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나 네임벨류에 목매는 '한국'에서는 '비전공자'라는 딱지는 떼어낼 수 없는 흉터와 같을진데, 그저 춤이 좋다고 춤판을 얼쩡거리다가는 쓴 맛 보기 쉽상. 소위 전공 '예술가'들의 아우라는 휘황찬란하고 그 벽은 참으로 높더이다. 옛 이야기. 
춤출 수 있는/ 없는 몸이 따로 있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뿐 아니라 행정인들에게도 공유된 것일까? 서울시문화재단에서 '생활예술춤'축제를 기획했단다. 이름하여 "생활예술춤축제 Shall We Dance?"
광화문광장에서 같은 시간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에 자석처럼 끌렸지만, 과감히 여의도로 발길을 옮겼다. 주말 7시 무렵의 여의나루부근에는 20대, 연예의 향기가 솔솔! 그 많은 작은 텐트들은 어디서 공수해온 것일까? 연인들은 기름과 소스 범범의 안주와 맥주를 끌어안고 텐트 밀애를 즐기고, 자전거를 타는 가족단위 방문객들로 북적북적하다.




10월 13일, 13시부터 18시에는 사전행사가 있었나보다. 가히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인데 500명이 스윙swing댄스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라고 신문기사에 써 있다. 플러스, 일일 춤 교습소 ‘쉘위댄스’(14시 탱고, 15시 스윙, 16시 살사, 17시 얼반)도 열렸다고 하나, 역시 놓침. 


축제의 하이라이트이자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위댄스스테이지’ 에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쉬는 시간 없이 릴레이로 계속된다. 사전 공모를 통해 6개 장르 춤 동아리 39개 팀이 선정되었고, 이에 더해 초청 마스터 3개 팀이 무대에 오른다. 춤 동아리 구성원의 연령대는 경희대학교 20대 학부생 동아리, 직장인 동호회, 꽃중년과 장년층까지 다양했다. 무대 경험을 드러내는 표정 연기와 시선처리 능력 역시 출연자의 연령만큼이나 다양했고 춤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분명한 것은 "shall we dance?"축제에서 가장 빛나는 댄서는 춤을 사랑하고 춤추는 자신을 당당하게 내보이며 즐길 줄 아는 댄서라는 점. 이 점에서 내가 베스트로 꼽고 싶은 커플이 있는데, 아쉽게도 동아리 이름은 잊었다. 어찌나 사이 좋게 파트너들끼리 웃으며, 눈마주치며 춤에 푹빠져서 스텝을 옮기던지.....


나이 들어가며, 스마트폰이고 컴퓨터건 인간의 피부 접촉 없이 혼자 침잠해들어가는 취미의 동굴에 갇히는 이들이 많을 텐데, 파트너의 손을 잡고 따뜻한 등의 촉감을 느끼며 춤추는 어르신들 보기 좋았다. 


이 날 가장 많은 박수를 이끌어내고, 불기둥 무대 장치 특혜(?)까지 받았던 갬블러 크루. 꼬마 녀석이 'urban dance를 어반 댄스'라고 소개하는 표지판을 "열반 댄스"라고 읽는 것을 보고 묘한 언어 유희다 싶었다. 어반 댄스를 통해 열반하다?^^



shall we dance 기획자와 준비해준 이들이 누굴까? 오늘의 댄서들도 멋졌지만, 무대와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춤을 실로 '관주도'로 구현내 낸 것이 놀랍다. 대한민국, 정말 달라지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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