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스트나 학자가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지향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면, 이는 그 개인의 사적 삶과 연관되지 않는가 하는 궁금증을 오래전부터 품어왔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집필한 전혜원은 기자로서 "우리 시대 '파블로프의 ' 비슷한 존재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힌다. 작가 본인이 2010 일본 교토의 닭꼬치 가게에서 4개월 동안 '파블로프의 '가 되어 일했던 경험을 프롤로그에 배치하면서. 

*   *

노동을 "낯설게" 보기 시작한 기자에게, "기자가 꽂힌 분야를 팔 수 있도록 장려하는 회사"(시사IN)는 연재탐사 기사를 허용했다. 전혜원은 2018년부터 <시사IN> 소속으로 취재한 사건 기사 23편을 9개 주제로 엮어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를 펴냈다. 제목에서 "말하지 않는"의 주어가 빠져 있는데, 프롤로그를 통해서 그 주어를 특히 언론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전혜원은 노동문제를 다룰 때 진보 언론과 보수언론이 "선량한 피해자로서 노동자 vs. 노조 혐오"식 이분법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기자는 "선악의 이분법을 벗어난 노동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고, 이에 대해 소설가 김훈은 "전혜원 기자는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려고 했다지만, 결국 그도 가치판단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설정하는 일은 윤리적 범주를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전혜원 기자는 알고 있다(7)"는 (적어도 내게는) 알쏭달쏭한 추천사를 남겼다.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을 새벽까지 읽는 동안, 현관 앞에 대형 박스 4개가 배송되었다. 주말 동안 할인 쿠폰 써서 구매한 제품들이 민망스럽게도 1박스 1상품 형식으로 들어 있다. "고용 없는 노동" 챕터를 비롯, 전혜원 기자의 발품취재 기자정신 덕분에 평소 인식하지도 못하던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전혜원 기자가 말하는 "우리 시대 '파블로프의 ' 비슷한 존재들"은 어디까지 포괄하는걸까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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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03 09: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선악의 이분법을 벗어난다는 것이 윤리적 범주를 저버린다는 것과 등치되는 개념은 아닌 것 같은데 김훈의 추천사는 진짜 알쏭달쏭하네요. 덕분에 좋은 책을 또 한권 알게되어서 냉큼 보관함에 집어넣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2-01-03 10:53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의 관심이 닿아있는 책이라서 제가 기쁩니다^^ 추천사를 두 번 읽었습니다. 후반부에 물론 전혜원 기자가 김훈 작가님의 글도 인용하고, 두 분이 긴밀히 소통하셨던 듯 합니다.

미미 2022-01-03 11: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노동자들에 대한 이분법이 와닿습니다. 여성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배워서 역시나 싶고요. 결국에는 정치적인 말을 할 권리를 가진 소수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느낌입니다.

블랙겟타 2022-01-03 12: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요 😁

얄라알라 2022-01-03 1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사IN] 기사들을 모아서 요렇게 얇은 책들로 펴내주시니, 구독하지 않는 관심자로서 크게 감사드립니다! [20대 남자]나 [20대 여자]보다 저는 이 책이 좋았습니다! 블랙겟타님께서도 읽는 중이시라니 앗싸!

블랙겟타 2022-01-03 22:35   좋아요 2 | URL
좋은 책이셨다니 📚저도 기대가 되네요!!

레삭매냐 2022-01-05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한전 하청업체에서
일하시던 분이 감전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후진국 같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지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얄라알라 2022-01-05 17:19   좋아요 0 | URL
저는 그 뉴스 스크립부터 우연히 읽었는데, 스크립 읽다가 이미 괴로워서 동영상 누르지도 못했네요.
김훈 작가님께서 자주, 기고문을 써주셨지만 사건은 똑같이 반복되니 외치는 목소리만 말라가네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사이토 고헤이, 2021)에 폭 빠져서 사이토 고헤이의 세상 읽는 방식을 흉내내보고 싶다. 그는 자본주의가 내부의 모순을 외재화하는 방식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기술적 전가, 공간적 전가, 그리고 시간적 전가


이 중, 시간적 전가는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자면 "대홍수여, 내가 죽은 뒤에 와라!"의 태도이다. 사이토 코헤이는  "현재가 번영하기 위해 미래를 희생시키는" (47) 시간적 전가로 인해 "미래 세대는 자신들이 배출하지도 않은 이산화탄소 때문에 고통을 겪게 될(47)" 것이라 한다. 








