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ay] 2020년 7월에 출간된 책이다. 8개월 시차를 두고 한국어판으로 만날 수 있다니, 번역자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신난다! 2021년 3월, 읽고 싶은 책 리스트의 가장 위에 올려놓았다. 아직, 손에 책을 쥐지 않았지만 궁금해서 안달인데, "미리보기" 서비스가 알차다! 서문 전문을 볼 수 있다! 








이름의 뉘앙스로 짐작했지만 저자 프라가야 아가왈 Pragya Agarwal은 인도 태생이다. 영국에서 오랜 유학생활 끝에 현재 "영국-인도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50인"에 선정되었을 만큼, 학자로서 또 행동가로서 맹활약 중이다. 편견과 혐오의 기원을 밝히려는 이 책의 서문에서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많이 녹인 책이라 쓰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유학생활 하면서 영국인 친구들이 "이젠 영국 사람 다 되었네",  "너는 인도인 티가 안 나", "인도사람들은 블라블라...너 빼고 말야."라고 할 때, "기분이 좋아야 할지 나빠야 할지 헷갈렸다"라고 고백한다. 


자, [편견의 이유] 맛보기만 하고 짧은 페이퍼를 쓰는 이유는 이제부터다. 프라가야 아가왈은 인터뷰 말투나, 문체 등으로 상상하건대 적어도 소인배 스타일이 아니다. 거리두기하며 자신을 성찰하며, 영국대학에서 인도태생 여성교수로 일하면서 받아온 차별을 학문의 언어로 냉정하게 분석하려고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런 대인배형 학자가 서문에서 극 "쪼잔"의 부스러기를 흘려놓았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럴 수도 있지, 여자니까!" 이 말은 영국 노팅엄 대학교 박사과정 당시 남성 동료가 저자에게 했던 말이다. 저자는 "내 수학실력이 자신의 것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 수차례 증명된 바 있는데도, 어이가 없었다."라며 괘씸해한다. 서문에서 독자를 확 휘어잡을 썰을 풀어놓더니, 저자는 서문 마무리도 그 남자 동료 이야기로 한다. "'여자'가 복잡한 수학문제와 씨름하던 것을 안쓰러워하던 내 옛날 대학원 동기를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그는 결국 그 문제를 못 풀었다. 내가 풀었다."


'앙심을 품으셨었네? 프라가야 아가왈께서....? 사소한 앙심거리에서, 큰 일(책 한 권 다 쓰기)로 나갈 동기를 품을 수 있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앙심거리야, 제발 나에게도 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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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1-02-26 15: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개월 만에 번역서가 출간되다니, 통상적인 절차로는 불가능하죠. 사전에 뭔가 특별한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궁금해지네요.

얄라알라 2021-02-26 16:08   좋아요 1 | URL
감은빛 님께서 번역서 출간절차 경험해보셨나봅니다. 저는 번역자분이 몇 달 밤잠 못주무셨겠다 싶었는데, 더 복잡한 과정이 있나봐요^^

감은빛 2021-02-26 17:57   좋아요 2 | URL
네, 몇 권 작업해봤어요. 사실 출간기간이야 워낙 변수가 많아 천차만별이지만, 제가 단정적인 표현을 쓴 이유는 통상적으로 해외 신간을 국내 출판사가 찾아서 저작권 계약을 맺는데 시간이 제법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번역자의 작업기간과 편집 및 제작기간을 더해야 하니 통상적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2-26 22:18   좋아요 2 | URL
제 지인의 남편이 번역자인데, 지인이 얼마전 말해주길 책 출간 전 PDF 파일로 계약하고 번역하기도 한대요. 이 책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듯요. 만약 아니라면 저 번역자분 AI일겁니다 ^^;;

감은빛 2021-02-26 22:47   좋아요 1 | URL
행복한책읽기님. 그렇죠.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듣긴 했는데,
무척 드문 경우라고 알고 있어서요.
그래서 특별한 과정이 있었을 거라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2-26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 덕에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됐네요. 일단 찜!!!^^

붕붕툐툐 2021-02-26 2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앙심거리~ㅎㅎ북사랑님이 이리도 기다리시니 좋은 책임에 틀림없네용~ 살짝 게을러진 저는 북사랑님의 페이퍼을 기다리는 걸로~😝

