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판매지수가 높은 과학신간을 읽었다. [메타버스 사피엔스]은 양장본의 묵직함이 무색하도록, 집중하면 1시간 내 독파 가능하다. 총 159쪽이지만, 100쪽 다이어트도 충분히 가능한 글밥이다. 동아시아 편집진의 손길이 야무지다. 하긴, 도서관에 기대어 공간 다이어트해 온 미니멀리스트의  평정심을 동아시아 책들이 여러 번 흔들었다. 출판계 루키, 신흥강자? 동아시아 출판사 초창기 책의 인지도와 매무새를 [메타버스 사피엔스]와 비교하면, 기분 좋은 '일취월장' 이다. 


mohamed Hassan / Pixabay / CC0


[메타버스 사피엔스]는 대중교양과학서, 빨리, 많이 그러면서도 쉽게 잘 쓰는 김대식 교수가 썼다.  문장도 간결하며, 읽을 땐 쉬운데 정보량이 상당하다. 내게는 그 정보 자체보다는, 과학자 김대식이라는 창조적 마인드를 엿볼 수 있어서 이 책이 재미있었다. 만약 내가 뇌과학,  뇌공학, 인공지능 분야 전문가인지라 "메타버스" 관련 대중교양서 집필을 의뢰받았다고 상상해보자. 나라면, '메타버스' 뜻풀이부터 시작하는 고리타분한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른이들도, "도대체 metaverse가 뭐야?"라는 강박적 질문에 답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김대식은 책 제목에서처럼 "사피엔스"라는 큰 화두에 메타버스를 부분집합으로 넣었다. 

마치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가 그러했듯, '지금, 여기'를 넘어서는 인공위성적 시야를 확보하며 메타버스 이야기를 위치 시킨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허구(이야기)를 집합적으로 믿음으로써 (초)협력해왔고 지구별의 우두머리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김대식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즉 뇌를 통해 현실을 창조해내는 특별한 힘을 지녔다고 본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근원적 호기심 그리고 왜 21세기(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류 사회의 탈현실화가 가속화되었는지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짚어준다. 메타버스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후반부에 배치했다


나는 진화생물학, 뇌과학, 인공지능, 철학 등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화두를 얇은 책 하나에 녹여내는 김대식의 사고법에 감탄했다. 또한 나는 영화 [이퀼리브리엄]의 주인공도 아니건만, 감시자본주의 사회를 두려워한 나머지 "메타버스"라면 일단 거부감을 가졌는데, 이 책을 읽고 조금 생각을 바꾸었다. 이미 시작된 21세기형 대항해, 메타버스로의 움직임이 인간의 가능성을 무한 확장할 수도 있다는 김대식의 낙관론도 매력적이다. 



질문과 답이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워터 슬라이드 타는 듯한 김대식의 사고법. 글쓰기. [메타버스 사피엔스]를 "사피엔스" 키워드로 김대식이 어떻게 풀어냈는지 Q&A의 흐름으로 정리해본다.


  • Q] 코로나 팬데믹이 가속 시킨 변화는?
  • A] 혹자는 20세기 역사가 WW1이 발발한 1914년 진정 시작되었다고 하듯, 21세기는 covid-19과 함께 2020년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훗날 평가하게 될지 모르겠다. 2020년을 기점으로 분열이 가속화된다. 20세기 키워드가 세계화였다면, 21세기엔 탈세계화와 신냉전(중국-서양)이 난제로 다가올 것이다. 
  • Q] 이처럼 위기가 가속화되는 21세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 A] 도피하고 싶어한다. 그 도피를 가능하게 해줄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주장하는 화성으로의 이주처럼 물리적인 탈현실도 있다. 동시에 지지털 현실로 도피하려는 '메타버스' 움직임도 있다. 
  • Q]  '탈현실'이라는 표현 쓰기 전에, 근원적인 질문부터 해보자. 도대체 '현실'이 뭐냐?
  • A] 그거 쉬운 질문 아니다. 실제 '세상'이 존재하더라도, 인간은 그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input이 아니라, 우리 뇌의 해석을 거친 결과물, 즉 output이다"(28)
  • Q] 무슨 말이냐? 인풋 아웃풋? 좀 쉽게 예를 들어 달라.
  • A] 꿈을 생각해봐라. 진화적으로 "수면"은 위험한 전략인데도 인간은 잔다. 심지어 어류가 아니라 물 속에서 숨도 못 쉬는 돌고래도 잔다. 왜 잘까? 수면이 진화적으로 도움이 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 Q] 지금 '장자의 나비'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 A] 동양에서뿐 아니다. 서양에서도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 외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최근 학자로는 닉 보스트롬이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시뮬레이션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이 현실이 오리지널이든 시뮬레이션이든 중요한 건 양자택일의 답이 아니다. '나는 무엇인가, 사피엔스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 Q] "나는 누구일까?" 라고 묻지 않고, 김대식은 "나는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의도가 무엇이고 "누구"와 "무엇" 사이엔 어떤 차이가 있지?
  • A]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가장 탁월한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58)이다. 다시말해 사피엔스는 뇌를 통해 현실을 만들어 낸다. 그건 인간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도 할 수 있다. 
  • Q] 난 이 책 제목 보고, 당신이 "메타버스" 설명을 초반에 배치할 줄 알았다. 도대체 메타버스 이야기는 언제 나오냐?
  • A] 이제 하려던 참이었다. 메타버스를 이렇게 설명하겠다. 체화된 인터넷. 즉, 몸을 지닌 인터넷이다. 
  • Q] 흠, 영화 <아바타>가 생각난다. 우리 인간은 몸에 갇힌 존재인데, 디지털 현실에서 어떻게 아바타로도 존재할 수 있을까? 김대식 당신은 책에서 이렇게 질문했다. "우리 인간은 아날로그 동물인데, 어떻게 디지털 현실을 체험하느냐? 이것이 가능하느냐?"(135)
  • A] 모든 인간을 아날로그적으로 규정하긴 힘들다. 사실. Z세대 그리고 이후의 알파세대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현실이 아닌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현실이 고향이 될지도 모른다. 
  • Q] [메타버스 사피엔스]에서 촘촘하게 풀어내지 못한 이슈가 있는가?
  • A] 메타버스를 향한 인류의 대항해, 이 여행 과정에서 펼쳐지는 풍경이 장미빛일지 핏빛일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이제 서서히 장막이 열리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중요한 질문은 품고 갈 필요가 있다. 책 146쪽을 보라. 나는 내 자신,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렇게 질문 던졌다. "메타버스 안에서 정체성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는 메타버스를 우리 현실이라고 감각할 수 있게될까?" "메타버스 안에서 행복한 삶이 가능해진다면, 그 때도 인간은 아날로그 현실을 필요로 할까? 아날로그 현실의 가치는 도대체 뭔가?" 책 덮고도 당신이 계속 가져갔으면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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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30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주식판에서 메타버스
란 키워드만 달면 무언가
되는 것 같아서 다들 메타
버스~ 타령을 하네요.