나 역시 환경 이슈를 책, 기사, 영상물로 매일 접하지만 "나중에 밀려올 해일"로 미뤄두기 때문에 태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다가 오늘 우연히 [공포의 먼지 폭풍]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내게 '먼지폭풍'이라면 영화 [Interstellar]에서 스크린을 휘덮던 스펙테클적 재앙일 뿐이었다. 실제 1934년 5월, 미 남부 평원을 괴롭히던 먼지폭풍이 동부해안 지역까지 날아왔을 때, <뉴욕타임즈>에선 "주부들을 바쁘게 만들었다" 수준으로 논평했다 한다. 



하지만, 이 폭풍의 파괴력과 후폭풍은 어마어마해서 작물과 가축뿐 아니라, 사람들까지 아프거나 죽어나갔다. 먼지폭풍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Okies라며 따돌림 당했다고 한다. 삶의 터전과 재산을 잃은 것만도 서러운데, 기후 난민은 이등 시민 취급을 받았던 것이다. 



저자 돈 브라운이 시종일관 전하려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먼지폭풍"을 자연재해라 하지만, 인간이 초래한 재앙이다. WW1의 시작과 함께 급증한 밀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땅을 갈아 엎어 밀밭을 만들고 가축들을 방목하면서 대초원의 풀들이 사라졌던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들의 몫이다. 1930년대 문제일 뿐이라고? 2020년대 농업이 소진하는 대수층의 물은 머잖아 고갈될 것이라 한다. 불길하다. 또 다른 '먼지폭풍'이 등장 준비 중일지도 모르니.....






 [공포의 먼지 폭풍]처럼 어린이 대상의 환경 교육에서 환경 문제를 미래형 시제가 아닌 현재형 혹은 과거 시제로 전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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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12-24 0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무서워요….ㅠㅠ

얄라알라 2021-12-24 11:47   좋아요 0 | URL
이 글 쓰면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봤는데, 공포감이!!
그런데 동부 해안지역에서는 ‘주부들 (먼지 터는 일) 귀찮게 일으키는‘ 수준으로 경험했기에 같은 재앙에 대해서도 온도 차이가 있나봐요.

중국의 황사도 폭풍은 아니어도 규모가 엄청나겠죠? 찾아볼수록 걱정만 차곡차곡. 모래가 차곡차곡...

얄라알라 2021-12-24 11:48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해피 크리스마스, 따뜻하게 보내세요. 저는 혼까페 혼커피^^
난티나무님께서는 가족분들과 해피해피~^^

han22598 2021-12-24 0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실제로..dust storm 이 일어나는 곳이 있습니다....ㅠㅠ

얄라알라 2021-12-24 11:45   좋아요 0 | URL
han님, 제가 제 글 다시 들어와서 보니 dust ball이라고 적었네요.
실존적인 공포를 느껴보지 못한 방관자적 태도가 저에게 있나봐요. storm은 무시무시한 거대일텐데, ball이라고 적은 제 무의식은 무엇인지..


han님, 거대한 모래폭풍 겪으실 때, 온갖 생각 다 드셨겠어요..
저는 왜 1930년대 모래 폭풍 피해 CA로 이주한 사람들을 같은 미국인끼리 그리 차별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더라고요. 국경 밖에서 온 이민자도 아니고...