얄라알라 2021-02-27 20:27   좋아요 2 | URL
ㅎㅎ 앙심거리를 바란다니, 코로나 장기 집콕으로 제 정신이 좀 평범한 상태가 아닌가도 싶어지네요. 툐툐님은 곧 제자들 만나실테니 3월 새로운 에너지가 퐁퐁 솟으시겠어요^^
 

mohamed mahmoud  / CC0


   온라인 포럼으로 전문가 두 분의 강의를 각각 1시간씩 들었다. 한분은 인문학자, 다른 분은 IT계열 기업의 CEO이다. 내용이 알차서, 청중으로서 짜릿한 희열마저 느꼈다. 동시에 '전문가성'은 어떻게 구축(구축의 시발로서의 Ph.D 획득이야 모두가 아는 루트인데, 이후 전문가성은 어떻게 강화, 유통되는지)되는지 궁금해졌다. 요새는 석학들의 온라인 강의나 저서를 접해도, 이미 대중에게까지 내려와 익숙해진 사례, 멤버쉽 가입과 클릭질 몇 번이면 구할 수 있는 논문들이 등장하는지라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이건 강의들으며  내내 궁금해했던 질문이다. 



오늘, [차이나는 클라스]를 읽는데 그 질문과 닿아 있는 책인 것 같다. 

우선, 제목이 다 말한다. "차/이/나/는/ 클/라/스" JTBC "차클" 초대 연사들은 흉내내기 어려운 전문성, 권위, 명성을 구축한 분들이 등장한다. 아무리 대의, 소명의식이 크다한들 뿜어낼 통로가 없으면 자기 소진에 울혈이 맺힐텐데, 이 분들은 뿜어낼 채널들도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 이들을 향해 나팔귀를 벌리는 청중들도 확보했고. 그럼 이미 답 찾은 거 아닌가? 전문가성의 구축과 유통. 




[차이나는 클라스: 의학, 과학 편]에는 김우주, 강진형, 박은정, 계명찬, 강봉균, 천종식, 박종훈, 정희선이 등장한다. 편집실에서는 Q&A형식으로 책을 엮어 냈고, 강의에 활용되었던 프레젠테이션 시각자료도 적절히 배치하였기에 전문용어가 등장하여도 읽기에 부담이 없다. 대본이나 자료집 하나 없이 현장 Q&A 즉문즉답을 저 수준으로 순발력있게, 내용 풍성하게 하였다면 "차클"이 틀림 없다. 8분의 인터뷰 모두 유익하나, 그 중에서도 나는 나노학자 박은정, 의료사고 연구하는 박종훈, 그리고 초대 국과수원장이었던 정희선이 인상 깊다. 


* 박은정 교수는 신문 기사에서도 읽었는데,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한 8년간의 경력 단절을 딛고 30대 후반에 다시 분발해서 세계적인 나노독성학자의 지위를 확립했다고 한다. 이 분이 나노독성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흥미로운데, "환경 호르몬이 내일의 문제인 반면, 나노 독성은 오늘의 문제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환경 호르몬이 후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면 나노 물질은 지금 당장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거죠."라고 한다. 



*평소 의학사 책들을 많이 읽기에 박종훈 교수가 인용한 예들과 친숙했지만, 넥타이는 처음이다. 박종훈 교수는 대한임상미생물학회지 보고를 인용하여, "전공의들이 착용하는 넥타이에서 슈퍼박테리아가 100% 검출되었다(228)"고 한다. 또한 WW2 당시 유행했던 "Give Blood, Save Lives,"의 신념과 달리, "수혈을 줄여야 생명을 구한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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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계획이 다 있었는데....."

[동의보감]"들" 읽으며 마무리할 줄 몰랐다...

다 "계획이 있었는데..."

2월부터는 책단식을 해야하나....


다시 수능시험 볼 수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한의학과 심리학. 사람의 마음과 몸을 편하게 해줄  "지식과 기술"을 다 배워보고 싶다. 그러나 삼각함수 공식이니 주기율표를 홀랑 잊은지 오래다. 그런데, 한의사 방성혜 원장은 생각뿐 아니라 어릴 적 꿈을 실현했다. 친정 부모님께 큰 아이 맡기고 어렵사리 워킹맘 생활하던 영문학도가, 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보고 한의대에 입학한 것이다. 방성혜 원장은 [동의보감]을 특히 좋아해서, '동의보감 경시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한다. 그 자신이 두 아들을 키우는데 [동의보감]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보다 많은 부모에게 그 양육법을 알리고자 쓴 책이 바로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이다. 









