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풀빛 지식아이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지음, 피오트르 소하 그림, 이지원 옮김 / 풀빛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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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어린이책미술관 "타라의 손" 전시장에서 오래 머물렀다. 실은, 『나무(The Night Life of Trees)』라는 그림책 자세히 보고 싶어 이 전시장을 찾았을 만큼, 이 책에 끌렸다. 나무와 숲을 무척 좋아한다. 피톤치드에 유난히 야단스럽게 감동한다. 그러니 가로 27cm, 세로 37cm 크기로 『나무(Drezewa)』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는데 어찌 모른 척하리. 반겨 맞는다.



이 책의 저자 이름은 나무뿌리 수염만큼이나 발음하기 복잡하다.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 작가 이전에 생물학 의사이자 연구원이다. 그래서인지, 이 대형 그림책 『나무』는 어린이용 그림책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 그 역사와 문화, 자연, 나아가 살아있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백과사전처럼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슬렁슬렁 한 이십분 책장 넘겨서 맛을 볼 수 있는 책이 절대 아니다. 그림 한 컷 한 컷 눈에 담고, 문장을 음미하며 따라가다보면 저자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가 "나무"를 펜촉 삼아 "나무" 종이 위에 "나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은 그 나무와 인간의 관계, 나아가 생명지닌 존재들의 연결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렸음을 알게 된다.

유치하게 들릴까 부끄럽지만, 『나무』에 담긴 그 밀도 높은 정보 중에서 내게 가장 뚜렷하게 남은 것은 다음과 같다. 익히 알고 있었기에, 재발견이라 해야할까. 나무는 사람처럼 밥을 먹지 않고도 쑥쑥 잘 큰다는 사실. 인간도 어쩌면 그 피와 살을 만드는 데,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마시고 내뱉어왔으리라는 신비주의적 생각에 미친다.

사람은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어요. 하지만 나무들은 그렇지 않아요. 특별한 무언가를 먹지 않고도 쑥쑥 자라면서 엄청나게 클 수 있답니다. 나무는 물과 햇빛 그리고 공기만 있으면 돼요.

『나무』 본문 중에서



『나무』는 한글을 모르는 꼬마가 보기에도, 유발 하라리처럼 인간의 역사를 꿰뚫는 혜안을 가진 학자가 보기에도 훌륭한 책이다. 꼬마들이라면 '피오트르 소하'의 귀엽고도 상세한 그림 손으로 짚어가며 놀면 된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완결된 포스터와 같아서 구석구석 뒤져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본문 문장에 등장하는 번호대로 그림 찾아가며 읽다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꼬마. '피오트르 소하'는 이미 보이치에흐 그라이코브스키와 전작 『꿀벌』에서 협업했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데,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정밀한 그림이 특징이다.



『나무』 본문 일러스트레이션

이 환상적인 그림책에 등장하는 나무들, 나무로 지은 집과 호텔, 나무를 깎아 만든 가면들과 조각품, 성스러운 공간에 놓인 나무들, 만나보고 싶다는 욕구가 발동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어린이책은 '살고 싶은, 넓은 세상에서 크게 살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이 『나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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