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약속 때문에 옆 옆 동네를 방문했다. 저녁식사를 함께 나눴던 이들은 각자 스위트 홈으로 돌아갔고 나도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데,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자석에 끌리듯 들어간다. "신간도서" 서가에서 2~30분 머무른다. 이렇게 좋은 책이 많은데 어찌 신간도서 서가에서 쉬고 있지? 다들 앞다투어 대출해 가야 했지 않을까? 책을 향한 예의의 마음이 달아오른 애서가는 남의 동네에서 책 빌릴 수단을 고한다.




문상철의 [몰락의 시간]을 대출했다. 이 생소한 이름은 前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의 재판에서 증언했던 "김상훈"의 실명이다. 최근 JTBC에서 문상철의 출간 인터뷰를 보았다.


화면으로 받은 그의 인상은,


1. 말을 참 잘 한다. 입술 밖으로 발음하는 말에 군더더기 하나 없어서 바로 기사로 옮겨도 교정 필요 없을 정도라는 김훈 작가님 떠올리게 할 만큼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2. 사람에게 신뢰를 주는 음성과 화법을 지녔다. 정치인을 꿈꾸며 정치판에서 오래 수련하고 기다렸던 사람답게 나직한데 웅변력 있는 음성과 화법을 지녔다.


[몰락의 시간] 첫 장을 펴자마자 한 숨에 읽어버렸다. "정치계" 근처도 가본적 없는 "평민"에게 안희정 前도지사의 부침浮沈 및 권력형 불나비들의 생태계는 sci-fi 영화보다 흥미진진했다. 문상철은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글까지 잘 썼다. 안희정이 측근의 첫 요건으로 "페이퍼를 만들 수 있는" 언어능력을 중시했다던데 정치 "빽"이 일절 없던 문상철이 나중에 안희정의 이너서클에 들어간 이유를 알겠다.


문상철은 가까이서 수행했던 전前 상사의 치부를 까발리고자 책을 쓰지 않았다. 그는 그 어떤 정치인도 잠재적 '안희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려 글을 썼다고 밝힌다.


사람들의 기대와 욕망 앞에서 안희정은 스스로를 잃어갔다. 환호와 호응, 그리고 공격과 상처는 단어만 다를 뿐 결국은 한낱 인간인 정치인을 환각에 빠지게 했다...정치인 안희정과 그의 곁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지만 부디 그들만의 이야기로 읽지 않기를 바란다.


 [몰락의 시간] 15쪽



[김지은입니다]와 [몰락의 시간]을 읽은 독자로서 판결 난 사건에 사견을 더하고 싶지 않다. 내가 [몰락의 시간]을 흥미롭게 읽은 지점은 다른 궁금증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1. 한국형 그림자 정부?있어?

  • 일루미나이트 혹은 프리메이슨까지 들먹이기엔 너무 나아가는 상상이지만, [몰락의 시간]을 읽다 보면 장기말을 움직이는 세력에 대한 암시가 등장한다. 그 세력의 형성과정, 구성과 목적, 작동방식 등이 무척 궁금하다. 문상철의 눈에 그들은 "공부하는 모임이라고 했지만 이 모임의 구성원을 가지고 바로 정부를 운영해도 될 정도로 치밀하고 광범위하게 조직된 엘리트 모임.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만들어놓은 거대한 로비의 장."(105) 으로 그려진다.


