고무적이다.



공연 시작 10분 전, LG아트센터 로비는 혼잡 그 자체였다. 티켓 발권하려는 관객들 줄이 길게 늘어섰다. 특히 한눈에 봐도 '직업 무용수, 무용수 지망 꿈나무'로 보이는 관객이 많았다. 객석은 만석. 내 좌석은 2층 맨 뒷줄 중에서도 가장 끝자리인지라 시야가 답답하다. 내년에 "시간의 나이" 다시 공연될 때는 1층에서!



프랑스의 세계적 안무가 조세 몽탈보(Jose Montalvo)는 한국 무용 무용수들이 타악 연주와 춤을 동시에 능숙히 수행하는데 감명 받아 "시간의 나이(Shigane Nai)"를 안무했다고 한다. 안무를 위해, 한국을 수차례 오가며 한국춤을 면밀히 관찰하고 그 특유의 "흥"을 알아갔다고 한다. 그는 국립무용단의 무용수, 즉 한국의 무용수들이 이미 가진 몸 어휘에 자신의 스토리를 입혀 변화를 꾀했다고 한다.

아래 기사 내용으로 추측하건대, 그 변화의 폭이 상당해서 '익숙한 레퍼토리'를 반복하며 완성도를 높여온 국립무용단 측에서 살짝 부담도 있었나 보다. 안무지도를 맡은 윤상철이 "이래도 되나 싶긴 하지만, 조금씩 굉장히 새로워지겠구나"라고 했다기에 드는 생각이다.

인터미션 없이 70분간 이어지는 공연의 막이 오른다. "시간의 나이"는 3부 구성이다. 1부 "기억," 2부 "세계 여행에의 추억," 3부 "포옹"으로 이뤄지는데 각 부마다 음악과 무대미술의 질감과 느낌이 확연히 달라지기에 공연안내 팜플렛을 미리 보고 오지 않은 관객도 쉽게 구성을 따라갈 수 있다.



1부. 몽탈보가 감명받았다는 "한국 전통무용의 타악기"를 전면에 배치한다. 몽탈보는 마치 '킹콩' 영화의 고릴라 몸짓같은 춤 어휘를 한국 전통 무용과 결합시켰다. 무용수들은 알 수 없는 괴성, 환호를 지르거나 "날 좀 보소, 날좀 봐, Look at me!"를 외쳐댄다. 외치지만 소통("날 좀 보라"는데 다른 무용수들은 정작 반응이 없다)은 없다. 혹자가 이 작품을 두고, "오리엔탈리즘"을 언급했다던데, 실은 나 역시 "한국의 전통과 프랑스의 현대성이 결합된 춤"이라는 어떤 평을 보고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더라.

몽탈보의 의도는 긴 시간성에도 이어내려오는 몸짓의 정신, 몸짓 어휘의 역사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시각예술 전공자답계 몽탈보는 영상자료를 무대미술로 끌어왔다. 2부의 주역은 국립무용단 단원 플러스 다큐멘터리 "휴먼"이다. 몽탈보는 "human의 영상을 후면에 배치하여 무대 위 현재성의 몸짓으로 영상을 살려내려는 안무를 시도했다. "세계여행의 추억"이라는 부제를 단 2부는, 실은 '소풍으로서의 여행'이 아닌, 생존으로서의 떠돌아다님, 즉 유럽의 난민문제를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비장했다. 음악도, 춤도, 비장미와 우울감을 강화시키는 느린 몸짓. 한국춤의 부드러운 상체 움직임이 돋보인다.

2부 부채춤 2인무 파트가 "시간의 나이" 전체에서 가장 몽탈보스러웠고 가장 만족스러운 안무 시퀀스였다.