정치권에서도 숟가락을
얹으려고, 메타버스는 어
디서 타는 버스냐고 물었
다는 말이 힛트~였습니다.

제 판단으로는 아직도
아직도~이지만요.

2022-03-31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3-31 0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딜가도 메타버스.. 메타버스가 나와서 저 정말 창피하지만 고백할게요.
metabus인줄 알았습니다. 신형 버스인줄 ㅠㅜ
애들 책도 메타버스가 줄줄이 나와 그제야 보니 전혀 다른 얘기더라구요.
하라리의 사피엔스 마지막 장 주제와도 맞물리는 이야기네요.
저는 스마트폰도 반대하는 아주 구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가상세계 이런거 좀 무섭고 거부감이 드는데 정말 세상이 적응하기도 전에 변화발전이 너무 빠름을 느낍니다. 😰

얄라알라 2022-03-31 12:16   좋아요 2 | URL
coolcat님
저, 실은 레삭매냐님께서 ˝메타버스 어디서 타는 버스냐?˝는 말 힛트~였다고 하셨을 때, 나 고백해 말어...했습니다.
저도 bus인 줄 알다가, 지인과 대화하다 아주 크게 깨졌습니다 ㅋㅋㅋuniverse multiverse 너 못들어봤냐고?^^:;;
깨갱하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네, 하라리에 비한다면 김대식 쌤은 훨 낙관론쪽으로 가시는 분위기입니다
저도 coolcat님 처럼 일단 무섭습니다. 실은요....못 따라가고 몰라서 그러는 건지.

coolcat329 2022-03-31 19:45   좋아요 2 | URL
아 ㅋㅋㅋ 위안이 됩니다~🤭
저도 청소년 대상으로 쓴 메타버스 책 한 번 봐야겠습니다. 김대식 님 이 책도 도서관에서 한 번 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사피엔스를 얄라님 글 읽고 읽은거 같은데 맞나요?

얄라알라 2022-03-31 22:51   좋아요 1 | URL
아...coolcat님 제가 <사피엔스>를 서너번은 다시 읽었지만 그 책 리뷰만 쓴 적은 없던 것 같아요.
그래픽 사피엔스는 리뷰 썼던 기억 나고요^^

요새도 가끔 유발 하라리가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어떤 생각 갖고 세상에 전하나 궁금해서 찾아다니고는 있습니다^^

서니데이 2022-03-31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즘 메타버스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 앞으로 활용될 분야가 많다고 들었어요.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상상만 하던 것들도 실제로 구현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잘읽었습니다. 얄라알라님, 좋은 밤 되세요.^^

파이버 2022-04-03 22: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메타버스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왜 이렇게 많이 떴나 궁금했는데 어느정도 궁금증이 해소되네요. z세대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잘 알고 적응하는 느낌입니다.
 



[Can Fixing Dinner Fix the Planer?] 과 [Oneness vs. The 1%]의 번역판을 함께 읽었다. 3월의 일요일, 하루를 오롯이 쏟아붓게 만든 조합이었지만 왠지 시너지를 낼 짝패 같았다. 두 저자, 제시카 판조(Jessica Fanzo)나 반다나 시바 (Vandana Shiva)는 모두 "먹는 문제"에 헌신해 온 활동가이다.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 석좌교수인 판조는 "실험실 가운을 완전히 벗어 던(6)"지고 다양한 국제 기구에서 활약함으로써 비로소 영양학 박사 학위에 광채를 더했다. 반다나 시바야, 이 시대를 대표하는 환경운동가이기에 어설픈 소개의 글은 사족이다. 




두 저자 모두, 먹는 문제가 지금 우리가 겪는 지구적 차원의 불평등, COVID-19 팬데믹(환경), 건강문제 등 21세기 현안과 얽혀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은 독자에게 골리앗과의 싸움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개개인의 몫을 실천하라고 촉구한다. 물론, 대규모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결국 '각국 정부'가 나서 주어야 한다는 데 반다나 시바와 제시카 판초는 인식을 모은다. 다만, 예비 독자들도 짐작하겠지만 '반다나 시바'는 정밀 타켓팅으로 비난의 집중포격을 가하며, 보다 역사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세계의 먹는 문제를 지구적 의제로 제시한다. 