저자는 400여년 전 집필된 동의보감의 양육법을 "기다리고 인정해주는" 양육법으로, 좋은 엄마란 "건강한 엄마"로 규정한다. 건강한 엄마야말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대전제 하에, 본인과 지인 및 한의대 후배들의 육아 에피소드를 구체적으로 곁들여 '동의보감 양육법'을 전한다. 구체적이고 묘사가 생생한 에피소드가 많아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태교시기부터 10세 전후까지의 아이를 둔 부모에게 유용할 듯 하다(다만, 양육의 주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엄마'로 한정되는 듯해서, 2021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긴 하다.).



 [엄마가 읽는 동의보감]을 읽고 나니, 갑자기 한 체급 더 높은 책이 당긴다.  "감이당"출신 안도균 선생의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동의보감]을 꺼냈다. 책 속지 메모를 보니, 이 책을 2016년에 처음, 2018년 1월에 다시, 그리고 2021년 1월에 세 번째 만난다. 일종의 복습인 셈이니 내용 자체보다도, 내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5년전, 3년전에는 스쳐지나갔던 문장 중 어떤 것이 새롭게 눈에 들어올 것인가? 그 때 놓쳤던 지점이 눈에 들어올까? 얼마나 더 총체적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으려나? 필통 안 필기구 수명이 1년이 안 되는 지라, 2016년 2018년, 2021년 읽기에 동원되는 하이라이터가 매번 다르다. 그래도 사람, 크게 변하지 않는 건지 같은 문장에, 다른 색으로 밑줄 긋고 있었다. 몇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고, 잠을 챙기러 가야겠다. 이미 [[동의보감]에서 알려주는 양생법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책 읽다가, 잠 자기엔 너무 늦어버렸으니. 














* [동의보감]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저자 안도균은 책을 마무리하며

"[동의보감]은 문학과 철학, 과학과 인류학 등 다양한 분과학문의 접목 가능성을 암시하는 무수한 텍스트를 담고 있다 (338쪽)"



* "자연과 인간의 연결성이 의학의 전제가 된다(48쪽)"는 말에 대해서, 저자 안도균은

"내가 자연 그 자체인데 죽음이라는 생물학적 단절이 그렇게 크게 두렵겠는가. 이런 직관은 몸의 순환관 생명력을 강렬하게 만든다. 그러니 질병의 반쯤은 치료된 거나 마찬가지다 (49쪽)"

동의보감 이론에서 도가적 경향이 짙다더니....



*치유에 대한 태도,

"질병은 삶과 연결되어 있는 사건이므로, 의학적 치유는 전문 의술 외에도 감정을 변화시키거나 운명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등 삶 전반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109쪽)"



저자가 함께 읽으라며 추천해준 책 목록은 다음과 같다. 챙겨 읽은 후,  2023년쯤 [동의보감]을 다시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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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1-01-29 07: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09쪽 인용문 강렬하네요. 그게 딱 맞는 말인데, 아무래도 우리는 서양의학에 의존하는 편이니까요. 약 주면서 이틀 후에 한 번 더 오세요. 네. 약간 이런 분위기가 강하죠. 전 고미숙 선생님의 <동의보감>을 정말 후루룩 라면 먹듯 흘려 읽었는데 북사랑님 진짜 꼼꼼하게 독서하시는군요.
안도균 선생이 감이당 출신이라니 급 관심이 생깁니다.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얄라알라 2021-01-29 07:59   좋아요 3 | URL
2016년 검색했을 때는 과천 쪽에서 동의보감 책 읽기, 지역민(?) 대중 유료 수업하시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새는 코로나라 수업 안하시겠죠?^^ ˝동의보감˝ 들어간 책들은 후루룩이라도 보게되는데, 이 책은 유독 문장 문장 좋아요. 다만, 전반부와 후반부 문장의 밀도는 다르다는 인상은 받습니다. 책 뒤로 갈수록 동의보감 원전 인용 비중이 급격히 많아지거든요^^ 책 쓰기가 예상했던 기간의 두 배를 넘어서면서 저자가 편집자 압박을 받으신 건 아닌지 혼자 상상했어요^^:;

붕붕툐툐 2021-01-29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의학과 심리학. 찌찌뽕!!😄

얄라알라 2021-01-29 10:30   좋아요 2 | URL
아, 그러시나요?^^ 이미 서재 친구이시지만 더욱 반갑습니다!

scott 2021-01-29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의학 심리학 이조합 최고! ㅋㅋㅋ 북사랑님은 이미 허준 센세 ^.~

2021-01-2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울역 노숙인, 외투, 행인"


며칠 전 기사, 보셨으려나요? 얇은 수면바지 차림에 추워서 얼굴 피부도 검붉어진 노숙인에게 한 행인이 외투와 장갑을 벗어주는 장면을 사진 기자가 포착했습니다. 눈발 속의 훈훈한 그 풍경, 뭉클하게 하는 그 풍경. 


