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바의 수Dunbar's Number"로 유명한 인류학자(+ 진화 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카페에서 엿듣기에 진심이었다. 그는 참여자들이 어떤 대화의 맥락이나 이해관계에 놓였든 간에 어려운 심화 주제보다는 "가쉽 gossip"거리에 쏠리게 마련이란 걸, 즉 인간 의사소통에서 가쉽의 효용성을 간파했다. 어설프게 던바 흉내내기 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카페 테이블 저편의 대화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자 해도 차단되지 않는다(는 변명을......).


최대한 늦게 낳아야 한다구!_늦게 낳는 남

IT 계열 전문직 젊은 남성들의 화두는 일에서 시작하더니 '출산과 양육'으로 흘러갔다. 대화는 일 잘하는 **, **, **를 칭찬(시기질투?)하며 시작되었다.

*

(우리 IT 업계에서) **, **, **가 뛰어나다. 잠은 자나 싶을 정도로 짧은 기간 내에 끊임없이 뭔가 만들어낼뿐더러 성과마다 놀라웠다. 촉망받는 인재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생산력이 어느새인가 시들시들, 멈춘듯했다. 잘 보니, (공통적으로) 시들시들한 그 시점에 바로 이들이 아빠가 되었더라.


대화는 이렇게 귀결된다.

한때 잘나가다가 육아에 발목 잡힌 아빠들! **, **, **을 보니 알겠다. 여기(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애는 최대한 늦게 낳는 게 답이다!.

커리어에서 손실예상 때문에 임신과 출산 미루기는 보통 '여성' 주어로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남자들만의 커피 타임에서 '아이를 최대한 늦춰 낳을 이유'가 대화 소재로 등장하다니 귀가 커졌다. '출산을 최대한 미뤄, 일에서 성취를 이루자'는 생각의 이면에는, 정자는 나이를 덜 타지만(?), 즉 남자는 상당한 나이가 들어도 자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전제된 것일까? 이는, 여성의 난자는 나이를 탄다는(이왕이면 젊은 가임 여성의 난자가 선호되는) 문화적 신념과 연결되기 때문에, 유쾌한 전제만은 아니다.



15년 일하며 첨 봤대!_조리원에서 책 읽는 여자


노골적으로 고개를 들어 확인하지는 못했기에 음성으로만 추정하기로 4~50대 여성분들의 대화를 차단하기 어려웠다. "여자 공부하면 뭐 하나, 박사 따건, 전문직이건 결혼하면 소용 없다." "아니다, 그거 우리 세대까지 그렇다. 요즘 애들은 똑똑해서 그렇지 않다(차라리 애를 안 낳는다).' 요약하자면 이런 대화였다. 책 덕후의 귀가 번쩍 뜨였던 건, 누군가가 책 덕후 친언니 예를 들었기 때문이다.




"언니가 워낙 책을 워낙 좋아했어. 석사 따고, 부모님께서 박사까지 밀어준다고 하셨는데도 그냥 좋아하는 걸로 남기겠다, 업 삼지 않겠다더라고. 언니는 산후조리 하면서도 책을 읽었어. 도우미 아주머니가 자기가 이 일(도우미) 한지 15년차에, 책 읽는 산모는 처음 봤다고 그렇게 신기해했대"


*

그 뒤 이어진 대화는 가물가물 기억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 책 읽는 산모'가 화제의 중심이었음은 분명하다. 그 범주의 여성, 즉 산후조리 기간에 책 읽는 엄마는 일탈, 범상치 않음, 과장하자면 '이상해 보이는' 듯 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었겠지만, 내 귀를 불편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이렇게 기록한다. 

15년 산후조리 도우미를 하면서 '책 읽는 산모'를 처음 봤다 하시는 분, 마찬가지로 산후조리 기간 지적인 양분을 채우는 산모가 특이한 소수자로 여겨지는 대화. 왜 엄마라는 존재는 새 생명에게 양분(모유)를 주지만, 책으로 자신을 위한 즐거움을 채우면 평범해 보이기 어려운 걸까? 아이들 놀이터에서 그네 태우는 옆 벤치에서 책 읽던 그 어머니는 아무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왜 동네 소문의 주인공이 되었던 걸까?


우연히 들은 조각난 대화에 과잉 의미 부여하는 걸까? 그렇다면, 어설프게 로빈 던바를 흉내내기 때문일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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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5-07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 길에, 저희 동네 왕송호수
뷰를 가려 버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아주머니들의 수다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과 일치해서 같이 수다
에 동참하고 싶은 욕망이 잠깐
일었답니다. 그렇게 가는 거죠.