2. 팬덤정치와 짝패인 정치인의 나르시시즘


  • "그중 안지사가 가장 선호하던 모임은 단연 여성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였다...스스로 '운동을 마치고 땀 냄새를 내며 들어가는 콘셉트'로 잡아 운동복 차림에 목에 수건을 건 채 (여성 기자들과의 모임 장소에) 들어가기도 했다." (115)

  • "(안지사는) 재선 이후 스스로 다른 정치인들과 외모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외모 가꾸기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몸에 딱 붙는 슈트핏을 유지하기 위해 안경닦이조차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았고, 수시로 사용하는 담배와 라이터 등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물건은 자신의 옷이 아닌 수행비서의 주머니 속에 있어야 했기에 수행비서의 주머니는 항상 여러 잡동사니들로 넘쳐났다."(76)

  • "선거를 하다 보면 '뽕 맞았다'라는 표현을 종종 쓴다. 현장에 지지자들만 잔뜩 진을 치고 와 있는 걸 알면서도 "와~~~"하는 현장의 함성 소리와 쏟아지는 기운은 강한 중독력이 있다. 환각력이 높은 이 팬덤의 기운을 안 지사는 힘들 때마다 찾았다." (88)


3. "정치 입문," "정치를 배우다" "정치 초보" "정치 구단"

평소 나는 "정치 초보" "노련한(?) 정치 구단"의 등급을 과연 어떤 기준으로 나누는지 궁금했다. "정치를 (잘못) 배웠다"라는 문구가 기사에 등장할 때마다 더 궁금했다. 과연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무엇이고, 누구 혹은 무엇을 통해 정치를 배운다는 것인가? [몰락의 시간]을 읽으니 그 나름의 답을 알 것 같다.

자신 역시 정치가가 되고 싶은 마음에 PD 및 연구원 일을 그만두고 도청 비서로 정치를 시작한 문상철이 관찰한 바, 대다수 젊은 정치지망생은 낡은 관계중심의 정치를 답습한다고 한다.

    • 청년팔이 정치_"캠프 내 청년 정치인들 대부분이 이미지로 소진되었다...좋은 뜻으로 청년 정치를 시작했지만, 아무런 배움과 지도 없이 오로지 유세에 동원되어 율동만 하다 돌아가거나 젊은 배경이 필요한 일정에 소모되는 식으로 불려다녔다...이러한 현실에 부딪힌 정치 지망생들은 소모적인 일만 하다가 돌아갔다. 잔류한 지망생들은 모든 일을 관계로 풀어가는 얕은 정치만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정치권 선배들과 저녁 술자리를 하며 친밀도를 올리고,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기초의원 자리나 추후 청년 비례에 공천받기를 원하는 식이었다." (121)

    • "나이와 직급을 떠나 모두가 '안희정'이라는 아버지를 필두로 형, 동생으로 구성된 가족 공동체 같았다. 안지사는 평소에도 '가문'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안희정 집안을 일궈야 한다"는 표현을 빈번하게 썼다." (29)

    • "조직 외부에서는 안희정의 최측근, 안희정 키즈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붙이며 자신의 체급을 올리는 사례도 많았다...이름팔이 정치의 가장 큰 폐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모두가 자신의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항상 후보의 눈에 띄기만 바랐다는 것이다." (126)

    • "대한민국에는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정말 많은 기관의 자리가 있음을 이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경력과는 무관하게 잠시 캠프를 거쳐갔던 사람들조차 다양한 자리에 임명되었다. 우리(안희정) 캠프를 통해 문재인 캠프로 우회 상장을 하려던 많은 사람이 전략적 성공을 거두며 사회 곳곳의 높은 자리에 앉았다." (145)

    • "피고인(안희정) 측 증인으로 공개 증언을 한 사람 중에는...안희정 사건 재판 기간 전후로 한 번에 다섯 단계를 뛰어넘어 5급 비서관으로 임용되었다....재판 과정을 거치며 다들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191)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내부자로서, 이제는 기업체 직장인이자 외부자로서 정치권을 비판하는 문상철 전 수행비서 자신이야말로 안희정 前충남도지사가 선호하는 "티 안 나는" 의전을 매끄럽게 수행하도록 메뉴얼을 만든 사람이다. 이 메뉴얼은 후에 수행비서 김지은에게 인수인계되어 '안희정 특화 의전'의 토대가 된다.


