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 - 사고 습관을 길러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
리용러 지음, 정우석 옮김 / 하이픈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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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우리 사회에 "통섭"이라는 단어를 유행(?) 시킨지도 어언 십수년, 이제 문이과 나누고 수학/과학 따로 생각하는 게 촌스럽다는 것쯤 중딩들도 다 안다. 유행어만큼이나 사고법에도 유행이 있기에, "문학으로 역사 살피기," "미술로 페미니즘하기," "미드 블랙미러로 철학하기" 쯤은 참신한 축에도 못들 정도로 이런 류의 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독자로서야 반가운 출판계 움직임이지만 제목만 보고 옥석을 가리기가 쉽진 않다.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의 제목은 일단 별점 ★★★★☆. 표지 편집 산뜻하다. 게다가 저자 "리용러"는 중국에서 많은 제자들을 베이징대와 칭화대 합격시키며 국제 올림피아드 1등 수상자 제자도 배출했다고 한다. 그의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 2억 뷰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끄는 컨텐츠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머지 별점 하나도 바로 채우려다가 일단 읽어본다. 



 [수학으로 들어가 과학으로 나오기]에는 정녕 수학과학 "*손" "*머리"를 자처하는 이라도 혹할만한 질문들을 탐색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별은 왜 흑백으로 보일까?" "전기렌지는 어떻게 음식을 가열할까?" "쌍무지개는 왜 생길까?" 등.




그러나, 먼저 읽어본 독자로서 미리 충고하자면, 커피마시며 편안하게 책장 넘길 수준으로 가벼운 문장들이 아니다. 거의 매 페이지마다 수학 과학 공식들이 출현하고 전문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즉, 이 책의 최적 독자는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기에 그 어떤 공식들도 기꺼이 한 번 더 곱씹어 소화시켜줄 열혈공부전사들이다. 


분명한 점은 제목처럼, 학교 교실에서 교과서로 배웠던 수학/과학 교과목이 아니라 일상과 연계된 호기심을 더 큰 질문, 그리고 답 추구하기 과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수학/물리/화학/지구과학/ 공식을 더 확실히 파악하고 싶은 독자는 그 용도로, 사고방식을 확장시키는 훈련을 하고 싶은 독자는 공식을 살짝 제껴두고 그 목적을 위해 약게 활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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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라, 조선왕조실록 우리 얼 그림책 5
박윤규 지음, 이광익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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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 읽어줄 베드타임 스토리북으로는 다소 무게감 있는 그림책이었을까요? 201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읽은 책 제목은 <지켜라, 조선왕조실록>이었습니다. UNESCO에서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인정해줄 정도로 위대한 인류의 유산이자 역사적 자랑거리라는 것은 알아도, 정작 누가 이 "조선왕조실록"을 지켜왔는가엔 관심둔 적 없는데 덕분에 잘 배웠습니다. 

박윤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어린이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왜 그토록 역사를 소중하게 여겼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역사를 그저 살아 낸 기록으로 보지 않고, 후손들의 눈이라고 여겼기 때문일 겁니다...(중략)...지켜보는 눈, 그것이 바로 역사를 기록한 사관의 정신입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제대로 눈을 뜨고 지켜본다면 어떤 권력자도 함부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할 것입니다. 그 점을 알고 있던 우리 조상들은 전쟁 통에서도 목숨을 걸고 역사책을 지켰습니다. 


작가는 1592년 일본의 조선 침략으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치밀히 준비해온 일본군 앞에서 조선의 백성들은 혈투로 맞서도 우수수 쓰러져가는 데 조정의 대신들은 네탓내탓 합니다. 임금(선조)는 북쪽으로 피란을 갑니다. 