2023-05-07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3-05-07 23:28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말씀 듣다보니
김훈 작가님 에세이 중에, 작가님 사시는 일산 호수 근처 산책하시다가 할머님들 대화(주로 며느님들 ~~~, ~~~ 뒷이야기) 들으셨던 일화 어렴풋이 생각나요. 작가님께서도 그 대화에 마음은 이미 끼어 계셨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갑자기 제 흐린 기억력을 탓하고 싶어지네요

아! 이 늦은 밤, ˝그렇게 가는 거죠˝라는 말이 마음의 파고를 낮춰주는 것 같습니다. 제게 필요했던 말씀입니다. 감사드려요^^

persona 2023-05-07 2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많이 남는 얇은 책 한 권 읽으셨군요. ^^ 전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 이야기 듣다보면 오디오북 듣는 거 같더라고요. 가끔요. ㅎㅎㅎ
공공장소에 주로 혼자 있다보니 안 그러고 싶어도 동네 이야기는 다 듣고 다니는 거 같아요. 저도 그냥 지나가려고 하고 안 들으려고 하지만 듣게 되면 저도 관련 생각도 하게 되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더라고요. ㅎㅎ

얄라알라 2023-05-07 23:30   좋아요 2 | URL
까페 순례자로서, 예의를 지키고 싶어도 귀쫑긋 되는 상황이 잦은 듯 합니다.
persona님 표현에 격 공감, 끄덕끄덕하게 됩니다.

˝질문이 많이 남는 얇은 책 한 권˝이라...아! 시적이라는 말, 이럴 때 쓰는 거겠죠?
누군지 모를 이들의 대화를 의도치 않게 귀 쫑긋 엿듣게 된 상황에서, persona님 표현 멋있습니다!

yamoo 2023-05-10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산후조리원에서도 책을!!!
진짜 책덕후네요..^^

고양이라디오 2023-05-11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던바의 수‘ 찾아보니 재밌네요ㅎ 15년 일하면서 조리원에서 책 읽는 여자를 처음 봤다니 신가하네요.
 


번듯한 제목, [산에 오르는 마음Mountains of the Mind]보다도 부제, "매혹됨의 역사"에 끌려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첫 몇 페이지만에, '아! 문장 어쩜 이렇게 아름답고 치밀하니?'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뛰어난 문장가, 사색가들의 뒤에는 멋진 가풍이 있(는 경우가 많)더라. 저자 로버트 맥팔레인(Robert Macfarlane) 외할아버지는 서가뿐 아니라 집안 여기저기 책을 뒹굴릴 정도로 장서가였다. 어린(아마 그때도 잘생겼으리라😏) 손주는 "닥치는 대로 벽에서 벽돌을 꺼내듯이 책 더미 중간쯤에서 녹색의 커다란 책을 꺼내...," "유년 시절이 오롯이 허락하는 자기만의 시간에, 마치 폭음이라도 하듯 외할아버지의 장서를 탐독했다. (15)"


꼬마 로버트 맥팔레인은 "희박한 공기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두 개의 작은 점(등반가 맬러리와 어빈) 중 하나가 되기를 갈망하는 존재에 불과"(15)했다. 하지만, 소년기부터 산에 오르던 그는 훗날 산악인이자 명망 있는 작가가 된다. 스물여덟 살에 [Mountains of mind]를 출간했고 '심원의 시간 Deep time'을 연구하며 대학에서 후학도 양성한다. '아, 이렇게 조화롭고 강인한 영혼이라니!' 460여 쪽의 1/10지점을 지날 즈음, 로버트 맥팔레인에게 팬심을 느꼈다! 아울러 질투심과 부끄러움도... 작정하고 성실하게 산다 한들, 맥팔레인을 비롯한 숱한 등반가들이 보아왔을 '알펜글로 apenglow'를 내 인생에서 직접 볼 날, 있을까? 생명을 걸고 반중력의 신비, 산의 부름에 화답했던 그들만큼 대범할 수 있을까?


BrettA343,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질문을 바꿔본다. 두 발 디딜 땅을 안전하게 확보하고 있는데 굳이 아찔한 고도에 이르고 싶은 이유는 무얼까? (왜 목숨 걸고 산에 오를까?) '마음의 산(Mountains of Mind)'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인간을 매혹시켜 왔는가? 나는 차가운 형광등 빛에 안락함을 느끼면서 왜 예측불가한 색조합의 알펜글로우를 동경하는가?


