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작부터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한니발 렉터 박사처럼  상상 속으로 자신만의 시공간을 꾸리는 내공도 나에겐 없으니, 물리적으로 혼자여야만 태엽이 돌아가는 데도 말이다.  마치 공기 순환안된 방안에 앉아 있듯, 뭔가 답답한 느낌. 그 와중에 자꾸 생각나는 '것'이 있었으니, 사람도 공간도 아닌 먹거리. 바로 이 샐러드.  

 

이 샐러드 때문에 기어이 주말 이른 점심을 까페에서 해결했다.  신선한 자몽과 야채. 주인장이 직접 담근 유자청 가미한 드레싱. 먹으면서 말이 많아진다. 먹고 나니, 음식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최근 읽은(공공 장소에 비치된 책, 속독한지라 자세히 기억은 못 하는) <먹는 인간>은 샐러드 한 접시에 기분이 좋아지네 마네 하는 가벼운 인간을 다루지는 않는다. 음식의 인문학을 표방하는 많은 출판문과 달리, 이 책에서 저자  헨미 요(邊見庸)는 전쟁과 카니발리즘, 방사능 재앙과 느린 죽음, 극단의 불평등, 타자화와 차별 등 심각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을 조망한다. 1944년생이라면 한국 나이로도 칠순을 훨씬 넘긴 작가이건만, 냉철하고도 감수성이 참 풍부하다. <먹는 인간>은 헨미 요가 1992년말부터 1994년 초까지 세계를 여행하며 만났던 사람들과 먹는 이야기라는데, 열댓 편의 수록 에세이 중에서 유독, 한국의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와 일본군인의 카니발리즘이 기억난다. 먹는 이야기, 가볍고 달달하게 풀면 더 많이 팔릴려만, 헨미 요는 뭔가 더 심오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건들고 싶었나보다. 참 통찰력 넘치는 에세이스트란 생각이 들지만 속독했음을 후회한다. 문장의 결을 살피려면 다시 천천히 읽어야 겠다. 샐러드도 천천히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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