Kuhlmann /MSC, CC BY 3.0 DE, via Wikimedia Commons


'표적의 구체화?' 

예를 들어,독자는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을 다 읽은 후, 고유 명사로 답할 수 있다. 물론 "(생태적, 문화적, 공동체적) 분리를 유도하는 폭력을 행사하는 "oneness"는 1인 단독자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반다나 시바가 보기에 'oneness' 그룹 우두머리는 빌 게이츠이다. 그에게 (디지털 해적질, 생물 해적질을 특허라는 이름으로 대놓고 하며 세계를 식민지 삼는 "현대판 콜롬부스(120)"라는 멸칭도 붙여준다. 이미 1960년대 '녹색 혁명'의 녹색 곤죽을 뒤집어 쓴 바 있던 인도 출신, 반나나 시바는 빌 게이츠가 21세기 아프리카에서  제2 그린 워싱 (green washing) 음모를 전개 중이라고 분개한다.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에서 예를 빌어오자. 몬산토에서 전폭적으로 밀어온 "황금쌀"에는 인공적으로 강화된 비타민 A가 들어있다. 하지만 반다나 시바는 생명공학의 힘을 빌지 않아도 우리에겐 당근이 있다고 말한다. 또한 빌 게이츠가 '출산 도중 철분부족으로 사망하는 산모'를 위한다며 개발 중인 '철분강화 바나나'보다, 히말라야 지천에 널렸던 비름속 식물에 철분이 정작 잔뜩 들어 있다고 한다. 몬산토 등 몬스터 기업들이 '잡초'로 악마화하여 씨를 말리려는 바로 그 비름 말이다.


비단 먹거리의 공룡기업화뿐 아니라, 금융화, 특허화, '교육의 재발견' 프로젝트, 즉 삶 전반의 디지털화를 강요함으로써 인류 본연의 "연결성"과 역방향으로 세계를 식민지화한다는 게, 반다나 시바가 파악한 "oneness"의 죄악이다. 시바는 외친다. "돈을 손에 쥐고 돈에서 가짜 권력을 끌어낸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시대에 우리의 권력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206)"하자고!  간디의 비폭력 운동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시바는 인도의 칩코운동을 예로 들어, 보통 사람들의 힘을 보여준다. "Oneness"세력이 전파하는 기계론적 사고에서는 "객관적 지식을 지닌 전문가"(49)가 지식생산을 독점한다. 하지만 텃밭의 감자를 따끈한 요리로 변모시키는 할머니의 체화된 앎, 세계의 이 방대하고 다양한 지식체계야말로 인류가 지닌 가능성이라는 주장이다. 



반다나 시바에 비해 제시카 판조의 글은 보다 아카데믹하며, 관료적인 뉘앙스를 띤다. 물론 판조도 "식품 불평등은 극빈곤이나 배척, 장애, 착취, 사회적 불의와 같은 더 큰 제도적 문제를 보여주는 징후"(152)라고 인식한다. 증거부족은 무기력한 방관의 핑계가 되지 못하니 "정부가 행동에 나서" (245)라고 소리 높인다. 하지만 제시카 판조가 제시하는 해법의 주도자들은 세계적 브레인,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학자와 정치가, 관료들이다. 예를 들어, 그녀는 정부가 푸드시스템 연구 개발을 위해 투자하고, (전문가를 동원하여) 구체적 데이터와 지표를 확보해 정책집행, 사업화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현장과 학계, 정계에서  오래 목소리 내온 활동가의 조언은 소중하다. 판조의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가 아니었던들 나는 음식을 조리할 연료가 부족해서 할 수 없이 정크푸드를 먹거나, 저장고가 없어서 소중한 곡류를 쥐먹이로 주는 현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실망했다. 그녀가 일원으로 참여한 "Eat _Lancet Commission" 2019년 보고서에서 '과일과 채소의 비중이 무려 51%'인 식단을 제안한 지점에서... 지중해 지역에서 조차 '(환경의 희생을 요구하는)물 먹는 하마,' 아몬드와 올리브 그득한 요리를 즐길 사람이 많지 않을지언데, 51% 과일과 채소 식단의 세계적 적용??

* *

잠시 딴 길로 새며, 리뷰를 마친다. 

9살에 TOFLE 영어 학원 다니고, 고차 방정식 푸는 '선행'어린이가 많은 대한민국. 정작 이 영민한 아이들은 벼가 "쌀나무"에서 열리고, 고추장에 배추를 문지른 것이 김치라고 알기도 한다. 

나는 대한민국 공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이 먹거리가 도는 과정을 알고, 음식을 만들고, 먹거리의 가치를 배우는 프로그램을 필수화했으면 한다. 구호나 정책 제안보다, 우리 개개인이 먹거리의 소중함을 지켜야할 필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먹거리에 담긴 가치를 배우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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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8 08: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름나물 무쳐먹음 맛있는데 란 생각하며 읽었어요 ㅎㅎ 알라님 말씀처럼 진짜 아이들에게 먹거리 교육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몬산토같은 대기업이 유전자조작하는 것, 일회용 씨앗들 ( 저 너무 놀랐어요. 거둬들이고 그 중에서 종자 골라 다시 뿌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ㅠㅠ) 보면 분노하게 됩니다 ㅠㅠ

얄라알라 2022-03-28 10:00   좋아요 3 | URL
반다나 시바가 한 공적 행사에서 몬산토 측 대변인이 신기술 특허를 자랑하기에, 어느 농부의 씨앗으로 한 거냐고 질문하자 침묵했다는 대목이 등장해요.
이미 있던(주로 농부들이 실제 농사를 통해) 길러낸 종자의 유전체 지도를 작성한 후 ‘특허‘를 등록하는 수법으로 수탈해왔다고 반다나 시바가 분개합니다^^:;;