성난 것은 당대 조선 민중뿐이 아닙니다. [지켜라, 조선왕조실록] 삽화를 통해 역사적 모멘텀을 상상하는 독자역시 비통한 동시에 화가 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준비하지 못한 자의 설욕, 힘 없는 자의 설움, 도망가는 자의 비굴함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지켜내려는 힘들이 결집됩니다. 하지만, 생명 부지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전쟁통에 누가 역사책에 생각이 미칠까요? 그런데, 그랬습니다. 조선의 뜻 있는 선비들, 특히 "안의"와 "손홍록"은 목숨걸고 실록을 지켰습니다. '이안대'를 조직하여 실록을 산 속 절로 옮겼다가, 전세가 더 기울자 나중에는 황해도 해주까지 옮겼습니다. 황해도에서 '이안대'와 '실록'을 맞은 선조가 울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두려우나 두려움을 이겨낸 그 뜨거운 정신으로 옮겨온 실록인데요. 그렇게 지켜온 실록, 역사책 더 나아가 기록문화를 가진 우리 민족입니다. 



[지켜라, 조선왕조실록] 은 우리 조상들이 지켜낸 것이 단순히 종이에 기록된 이야기가 아니라, 집합적 의지이자 혼임을 선언해주는 책입니다. 어린이용 그림책인줄 알았는데, 독자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마치 500년전 조선왕조에서 역사를 기록하던 '사관'들이 독자를 따로 정하지 않고도 성실하고도 사심없이 기록했듯, 읽는자들 역시 어린이 책이라 얕보지 말고 읽고 느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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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 라임 어린이 문학 22
김민정 지음, 이경하 그림 / 라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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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

첫 페이지부터 "피범벅," "축 늘어져," "끔찍한 예감," "귀신이 씐 게" 등의 표현이 연달아 나온다. 제목처럼 정말 초등학교 교실에 귀신이, 아니 귀신 들린 아이가 나타나기라도 한 걸까? 실은, 귀신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아이가 있긴 하다. 이름은 진우. 말을 더듬는다. 수업 준비물도 평소 잘 챙겨오지 않고, 아이들과 놀지도 않는다. 종종 귀신이 보인다며 친구들을 겁준다. 진우는 정말 귀신 들렸을까? 김민정 작가는 요즘 초등학교 교실에서 큰 문제로 떠오르는, "왕따"만들기의 문제를 "귀신," "귀신 들린 아이"로 표현해낸다. 



실은 평범한 11살, 진우에게 귀신이 보일 턱이 없다. 친구들 비난과 달리, 고양이를 죽여 본 적도 없다. 친구가 없어 일종의 자작극으로서 귀신들림을 연기할 뿐. 고작 초등학교 4학년생인데, 친구들 관심을 끌기 위해 귀신이 보이는 척 연기한다는 설정은 상당히 작위적이다(속된 말로 "듣보잡"). 그래도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에는 에피소드와 캐릭터에 현실감을 더해주는 소재와 에피소드들도 풍성하다. 

예를 들어, 요즘 꼬마들 놀이터에서 많이 하는 "지탈(지옥탈출)"게임이라든지, 플라스틱 딱지 뒤집기 놀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원 순례와 레벨 테스트!" 주인공 민수가 바로 이 학원의 수레바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앞으로 더 가열차게 수레바퀴를 굴려야 할 운명의 주인공이다. 여느 한국 동화책에서 다 그러듯(아, 제발 이런 전형성은 지겹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에서도 엄마는 오로지 성적관리, 스펙관리, 친구 물관리 한 마디로 자식 성공시키려 학원순례 스케줄 짜는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민수는 성적관리를 넘어 친구까지 관리하려 드는 엄마에게 "밉다"는 감정까지 느낀다.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는 비록 해피엔딩으로, 민수가 학원 땡땡이 치고 친구들과 놀러 운동장 뛰어가는 씬으로 마무리 되지만 과연? 과연 이런 일회적인 일탈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왜, 한국의10대를 묘사한 동화들은 "학원-학교-집-학원-학교' 쳇바퀴 순례하다 잠시 일탈을 꿈꾸는 캐릭터를 주인공 삼을까. 현실을 반영한다지만, 씁쓸하다. 






이건 어른 생각. 아이들이야 [우리 반에 귀신이 있다]에서 평소에 학원 스케줄이나 왕따문제로 못놀던 아이들끼리 딱지치고, 축구하고 운동장에서 놀며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이 책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책 읽다보면 당장 친구 불러내어 딱지 치고 싶어질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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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 푸른숲 어린이 문학 26
박현경 지음, 유경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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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일기장 속 친구와 커서도 종종 만났습니다. 이니셜이 P였던 친구에게 말거는 형식이다 보니 일기는 항상 편지체였지요. 가상의 존재이건 현실에서 같이 따뜻한 코코아 한 잔 나눠 마실 수 있는 존재이건 마음 저 아래층까지 나눌 친구는 소중하지요.