 

" 나는 복잡한 의전은 싫어. 하지만 내가 싫다는 말은 티 나는 의전이 싫다는 거지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의전을 해줘야 해...나는 충남을 대표하는 도지사이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이네...의전을 하고 있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물 흐르는 의전이어야 해!"(65) 이런 까탈스러운 의전을 기대하는 상사를 만족시키기 위해 심지어 샤워할 때까지 방수팩에 핸드폰을 넣어 24시간 대기하며 자칭 도지사의 "외장하드"가 되어야만 정치실세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건지...씁쓸했다.

정치인을 고발하고 권력의 부패가능성을 경고하는 에세이를 쓴 사람에게서 권력을 향한 욕구를 보았기 때문에 씁쓸하다. 어쩌면 문상철이 서문에서 썼듯, 어떤 정치인도 '안희정'이 될 수 있듯 나 역시 상황에 처하면 '의전 메뉴얼'을 자발적으로 작성했을지도 모르기에 이는 비판이 아니라 반성에 가깝다. [몰락의 시간]을 통해 '반성의 시간'을 유도해준 문상철 저자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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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12-30 2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지사가 이렇게까지 수준높은(수행하는 사람들 피말렸을듯..) 의전을 요구한다는점이 권력의 신격화와 나르시시즘을 잘 보여주었죠. 그런 상황에서 문제가 안생기면 오히려 미스터리일지도..얄라님 잘 읽었습니다. ^^

얄라알라 2023-12-31 01:24   좋아요 1 | URL
미미님 서재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치인들의 선거유세 몸짓 언어가, (적어도 제게는) 맨정신으로 보기 힘들만큼 과장 흥분되어 보였던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문상철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좀 알 것 같았어요. ‘지지 받는자, 나의 지지자, 나의 찐팬‘이라는 환상에 중독되면 도취감에 그런 기괴한 몸짓이 나오나봐요....

이 책에 의전의 까탈스러움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는데, 벌거벗은 임금님은 혼자 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사실
임금님 흉만 보기도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동시에 제가 맨 마지막 문장에 썼듯 임금님을 떠받들지 않으면 잘려나갈테네, 어려운 문제이네요.
 



고정관념 혹은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돌아봅니다. 강원도 횡성에 이틀간 머무는 내내 "횡성 한우 맛집"을 검색했습니다. 저는 일부러는 육식할 일 없는 "채소 예찬자"입니다. 어차피 한우 음식점에 가더라도 버섯, 마늘, 쌈채에만 손을 댈 텐데도 계속 "횡성 한우"를 입에 올리고 검색하는 자신이 어느 순간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반복학습(횡성 하면 한우, 횡성 한우, 횡성=한우....) 세뇌의 자동누름버튼에 조종 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한 끼 음식을 두고 별생각 다하지요? ^^;; 아무튼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횡성여행에서 '한우'가 필요조건인양 생각하게 된 경로를 되짚어보다가, 에라! 감자를 찾아봅니다. 강원도하면 감자잖아요? 다행히 급 목표 수정해 찾은 로컬식당에는 감자와 메밀을 주재료 삼은 고마운 메뉴가 있었네요. 쫄깃하고 찰진 감자옹심이메밀칼국수! 


#횡성한우에 생각이 너무 많은 식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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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을 넘은 아이]를 읽으며 상상한 김정민 작가는 최소 50대, 푸근한 이미지의 할머니였다. #젖어미 #푸실이 #뒤지 #암죽 등 21세기엔 거의 잊힌 어휘를 어린이 동화에서 자연스레 쓰시는 걸로 보아 작가가 날것의 가난을 몸소 겪어본 옛 세대 분이겠거니 했다.

주인공 소녀, "푸실"의 작명배경은 충격이었다. 풀 위에서 (아기를) 낳아서 "푸실"이었다. "푸실"의 예쁜 어감에서 '플라워리스트,' '푸름' '복실복실' 등을 연상했던 내겐 충격이었다. 일하다가 (밭, 논, 산) 풀 위에서 아기를 낳다니! 일하시다가 흙묻은 버선 발로 방에 뛰어 들어가 아기를 낳으셨다고 하신 90대 할머님의 인생사를 듣고 받았던 충격에 버금갔다.