3부는 라벨의 볼레로를 써서 소위 한국 전통 무용에서의 "신명, 흥"을 현대 무용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였다. 마찬가지로 고릴라 몸짓이 계속 등장한다.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워보일지라도 그 안에 집단의 리듬이 있는데, 한국 전통 춤에서의 한국 전통 춤에서의 '흥'은 떠들석 각자 야단스러운 느낌이지만 그 안에 집단성이 있는데 몽탈보가 안무한 군무의 흥은 다소 혼자 통통 튀거나 고립되며 발산하는 느낌? 볼레로를 배경음악으로 썼다는 메리트 외, 뭐가 더 있는지 잘 모르겠다.



만석 객석에서는 우뢰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공연이 끝나고도 따뜻한 응원의 박수와 출연진측의 인사가 오래 이어진다. 막공연 커튼콜의 매력이다. 국립무용단 단원들이 다음번에도 현대무용 콜라보레이션 레퍼토리를 확장했으면 좋겠다. 손바닥 얼얼해질 정도로 박수로 보답드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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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 가득한 마음으로 찜해두었던 클래식 음악 공연이었습니다. "김재원 & 프랜즈!" 바로 이 포스터 때문입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는 일년이면 100회 이상 무대에 오른다니 저처럼 클래식 저 변방을 기웃거리는 청중이어도 얼굴이 익숙하지만, 그의 친구들때문에 꼭 공연 가보고 싶었습니다. 젊음 그 자체가 매혹적인 세 명의 아티스트, 그들의 음악도 젊음처럼 열정적이고 자유로울 것 같아 꼭 연주 듣고 싶었습니다.

 

화이트데이를 맞아 준비한 무대라는데, 공연이 있던 3월 15일 저녁엔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돌풍과 함께.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8시 정각에 도착 못해서, "오은철" 작곡가의 "마리오네트의 춤"을 놓쳤습니다. 많이 속상했습니다.

"김재원 & 프랜즈"는 피아니스트 김재원, 첼리스트 배성우, 바이올리니스트 권명혜, 비올리스트 이신규 순으로 각각 피아노 반주로 독주를 들려준 이후, 삼중주, 사중주로 연결되는 구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먼저, 첼리스트 배성우.

현재 유명한 배우의 젊은 날을 떠올리게 하는 날렵한 턱선과 호리호리한 체구, 귀족적인 외모인데 연주에서 자유분방한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앵콜 곡이었던 libertango연주할 때는 구둣발을 굴러가며 연주에 몰입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간만에, 누구간와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만큼 매혹적인 아티스트였습니다. 권명혜 바이올리니스트, 그녀의 악기인 바이올린은 첫 활을 켤 땐 낯설고 거칠다는 첫인상을 주었지만 이내 권명혜의 분신으로서 그녀의 개성을 맘껏 드러내습니다. 익숙했던 Carmen Fantasy였지만 권명혜의 연주로 들으니 처음 듣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비올리스트 이신규.

연주 직전에 피아니스트 김재원과 대화 형식으로 자신의 선곡에 대한 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유머 감각을 거침없이 하이킥 수준으로 드러내시더군요. 악기 소개를 해달라고 하자, "제 악기요? 비올라요?"라고 하지를 않나, 3월 15일인데도 "오늘이 화이트데이인데 커플들이 청중석에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도 해서 객석에 깜짝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3월 16일이 여동생의 결혼예정일이라며 축하하는 마음으로 Bruch의 Romance Op.85를 연주했습니다. 비올라 단독 연주를 들을 기회가 많이 없어서 귀를 쫑긋하고 온 마음으로 들었습니다. 이신규 비올리스트는 너무나 편안한 표정으로 직립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연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곡의 절정으로 다다를수록 자세가 꼿꼿해지며 등을 곧추세우는 모습이 무척 이채로웠습니다. 팜플렛을 살피니 줄리어드 음대 학사 석사 전액 장학생이자 현재 많은 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중인 아티스트인데, 겸손한 분이구나 싶었네요.