페크pek0501 2021-12-24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심각한 문제를 다들 알지만 미루고 산다는 느낌 들어요.
환경 문제를 다룬 녹색평론 읽고 멍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12-24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얄라님 메리스크리스마스입니다^^

정말 환경문제는 심각한 거 같아요. 그런데 쉽게 체감이 안되서ㅠㅠ

얄라알라 2021-12-26 13:24   좋아요 0 | URL
메리 크리스마스 고양이라디오님!

저는 어제 <코로나 이후의 세상 + 세계> 두 권 들고 까페 나갔다가 <어둠의 속도>만 읽고 왔네요^^

좋은 일요일 보내시길.

2021-12-2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26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텀블러에 음료를 마시면

에코백을 들면

친환경 정책에 투표하면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을 거라 믿는가?


출판사에서 뽑은 홍보문구가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판매지수 높이는 데 분명 기여했을 것이다. 커피 생두 값이 2~3배 오르든 말든 모닝커피로 하루 시작할 터이고, 친환경 라벨 붙은 제품 광클릭 결제하고, 에코백 십수 개 구비했는데 '인류세'의 지속을 고민한다고? 당신? 질문이 가시처럼 내 허영심에 꽂혔다. 


데믹 훨씬 전 경험이다. 친환경 유통업체에 주문한 유기농 상추 한 봉지가 개별 포장되어 왔다. 상추 무게 50배쯤 나갈 종이 상자 안에, 옥수수 재활용 완충제로 '방탄' 포장된 상추 한 봉지, 얌전히 앉아 있었다. 아연실색했다. 내가 무슨 짓을 했지? 그날 이후, 나는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려 최대한 노력한다. 플라스틱 과포장 제품은 내려놓는 경우가 많다. 고객센터마다 과포장 개선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남긴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겠지. 지구가 뜨거워지는 만큼, 소비할 제품은 차고 넘치고, 소비욕구는 더 뜨겁게 달구워진다. 체념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가 내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사이토 고헤이는 Kohei Saito '에코,' '녹색,' '그린'의 수식어로 위장한 선진국의 소비 패턴 바꾸기만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GS(글로벌 사우스)를 쥐어 짜내 희생시켜서야 가능한 '제국적 생활양식Imperiale Lebensweise'을 누리면서도, 기후위기를 막겠다는 주장은 현실도피적 위장이라고 맹 비난한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 그린 뉴딜 따위는 모조리 그린 워싱 green washing이다.  지구공학geoengineering의 최첨단 기술이나 자본주의의 탈물질화로 기후 위기를 막겠다고 어벤져스가 움직인다 해도, 그전에 인류세부터 끝난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기술이나 정책의 비전문가인 대중으로서는 '(나 한사람이라도) 에코백 쓰고, 텀블러 들고 다니면기후위기 브레이크 밟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지' 착각하게 되는 현실이다. 기후위기의 큰 그림을 볼 수 없는 데다가, 그 그림마저 그린 워싱으로 덧칠되어 우린 눈을 가리니까.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는 ICT 산업과 서비스 산업이 발달하면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를 향해간다고 장미빛 전망 보이지만, 실상 선진국은 여전히 GS의 천연자원을 채굴함으로써 재료발자국이나 키우고 있다. (2장 "기후 케인즈주의의 한계" 참조)


이런 극단적인 암울 주장에 우리는 이미 익숙하다.  이미 임계점 코 앞이다. 늦었다... 


하지만, 사이토 고헤이는 젊은 학자이다. 마르크스 전문가로서 비전도 분명하다. 인류가 곧 멸종하리라는 암울한 경고를 하려고 [지속 불가능한 자본주의]를 쓰지 않았다. 사이토 고헤이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지구적 차원의 "탈성장 코뮤니즘"으로 대전환한다면 희망이 있다고 처방한다.  