꼬마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좋아합니다. 동화속에서 보아온 장면이니까요. 

하지만, 어른의 못된 현실적인 의심이 치솟아 꼬마의 기쁨을 망쳐버렸습니다. 

"근데, 저거 연출일지도 몰라." 


그랬더니 꼬마 표정이 바로 슬퍼지면서, 

"그래도 저 사람 진짜였으면 좋겠다."라고 했어요. 


찌들고 찌든 어른의 렌즈가 무척 부끄러웠습니다. 꼬마에게 미안했고요. 오늘 후속 기사를 찾아 읽었습니다. 사진기자분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 포착하셨다 하십니다. 

훈훈한 이야기 꼬마에게 다시 보여주어야 겠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9965.html


이 사진 공유는 문제소지가 있긴 합니다만....혹 문제가 되면 사진 내리겠습니다.






또, 눈이 내립니다.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는 벌써 말끔하게 치워져 시멘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눈이 내리자마자 관리실, 경비실 분들이 움직이셨을 겁니다. 눈 치우시는 두 분이나 보았습니다. 뭐라 인사라도 드리고 싶었는데, '윙, 윙' 거리는 제설 기계 소리가 하도 커서 어차피 안들리실 테니, 마음으로만 고마워하며 지나갑니다. 



단지 정문 바깥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위 그 '눈 관리' 주체가 모호합니다. 상가 건물 앞이야 상가에서 처리한다하지만, 아파트 단지 밖 일반 통행로 눈은 누가 치울까요? 아니나 다를까, 게이트 된 아파트 내부와 외부의 눈 사정이 확 다릅니다. 그런데 한 소년이 자기 키보다 큰 싸리비를 들고 눈을 치우고 있습니다. 치운다기 보다는 '빗자루 다루는 기술'이 부족해서, 큰 붓으로 어설프게 물감 칠하는 느낌입니다. 나는 그 소년이 신기해서 조용히 바라보았습니다. 소년의 어머니가,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 방향 저 방향에서 사진찍어 기록 남기는 것으로 보아, 아이가 '자발적 선행' 하는 구나 싶었습니다. 조용히 아이 옆에 가서, "봉사하는구나?"라고 물었더니, "네"라고 답합니다. (하긴, 제가 선택한 "봉사"라는 단어도 "쩌든 언어"입니다. '무보수 노동'이라는 개념을 함축하였으니)

"정말 대단하다!"라고 저도 아이에게 칭찬을 보냅니다.



거의 모든 것을 가치화시키려는 자본주의 시스템, 


이제 눈 온 풍경을 즐기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눈 치우는 것은 의무화하되 게이트 안과 밖이 달라지는 냉정함. 


눈 치우던 소년, 그 친구 커서도 이 폭설 오던 날의 싸리비 생각 오래 날 것 같습니다. 





창 밖으로, 눈 치우시는 어른을 봅니다. 눈을 모아서, 도로에 계속 던지시네요. 더 빨리 녹을거라 생각해서 하는 일이겠지만, 녹은 눈이 많아지면 결국 차에 혹은 행인의 외투에 더러운 눈이 튈텐데, 굳이 도로 쪽으로 눈을 치워야 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합니다. 생각이 많으면, 눈이 와도 참 피곤하게 사나봅니다. 생각 그만, 차라리 눈이나 치우러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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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1-28 14: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 치우러 한번 나가보고 싶음요. 눈이 안와요
와도 싸락눈 잠시 뿌리다가 바로 녹아버림. ㅠㅠ

기억의집 2021-01-29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시나마 저도 연출 아닐까, 의심한 게 부끄러워지네요. 유투브 사건의뢰에서 이 사진 다뤄서 진행자 두 분이 이 사진에 대해 말하길래 전 좀 의심스러웠거든요.. 자세히 보니 황급히 찍느냐 촛점이 안 맞네요.