바로 이런 질문에 로버트 맥팔레인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답을 찾아간다. 옮긴이도 언급했듯, [산에 오르는 마음]은 장르를 특정하기 어렵도록 독창적인 지성의 산물이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류가 산을 상상하는 방식(또는 산에 오르는 마음)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43)," 즉 '마음의 산을 향한 인간의 매혹됨 계보사'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지리학, 지질학, 생태학, 스포츠학, 철학, 역사학, 인류학, 미학...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읽어도 혹할만큼 풍성한 정보를 유기적으로 배치해 놓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가 이처럼 방대한 지적 작업을 단독 수행하며, 심원의 시간(Deep time)에 매혹당한 등반가로서의 자신의 경험도 곁들였다는 점이다. 꼬마 맥팔레인이 할아버지의 장서 중에서도 특히 실존 탐사가의 일기를 많이 읽었던 영향일까?

Pablo Carlos Budassi, CC BY-SA 4.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4.0>, via Wikimedia Commons



스크린이 호도하는 가상현실의 자극이, 손발가락을 잃어가며 하는 등반예술과 맨눈의 탐사를 대체해가는 21세기에 등반가들이 저 높은 산을 오르며 이르렀던 경외감은 인간이 왜 겸허한 존재여야 하는가를일깨워주는 고백이 된다. 


로버트 맥클라인의 날카로운 지성과 통찰력을 보여주는 문장 몇을 옮겨 본다.


솟구침, 사나움, 차가움, 이 모든 것을 이제 무의식적으로 숭배하게 되었으며, 그러한 이미지들은 더 거친 야생에 대한 간접 경험에 굶주린, 도시화가 진행된 서구 문화에 스며들었다. 산행은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여가 활동 중 하나다...이제 에베레스트산은 경험이 부족한 등산 회사 고객 수백 명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만년설로 뒤덮인 타지마할이 되었고, 당의 糖衣를 정교하게 입힌 웨딩케이크로 전락하고 말았다. 에베레스트산의 산비탈에는 현대인들의 시체가 흩어져 있다.


[산에 오르는 마음] 41쪽



'심원한 시간'의 광대무변함을 생각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강렬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일로, 당신의 현존을 완전히 부수고 과거의 압력으로 당신을 '無'로 압축하며 미래는 너무 광활하기에 당신이 직시할 수 없도록 한다. 이는 정신적인 공포일 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공포다. 산의 단단한 바위가 시간의 마모에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는 일은 반드시 인류의 몸이 섬뜩할 정도로 덧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도록 하기 때문이다.


[산에 오르는 마음] 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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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07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에 오르는걸 ‘반중력의 신비‘ 라고 하는군요. 완전 멋진 표현인거 같아요~!!
산에 오르는 마음이 저런거였군요. 뭔가 웅장합니다~!!

얄라알라 2023-05-09 13:42   좋아요 1 | URL
1976년생 저자는 남들 80년 살아도 못해본 넘 많은 경험을 했더라고요
그러니 글이 좋을 수 밖에^^
이 역시 질투인가봅니다

새파랑님 좋은 오후 보내시기를

얄라알라 2023-05-09 13:42   좋아요 0 | URL
1976년생 저자는 남들 80년 살아도 못해본 넘 많은 경험을 했더라고요
그러니 글이 좋을 수 밖에^^
이 역시 질투인가봅니다

새파랑님 좋은 오후 보내시기를

고양이라디오 2023-05-11 18: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알아갑니다.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책읽는나무 2023-06-08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을 좋아하시는 얄라 님과 잘 어울리는 책의 글로 당선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수준 높으면서 저는 처음 보는 책들 리뷰나 페이퍼에 많이 올리시는데 늘 친구 읽기 글로만 읽어 좀 아까웠었는데...흐뭇한 일입니다. 이제부터는 모든 걸 대공개해 주세요.ㅋㅋㅋ

얄라알라 2023-06-08 14:18   좋아요 1 | URL
하하하 책읽는 나무님

저는 30000원 적립금에 일단 너무 좋아서 눈 희번덕^^;;; 도대체 내가 썼던 글 중 당선될만한 게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데 하면서 궁금했는데

알록달록 사진 세례를 퍼부은 이 글이었네요.
이 책이 너무 좋아서 후속작도 빌려 놨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어요.

응원해주셔서 많이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님도 축하드립니다. 러스트벨트의 고운 하늘 색이랑, 알펜글로 색이 묘하게 겹치네요^^ 맥락은 다르지만

겨울호랑이 2023-06-08 15: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마음의 산을 올라야 하는데, 자연에 있는 산과는 달리 오를 수록 점점 더 까막득하게 높아져 가는 것이 다른 점인 것 같아요... ㅜㅜ 얄라얄라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봄나물을 구경하며 natural born gatherers]



얼마 전, 귀농하신 어르신.찾아뵌 김에 그분들의 안내를 받으며 시골길을 걸었다. 한 때는 참새 쉼터였을 전깃줄을 지중화한 도시에 사는 내게 살짝 기울어진 전봇대는 온기를 주는 시골다움이었다. 그 산책 길에서 놀라다 못해 경탄했던 것은 어르신들의 탁월한 식물감별안이었다.