3월 15일 "김재원&친구들" 덕분에 넘 좋은 곡을 새로 알았습니다. 바로 '스메타나' 작곡의 피아노 삼중주와 타네예프의 피아노 사중주. 연주회 다녀온 이후 계속 이 두 곡을 찾아 듣고 있습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와 네 분의 호흡이 어찌나 자연스럽게 맞고 연주가 편안하면서도 열정적이던지, 빠지지 않을 수 없었네요. 이 곡들은 한국에서는 흔히 연주되는 곡이 아닌가 봅니다. 김재원 피아니스트가 곡 해설하면서, "국내 초연"은 확신할 수 없지만 "최소한 성남 초연"을 확실하다고 덧붙였거든요. 다른 아티스트들의 연주이지만 이 "스메타나"의 삼중주와 "타네예프"의 피아노 사중주 링크도 걸어봅니다.

체온이 족히 2도는 올라갈만큼 열정적으로 박수 쳤습니다. 이처럼 멋진 음악을 들려준 김재원, 권명혜, 이신규, 배성우 아티스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길은 청중으로서의 박수 밖에는. 덕분에 이분들의 연주 몇 분이나마 더 들을 수 있었어요. 앵콜 곡으로 Libertango를 이신규 비올리스트가 편곡한 곡으로 선물 받았거든요.

돌풍에 비가 많이 오던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TLI아트센터 객석도 많이 찼고, 멋진 음악과 박수로 다들 마음이 후끈해져서 공연장을 나왔을 거예요.

클래식 음악 공연장, 이 기쁨에 찾는구나를 느끼게 해준 고마운 공연이었습니다.

김재원, 권명혜, 이신규, 배성우 네 분의 협연 자주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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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학전블루. 자주 드나들진 못했어도 청춘의 기억 퍼즐 한 조각인 이곳을 이제 "어린이 무대" 보러 다시 찾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하철 1호선"과 "김민기"로 상징되는 이 문화예술공간이 세월이 흘러도 한자리를 지켜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학전 어린이 무대" 작품이라면 놓치지 않았다고 자부하지만,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소재 정도만 알고 지나쳐왔습니다.


1980년대 탄광촌, 강원도 사북을 배경으로 했다기에 왠지 (아이들이 이해하기엔) 어두운 내용일 것 같다는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가난, 노동자, 열악한 주거환경과 교육환경 등 뻔히 그려지는 밑그림에 어떤 이야기를 수 놓은들, 풍요가 당연한 권리인줄 아는 21세기 꼬마들이 공감할까 걱정되었고요. 그렇게 작품을 일부러 지나치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외면한다고 생각 안해볼 문제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난 주말 대학로를 찾았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방문했습니다. "학전 어린이무대" 연극이 대부분 120분 내외인데 반해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50분 소요되는 노래극이었습니다. 막이 오르고 본격 연극으로 넘어가기 10분 동안은 이홍재 배우가 직접 얼굴에 숯검댕 얼굴에 광부의 옷차림을 하고는 "석탄, 탄광촌, 화석연료," 등을 어린이관객에게 설명해주더군요. 12개월 내내 난방, 냉방 장치에 계절의 온도감도 모르고 심지어 3구짜리 가스레인지조차 낯설어할 아파트 키즈들이 연탄을 어찌 알겠나요? 꼬마 친구들은 겨울에 나무뗄감, 연탄 쟁이고 번개탄으로 연탄 살리기 등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래서일까요?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참 잘 만든 연극이지만 주 관람객이 10세 전후의 어린이임을 고려하면 다소 어려울 수 있겠네요.




이야기의 배경은 강원도 탄광촌, 초등학생 연이가 일기를 쓰며 시작합니다. 연이와 동갑내기 단짝 '순이'에게는 부모님께서 모두 탄광촌에서 일하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은 '순이'아버지께서 갱도에서 사고를 당해 돌아가셨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두 아이는 비슷하고도 다르군요. 순이는 아빠 잃은 슬픔이 크지만, 꿋꿋하게 하루하루 살아나갑니다. 장난꾸러기 탄이가 "아빠 없다"고 놀려댈 때만 마음이 무너지지만요.