탈성장 코뮤니즘? '탈성장'과 '코뮤니즘'은 녹색과 빨간색, 대치관계 아닌가? 의문 품는 독자에게는 사이토 고헤이는 맑스 전문가로서 촘촘히 대답한다. late Marx는 [자본론]을 썼던 Marx와는 사뭇 달라졌다고. 유럽 중심주의, 성장중심주의에서 벗어나 GS, 생태문제에 눈을 돌렸다고. 그래서 우리가 late Marx에게서, 코뮤니즘에서 기후위기를 타파할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사이토 코헤이가 말하는  " 세계적인 대전환 (237)"은, "자본주의 극복민주주의 쇄신사회 탈탄소화라는 목적들이 한데 모이는 삼위일체 프로젝트(352)"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과, 2021년 시점에도 진행 중인 예시는 직접 책에서 찾아보기를. 



10페이지도 넘게 메모하며 읽었지만, 리뷰가 미완성이다. 2022년 12월에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리뷰를 다시 쓰겠다고 약속하며. 이번 주는 사이토 코헤이 교수의 동영상 강의 탐색 주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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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24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사랑 님이 올려 주시는 책들
장바구니 속에 차곡, 차곡,
건강, 행복 가득 북사랑님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얄라알라 2021-12-24 11:27   좋아요 1 | URL
감솨합니다~~~ 저는 책보다, scott님 올려주신 와인이 더 좋아요. 적어도 12월 24일에는 !

scott님처럼 멋진 인사를 드리지는 못하지만, 마음을 담아 메리 크리스마스
 

   

반다나 시바, 제러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룸, 놈 촘스키,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리베카 솔닛.....



도대체 안희경은 누구? 다양한 분야 초고수들과 대화가 술술 통할 만큼 박학다식 + 인맥이 글로벌 거미줄?


인터뷰어 "안희경"이 궁금해서 [나의 질문](안희경, 2021)도 읽었고, 랜선 북토크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도 들었다. 코로나 시대 '돌밥돌밥' 자식들을 챙기는 엄마이면서 일 욕심이 대단한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분,  코로나 시대에도 쉬지 않았다. 7인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내일의 세계: 지금 여기 인류 문명의 10년 생존 전략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엮어냈다. 



[2021. 05. 20. 제러드 다이아몬드]


내 빈약한 어휘의 체이지만, 기억하기 쉽게 체에 거른다. 


  •  우주산업에 투입할 자본을, 당장 지구 당면 문제해결을 위해 풀어야 한다.
  •  (개발도상국 포함) 전세계 백신 접종은 공공선의 실천이 아니라, 나 자신, 내 집단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  지구인이여!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지구적인 문제 해결의 시스템을 위해 힘을 모으라. 그것은 기후위기이다! 
  •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인의 방역 협조 태도는 이들의 공동체 지향community-Oriented 문화를 드러낸다. 이는, 개인주의적이 밀농사와 대비하여 공동체적인 쌀 농사와 관련된다. 
  •  4가지 긴요한 문제: 핵무기 위험, 기후변화 위기, 자원고갈 문제, 불평등
  • "실제로 미국은 3천만 명의 나라다. 미국은 3억 명을 내다 버렸다. 엄청난 불평등이 존재한다. 한국의 불평등 보다 훨씬 심대한 불평등이 미국 안에 있다." (44) 
  • "30년 후에는 모든 것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됩니다....30년 안에 풀어야 합니다. 만약 2050년까지 이 문제들을 풀지 못한다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너무 늦을 겁니다." (50)





[2021. 07.02. 케이트 레이워스]