"뒤지"란 단어도 그랬다. "뒷간," "뒷일" 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인지라 상상은 했지만 [담을 넘은 아이]에서 처음 들어보았다. 동화 속에서는 주인공 '푸실'이가 애지중지하던 책, 다른 세계로 이끌어줄 유일한 탈출구였던 책을 7살 난 남동생이 친구들과 사이 좋게 '뒤지'로 나눠 쓰는 설정이었다.

"젖어미" 역시 충격이었다. 물론 "젖동냥"도 있었고 "젖을 공유한 유사 형제자매" 관념도 있었을 테이지만, [담을 넘은 아이]에서는 가난하여 '젖어미'가 된 여성이 굶어 죽어가는 제 자식에게 젖을 주자 도둑 취급 받는 상황이 등장한다. 매혈과 같은 맥락에서, 약자에게 남은 가장 마지막 무기이자 수탈 대상인 몸이 쪽쪽 다 빨려 권력자에게 흡수당한다는 상황은 끔찍했다.

# 뒤지 #젖어미 #푸실

불과 몇 세대 만에 가난의 어휘는 상상력을 그러모아도 실체화되지 않을 수준으로 낯설어지지 않았는가? 이 말을 뒤집어 보면, 2023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안전과 풍요로움이 불과 몇 세대만에 생소한 감각이 될 수도 있겠구나! 이 추운 겨울 전쟁의 잔혹함과 공포를 겪는 이들의 고통이 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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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에 놀러 갔다가 "향수 OK 카드"를 발급받고도 그 "향수"가 정지용 시인의 "향수"인지를 몰랐습니다. 지난 10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해서야 감 잡았습니다. '옥천군은 "정지용 향수 마케팅"에 올인하는구나!' 시인의 이름을 딴 지역 축제, '지용제'니 '정지용문학상' 등 다채로운 행사도 운영 중입니다. 덕분에 저도 "정지용 생가"와 "정지용 문학관"에 들렸는데 사실 계획에 없었답니다. 현지인이 추천해 준 "옥천묵집" 사장님께서 식당 문 닫으시고 며느리 아드님 온 가족들이랑 김장 중이셔서 그냥 오기 아쉬웠거든요.


 정지용문학관 들어서자마자, 저는 모형인물을 실제 인물인지 알고 화들짝 놀랐어요. 첫인상은, 흠......"전국모의고사 수능 1등 관상(??)"! 아니나다를까, 휘문고보 수재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학업성적이 뛰어나서 장학금으로 유학도 다녀오신 거더라고요. 심지어 두 아드님들도 휘문고보 후배셨어요. 마침 휘문고와 인연 깊은 분과 함께 방문했던지라 유심히 정지용문학관을 둘러보았네요.



"옥천묵집"이 맛있다고 추천 받았지만 일요일은 영업을 쉬고, 옥천 현지인이 추천해주신 어국수집 등이 다 문닫기에 좀 낙심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정지용문학관" 근처 오픈한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어요.


 밖에서 보면 평범한 식당인데, 음식을 먹으며 또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제공해주신 사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평범한 식당이 아니었던지라 이렇게 포스팅 올립니다.



옥천에 놀러왔냐고 물어보신 사장님께서 "호박꼬지찌개"를 권하셨어요. 다른 데서 먹어보지 못했을테니 온김에 먹어보라고.


