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베트남 - 생생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 탐험기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맛있는 Eating  베트남 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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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있는 베트남>, 2015년에 메모해가며 읽은 이후 15개월만에 다시 꺼내 읽었다. 첫 리딩에서 호기심 때문에 페이지를 빨리 넘기며 읽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여유있게. 두 번째 읽다보니 내용보다는 편집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들었다. 원제가 , 즉 먹거리와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책인데 좀 비주얼 자료를 영리하게 배치했던들 독자들이 훨씬 즐거워졌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블로거이자 저자인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가 운영하는 블로그"누들파이" http://www.noodlepie.com/에 놀러가보면, 책 제목에 나오는 베트남의 노상 포장마차 사진은 물론 한국의 뒷골목 맛집 등 다양한 사진 자료가 쏟아지는 데 말이다. 하노이와 사이공의 길거리 음식은 "갔노라, 먹어 보았노라"하지 않고 활자화된 상상력으로만은 음미하기 어려워서 하는 아쉬운 트집잡기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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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엄 홀리데이 (Graham Holliday)은 운 좋은 작가이다. 애초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거나, 음식 전문 블로거를 꿈꾸지 않았다. 1995년 정리해고를 당한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새벽에 식당에서 접시를 닦는 일을 하다가 '대안'을 찾고자 일자리 클럽에 가입했다. 그 곳에서 추천한 직업은 영어 교사. 영국에서는 젊은 실업자일뿐이어도 90년대의 한국이나 베트남에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영어 사대주의에 걸려 '원어민 선생님' 구하기에 혈안이 된 이 나라들에가면 대접이 달라질 테니. 교사로서의 경험이 제로인데도 단지 "영어를 모국어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두둑한 월급 봉투에 대접이 달라지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그가 처음에 찾는 나라는 "바람결에서 김치 냄새가 묻어나는 (44쪽),"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두 까만 머리를 한 (45쪽)" 한국이었다. 한국 익산에서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자칭 "영어를 뱉어내는 기계 (24쪽)"였기에 "이리 여자 중학교 영어부에 있는 세 명의 중년 (한국) 어머니들에게 부사 관련 질문, 시제 설명, 스펠링 체크를 제일 잘해줄 수 있는 최적의 자리에 설치 (24쪽)되는 영광 아닌 수모를 겪었다고 <맛있는 베트남> 초반에 기술한다. 그가 다음에 선택한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었다. 여기에서도 영어를 구사하는 푸른 눈의 외국인은 대접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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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 본업은 영어 교사였지만, 부업으로 베트남 길거리 음식, 아니 베트남 현지인이 즐기는 "진짜 음식"을 탐험하기로 작정한다. 본인의 표현을 빌자면 베트남 길거리 음식, 'food safari'가 시작된 것이다. 비만 인구가 많은 영국인의 눈에 베트남 국민들은 "언제나 먹을 것을 준비했고, 뭔가를 요리했고, 요리 재료를 구입했고, 무엇을 요리할지 얘기했고, 직접 요리한 걸 먹었고, 다른 사람들이 요리한 걸 먹기도 했고, 자기들이 요리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얘기 (133쪽)"하면서도 "국민들의 허리 라인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그레이엄 홀리데이는 강한 인상을 받은, 베트남 국민의 "음식에 대한 전국가적인 집착 (133쪽)"에 자신도 빠져보기로 한다.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부탁해서, 진짜 뒷골목의 진짜 베트남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달라고 한다. 때로는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쏘다니며 그런 음식을 찾는다. 제목과 영문판 표지에 등장하는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도 그렇게해서 앉은 것이다. 롱다리의 덩치 좋은 서양인이, 몸집 작은 베트남 현지인들이 주로 앉는 작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현지인의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등받이 없는 낮고 작은 의자가 주는 물리적 불편감에 더해, '혼자 외국인'인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의 부담감도 컸을 텐데 그는 개의치 않는다. 자신이 찾는 "진짜 베트남"을 느끼는 중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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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장식되어 나오는 호텔 뷔페 음식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식을 맛보고 그를 통해 그 문화를 엿보고 싶은 사람은 <맛있는 베트남>을 읽으며 그레이엄 홀리데이의 용기와 도전정신을 배워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맛있는 베트남>에 이어, 2017년에 출간하려는 책은 <EATING KOREA>라니 벌써 한국판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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