[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 가 바로 그런 주제의식에서 쓴 동화인듯 합니다. "시리우스 행성"이란 단어를 보고 [어린왕자]를 떠올리며 SF스타일 동화일거라 생각했어요.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겠어요. 실제 주인공은 비어 있던 옆집에 잠시 머물렀던 이웃형 "뮤"와 초현실적 교감을 나누거든요. 페루의 와라즈라는 고산지대로 떠난 형이 텔레파시로 인사를 전해오는 등의 초현실적 씬이 지극히 현실적 일상과 교차합니다. 


박현경 작가는 인적 없는 과수원에 살던 어린 시절 도깨비 등 비 인간적 존재를 상상했던 경험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리우스 행성에서 형이 찾아왔다] 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공상 속의 소재였지만 작가는 주인공 현성이의 심리상태를 현성이의 건강과 연결하여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으로 설정하였기에, 현성이라는 캐릭터가 꽤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이 아이는 잘 안 먹어요. 빼빼 말랐고, 의기소침하고 외부세계에 관심을 보이지도 않습니다.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5학년 때도 몰라보는 장면이 그런 현성이의 외부단절성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현성이의 식욕부진과 건강상의 문제는 실은 가족관계에서 비롯되었어요. 미혼모로서 스무 살에 현성이를 낳고는 홀로 시름시름 앓다 하늘나라로 가버리신 친 어머니, 아버지는 재혼하여 현성이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중국으로 가버리셨지요. 설상가상 현성이의 할머니는 현성이와 생물학적으로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현성이 아버지의 새어머니셨거든요. 아빠가 중국에서 양육비도 안 보내준다는 말을 우연히 엿들은 현성이에게 입맛이 돌 이유가 있을까요?

외롭고, 또 버려질까 두렵고, 사람을 불신하는 현성이에게 나타난 존재는 시리우스 행성에서 왔다는 "뮤" 형이었어요. 형은 말하지 않아도 현성이 마음을 저 바닥 깊은 곳까지 알아차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 "뮤"형 덕분인지, 아니면 동갑내기 귀여운 여자친구 "지아"덕분인지 현성이는 차츰 기운을 차립니다. 밥도 잘 먹고, 걸음걸이에도 힘이 들어가지요. 



할머니와 현성이가 마음을 서로에게 여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저는 박현경 작가가 어른을 위한 소설을 써도 참 좋을 것 같아요. 사람과 사람간 관계의 건강함이 몸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현성이를 통해서 동화지만 너무도 실감나고 공감가게 잘 그려주었거든요. 저도 일기장의 P를 다시 꺼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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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ㄸ" "ㅃ"

발음의 된소리화가 각박해진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폭력"이라는 단어의 일상화도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볼 수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누구누구를 "돼지야"라고 부르면 "언어폭력" 가해자로 등극하기 쉽상이다(친구를 "돼지"라 놀리는 행위를 옹호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친구끼리 티격태격하다가 팔뚝 꼬집히기만 해도 "성폭행"당했으니 117에 신고하겠다는 꼬마도 있다더라.


요즘 꼬마들 대화를 엿듣다 보면, "*폭력," "*폭력," "폭력"이란 원뿌리에서 나온 곁가지의 각종 "~~~폭력"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갓 입학한 꼬마도 "교권침해"라는 고난이도 어휘를 어찌나 입에 착 붙게 잘 쓰는지......



마음이 쓰리다.



그 정도로 폭력이 일상화되었기에 우리가 경계해야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말습관이 너그럽지 못한 것일까?

어제 서울역을 지나가 우연히 올려다 본 건물의 조형물이 그런 의미에서 내게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온 사회가, 온 어른이 촉 세우고 달려들어 해결해내야할 만큼 일상의 폭력, 특히 학교내 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폭력이 빈발하는가? 아니면 언어 때문에 우리가 사회를, 학교 내 관계를 더욱 각박하게 보게 되는가? 양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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