비름이 저 역시 ‘잡초‘라고 생각해왔는데, 채소 진열대에 포장되어 있는 걸 보고 놀랐던 적 있으니 사실 저 역시 이런 리뷰 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네요

얄라알라 2022-03-28 10:00   좋아요 3 | URL
근데 mini74님 말씀하시니 비름 나물, 씀바귀 나물이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요ㅋ ㅋ

새파랑 2022-03-28 09: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맨날 음식을 사먹는 입장에서 얄라알라님의 마지막 말에 뜨끔 하네요 😅 이런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개인의 노력과 의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ㅜㅜ

얄라알라 2022-03-28 10:01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께서는 워낙 바쁘셔서요...그 많은 책을 다 읽으시고 리뷰도 쉬지 않으시니 요리에 오랜 시간 투자가 어려우실 것 같아요. 아무쪼록 건강한 음식들 드시기를.

책읽는나무 2022-03-28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비름나물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갑자기 그 나물의 모습이 생각나질 않네요?
그동안 먹기도 했을터인데...ㅜㅜ
비름이 잡초였었나요??
전 나물 이름이라고 알고는 있어도 구분은 잘 못합니다.
요즘 과일들도 엄청 달게 교배를 하여 꿀을 발라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던데 그것도 결코 몸에 좋은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쌀도 그럴 수 있구나! 새삼 깨닫습니다.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데 말이죠!!


얄라알라 2022-03-28 13:08   좋아요 3 | URL
책읽는나무님께서 말씀하시니,
과일이 달콤할 뿐더러
철을 잃었죠^^

비름나물도 알고 보면 종류가 많을 텐데, 저는 사실 히말라야 비름 본 적은 없어서 한국에서 많이 본 것과 비슷하겠거니 했습니다.

미미 2022-03-28 1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빌 게이츠가 개발 중인 바나나와 9살에 토플공부...엘리트주의가 정작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파랑새는 결국 먼 곳이 아니라 아주 가까이 있다는 말도 생각납니다. 반다나 시바의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얄라알라 2022-03-28 13:09   좋아요 3 | URL
아! 미미님께서 멋진 문장으로 부족한 제 리뷰를 채워주시네요

전공과 아주 다른 영역에서 이렇게 활약하시는 여성분들
메르켈 전 총리, 반다나 시바.. 정말 멋지신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3-28 14: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 님의 글 마지막 문단에 동의... 옳소! 옳소!
교실에서 책으로만 학습할 게 아니라 먹거리가 우리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알기 위해
학생들에겐 현장 학습이 필요해요.

저는 소 도축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티브이에서 보고는 한동안 고기를 못 먹게 더라고요.
오늘도 파프리카, 양상추 사 왔어요. 야채를 많이 먹을 계획이에요.^^

얄라알라 2022-03-28 14:37   좋아요 3 | URL
파프리카!!! 저는 그 중에서도 주황색이 특히 맛있더라고요
파프리카 색상 따라 맛이나 영양도 달라지는지 엄청 궁금해요.


사실 위 리뷰 올린 전, 전통 발효 음식제조법, 배워야 지킨다. 이런 사명감으로 일부러 수업 찾아다니며 두 번 들었는데 그 때 뿐이더라고요. 저부터가 고추장 된장 간장 혼자 만들어보지 못했고 잘 알지도 못하고 반성합니다.

페크님 댁 식단 아름답게 알록달록하겠어요. 드시고 건강하시어요^^

그레이스 2022-03-28 14: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생명공학의 힘을 빌지 않아도 우리에겐 당근이 있다에서.... 우리가 과학으로 쓸데 없는 짓을 많이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얄라알라 2022-03-28 14:59   좋아요 2 | URL
˝우리에겐 당근이 있다˝는 사실 저가 책의 문장을 정확히 기억 못해 제 멋대로 한 워딩이고요,

반다나 시바는 황금쌀이 아니어도 더 수월하게 하루 필요 비타민 A 채울 수 있는 창구가 우리에게 있다, 몬산토가 굳이 학계정계 재계 영향력 있는 이름들 끌어와서 Golden Rice 홍보하고 생명공학은 만병통치 솔루션처럼 제공하려는 이면의 의도를 봐라...뭐 그런 뉘앙스였던 것 같습니다

책 다 읽고 단 하루 만에 ˝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저는 부끄럽습니다^^:;;

서니데이 2022-03-28 2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일이지만, 쌀은 쌀나무에서 생기는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상했어요.
그렇게 말한 사람이 성인이지만, 그게 ‘벼‘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실제로 논에서 벼가 자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면 어쩌면 저도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얄라알라님, 좋은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 2022-03-31 12:20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병아리 예쁜 사진 자주 공유해주셔서, 마음 훈훈해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를.
많이 춥습니다. 내일이 4월인데, 따뜻한 점심과 차 드시고요

희선 2022-03-29 0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한국 어린이는 그렇게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는군요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어릴 때는 밖에 뛰어노는 게 가장 좋을 텐데... 쌀나무에서 쌀이 난다고 여기는 아이도 있다니, 도시에서는 벼 보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하나에 뭔가를 더하기보다 본래 있는 걸 먹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희선

얄라알라 2022-03-31 12:18   좋아요 0 | URL
희선님 어제는 편히, 잔꿈 없이 푸욱 잘 무무셨는지요?
어젠 동네 꼬마들과 현미와 백미에 대해 잠시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하는 저 조차도 실은 벼의 껍질에 대해 거의 아는 바가 없더라고요.

