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유정희 외 지음 / 아이네아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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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ta: Battle Angel" (2018) 개봉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극장을 찾았다. 놀랍겠도 Sci-Fi 장르에 심야시간 상영인데도 대다수 관람객이 40~50대로 보였다. 아마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일본 애니메이션 "총몽"을 즐겼던 중년이리라.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를 두 명의 사학자가 함께 썼다기에 짐작했다. 공저자 모두 일본 만화 "드래곤볼"을 읽으며 자란 세대에 속하리라고. 아니나 다를까, 유정희 저자는 이미 초등 6학년 때 '드래곤볼 Z 특별판' 비디오를 빌려다 보았을 정도로 팬이었고, 이후 26년을 숙성시켜 그 감상을 책으로 엮었다 했다. 마찬가지로 역사를 전공한 공저자 정은우 역시 '드래곤볼'에 대한 생각의 "똬리를 풀고, 정돈하고, 또 엮(17쪽)"는데 무려 13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대상을 잘 알고, 주제를 오래 숙고한 만큼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는 지적 희열을 주는 멋진 책이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를 읽다 보면, 한 페이지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귀에 익숙해서 마치 뜻을 아는 듯해도 겉핥기 뿐의 용어..... 하지만 유정희, 정은우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드래곤볼"을 다시 소환하다보면,이 용어들이 어찌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쓰였는지 독자로서 후련함까지 느끼게 된다.




서구 제국주의, 오리엔탈리즘, 이류 제국주의, 일본 제국주의, 인종주의, 범아시아주의, 일본인의 이중적 정체성, 일본인의 역사의식, 역사적 트라우마, 일본인 기억과 망각의 정치학......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를 읽다 보면, 한 페이지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용어들이다. 귀에 익숙해서 마치 뜻을 아는 듯해도 겉핥기 뿐의 용어..... 하지만 유정희, 정은우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드래곤볼"을 다시 소환하다보면,이 용어들이 어찌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게 쓰였는지 독자로서 후련함까지 느끼게 된다.

기본적으로 공저자는 "드래곤 볼"의 대표저자가 토리아마 아키라이건만, 이 만화가 드러내는 일본인의 정신세계와 전후 역사관은 일본인의 집단의식을 반영한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작품을 분석한다. 물론 공저자가 서두부터 명확하게 했지만, "전후 일본인의 역사인식은 일정 부분 단층적일 수밖에 없었다...(중략)...전쟁과 제국주의에 대한 일본인의 자기정체성은 다양한 정체성들의 혼합체(26쪽)"으로 보아야 옳다. 저자들은 "드래곤볼"의 핵심 캐릭터인 프리더와 그 일당을 '서구 제국주의(western imperialism)'의 구현자로, 이에 맞서는 사이어인(Saiyan) 베지터는 일본 제국주의의 대리자로,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손오공은 '일본,' 특히 '일본의 전후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인물로 파악한다. 


주목할 점은, 저자들이 이 만화 캐릭터들이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일본인의 자기정체성 형성 "과정 "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는 점이다. 원자폭탄의 피해자이자 잔혹한 침략자로서의 일본제국주의가 역사적 트라우마, 억울함과 분노 그리고 자기 반성이 충돌하는 그 지독한 다중성을 어떻게 화해시키려해왔는지 그 "과정"을 너무도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들이 역사학, 인류학, 정신분석학, cultural studies 등 제분야의 관련 자료를 잘 버무리고, 일본과 미국을 위시해 세계 각국에서 체류해본 삶의 경험을 녹여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을 썼기에 독자로서 책 읽다가 'A-ha' 모멘트를 수차례 경험하게 된다. 잔혹한 폭력성을 본성으로 가진 사이어인, 그 중에서도 선택받은 '초사이어인'인 손오공이 종국에 프리터와 결전을 벌일 때, 그 사이어인의 본성인 복수심을 일깨워내 싸워 이겼다는 결말은 솔직히 끔찍한 예언같다.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을 펴낸 '도서출판 아이네아스'에서는 이렇게 공저자의 집필의도 핵심을 정리한다. "과연 일본 대중문화의 과거와의 화해 시도가 아시아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공감 속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 (10쪽). 출판사 측에서 공저자 두 분과 독자와의 만남을 또 한 번 주선해주시면 좋겠다. 제기한 질문은 쉽게 답할 수 없기에 더욱 여러 번 되묻고, 더 많은 이들과 나눠 탐색해보아야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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