나도 쑥은 안다. 쑥향 진하게 나는 쑥개떡도 좋아한다.부추와 달래도 구별한다. 하지만 다른 초록이들은 그저 땅을 뚫고 올라온 봄생명일뿐 이름도, 쓰임도, 그리고 그 아름다움도 잘 모른다.어르신들은 산책하시는 내내 존재조차 몰랐던 초록이들의 이름을 알려주셨다. 당귀. 머위. 돌나물...등등. 


100여 년 전엔 집에서 술을 담궈 마셨던 조상들

50여.년.전만.해도 집간장, 집된장이 대세였다. 이젠 유튜브 동영상 따라하거나 요리 과외를 받아도 어렵다. 불과 1ㅡ3 세대만에 그 귀한 지혜가 전수되지 못한 채 끊겨간다. 풍경을 보는 눈 또한 바뀌어간다. 30분 산책으로 한끼 채식.밥상을 준비하실 수 있었던.귀농 어르신들의.나물감별안을 보고.많은 생각이.스쳤다.



봄쑥 150g에 4000원이 넘는 가격이 매겨져 있다.

마침 어제 "natural born gatherers"라는 제목으로 메모를 남겼기에, 그 연장에서 쑥 이야기를 이어가 본다.

동화 [몽실언니]에서 어린 몽실이는, 처절한 심정으로 산에 오른다. 봄 나물이라도 뜯어야 젖동냥으로 자라 온 동생 입에 뭐라도 흘려 넣을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바디나물, 고수나물, 뚜깔나물, 개미나리, 칫동아리나물, 미역 나물, 잔대나물, 싸리나물, 고사리....." 몽실이는 죽으로 끓일 수 있는 들풀들을 참 많이도 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기에, 바코드 찍히지 않은 봄 나물은 이 땅에서 얼마나 많은 몽실이와 난남이(몽실이의 동생)를 살려왔을까?

하지만, 한 줌에 4000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이고 진열대에서 형광등과 냉기를 받는 봄쑥을 보니, 인간의 '먹을 권리'에 대한 전망 역시 냉기를 뿜겠구나 싶다. 고급 품종으로서 샤인 머스캣을 밀어내고 새로운 프리미엄 포도가 등장하여 누구나 따먹을 수 있던 산딸기와 머루를 비웃듯. 몽실언니에게는 생명의 끈을 연장해주었던 봄나물도, 인간의 먹고 살 권리도 의미를 잃어간다...

고작 쑥 한 봉지 사들고 비관이 너무 앞서 나간걸까...


누구나

깨끗한 물 마시고, 깨끗한 공기 들이 마시고,

최소한의 먹거리를 권리로 챙길 수 있는 세상.

그 당연한 권리주장이 왜 떼쓰는 걸로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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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4-11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님이 조금 더 기운이 있으실때 같이 산에 가면 진짜 냄새만으로도 뭐가 있는지 아시고 얘기하곤 하시더라구요. 이제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면서 우리 식탁에서 저런 봄나물들이 사라지는 것도 빨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얄라알라님의 비관이 남일같지 않기도 합니다.

얄라알라 2023-04-11 11:19   좋아요 1 | URL
와! 바람돌이님,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소한 데서 사람의 대단한 능력에 감탄하곤 하는데, 어머님께서 냄새만으로 풀들을 구별하셨다는 게 진심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사실 예전엔 땅이 좋아서(?) 풀들의 향도 더 강했던 것 같아요. 시골의 부추 냄새는 비닐하우스 재배 부추와는 향이 비교도 안 되더라고요....

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바람, 돌풍이 심한데, 아무쪼록 안전한 화요일 보내시어요

기억의집 2023-04-11 1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친정엄마가 나물 반찬을 좋아하시고 꾸준히 먹어서 취나물, 비듬나물 등등 봄에 채취해서 삶아 냉동실에 소분해서 먹는데,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물을 아예 안 먹더라고요. 아마 저 쑥으로 한 쑥개떡도 젊은 세대들은 안 먹어 봤을지도 모르겠네요. 세월이 참 많이 변했어요. 진짜 예전에 고추장 된장 담궈 먹었는데.. 저희집은 된장은 메주 사서 담궈 먹는데 고추장은 안 담궈 먹은지 수십년 된 것 같어요. 달달한 고추장 좋아해서.. 진미 고추장의 등장이 생각나고 봄의 두릅이 생각나는 페이퍼입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15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달달 고추장, 초고추장, 두릅, 쑥 개떡....
이렇게 나열만 해도 올라오는 정서가 저에겐 분명히 있고 기억의집님께도 있으시고^^

세상과 먹거리가 많이 변해가지만 요즘 꼬마 친구들도 봄 나물의 매력을 좀 알고 컸으면 좋겠는데...