  • "도넛(안전지대) 모양의 경제 모델_ 그 누구도 도넛 가운데 구멍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 안정망으로 지켜내는 목표" (61)
  • 암스테르담에서 도넛 경제학 모델을 시 정책에 도입, "순환경제" 현실화하겠다는 선언. 2020년. 
  • 덴만크의 유리병 재활용률은 95%. 법으로 플라스틱 규제. 
  • "사회적, 생태적, 지역적 지구적 렌즈로 우리 주변을 살피자." (63)
  • 한국 대통령 후보에게서 기후 비상사태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안희경이 한탄하자, 케이트 레이워스의 응답은 "정말인가요? 당장 우리에게 닥친 긴급한 사안이잖아요."(78)
  • 소유하지 않는 소비: 과연 환경을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생각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 할까? 아예 자동차 소유 자체를 포기할까?
  • 정부의 중대한 역할: "기후 위기 돌파할 방향성 설정 같은 거대 규모 프로젝트나 에너지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정부 아니면 할 수 없다." (69) "조세와 규제,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는 투자를 늘리고 공공재의 역동성을 강화할 능력은 오로지 국가만 갖고 있다." (70)
  •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governance) 기업의 그린 워싱?




[2021. 07.05. 다니엘 코엔]


  • 현 팬데믹 위기로 디지털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 "디지털 경제는 서비스 경제의 위기에 대한 응답.
  • 디지털 시대, 'HIomo digitalis' 배출. 
  • 국가의 역할: 디지털 자본주의, 자본의 힘 길들이는 데 국가가 나서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기본소득에 찬성한다



[2021. 06.22 조한혜정 오프라인 직접 인터뷰] 


※ [선망국의 시간]을 무척 불쾌하게 읽었던지라, 촉 세우고 인터뷰를 읽었다.

  • 조한혜정 역시 [선망국의 시간]을 의식해서였을까, 이렇게 말했다. "창창한 아이들 앞에서 계속 망한다라고 말하면 정말 폭력이죠. 그래서 '기쁨의 실천'이라든가 다른 표현으로 시대를 이야기하려 애 쓰는데 잘 안 되네요 (176)"
  • 조한혜정의 인터뷰는 다른 6인의 인터뷰이와 명명백백 차별되게 저명 인사의 인용과 추상적 개념어가 많이 올라온다. 우선 인터뷰어 안희경이 조한혜정 인터뷰의 키워드로 제시한 '파상력'은 사회학자 김흥중에게서 나왔다. 그 외에도, 도나 헤러웨이를 인용하고, 본인이 1992년 썼던 [탈식민지 시대 지식이늬 글읽기와 삶읽기]를 위시하여 포스트 콜로니얼 논의, 에드워드 사이드를 언급한다.
  • 다른 책에서도 이 부분 읽어본 것 같은데 조한혜정은 자기 자신을 에드워드 사이드 반열에 올리며 공통분모를 이렇게 말한다. "저(조한혜정)는 어릴적 세종문화회관에서 현대무용가 호세 리몽의 공연을 보기도 했고, 학창 시절에 신촌을 오가며 근대적인 도시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다 미국 중서부에 있는 대학으로 유학을 갔는데, 그 동네가 왜 그렇게 촌스럽게 느껴지던지요....우리(한국)이 항상 후진국이라 생각했는데, 가보니까 다른 거예요. 사이드나 저(조한혜정이)나 코스모폴리턴으로 성장했기에 격차를 느낀 겁니다." (180)



친환경 삶을 실천하는 생활인이자, 코로나 시대 돌밥돌밥을 수행하는 엄마로서의 안희경 작가를 좋아한다. 안희경 안의 불기운을 태평양 건너서도 느꼈고 경탄하기에, 안희경이 인터뷰이 목록을 계속 늘리며 좋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응원한다. 하지만, 안희경의 신문 연재 기사나 단행본들을 몇권 째 읽다보니 솔직히, 진부하게 느껴진다. 책 구성이나 인터뷰 형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뷰가 깊이 들어가서 '핵'을 치고 나와야하는데, 인포먼트와의 교감없이(물론 안희경 인터뷰어는 일부 분들과는 초면 아닌 구면으로 인터뷰 진행했다), 나열식 질문들을 제한 시간 안에 던지는 방식으로는 핵이 드러나지 않는다. 