이형자 작가의 평면회화


어느 날, 탄광에서 사고가 납니다. 연이 아버지가 탄이 아버지를 무사히 구해 나오셨지만 탄이 아버지는 사고로 다리를 잃으시고 실의에 빠집니다. 술로 세월을 보냅니다. 탄이가 신문배달도 하고, 탄광촌 잡 심부름을 하며 푼돈을 모아와도 탄이 아버지는 술을 마십니다. 설상가상, 탄이를 중학교에 진학시키지 않겠답니다. 탄이는 기르던 흑염소를 팔아서라도 중학생이 되고 싶어했지만 완고한 아버지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만....그 흑염소로 아빠 보양식을 해드리라고 하네요. 하지만, 정말 배우고 싶어합니다. 더 큰 학교에 가서 더 많은 것을.



부모를 향한 효심.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배우고 싶어하는 그 열망. 육신의 에너지를 팔아서 소위 식솔을 먹여살리다가 불구가 된 육체 노동자의 고통, 냇가의 찬물로 탄광촌 광부의 작업복을 맨손으로 빠는 아낙의 강인함. 강요받은 강인함.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21세기 아파트 키즈들에게는 생소할 정서, 고통, 인간유형, 인간관계가 등장하지만 노래극의 형식에 밝은 캐릭터를 주인공 삼아서 극의 분위기가 밝고 따뜻합니다. 또한 이형자 작가의 평면회화, 김지현 작가의 찰흙 오브제를 배경 영상으로 십분 활용하여 무대 분위기에 다채롭게 변화를 주었습니다. '노래와 영상'이 있으니 50분도 짧게 느껴집니다.




"고추장 떡볶이", "우리는 친구다," "무적의 삼총사," "진구는 게임중" 등 학전블루 어린이 무대 작품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유머코드 대사들, 객석에 웃음폭탄 터뜨리는 한방의 대사는 적은 편이지만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도 밝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듯 합니다.

"배움은 소중하다." "가족은 소중하다." "생명은 소중하다" "그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사랑, 그 중에서도 가족과 이웃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의 메시지.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오는 3월 24일(일)까지 공연됩니다. 주인공 역의 김다영 배우님, 학전블루 무대를 통해 이미 낯익은 방진수 배우, 김지윤 배우, 그리고 탄이 역에 이홍재 배우님 모두 미세먼지에 건강관리 잘 하셔서 3월 마지막 공연까지 좋은 목소리로 지금처럼 좋은 노래 들려주세요^^ 다음 번 공연장을 찾을 땐, CD를 구해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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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면, 만든 이들이 보입니다. 처음부터 "아트브릿지"라는 이름이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꽤 오래전에, "소년 이순신, 무장을 꿈꾸다"라는 역사체험극의 참신한 기획에 감탄하고 높은 완성도에 두 번 놀랐더랬죠. 최근엔 "정조, 인재를 뽑다"를 정동 세실극장에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찾아보니 "아트브릿지(ArtBridge)"라는 '교육연극전문 사회적 기업'이 두 작품의 공통분모더군요.




이 "아트브릿지"에서 3*1절 운동, 고종황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새 작품을 선보였답니다. 제목은 "고종의 꿈." 조선을 삼키려는 일본의 독넝쿨이 국경을 넘어오던 19세기 말인데, 나라가 사라질까 봐 반만년 역사가 종지부를 찍을까 봐 중책감에 시달리던 고종인데, 웬 "꿈"이냐는 첫 반응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무지했던 저도 그랬네요. 하지만 60분 연극에 몰입하고 나니, 두려운 와중에 백성과 나라의 재건을 꿈꾸던 고종의 한 줄기 희망과 의지가 막연하게나마 느껴졌습니다.




3월 2일, "고종의 꿈" 안 보고 2019년 3월 시작했으면 어쨌을까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공연 만족도가 높습니다. 하나, 아쉽게도 이 공연은 3월 1일, 2일, 3일 단 3일간만 정동 세실극장 무대에 오릅니다. 저도 새벽인지라 꽤나 졸립지만, 한 어린이라도 이 공연과 역사탐방 체험을 하는데 제 리뷰가 길잡이가 될까하여 자판을 두드립니다. 그로써 이처럼 의미깊은 공연을 시의적절한 때에 어린이에게 선사해준 '아트브릿지'에 관객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셈이지요.



