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알라딘, 책 덕후님들 서재 기웃거리느라 매일 로그인합니다. 덕분에 지나칠뻔한 보물을 발굴합니다. 2018년에는 이언 매큐언 이름을 텄으니, 2019년에는 『시녀 이야기』를 내 서재에도 옮겨놓고 싶어졌습니다.

『못생긴 여자의 역사』를 읽은 날, 우연히 대여해온 『시녀 이야기』 . 각각 21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클로딘느 사게르, 20세기 캐나다 영문학자 마거릿 에트우트가 썼는데 '여성'을 교집합 원소로 꼽아야겠네요. 그런데 『시녀 이야기』에서 여성은 '자궁'과 동의어 취급 당하기 쉬운 범주를 의미하는 것도 같습니다. 원제 "The Handmaid's Tale"에서 "tale"과 유사한 "tail"이 '여성의 질, 혹은 성적 대상으로서의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서 중의적이라는 설명도 소설 에 제시되니, 저만의 억측은 아니겠지요.

 

황금가지 출판사가 펴낸 recover 1판 1쇄의 후면에는 "영미 페미니즘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시녀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주인공 이름이 오브프레드(Offred), 주인공처럼 붉은 유니폼을 입은 여성 이름은 오브글렌, 그 '오브'가 소유격의 'of'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정자 제공자로서의 고위층 간부 남성 이름에 "of"만 접두사처럼 붙인것이지요. 그녀들의 이름에서 개성과 인격이 지워지고, 소유관계만 부각되듯 그들의 몸, 특히 재생산 능력은 철저히 국가 관리 대상 아래 있습니다. 섬뜩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시녀,' 1인칭 시점을 택했기에 그 굴욕적이고도 절망적인 심정이 더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혹자는 애트우트의 문장에 반했다고 하는데, 저는 결말이 궁금한 나머지 잔가지를 쳐내고 속독으로 내달리는 바람에 문장의 매력에 빠질 틈이 없었네요. 길리아드의 강압적 독재정치에 저항하는 '지하여성도(The Underground Femaleroad)'는 과연 시스템을 뒤엎었을까? 길리아드 사회의 강압적 출산정책은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데,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었을까? 망할 길리아드 사회를 전복시켜버리는 결말이 나오기만 기대하며 읽었던 것 같아요.

결말에 해당하는 "『시녀 이야기』의 역사적 주해" 파트는, 500여 페이지를 지나온 보상으로 흡족했습니다. 이전 챕터와 달리, 마지막 챕터는 한참 뒤로 가서 2195년을 배경으로 합니다. 길리어드 시대는 끝난듯 한데, 22세기말 '국제역사학회 총회'에서 20, 21세기 기록 보관소 소장인 파익소토 교수가 『시녀 이야기』 원본의 진위에 대해, 자료 해석을 더해 강의합니다. 소설에서는 파익소토 교수를 '코카서스 인류학과' 소속 교수가 소개하는 설정인데, 처음에 저는 '코카서스'가 지명이나 고유명사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보니

내부 증거로 볼 때 그녀가 출산을 위해 징집된 최초의 여성들 중 한명 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중략)...이런 여성들의 자질은 급락하던 코카서스 인종 출산율에 비추어볼 때 매우 바람직했으며...

『시녀 이야기』 중

쉽게 이해하자니, 인종차별적 출산정책이었군요. 영화 매드 맥스에서 임모탄의 상대적으로 오염 덜 된 여성을 통해서 소위 우성 자식을 얻으려했던 것과 비슷한. '코카서스' 가 우성이며 여성은 국가를 위한 출산도구라는 생각이 길리어드 사회 출산 정책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신체 통제권을 비롯 감정까지 억눌리고 조종당하는 '시녀'집단이 분노와 절망을 표출하고 죄의식을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참여처형" 방식만큼 "인종주의"적 정책을 집단을 결집시키는 수단이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길리어드 사회의 통치전략 중 일부를 정리해보았는데 마거리 애트우트가 이 소설을 쓰며 어떤 사전 조사 작업을 하고 자료를 모았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에미상을 받았다는 미드 "The Handmaid's Tale"도 보고 싶고요.

 


★ 연속적 일부다처제 → 동시적 일부다처제

★ "참여 처형"를 공동체 의식으로 분기별 시행

★ "여성을 통제하는 최고의, 가장 비용이 절감되는 방식은 여성이 여성을 통제하는 것" (526쪽) 이기에 '아주머니' 봉사단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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