아무리 세계 유명인사들이 알려주는, 위기의 지구 구하는 해법이라한들 위로부터의 진단, 처방, 예측, 제시 제시, 제시...... 계속 듣다보면 에너지 쏠린다. 그 밥이 그밥. 언어 성찬으로 느껴진다.



 안희경 선생의 놀라운 공감능력과 친화력, 박학다식함의 장점을 살려서 다음 번엔 소위 보통 사람들 인터뷰를 책에 담아보면 어떠할까?  겉만 톡톡 건드리는 인터뷰를 나열하는 책보다는, 안희경 선생 주변 사람들 핵의 핵을 담아 밀도 높인 인터뷰집을 준비해주기를 팬으로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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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19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희경 님의 책을 읽으면 공부가 많이 되겠는걸요. 검색해 볼게요.^^

얄라알라 2021-12-19 16:31   좋아요 1 | URL
^^ 예, 페크님, 안희경 작가님 매력적인 분이시더라고요. 인터뷰어로 자신을 덜 드러내셨을 때, 또 에세이에서 본격 드러냈을 때 모두..

저는 여러 인터뷰 중 특히, 반다나 시바와 제러드 다이아몬드 인터뷰가 콕콕 와 박혀서 정기적으로 다시 찾아 읽었어요^^
 
체르노빌 히스토리 -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
세르히 플로히 지음, 허승철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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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가 아닌 책인데도 읽다가 공포감에 척추까지 뻣뻣해지는 경험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의 목소리]로 해봤다. 수년 전이다.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채 굳은 자세로 눈물을 흘렸다. 체르노빌 대재앙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로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처음 접해보는 고밀도의 것이었다. 새벽이었지만, 가까운 친구 아무에게라도 전화하고 싶을 정도로 공포감에 압도당했다. 동시에 인류에 헌신하고 사라져간 이름 모를 사람들에 느끼는 부채의식과 감동 또한...... 오렌지빛으로 타오르던 원전만큼이나 뜨겁기도 한 소설이었다.



[체르노빌 히스토리: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체르노빌의 목소리]처럼 두께가 만만치 않다. 학자이자 체르노빌 원전 참사의 생존자인 세르히 플로히가 최근(21세기?)에 공개된 체르노빌 핵재앙 관련 문서 및 KGB 비밀 자료를 참고하여 썼다. [체르노빌 히스토리]는 원자로가 폭발한 1986년부터 2000년 12월 원전 폐쇄, 2018년 새로운 보호막을 설치한 마지막 단계까지 다룬 "최초의 포괄적 역사서"(17)라 한다. 하지만 옮긴이 허승철 교수(고려대 노어노문과) 평했듯, 이 책에는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독자가 중간에 책을 덮지 못하게 흡인하는 힘이 있다. 역사서이면서도 큰 따옴표로 직접 인용한 대화체 문장이 유독 많은 것도 그 한 이유일까? 세르히 플로히는 해체 이전 소련의 고위 세력들, 체르노빌 원전 관계자, 사고대책위원회의 주요 인물들의 고뇌, 정치적 밀당, 사고수습에 대한 전략을 오차 없는 문서 자료 위에 대화체로 풀어 놓았다. 그래서 460여 쪽이어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나 보다. 





코로나로 인해 정책이 현재 어떠한지는 모르나, 코로나 이전 체르노빌 원전 주변은 우크라이나에서 관리하는 관광상품을 통해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었다. "핵 폼페이"의 살벌한 공포를 느끼기 위해, 혹은 인류 미래를 위한 교훈 얻기 위해 다녀가는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았고, 세르히 플로히 역시 프리퍄트를 여행하는 동안,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기획했다. 기존에도 우크라이나어로 역사물을 펴내왔던 그는 역사학자로서의 분석적 시각과 이 비극의 땅에 살았고 재앙에서 살아남은 자의 내부자적 시각을 더해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썼다. 덕분에 그 자신이 "최초의 포괄적 역사서"라 자부한 그대로, 이 책은 하나의 "이벤트"로서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당시 소련의 과학기술에 대한 자부심, (극)비밀주의, 관료주의, 페레스트로이카 개혁 과정의 위선, 원전 사고로 더 촉발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발현, 소련 붕괴(해체) 이면의 분위기 등을 드러내준다. 물론, '살아있는 로봇  biorobot'이라 불리며 핵대재앙 수습에 동원되었던 수십만 명의 영웅적인 헌신에 대한 존경심과 연민도 담고 있고. 


