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더 정확히는 남성 무용단의 현대무용을 보러 주말 오후, 청계천로의 CKL Stage를 찾았다. 60분 동안, 춤도 보았지만 끼와 재능이 넘쳐 나는 사람을 보았다. 이름은 김재덕. 만약 샤먼이 정녕 운명의 점괘를 미리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태어났을 때 이렇게 조아렸을 것 같다. '너, 이 엄청난 불 뜨거운 불 어떻게 다 풀어내며 산다니.'

한 마디로 김재덕! 엄청나다. 무대가 본격 달아오르기 전에 자신과 작품을 소개하면서 "작곡, 작사, 안무, 춤" 다 자기 손길을 거쳤다고 하기에 "가우잡나?" 했는데, 웬걸. 그는 겸손할래야 겸손할 수가 없는 사람이겠다. 재능과 끼가 넘쳐나서 가릴 수가 없다!!!!!!

공연보고 나와서 제일 먼저 "김재덕"과 "모던 테이블" 검색.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7020311951


아니나 다를까, 김재덕은 타고난 끼와 재능을 묵혀두거나 외면한 소심쟁이가 아니었다. 인문고등학교에서 안양예고로 편입했다 한다. 16세에 처음 춤(짐작하건대 현대무용, 발레 등)을 배웠다고 한다. 공식적 춤 교육이 고1때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김재덕은 초딩, 중딩 시절에도 틀림없이 학교나 동네에서 이름 날리던 춤꾼이었을 거다. 그의 춤을 보면 알 수 있다. 4월 6일 오후 6시 공연 TEAM A, 8명 멤버 모두 뛰어난 춤꾼이었으나 김재덕의 춤은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차별적 질감을 보인다.

워~~~워~~~~!!리뷰가 어째 김재덕 예찬으로만 흐른다. 하긴 직접 공연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그럴 걸? 혼자 춤추고, 노래하고, 비트박스 하고, 하모니카 불고, 작품 설명하고, 작사했고 1인 몇 역이나 하는지. 입이 절로 벌어지고, 박수와 함성이 절로 터지게 하는 재주꾼.


이 정도 퀄리티가 보장되니, 현대무용으로는 드물게 장기공연으로 가는 배짱을 부리겠지(성공하리라 믿는다! 응원한다!). 그가 이끄는 무용단 Modern Table의 "다크니스 품바"는 3월 28일을 시작으로 4월 21일까지 TeamA, TeamB가 번갈아 무대에 오르며 계속 공연된다.


토요일에는 B팀, 일요일에는 A팀! 나는 일요일 A팀 공연을 보았는데 두말할 나위 없이 주인공은 김재덕이지만, 이정인의 춤도 돋보였다. 이름 접수함! 이! 정! 인! 이 분이다. 팀원 모두 출중했다. 각자 다른 공연, 혹은 수업 스케줄이 바쁠텐데 연습시간 조율과 확보 위해 서로 양보했을 것이다. 팀웍도 대단하다!

B팀에서 밀어주는 얼굴은 정원영인가보다. 뮤지컬 배우인데 춤 원없이 무대위에서 춰보고 싶은 열망을 안무가 김재덕이 풀어내 주는 듯. 뮤지컬 기반의 춤 어휘를 가진 그가 김재덕 안무를 어떻게 소화했을지 궁금하다. 그럼 또 토요일 공연 가야하나?


아 참! Modern Table 측은 장기공연 기획하면서 fandom형성도 확신하는지, 재관람 고객을 위한 품바티켓 이벤트도 진행한다. 2~3회 까지는 나도 생각이 있지만, 30회는 과한 거 아닐까? 아닐지도. 4월 6일 공연에서 관객 호응을 보니, 관객들도 함께 놀고 싶어하더라. 젓가락만 쥐어 주었으면 무대 나가서 '품바, 품바'할 기세로 추임새 넣고, 박수 치고. 한 마디로, 공연장은 이래야 한다! 열기와 흥과 숨결의 교환이 느껴지는 공연장!



이 작품이 이미 해외 무대에서 호평받고, 초대받았다는데 다 이유가 있다. 한국 밖 외국인들이 밴드 사운드에 소리꾼의 판소리, 젓가락을 무대에 두드리며 '각설이 타령, 품바'하는 춤에 얼마나 눈이 휘둥그레지겠나. 공연 전에는 Goods 진열대에 생뚱 맞게 "웬 젓가락 기념품?"했는데, 일단 보시라. 60분 "Darkness 품바" 보고 나오면, 젓가락이 달라 보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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