요런 심리가 ˝라떼˝ 심리인 거 겠죠?^^;;

행복한 일요일 시작하시어요. 기억의집님.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3-04-11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와 천변에서 쑥 뜯었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 어머니가 담근 된장 정말 맛있는데, 그 비법을 저도 동생도 물려받지 못했으니,
그냥 사라지게 되는구나 하고 얄라알라님 글 읽으며 새삼 깨닫습니다.

오래 전에 전국여성농민회에서 매달 꾸러미 라고 뭘 보낼지 모르지만,
정해진 금액에 맞춰 텃밭에서 길렀거나 야산에서 채취한 다양한 나물과 먹거리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있었어요.
그거 받아보는 동안 정말 평생 먹어본 나물보다 훨씬 더 많은 나물들 먹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보내주는 나물을 바로바로 요리해서 먹어 치우지를 못하고,
처치 곤란한 이름 모를 나물들이 자꾸 쌓여서 결국 그만두고 말았네요.
달마다 이번에는 뭘 보내주실까 궁금해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쉽네요.

얄라알라 2023-04-16 00:18   좋아요 0 | URL
전국여성농민회!
감은빛님 댓글을 보고 찾아보니 ˝언니네 텃밭˝ 꾸러미 보내주시는 활동을 하시는 군요
예전에도 다른 루트로 들어보았는데, 제게 말씀 전해주셨던 분 역시
꾸러미가 너무나 소중하지만, 보내주시는 것들을 잘 활용하지 못해 결국 아깝게 된다는 이야기 하셨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감은빛님께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셨음을 댓글을 통해 상상하게 되네요^^ 좋은 초록 나물 많이 드시고, 더욱 건강하시어요^^

레삭매냐 2023-04-11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 동네 체육공원에 갔었는데
옆동산에서 어르신들이 쭈구리고 앉
아 무언가를 열심히 캐고 계시더라구요.

저희 어머니도 얼마 전에 쑥 캐오셨다
고 해서 농약 조심하시라고...

유기농 봄쑥이 4천원이나 하는군요. 깜놀 -

얄라알라 2023-04-16 00:20   좋아요 1 | URL
아! ˝쭈구리고 앉다.˝

이 말조차 정감 있게 들리는 걸 보면, 제가 뭘 많이 결핍하고 있는 것인지^^;;;

결핍이라고 말 할 필요 없이, 쭈구려 앉아서 뭐 좀 캐보면 될까요?^^

결국 그 봄쑥은 인기가 없어서....

서운해했습니다^^;;;

Falstaff 2023-04-11 15: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이 참 좋습니다.

얄라알라 2023-04-16 00:21   좋아요 0 | URL
골드문트님 ^^
기억이 납니다. [몽실언니]를 좋아하시는 골드문트님의 소중한 분~~~

전 [몽실 언니]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의외로 많이 나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나물 이름에서 부끄럽기까지 했어요. 아는 이름이 거의 없더라고요.

난티나무 2023-04-11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숲이나 들판에서 아쉬운 게 그거예요. 저기에 내가 몰라서 못 먹는 풀이 얼마나 많을까??? 늘 아쉬워요. 꼭 먹어야 하기보단 더 많이 알고 싶어요. 반드시 배워야 할 지식/지혜라고 여기고요, 반드시 나중에 배울 거예요.^^

얄라알라 2023-04-16 00:23   좋아요 0 | URL
난티나무님 멋지세요.

네네, 그냥 아쉬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하는 지혜/지식!

저는 실제 난티나무님과 똑같은 이유로, 일부러 찾아서 2번이나 강습을 받았는데....^^;;;;
돌아서면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더 반성하며 저 글을 썼나봅니다.

난티나무님께 나중에 다시 배워야겠어요^^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는 40년 전, 1984년 초판되었다. 해방직후와 6*25전쟁을 시간적 배경 삼았지만, 책 읽다 워낙 생경한 단어를 자주 접하다 보니 22세기 배경의 SF소설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불과 70여 년 전 고난한 삶과 격동기 풍경을 공감은 커녕 낯설어하는 내 모습이 부끄럽기도 하다.