"고종의 꿈"은 서울시청과 "고종의 길" 탐방로 입구 중간에 위치한 세실극장에서 상영됩니다. 실은 이 작품은 2018년, "서울역사 도심재생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전회 매진의 신화를 기록할만큼 인기를 끌었던 탐방 결합형 공연이었지요. 2019년 3월에는 세실극장으로 무대를 잠시 옮긴 것이고요.



로비 장식과 제작한 기념품 등을 통해 '아트브릿지' 측에서 이 작품을 위해 세심히 신경썼음을 간파했습니다. 먼저, "일월오봉도." 눈에 익숙한 이 모티브는 조선 시대 궁궐 정전의 어좌 뒤, 야외 행사 시에는 천막 안의 옥좌 뒤에 반드시 놓는 병풍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작품이랍니다.


아트브릿지 측에서 기념품도 다양하게 제작했더라고요. 특히 1000원짜리 태극기 머리핀이 가장 눈길을 끌었는데 평소에도 머리카락 위에서 태극기를 휘날리게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긴 하겠더라고요. 에코백은 역사탐방 신청자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해줍니다.(단품 구매시 7000원) 머그컵도, 손거울도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에 딱 적합한 디자인이었어요.



고종, 고종의 총애를 받던 상궁 엄귀비, 애국지사 이재명, 유관순열사의 스승이자 독립운동가 김란사, 참정대신 한규설, 매국노 이완용, 매국노 이완용을 암살시도하다가 사형 당한 독립투사 이재명...총 여섯 인물이 극에 등장합니다. 특히 고종 역의 김정남 배우는 연출자와 동일인인듯 하여 더욱 인상깊었습니다.

애국지사 김란사



애국지사 이재명

극 도입부에는 엄상궁과 독립투사 사이에서 통하는 비밀 신호(꼬끼오 꼬꼬댁 등)로 객석에서 웃음을 유도합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진 이후, 본격적으로 진지하게 100여년 전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말의 조선의 역사를 연극화 합니다. 명성황후가 '을미사변'으로 처참하게 시해당하고 아관파천하기까지 고종이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고 불안한 상황이었는지를 고종 역의 김정남 배우가 잘 전달해주었습니다.



아관파천 후, 기울어가는 정세에도 불구하고 고종이 조선의 국권을 지키고자 결의하고 다시 러시아 공사관에서 나온 일, 이름 알려진 혹은 이름 모를 수많은 우리 선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과정이 60분 연극을 통해 잘 정리되어 객석에 전해집니다. 조선 여성 최초로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 귀국한 후,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양성한 김란사 열사 역의 배우는 "나라의 힘을 기르는 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 또 강조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에게도 그 호소가 가슴으로 와닿기를 바랍니다.





별 평점이 너무 얕은 방식의 평가이긴하지만 별 다섯에 다섯 플러스를 드리고 싶은 멋진 연극이었습니다. 연극이 끝난후, 예정된 역사탐방을 시작했는데요 30여명씩 두 팀으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고종의 길, 러시아 공사관, 중명전, 배재학당"을 출연진이 이끌고 관람객이 따라가는 형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역사탐방 코스는 빨리 걸으면 15분, 이처럼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이동하기에 60분으로 충분한 거리였지만 19세기 말, 20세기 초, 우리 역사를 더 자세히 배우고 싶은 친구라면 더 오래 머물며 뜨거운 울컥도 느껴보면 좋겠네요.