저부터 달라져야 겠다는 생각을 ㅋ

레삭매냐 2022-03-30 17: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 명
의 천재보다, 오늘도 주어진
자리에서 묵묵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한
명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유전자 조작으로 만
들어진 음식은 왠지 멀리하고
싶네요.

얄라알라 2022-03-31 12:17   좋아요 0 | URL
우리가 알고 피하면 다행인데, 모르고 먹게 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면 100% 의류를 좋아하는데, 그 목화가 어떤 목화인지 일일이 따져보고 옷 사진 못할 떄도 많고요...
암울합니다.

서니데이 2022-04-09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얄라알라 2022-04-09 08:45   좋아요 0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4-09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님 축하드립니다.^^

얄라알라 2022-04-09 08:45   좋아요 1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4-09 0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 날, 이 페이퍼 읽었을 때 인상적였었는데 역시!!!
저도 이제 조금씩 스콧님의 기운을 닮아가려나 봅니다.^^
이 책도 언젠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축하드려요. 얄라님♡

얄라알라 2022-04-09 08:47   좋아요 1 | URL
책읽는나무님도 축하드립니다^^
엄마의 반란도 덕분에 오늘 콕콕 기억합니다.

저 오프라인 모임에서 반다나 시바 책 다시 또 읽으려 합니다.
<적을수록 풍요롭다>와 함께^^

책읽는 나무님 행복한 주말 시작하시어요

책읽는나무 2022-04-09 08:56   좋아요 1 | URL
적을수록 풍요롭다!!
그 책 작년에 환경운동에 민감한 제 친구에게서 추천받았었던 책이었어요.^^
아~~저도 그 책 읽어본다는 게...해를 넘겼네요.
읽으신다면 리뷰 참고 하겠습니다^^

mini74 2022-04-09 0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알라님 *^^*

얄라알라 2022-04-09 08:55   좋아요 0 | URL
mini74님 글이야 매달!! 매달 메달!!
앗, 너무 아재스탈이었나요?^^

축하드립니다. mini74님도.
그리고 서재 들려주셔서 감사드려요

thkang1001 2022-04-09 1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새파랑 2022-04-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얄라알라님 당선 축하드려요~!! 주말에 즐거운 책 많이 만나시고 열심히 운동하실거라 확신합니다 ^^
 




지도에 표기된 국가 알아보시는지요?

말라위입니다. 구글 검색해서 붙여놨습니다. 

저는 Malawi와 연관해서 담배 산업에 동원되는 아동착취 문제. 가난. 높은 HIV/AIDS 감염률 등 온통 부정적 단어를 떠올려왔어요. 고정관념이 부끄럽습니다. 2년 반 동안 말라위에서 살았던 한지애님이 다른 단어를 더해 주시네요. 말라위는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랍니다. 이 곳 사람들 심성이 따뜻해서, 지도상 위치가 인체 심장처럼 대륙 왼쪽에 위치해서 붙여진 별명이라지요?


"한 지 애" 생소한 이름인가요? 20대, 여느 대한민국 청년들이 대학교 강의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활동가로 보냈습니다. 30대인 지금 이 분은 베를린에서 난민(특히 북한 난민 및 이주민)을 연구하는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이 분, 표정 보고 저는 한눈에 반했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기운이 눈빛과 온몸에서 뻗어 나오나 싶습니다. 여느 대도시 거리에서 마주치기 어려운 생동감 넘치는 표정입니다. 



[이 계절의 말라위]를 읽으면서, 한지애의 화사함과 따스함의 발원지는 어머니란 걸 알겠습니다. 싱글 맘으로서 투 잡 뛰면서 두 딸을 어렵게 키워내신 분입니다. 한지애는 항상 가난했고, 어머니께서 일하시러 나간 사이 스스로를 돌보며 컸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강인함과 생명력이 따님에게 전해졌는지 한지애 역시 두려움을 모르는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유네스코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활동가"로 지원하였고, 말라위로 파견되자 경험 쌓는 차원, 수박 껍질 핥기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한국 대학에서 졸업 해야하고, 평균율 인생에 필요한 벽돌 쌓을 부담도 있었지만, 과감했습니다. 활동 기간을 두 번이나 더 연장하면서 총 2년 반, 말라위에서 일했습니다(물론 한지애의 어머니는 딸의 결정을 전폭 지지해주십니다). 한국에서는 결핍많고 가난한 위치성 때문에 주눅 들어 있던 한지애는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통통한 부자로 취급 받습니다.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사업을 주도하고 예산을 분배하는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한지애는 절대 갑질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선한 마음만 가지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조언을 가슴에 새기고, 현장에서수평적인 인간 관계, 원조가 아닌 자립을 도모하는 사업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그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계절의 말라위>는 그녀가 왜 "이 경험(말라위 체류)의 최고 수혜자가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이 책을 쓰면서 비로소 뚜렷하게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지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단서들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고백적 성격을 띤 성장일기 같은 동시에, 2022년 현재 저자가 연구 중인 주제에 이르게 된 지적 여정의 예고를 알리는 책입니다. 

한지애 선생님을 어디에선가 뵐 수 있으면 영광이겠습니다. 책 날개의 그 아우라, 그 표정, 퇴색 없이 보여주시리라 기대하며! 응원드립니다. 