*

예를 들어 나는 '암죽'이라는 음식을 [몽실언니]에서 처음 들어보았는데, 발음 때문인지 '밤'같은 열매로 만든 죽인줄 알았다. 몽실이의 갓난 동생은 이 암죽을 먹고 컸다. 세상에 태어나자 마자 엄마를 잃었기 때문에 암죽이 모유 대용이었다.

*

'암죽'도 몰랐던 내가, "설빔"을 "설빙" 으로 오해하는 꼬마들에게 놀라움을 표한다. "아!!!팥빙수 아냐!" 하며 황당해한다. 그러는 나는 정작 마트에서 '파조기' 안내판을 '파기(폐기) 조기'로 오해했다. 폐기예정 음쓰인줄 알았단 말이다.




그런 내가 "설빔"을 "설빙"이라며 입맛 다시는 꼬마들에게 놀라워할 수 있을까? 원클릭이면 옷을 바로 배송받는 패스트패션 천국에 사는 꼬마들에게 일 년에 한 번 설빔 알기를 기대한 내가 고루했다. 언어의 생물성을 깜빡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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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2-26 0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큰아이가 제일 좋아하던 동화책입니다. 딱 이 책입니다. 초판이고요. 아직도 가끔 몽실이와 작가 권정생을 이야기하지요.
˝새끼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거 보는게 제일 좋다.˝
이게 여태 제가 올린 유일한 짤의 제목입니다. 동화 말고 드라마 <몽실언니>에서 극중 몽실이의 상이군인 아빠 한진희가 했던 대사였습니다. ^^

얄라알라 2023-02-26 12:39   좋아요 0 | URL
˝새끼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거 보는게 제일 좋다.˝

그 말의 의미가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몽실언니> 아버지는 군에서 도망나와 ‘상이군인‘이라고도 불리지 못했다고 했던 것 같고, 그래서 더 자격지심이랄까, 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지경으로 못나 보였는데
골드문트님이 올려주신 대사를 보니, 몽실이 아버지에 대한 편견이 조금 달라지려 합니다.^^

참 좋은 책이예요~~ 들려주셔서 감사드려요 골드문트님.

새파랑 2023-02-26 1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몽실언니 드라마로 본 기억만 나네요. 그런데


설빙 맛있습니다 ^^

얄라알라 2023-02-26 12:38   좋아요 1 | URL
[몽실언니]를 여기저기, 다양한 루트로 추천받아왔는데
몽실이의 생명력이, (섹슈얼리티를 무기와 자원삼는) 성인 스칼렛 오하라와는 또 다른 맛의 질김을 보여주고 멋지더라고요.
읽으며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게 했던 동화입니다.

새파랑님, 근데 요즘 ˝설빙˝ 매장 거의 없지 않나요?^^ 저도 설빙 인절미 들어간 메뉴들 좋아했엇는데 저희 동네 대형 매장은 철수한지 오래 되었고,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가고 싶네요. 설빙 ㅋ

persona 2023-02-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지라서 파조기 아니었나요? 겉에 흠집 난 거요. 오징어나 진미채나 명란젓 같은 거 저는 파지가 오히려 좋더라고요. ㅎㅎㅎ 다시마도 괜찮고요.

얄라알라 2023-02-26 12:36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최근에 그 단어를 처음 들어봤어요..^^:;;;

˝설빔˝을 팥빙수인줄 아는 애들 앞에서, 놀람 감탄사를 뱉었던 제가 부끄럽죠 ^^

아! 제주구좌 ˝못난이˝ 당근이라는 걸 사봤는데 그거 참 괜찮은 선택이더라고요.
아마 파조기 개념인가봐요^^

persona 2023-02-26 12:40   좋아요 1 | URL
못난이 과일 채소들 안 예쁠 뿐이지 괜찮은 것 같아요! 제로웨이스트 샵에서 처음 봤어요. 저는. ㅎㅎㅎ 파지 쪽은 시장에 잘 안나오니깐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부끄러워하실 것 까지야…^^
저도 어릴 때 ‘모과’를 뭐가? 로 잘못 알아들은 적이 있어요. ㅋㅋㅋ 경험이 없는 어린이다 보니깐 ㅋㅋㅋ 그런 일이 종종 있는 것 같기도 해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3-02-26 12:49   좋아요 1 | URL
‘모과‘ ㅋㅋㅋ
너무 귀여우세요.
‘모과‘나 ‘뭐가?‘나 엄청 비슷하네요

저는 1년째 생활영어좀 잘 해보고 싶어서 노력 많이 했는데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표현에 더 신경이 쓰이고 관심가나봐요