 실제 음식이 나왔는데, 이런 비주얼이었습니다. 맛은, 매우 시원한 육개장 맛! 정말 놀랄만큼 제 입에 맞는 건강식이었어요. 식사하는 내내 사장님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저 역시 쉴새 없이 사장님께 음식에 탄복하며 말을 하게 됩니다. 오이 소박이의 오이 향이 살아 있고, 된장에는 직접 키우신 콩이 박혀 있어요. 정말 건강하고 순수한 맛이었습니다. 호박고지 찌개를 특허내시고 홍보하실면 좋지 않으시냐고 여쭈었더니 사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산모루 식당 사장님의 식당운영철학과 인품이 참 좋으셔서 배가 두 배로 든든해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옥천 산모루 식당 사장님, 건강하시어서 그 좋은 마음으로 따뜻한 밥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주세요.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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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11-27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얄라얄라님 저도 옥천의 정지용 생가 몇 년 전에 가 봤답니다 사진도 찍었고요 ㅎ 또 갈 기회가 생기면 저 식당에 가 봐야겠습니다 ~ 며칠 안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얄라알라 2023-11-28 01:10   좋아요 1 | URL
서곡님^^ 말씀듣고보니 2023년이 30여일 남아 있네요. 서곡님께서도 꽉 채워 보람있는 2023년으로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네, 저 식당 6개월 문닫고 있는 동안
단골 손님들이 식당 폐업한 걸로 오해하셨다하셨어요. 근데 할머님께서 혼자 주방일 다 하시는 데 어떻게 그리 정갈하게 하시는지 놀랐답니다

stella.K 2023-11-27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엇, 정지용의 고향이 옥천인 줄 이제 알았네요.
갑자기 2년 전 목포 여행이 생각나는군요.
그때 목포에 내려서 어느 식당에 들어가 첫끼를 먹었는데 얼마나 맛이 없던지.
소개 받고 간 집이었는데 정말 욕 나올 뻔.ㅋ
맛있다고 하시니 얄라님 부럽네요.ㅠ

얄라알라 2023-11-28 01:11   좋아요 2 | URL
^ ^ 스텔라님, 저야말로 ˝옥천 향수 카드˝에 여기 저기 정지용시인의 시가 있는데도 무심코 지나치다가 이번 두 번째 방문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목포에서도 검색해서 맛집 갔었는데, 엄청 대기해서 뭔가 먹고 왔던 기억이 나는데 기다렸던 거는 기억나고 그 음식이 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ㅋㅋ이런! 전 왜 기억력이?^^

hnine 2023-11-27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지용 생가 저도 가봤어요. 옥천은 저희 집에서 멀지 않아서 종종 갔는데 한번도 뭘 먹고 온 적이 없네요. 다음엔 저 식당에 꼭 가보고 싶어요. 사장님 하신 말씀을 어떻게 저렇게 잘 옮겨 적으실수 있으셨는지, 덕분에 잘 새겨 읽었습니다.

얄라알라 2023-11-28 01:13   좋아요 1 | URL
옥천에 정이 가요. 이상하게 충북 지역에 정이 가더라고요. 지역에 정이간다는 표현이 좀 그런데,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할머니께서 저 식사하는 내내 말씀을 하시고 말씀을 걸어오셨는데
식당 일 쉬시면서 집에만 계시다 보니, 세수도 안하고 일어나지도 않고 너무 게을러져서 다시 식당을 여셨다고 하십니다. 식당일 하면서 사람들과 대화나누는 것도 한 즐거움이라시면서....그래서 제가 정말 열심히 들었나봐요^^

hnine님께서 이렇게 읽어주시니 잘 옮겨 적은 제가 더 보람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낙천적으로 말하자면 "소박"해진다. 삶의 목표가.

책 읽기에서도 예전만큼 목적과 방향성이 뚜렷한 전진이 없다. 손에 집히는대로, 주기가 짧아진 취향 따라 읽고 있다. "300번대" 계획적인 독서는 옛말이다. 서가를 거닐며, 진지한 반성과 계획을 세우던 날의 감정도 아련하다.