  • [흥미로운 지점] 
  • "Give me the money,"라는 관용구에 한지애가 분노, 좌절, 슬퍼해하다가 나중에는 현지화된 인사로 해석하면서 역사성을 추적하는 대목
  • "빅맥지수"와 마찬가지의 의미를 지니는 "설탕지수"라는 한지애의 신조어. 설탕이 귀한 말라위 사회에서 손님인 한지애가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자, 설탕 두 세 스푼을 퍽퍽 넣어주면서 "괜찮아요. 저희 설탕 많이 있어요."한 에피소드. 한지애는 아메 취향이었으나 현지인들은 외국인이 자신들을 배려해서 일부러 설탕을 안 먹은 것으로 오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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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3-25 1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분이네요! 나는 저런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부모가 될 수 있나 반성하게 되네요..

페넬로페 2022-03-25 20: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지애씨의 미소가 엄청 따뜻하게 보여요.
자신만의 길로 인생을 개척해가는 지애씨를 저도 응원합니다^^

mini74 2022-03-25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설탕 퍽퍽 넣어준다는 거에서 그 곳 사람들의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정말 작가님 미소가 참 선합니다 ~

미미 2022-03-25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속 미소에서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해지내요! 낯선 타지에서 저렇게 용기있게 활동하시는 분들, 실천하는 삶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2022-03-26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존서가'에서 쉬고 있던 [하비비 Habibi]를 상호대차 요청할 때만 해도, 책두께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15분짜리 애니메이션 보듯 베드타임 수면제 삼으려 했던 [하비비] 는 660 페이지였다. 읽고 나니, 새벽 2~3시. 러닝타임 3시간 넘는 장엄한 영화를 본듯 마음이 울렁거렸다.





사막과 도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환상적 설정,  신성한 상징들과 관능적인 육체성, 이분적 젠더 프레임을 파기하는 인물형. '7년이나 공들여 이런 대작을 완결 짓다니, 크레이그 톰슨Craig Thompson은 내향적 사람일 거야!'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 같아.' 이런 인상을 받았다. [하비비]에 이어서 읽은 [만화가의 여행]은 내 추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크레이그 톰슨은 새로운 경험을 희구하면서도 과밀도의 접촉, 소음, 자극에 피로감을 빨리 느끼고 고독한 여행자였다. 



Luigi Novi,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크레이크 톰슨은 2004년, 70일간 모로코와 유럽을 여행했다.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여행 기간 동안 "되는대로 써 갈긴" 원고와 스케치를 스캔 뜨니, 불과 일주일도 안 되어 [만화가의 여행]으로 출간되었다. 퇴고를 거듭하며 다듬은 책이 아니라 여행의 감흥을 즉흥적으로 담아냈기에, 톰슨에 대해 많은 부분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 여행기를 읽다보면  당시 29세였던 크레이그 톰슨이 손가락 관절염과 등 결림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르느와르, 피아니스트 그리고 드러머의 건초염과 마찬가지로 직업병인 셈이다. 쉴 새 없이 그려대고 또 그리니 건초염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2004년에도 여행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나 핸드폰을 선호했을 텐데, 크레이그 톰슨은 쉴새 없이 그려댄다. 모로코와 유럽의 이국적 풍경, 사람들 그리고 모델료를 요구하지 않는 길고양이들을 그린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만화가의 여행] 에서 아래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여행 도중, 그림 그릴 도구를 잃어버린 만화가는 초조해하다 못해 "불행"하다고 느낀다. 페퍼민트가 뜨거운 물에 우러나오는 그 2~3분도 못 참고, 서가에서 책을 뽑아오는 나의 불안증을 되돌아보게 한다. 




[만화가의 여행]을 읽으니, 모로코 여행이 크레이그 톰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막연하게라도 그려진다. 그가 [하비비]에서 담아냈던 사막의 고요함, 유목민의 삶, 오리엔탈풍의 건축물, 종교와 상징들은 2004년의 여행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자신을 "이 가난에 찌든 땅에서 오리엔탈리스트의 환상을 실천하는 어리석은 관광객"이라고 자조하면서도, 자신에게 호객행위를 하다가 도리어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가난한 모로코 아이를 이해한다. 자신의 백인성(백인됨)을 모로코 여행 내내 의식하지만, 이를 위계 만드는 데 이용할만큼 비열하지 않다. 성찰적인 모습을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여행의 상황 자체가 그를 겸손한 백인되게 유도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 곳, 이국적인 모로코를 원할 때 떠날 수 있다는 여행객의 우월성이 성찰적인 태도를 유도했을지도....




[하비비]로 처음 만난 크레이그 톰슨을 더 알고 싶어 [만화가의 여행]을 읽었는데, 도리어 다 읽고 나니 다시 [하비비]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왠 꼬리가 꼬리 물어 빙빙 도는 독서인가! [담요]를 중간에 끼워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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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19 18: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담요 ~ 북플에서 보고 다들 평이 좋아서 담아두고 있던 책이에요 ~ 이 분 유명한 준이시군요. 크레이그 톰슨! 기억하고 꼭 읽어보고 싶어요 ~ ㅎㅎ 알라님 페퍼민트 이야기 읽으니 제 생각도 나요 ~ 깜박하고 책없이 외출하면 , 서점부터 찾아 먼저 들르곤 했지요 ㅋㅋ

얄라알라 2022-02-22 18:09   좋아요 1 | URL
^^ mini74님
요샌 오프라인 서점이 없어서 mini74님 책사랑 펴시기 힘드실 때도 있겠어요.
그런데
설마 엘레베이터 고층 올라갈 때 책 펴서 읽으시는 건 아니신지요?
전 소설 장르 읽을 땐 그래본 적도 있어서요^^ 뒷 페이지 내용이 너무 궁금하다 보니 ㅋ

레삭매냐 2022-02-19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도서관에서 빌렸
답니다.