모과..ㅋㅋ아, 모과향을 갑자기 맡고 싶어집니다

persona 2023-02-26 13:34   좋아요 2 | URL
모과를 누가 주셔서 그걸로 모과차를 엄마가 만들어 주던날인데요.
-엄마 이게 뭐야? 향 좋다!
-모과?
-이거이거
-모과.
-아니 이게 뭐냐구!
로 시작해서 엄마가 웃겨서 일부러 모과라고만 한동안 답하셨었어요. 전 막 답답해서 이게 뭐냐고 뭔지도 모르고 먹냐고 막 그러고 ㅋㅋㅋ
 




동네에서 플로깅 함께 하자는 모집안을 만들다 보니, 제가 스펠링도 모르더라고요. flogging이라 쓸 뻔 했어요. "plogging"은 스웨덴어 "Ploka up"와 결합된 신조어라는데요.  우리말 가미된, "줍깅"으로 쓸 걸 그랬나봅니다. 



황금 주말 오전, 도심는 하천 주변에서 '줍깅'을 했습니다(전 말그대로 jogging하며 줍기도 했어요). 불과 한 시간 만에 20L, 10L 종량제 봉투들이 가득 찼습니다. 지나가던 자전거 라이더, 산책 나오신 장년의 부부께도 인사를 들었네요. "좋은 일 하십니다. 수고하세요"라고^^

*

최초의 목표는, 

불특정 지역 주민 누구나 같이 쓰레기 주우며 환경에 관한 대화 나누기였으나...

이상적 목표였습니다.

실제, 당일 불특정 즉흥 참가자는 아무도 없었어요. 

* * 

아무튼, 60분 동안 쓰레기를 줍다보니 절로 '쓰레기학 garbology' 생각이 나더군요.

독특한 쓰레기 구성이었어요. 

  • NO1.은 담배꽁초.
  •  
  • 그 외 담뱃곽과 술병, 일회용 커피 용기가 많습니다. 일종의 중독성 물질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고물가 시대 산책로 벤취에서 술마시가 유행인지 의자 주변에서 빈 술병과 안주 쓰레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골뱅이에 김치 볶음까지, 제가 주었습니다^^;;; 흑흑흑.
  • 시대상을 나타내주는 물질로는 단연 일회용 마스크. 마스크는 땅바닥에 얌전히 누워있지 않더라고요. 주로 덤불 얇은 가지에 흉물스럽게 매달려 있어요.
  • 애완견 배변 처리 봉투를 산책로 덤불 속에 숨겨 놓는 분들, 왜 그러십니까? 다시 버릴 거면, 왜 비닐에 담았습니까? 남 시선 의식해서 그 자리에서는 처리하고, 몇 걸음 더 가 사람 없는 데서 비닐 째, 휙 던져버립니까?
  • 태풍과 폭우가 지나갔음을 알게 해주는 물질은 스치로폼입니다.  택배 박스의 잔해가 엄청 나군요. 자잘하게 부숴진채로 땅 위에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의외의 쓰레기는 바로, 사탕 포장재였습니다. 굉장히 의아했어요. 사탕 낱개 포장재가 왜 이리 많은지...장거리 이동하는 자전거 라이더 분들이 에너지원으로 드시는 걸까요? 어린이들이 헨젤과 그레텔처럼 사탕 껍질 쓰레기를 일정한 간격으로 버려 지나온 자취를 남기진 않았을 테고요? 




아마추어 쓰레기 고고학 흉내를 내어 봤습니다.
다음 번에도 줍깅 후기 올릴게요^^ 
같이 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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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26 08: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훌륭한 얄라님
저 이런거 실천 잘 못해서 항상 죄책감 느껴요. 그냥 버리는거라도 하지말자 이정도.... ㅠㅠ
아 그리고 쓰레기 버리는 사람들은 또 왜 그걸 항상 어디다 숨겨놔요. 치우기 힘들게.... 부끄러운 마음은 알겠는데 그러면 버리지 말든가 말이죠.

얄라알라 2022-09-26 11:23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그냥 버리는 게 아니라, 좁은 틈에 끼워 박아 쓰레기 처리하는 분들도 있던데
그 심리가 궁금했어요. 틈새 찾아서 탄탄하게 끼워 놓고 가려면 시간 걸리실 텐데,
왜 버리면서 정성을 들일까?

거리의화가 2022-09-26 09: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담배꽁초는 예상했고 요즘은 마스크가 단연 많을 것 같아요!ㅠㅠ 오늘부터 야외에서는 마스크 강제 아니긴 한데 사람들 여전히 눈치보는지라 반 이상은 쓰고 다니더라구요. 플로깅 계속 실천하시는 알라님 멋지세요!!!