그렇게나 게을러졌는데도 이번 한 주에 4권 - 특히 그 중 3권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빙의], [ 밤이 오면 우리는]은 한 자리에서 책 펼치자 마자 끝까지 다 읽는 집중력으로-을 읽었다는 점은, 감히 106kg의 몸으로 나비처럼(?) 텀블링을 하는 전직 카포에라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 이틀밤을 잠 몰아내며 책 보던 시절도 있지 않았겠어? '자신을 너무 소박하게만 보지는 말자.'는 격려이자 각성!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1997년 출간 되어 5억 부 이상 팔렸다는 이 소설의 묘미는 영화 영상에 다 담기지 않았구나! 덜 자라고, 자신의 잠재력에 확신이 없는 미성숙한 영웅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열광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모 부부에게 정서적 물리적 학대를 당하며 어린시절을 보낸 해리포터에게서 로알드 달이 창조한 "마틸다" 캐릭터도 겹쳐 보였다. 영국이라 그런가, 계층성에 대한 일상의 감각도 그러하고 뭔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다


[빙의]

후각이 뛰어난, 미각이 남다른, 지능이 월등한...... 평균 이상 능력 지닌 사람들이 분명 있기에 나는 가끔 "예민한" 사람들을 그 관점에서 본다. 그래서 늘 궁금하다. 그 세계가. 신과 소통한거나 소위 영혼에게 몸을 빌려준다는 사람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꾸준히 읽고 보아왔는데 [빙의]는, 신의 몸주인 아버지를 둔 막내딸이 쓴 일기형 에세이이다. 제목과 상응하는 1부가 가장 흥미롭다. 저자의 나이는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는데, 착하고 의리파인 아버지를 속이고 등쳐 먹어온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의 정서에 아직 강하게 지배당하고 있다. [빙의]는 신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어쩌면 사람에 대한 환멸을 토로한 책이 아닌가 싶었다. 동시에 만약 내가 저자와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었다면 비슷한 정서구조와 사명감(아버지의 세계를 글로 풀어냄) 가졌을지 모른다고 인정한다. 


[밤이 오면 우리는]

홀딱 빠져 집중해 읽었다. 이로써 정보라 작가의 책 두 권째 읽는다. [저주 토끼]에 비해 덜 괴기스럽고 더 쉽게 공감 되며.주변에 추천해주어도 호불호 떠나 볼멘 소리 안 들을 소설이다. 넘 재미있었다. #흡혈귀 #AI #인간을 등쳐 먹는 인간 #21세기형 양육강식 강령 이 등장한다. 쓸 거리가 많아 리뷰는 따로 나중에! 



[운동화를 신은 뇌] & [위험한 과잉의료]

최근 읽은 [위험한 과잉의료]와 나란히 연결해 리뷰 쓰겠다고 몇 번 생각만 하고는 실행하지 못했다. 같이 읽으면 더 또렷하게 각인될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제목이 말 다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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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1-20 0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머릿속에 쓰려고 하는 글만 해도 열 편 넘어요.. ㅎㅎㅎ

얄라알라 2023-11-23 06:17   좋아요 0 | URL
ㅋㅋㅋcyrus님 그 말씀 완전 공감되어 뜨끔한 저 ㅋ

고양이라디오 2023-11-20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해리포터 한 번 읽어볼까 생각해왔는데 얄라님 리뷰보니 읽고 싶어지네요^^

얄라알라 2023-11-23 06:1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고양이라디오님, 저처럼 [Dune2] 엄청 기다리시고 계시겠어요.
요샌 극장 갈 일이 없더라고요

해리포터 지난 금요일에 읽은 후 이번 주 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해리포터 이야기를 시도했는데 의외로 반응들이 극과 그이더라고요(재밌는 발견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책 한 번 잡으니 손에서 못 놓겠던데^^:;

고양이라디오님께서도 한 번 읽어보시어요. 매우 다른 관점이실지도 몰라요. 저는 적어도 1권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겸손함‘이나 ‘항상성‘의 가치가 등장해서 더 좋아했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