“Pripyat, Chernobyl”/CC0


한국어판 부제인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과 연결해서도 [체르노빌 히스토리]는 시사점이 많다. 재난 앞에서 투명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피해는 무고한 시민들이 입은 사례는 많다. 소련은 철저한 비밀주의로 사건을 은폐 축소하고 싶어했다. 원전 폭발 직후, 선탠 잘 된다고 지붕 위에서 선택하다가 병원에 실려간 주민, 쇼핑몰에서 아이스크림 먹으며 노는 가족들, 일정 그대로 진행되는 동네 결혼식들 그리고 대규모 공산당 전당대회....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민(특히 아이들)의 안녕을 염려하여 "미국 영화 많이 본 사람의 과잉대응"이라 역공당하더라도 시민소개를 진행했던 이들, 솔선수범 위험한 원전으로 들어가 수습을 위해 생명을 내어준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체르노빌 대재앙 때, 소련이 나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역설적이게도 1957년 우랄지역에서 발생했던 핵발전소 사고를 수습하며 얻었던 노하우 덕분이었다는 것을 [체르노빌 히스토리]을 읽으며 알았다. 본문을 옮겨본다. 

"오제르스크 사고 이후 소련 당국은 30년 후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 사용할 여러 가지 규칙을 세웠다. 핵폭발 사고 뒤처리를 위한 군 징집, 오염된 장비를 땅에 묻고 방사능 오염 지역을 콘크리트로 덮는 오염 제거 기술, 주민 소개, 제한 구역 설정, 급성 방사능 피폭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취급 등 이 모든 전략은 오제르스크 사고 때 처음 적용된 것이었다...체르노빌 사고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침묵을 지킨 것도 오제르스크 패턴을 따랐다." (240쪽)


오제르스크 사고에서도 체르노빌 사고에서도 가장 위험한 곳에, 영문도 모르고 동원되었던 이들이 누구였던가? 재난 대응 방식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짜야할 플랜과 필요한 실천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의 면에서 우리 자신에게 던져보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대사로서도 이 지역과 연을 쌓았던 지역 전문가 허승철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해준 덕분에, 우크라이나어를 모르는 한국인이지만 내부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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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8-12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떠올렸어요. 방사능이 누출되는 이런 사고가 어쩌면 코로나보다 더 무섭죠.
원전사고 소식을 알게 된 직후 수산물을 한동안 안 먹었어요.
예전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 중 이런 게 있었어요. 앞으로는 총을 들고 전쟁을 하는 게 아니라 세균전이 될 것이라는...
공중에서 헬기를 이용해 독이 든 균을 떨어뜨린다면...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죠.

체르노빌 히스토리, 꼭 읽어야 하는 책 같네요. ^^

얄라알라 2021-08-12 14:47   좋아요 1 | URL
제대로 기록되지도, 인정받지도 못한 수십 만명의 사람들 덕분에, 1986년 인류가 그나마 더한 재앙에서 보호막 한 겹 입을 수 있었기에 이런 책을 읽으며, 그런 희생을 기억하고 재앙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지혜와 의지를 모았으면 좋겠어요.

이 책 번역하신 허승철 교수도, 처음 우크라이나 부임했을 때 현지 ‘버섯과 베리류 먹지 말 것‘ 권고 받으면서 체르노빌의 흔적을 느꼈다 하시더라고요. 현재 진행형이라 정말 무섭죠. 후손들에게도 미안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