얄라알라 2022-09-26 11:24   좋아요 2 | URL
마스크는 항상 많은데
얼마전 집중 호우 탓인지
추석 연휴 뒤라서인지, 스티로폼 박스 조각이 많아서 불편했어요. 줍기에 불편한 소재더라고요..조각조각 나서

거리의 화가님 감사드립니다

호우 2022-09-26 1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지만 실천은 쉽지 않은데 얄라님, 정말 멋지세요. 강아지 배변 봉투를 덤불에 숨기고 간다는 건 좀 씁쓸하네요.

얄라알라 2022-09-26 11:24   좋아요 2 | URL
호우님,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니 소심하고 부끄러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갑자기 이 포스팅을 전체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별 거창한 거 아니어도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레삭매냐 2022-09-26 1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지십니다, 얄라알라님!

얼마 전에 너튜브에서 다이버
분들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
온갖 해양 쓰레기들을 줍줍하
는 걸 봤습니다.

자신들의 취미생활도 즐기고
또 선행도 베푸는 모습이 멋
지더라구요.

주말에 수원 호매실 수변공
원에 갔었는데, 천변에 깨진
병조각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왜 그렇게 쓰레기들을 버려
대는지 모르겠어요.

얄랴알라님의 ‘줍깅‘을 격렬
하게 응원합니다.

저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쪼끔 들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2-09-26 11:22   좋아요 2 | URL
사실,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한데요....
자랑하려고 하는 일도 아닌데, ˝수고하십니다˝ 인사 들으면 부끄러워지고요.

근데, 결국 제 기분이 좋아지니 저를 위한 행동입니다.
아무나 줍는구나....그냥 맘만 있으면 종량제 봉투 하나 들고, 주울 수 있겠구나...다른 분들께도 용기드리고 싶어서^^;;

응원 아주 감사드립니다!!^^ 계속 할게요 저 ㅎ

책읽는나무 2022-09-26 12: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담배꽁초랑 일회용 테이크 아웃 플라스틱 용기 진짜 많죠???
어느 곳을 가나 마찬가지인가 봅니다ㅜㅜ
전 기후 위기에 민감한 친구가 있어요. 친구는 결국 공부 심하게 하더니 아이들에게 강의도 나가기도 하면서 환경 활동에도 열심히!! 4주 만보 걷기 이벤트도 계획해서 봄 가을에 꼭 올리더니 결국 작년께는 만보 걷고 줍킹 쓰레기 봉지 한 가득 인증샷도 올려야 상품 준다고 이벤트를 확장시켰더군요.
전 덕분에 작년에 줍킹을 첨 알았습니다.
두 어 달 정도 혼자서 또는 동네 언니랑 산책하면서 줍킹 했었는데 쓰레기 봉투가 나중에는 가득 차서 하나가지고는 안되겠더라는!!!
전에 살던 아파트 주변엔 정말 쓰레기 많았어요. 공원도 그랬었고..ㅜㅜ
덕분에 어르신들께 칭찬 좀 들었구요.
어떤 할아버지는 지나다가 아가씨들이 좋은 일들 한다고 하셔서 얼굴 드니깐 엉? 아가씨가 아녔네?...쩜쩜쩜....마스크 써도 나이 든 건 표시 나나봐?? 둘이서 속닥속닥ㅜㅜ
근데 자꾸 사람들이 쳐다 보고 그래서 부끄러워 줍킹 그만뒀더니 음...결국 멈췄어요.
얄라님 글 읽으니 까먹고 있었단 걸 깨달았습니다.
암튼 얄라님 좋은 일 하십니다.
저도 절로 칭찬하게 됩니다^^
자극 좀 주세요ㅋㅋ

얄라알라 2022-09-26 13:58   좋아요 2 | URL
그게....무관심은 좀 아쉬운데, 막상 지나시던 분들이 ˝좋은 일 하시네요. 일욜에...˝ 이런 식으로 말 걸어주시면 또 부끄럽더라고요^^

책읽는나무님께서 말씀하신 친구분도 대단하십니다!!! 방금 ˝밀라논나˝의 에세이를 다 읽었는데
이분이야말로 쓰레기 최소지향의 삶을 살고 계시네요. 버리지 않아도 되는 삶을 고민하고 움직여야할텐데, 반성됩니다.

책읽는 나무님께서도 줍깅해오셨다니 든든합니다. 같이 올려요^^ 우리

mini74 2022-09-26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님 👍저도 사실 똘망이 데리고 산책하다보면 너무너무 화가나요. 그대로 내버려두면 같이 욕 먹을거 같아서 누구네집 개땡땡인지도 모르는거 가끔 처리하면서 ㅠㅠㅠ 실천하는 알라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