저는 눈 치울 자신이 없어 경비원 아버님들께 노고에 감사해 편의점 가서 컵라면 왕창 사 다 드렸어요. 감사하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얄라알라 2021-01-29 01:25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 님께서도 잠시나마 그러셨군요. 감사하다고 생각만 하시는 게 아니라, 바로 마음을 행동으로 전하시니 제가 배워야겠습니다!
 

아침 8시, 산에 올랐다. 안내판에는 왕복 2시간 코스라는데 어째 모든 이들이 다 나를 지나쳐 올라간다. 전문 산악인 복장을 하신 분들이야 그렇다해도 나보다 한 세대는 족히 더 어르신인 분들도 가뿐한 발걸음으로 저 멀리 앞 서 가신다. 계속 길을 비켜드리면서도 '오늘따라 이상한 걸' 싶다. 


이유를 알았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만지고 들여다보다가 못 걸었구나. 

산책로 소나무마다 비슷한 높이에 흉터가 깊이 패여 있다. 일제말기 자원수탈로써 일본군이 한국인을 동원해서 송진을 채취시켰다고 한다. 한 그루, 한 그루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애도한다. 이 깊은 흉터를 지닌 나무들을...분노를 삭이느라 발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왕복 2시간 코스라는 데 올라가는 데만 80분이 걸렸다. 못 본척 하고 지나치기에는, 깊이 패인 나무의 상처들이 딱 내 눈 높이에 있다. 어쩌자고 나는 별 데 다 마음이 아플까. 













이 곳의 나무들은 비범한 생김에 고귀하다는 느낌까지 준다. 경주 "오릉"의 나무들이다. 나무 구경에 정신이 팔려 있는데, 대나무 속에서 작은 사슴이 폴폴 날듯이 뛰어 나온다. 저 사슴은 뭘 먹고 살지? 걱정스러워서 매표소에 문의하니 이 곳에서 잘 지낸다고 한다. 우아한 소나무들 속에서 우아하게 뛰노는 사슴. 












석가탑의 사자는 한 마리만 남았다 한다. 나머지 세 마리는 일제 시대에 사라졌다고 안내판에 써있다. 허리를 도끼로 베인 나무들을 보고 욱했는데, 한 마리 뿐인 사자상을 보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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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1-18 0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사랑님을 나무 사랑꾼이자 파수꾼으로 임명하겠슴다. 지맘대루^^ 사진 보고 깜놀했어요.😱😱😱 욕 했어요. 👹👹👹민족의 정기 같은 소나무들을.

행복한책읽기 2021-01-1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사진 넣고 사진 위아래 글 배치하는거, 어떻게 해요? 혹 북플에선 안되고 서재서만 가능한 기능인가요? 저는 도통 몰라서^^;;

붕붕툐툐 2021-01-18 09:15   좋아요 1 | URL
앗, 저도 이거 궁금했어욤!! 북플 어플만 쓰는데 도통 방법을 알 수 없어서~ㅎㅎ

scott 2021-01-18 10:09   좋아요 3 | URL
북플어플에서는 이렇게 사진이 위아래 배치가 안되고 위아래가 뒤바껴서 올라갑니다.
서재 블로그 pc에서나 이렇게 사진이 주르륵 배치가 되여 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1-18 10:08   좋아요 2 | URL
scott 님 감사합니다. 북플은 안되는군요. ㅡㅡ

붕붕툐툐 2021-01-18 12:39   좋아요 1 | URL
저도 감사합니다. 스콧님, 똘똘이!!

얄라알라 2021-01-18 14:27   좋아요 1 | URL
아^^;;;저는 늘 서재 블로그에서 글 쓰는데, 제가 뭘 알아서 한 게 아니라 처음 알았어요 이런 기능이 북풀서 안 된다는 걸^^ scott님 답변 감사드립니다.

붕붕툐툐 2021-01-18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무 상처는 마음 아프지만, 파란하늘과 나무, 석탑 사진 보니 넘 좋네요~😍 감사합니다앙~~

scott 2021-01-18 09: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석가탑에 사자가 원래 세마리였어요 두마리 ㅠ.ㅠ 한반도 호랑이 멸종 시켜버린 놈들이 석탑 사자상까지 부숴벼렸다니

blanca 2021-01-18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저 송진 채취에 저런 고된 사연이 있었군요... 사슴을 보셨다니... 부럽네요.

얄라알라 2021-01-18 14:27   좋아요 1 | URL
정작 매표소 계시는 분은 오래 계셨어도 사슴을 못보셨다고 웃으며 답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