저자가 이슬람주의에 대해
많이 연구하고 쓴 거라는 걸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기대
가 되네요.

요제프 멩겔레 책도 읽어야
하는데, 세상은 넓고 죽을
때까지 읽을 책들은 차고
넘쳐 나네요.

아 당장 읽어 볼랍니다.
바로 옆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레이스 2022-02-19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하비비는 없네요
만화가의 여행은 빌려놓았어요
읽다 좋으면 살거예요~^^

얄라알라 2022-02-19 21:04   좋아요 2 | URL
^^올해 초 han님의 서재에서 blankets 처음 알게 된 후
담요 말고 다른 책부터 시작하게 되었는데
레삭매냐님, 그레이스님께서도 읽으셨고 또 읽는 중이시라니

왜 이리 좋은가요?^^
온라인 공간, 뵌 적도 없으신 친구분들이지만 같은 책을 다른 공간이지만 곁에 두고 읽는다는 경험이 주는 이 흐뭇한 엮임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왜 공공도서관에서는 그래픽 노블에 박한지,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차차 선정 기준이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persona 2022-02-19 21: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델료를 요구하지 않는다니. 정말 그런 거 같아요. ㅋㅋㅋ 그래서 점점 인물화에서 인물 아닌 것으로 관심이 넘어가나 봅니다. 어쩔 수 없이… ㅎㅎㅎ

얄라알라 2022-02-21 11:01   좋아요 2 | URL
역시나, 그림을 아시는-직접 그리시는- persona님,그 부분을 놓치지 않으셨네요 ^^

엊그제 읽은 에밀리 노통브의 [갈증]에서는 기적을 선사받은 사람들이 도리어 예수에게 갖은 비난과 더한 요구를 하는 묘사가 나와요,
저는 [만화가의 여행]을 읽을 때, 어떻게 초상화를 받아가면서 그림 그려준 사람에게 돈을 요구할 수 있지? 이런 생각도 했답니다...제가 그 세계를 혹은 미국인 여행객과 모로코 현지인의 세계를 너무 몰라서 들었던 궁금증일 수도 있지만요

coolcat329 2022-02-20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비비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보려구요. 이책은 제가 사는 시에 딱 두권있더라구요. 신청해도 좋을 책 같아요.

얄라알라 2022-02-21 11:02   좋아요 1 | URL
coolcat님, 바로 실행에 옮기시려는 아름다운 마음^^

저는 저희 시 도서관에 ‘조지오웰‘ 그래픽 노블, 허먼 멜빌 그래픽 노블,등등 여러번 시도했는데 신청 반려당했어요.
coolcat님의 신청이 잘 접수되기를 희망합니다!

noomy 2022-02-20 1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기 도서관에도 없네요 ㅠㅠ 사서 봐야 할까 봐요. 재미있어 보이는데.

얄라알라 2022-02-21 11:03   좋아요 1 | URL
저자의 말 그대로, 본 메뉴 너무 오래 기다리다 지칠 타이밍에 나오는 에퍼타이져 같은, 팬 서비스 작품 같아요.

이렇게 여행기를 남기면 바로 책으로 나올 수 작가들의 삶, 멋져여^^
 
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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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2년 2월 3일. 단 하루 만에 나는 소설가 김종광을 좋아하게 되었다. [산 사람은 살지]를 읽고. 심지어 작가가 "갚을 수 없는 덕분"이라며 감사를 올린 출판사 "교유서가"까지 좋아졌다. 덩달아, 김종광 소설가더러 "꾸준히 쓰기는 했는데, 한 방이 없었다"라고 평했다는 '그 누구'에게 욱했다. '뭐야! 김종광 소설가의 꾸준함을 폄하하는 당신은 한 방 날렸어?'하고.

*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활자로 세상 접해온 나는 어쭙잖게 "시골 쥐와 도시 쥐" 우화를 들먹이며 농촌 낭만화를 경계하라는 설교도 해봤다. 정작 나는 참깨와 들깨를 구별할 줄도 모른다. 농촌 체험한답시고, 8월 불볕 더위 땡볕에 논에 놀러 갔다가 동네 분들 그림자도 보지 못하고 올라왔던 경험도 고백할 수 있다. "고대로의 시골 이야기"인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며 '무식해서 용감했음'을 부끄러워한다. 이 작품은 뭐랄까, 로빈슨 크로소의 이야기를 비틀어 쓴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처럼 TV 드라마 [전원일기]를 안방 아랫목으로 오그라진 할머니의 시점에서 다시 조명한 작품이라 할까? 22살에 가난한 시골 농가로 시집와서 땔감 모으러 산을 타고, 시집살이 하고, 농사 지으며 평생 살아오신 할머니의 일기를 토대로 시골에서의 삶과 가족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김종광 작가의 어머님 일기장이 [산 사람은 살지]의 기초 뼈대 세우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 보았던 똑같은 문장을 [산 사람은 살지] 주인공 할머니의 일기장에서 만났으니까. 다복한 할머니는 자나 깨나 자식들의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시는데, 특히 글 쓰는 큰 아드님의 책이 잘 팔리기를 손이 닳도록 기원하신다.

* *

경험주의는 만능 열쇠가 아니겠지만, [산 사람은 살지]를 읽으며 '김종광 작가의 시골 삶이 작품의 진실성을 더해주는구나, 이건 흉내 낼 수 없겠다' 싶다. 어떤 대상이든 글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취사선택된 스펙트럼 안에 갇히겠지만, 이왕이면 가까이 다가가본 대상을 재현하는 게 더 진솔한 작업이겠다.