매국노이자 을사오적 이완용을 암살시도한 이재명 열사도 10대, 유관순 열사도 10대....실제 3*1운동에 참여한 인원의 과반수가 10대 20대였음을 생각하면, 뜨거운 울컥에는 발효기간이 따로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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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테스" 입에 착착 붙는 발음은 아닙니다. 2019년 창단한 "카리테스 앙상블"에서 비올라를 맡고 있는 이준서님이 농담을 던지시더라고요. "카스테라가 아니라 카리테스"라고요. Charite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우아미의 화신들이랍니다. 보티첼리의 명화 속 하늘거리는 망사드레스를 입은 여신들이 카리테스겠네요.

이름처럼 카리테스 앙상블의 창단연주회는 우아하고 기품 넘치는 연주자들이 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레파토아 선택으로 '카리테스'스럽게 진행되었답니다.

창단멤버 다섯 분 모두 서울예고, 서울대학교 음대 동문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은 서울대 졸업 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현재 청주시립교향악단 수석단원으로 활동중이고, 비올리스트 이준서는 현재 양주시립교향악단 수석인데 이 날 진행과 해석까지 담당해주었습니다. 청중을 편안하게 해주는 친근한 매력적인 화술이 돋보이는 분이셨어요. 이날 연주한 곡에 대한 정보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로서 각 곡에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작곡가는 어떤 특성이 있으며 시대적으로 어떤 음악 특색이 있는지를 아주 쉽게 풀어 전달해주어 청중으로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첼리스트 배기정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 박사로서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합니다. 플루이스트 이지연과 클라리넷의 김태선 역시 이날 연주를 통해 목관악기만의 매력을 청중에게 제대로 전했습니다. 매료당했습니다.

1부에서는 프란츠 슈베르트의 "String Trio in B-Flat Major, D.471," 3중주 곡으로 시작하여 크로머의 "Flute Quartet in F Major, Op.17"로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2019년 창단이라지만 다섯 명의 멤버들이 이전에도 협연 자주하며 음악적 교류를 해왔기에 플루트와 현악기의 호흡이 너무나 잘 맞더군요.

15분 인터미션 이후 선사해준 곡은 빌라 로보스의 "Choros No.2 for Flute & Clarinet"이었습니다. 해설을 담당해준 비올리스트 이준서에 따르면 "휘리릭 지나가버리는 짧은, 그러나 연주하기 무척 어려운 곡"이라 했습니다. 브라질 국적의 작곡가가 브라질 민속음악의 모티브를 활용해 만든 곡이라고는 하는데 이국적이나 난해하게 들렸습니다. 마지막 곡으로는 헨릭 크루셀의 "Quartet No.1 in E-flat Major for Clarinet, Violin, Viola and Cello, Op.2"를 연주해주셨는데요, 객석에서 '듣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놓을만큼 환상의 호흡으로 연주하시더군요.

앵콜곡도 물론 준비해주셨어요.

그. 런. 데......

다들 왜...청중은 그리....급하셨어야 했나요? 연주 진행중에 어찌나 스마트폰 셔터를 곳곳에서 내내 눌러대는지 기가 찰 노릇이었어요. 스마트폰 벨로 온 객석을 떠나가게 시끄러운 소리로 방해하신 건 고의가 아니었으니 넘어가도, 연주 중에 그렇게 사진 촬영, 동영상 촬영을 했어야 할까요? 가장 뒷줄 좌석에 앉아서 보는데 괴로울 지경으로 셔터 소리가 거슬리고 스마트폰 화면의 불빛에 산만해졌습니다. "카리테스"의 우아미와 맞지 않는 집단 스마트폰 찰칵 증세라고 해야할까요?

평소 현악& 목관, 90분 물 흐르듯 보내고 성남아트센터 건물을 빠져나왔습니다. 미세먼지가 고농도 습격이라지만 아름다운 선율로 마음을 정화시키고 나와서인지 야경이 깨끗하게 느껴졌습니다.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한다는 걸 알고도, 습관적으로 콘서트홀로 올라갔더랬지요. 다음 공연 8월 22일에도 앙상블시어터에서 공연한답니다. 이 때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을 들을 수 있겠네요. 날짜를 챙겨두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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