* * *

좋았던 문장이 너무도 많다. 이 작품, [산 사람은 살지]



범골 노인네들 태반이 시경리 육묘씨에게 못자리를 맡긴다. 허나 움직일 힘이 남은 농부에겐 못자리는 마지막 줏대나 다름없었다.

"기계꾼이 다 농사짓는 세상에 못자리까지 남에게 맡기면 그게 농사인가. 농사꾼 체면에 못자리만큼은 직접 해야지. 꼭 돈이 문제가 아니라 농민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잖아." 남편이 하던 말이었다. (49)




못자리들 하는 걸 보니, 눈물이 난다. 박사조카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 못자리 철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경이나 하다니... 은퇴한 건가, 은퇴당한 건가. 밭농사가 무슨 농사인가. 논농사를 지어야 진짜 농민이지. 나는 더이상 농민이 아니다. 남편이 없으니 농민의 아내도 아니다. (305)



면 차원으로 유명한 노씨넥 심청댁이었다...아들만 여섯이었다...그 중에 5남이 중풍, 치매 쌍으로 걸린 지 엄마를 15년 동안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이 동네가 없어져도 그 효자 얘기는 남을 거다 (269).



큰 아들은 몸이 야위었다. 작은아들은 병원에서 비만이라고 했단다. 큰며느리는 몸이 아픈 곳이 많단다. 걱정 안되는 자식이 없다. 딸은 손마디가 아픈 게 장모 닮았다고 사위가 말한다. 키가 작은 것도 내 탓, 아픈 것도 내 탓, 부족한 엄마는 원망투성이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은 게 아닌데, 나도 하고 싶은 일, 꿈이 있던 젊음이 있었다. 늙고 병들고 망가진 모습, 나 자신도 싫다. (281)




고3 손자는 집에서 공부하느라 힘들고, 중학교 입학식도 못 치른 외손자, 학교 개학 연기된 초5 외손녀, 초2손자는 종일 게임하느라 바쁘고, 유치원 손녀는 유치원 가고 싶다고 난리란다.

절로 한숨이 나왔다. 아이구, 손자손녀들이 학교에 가야 내 자식들이 덜 힘든데 (301)




큰 아들 걱정을 해서인지 다시 배가 아프다. 신경성인가보다.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내가 아파서 입원하면 작은 아들이 고생하고 돈이 들어간다. 큰 아들 걱정한다고 작은 아들 고생시키면 안 되지. 마음을 독하게 먹고 밥을 했다. 아무 탈 없이 검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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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04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꾸준함이 얼마나 큰 힘인데 말이죠. ~ 마지막 문장 할머니의 자식걱정에 울컥하네요. 왜 그리 아파도 참으시는지 ㅠㅠ

얄라알라 2022-02-04 08:23   좋아요 2 | URL
mini74님. 할머니의 큰 아드님이 대학 시간 강사인지라 자식들 중 가장 빈곤하게 살거든요. 그래서 맞벌이하는 둘째네가 할머니 편찮으시면 돈을 많이 쓰게 될 텐데, 그것까지 염려해서 몸 챙기시는 할머니 마음에 저도 맘으로 울면서 읽었네요...

아프셔서 우울한 마음이 할머니 일기 종종 드러나는데,
조금이라도 덜 아플 때 더 많이 읽고 써요. 우리.^^

psyche 2022-02-04 0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친 문자에 울컥했어요. 예전에는 엄마들이 왜 그러는지 몰랐는데 저도 이제 점점 그렇게 되어 가네요. ㅜㅜ

2022-02-04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3: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22-02-04 1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뽑으신 글만 봐도 체험적 글로 느낄 수 있네요. 살아 있는 글이랄까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만 산 저는 농촌의 얘기를 낯설게 느낄 수도 있겠으나
독서를 통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검색해 보겠습니다.^^

얄라알라 2022-02-05 06:49   좋아요 1 | URL
페크님, 도시에서만 살아오셨군요?^^
이 책 읽으며 농촌 마을 단위의 삶에서 ‘숟가락 갯수‘까지 서로 세는 삶의 장단점을 생각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한국 사회도 가족친족 관계의 끈끈함과 여러 의무들이 많이 약화되었지요. 이 또한 장단점이 있을터인데, 전 홀가분해진 게 더 좋더라고요.

제가 올린 사진말고 실제 표지가 더 예뻐요^^ 혹 기회되신다면 즐독하시리라 믿습니다!

Meta4 2022-02-06 0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장바구니에 키핑합니다. 농촌 배경 소설에 관심이 많아, 찾아 읽는 편인데.. 그리고 쓰고 싶은 리뷰를 만지작 거리던 중인데.. 읽고 함께 얘기해볼게요.

얄라알라 2022-02-06 03:45   좋아요 0 | URL
Meta4님 반갑습니다.
저는 농촌 배경 소설을 따로 찾아 읽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소설, 푹 빠져 읽었기에 리뷰를 올렸네요. 작성 중이신 리뷰가 어떤 작품에 대한 걸까, 서재 찾아뵙도록 할게요.

저는 [산 사람을 살지]읽으며, 주인공 할머니 ˝기분˝의 둘째 아드님, 극진한 효성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저만 ‘평균치‘를 다르게 보는가, 제 야박한 시선을 반성하기도 했고요. 동시에 ˝기분˝ 할머니를 비롯,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할머니들은 특히나 자녀의 효/불효에 따라 삶의 질(?)이 크게 갈리는 것을 보고, 농촌적 삶의 특징일까? 김종광 작가의 세계관인걸까? 얕은 호기심도 품어보았습니다. Meta4님께서도 관심 두신 부분이면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