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퀘스천 10 -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이영탁.손병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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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세계미래포럼"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예정이랍니다. 이 행사에서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한다네요. 네, 맞습니다. "세계미래포럼"과 이 신간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 단체의 이영탁 이사장과 이병국 대표가 공동저자이거든요. 이처럼 정보량이 많고 스케일이 큰 책을 어떻게 6개월만에 완성했을까 싶었는데, 2015년부터 꾸준히 '미래경영콘서트'를 열고 '미래경영칼리지'를 운영하며 축적한 아카이브가 있었겠네요.





단체명과 책 제목에 모두 "미래"가 키워드로 등장합니다. 후기조차도 "
미래 개척의 선구자," "훌륭한 미래인(Futurist)"으로 거듭나라고 자극을 주며 맺습니다. 저자들이 보기에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는 미래에 대한 담론과 준비가 부족하답니다. 그동안 우리가 늘 쫒아가는 입장, 즉 "Fast Follower"였다면 "미래만큼은 패스트 무버(Fast Mover)로 가야한다.(…) '우리는 지금 죽어가고 있는가, 거듭나고 있는가?"(321쪽)라며 경각심을 줍니다.

"미래를 준비하고, 창조하고, 우리 모두 미래파가 되어서 미래 성공의 주인공이 되자."는 주장을 위해 저자들은 열 가지 큰 질문을 던지고 탐색합니다. 



BIG QUESTION 1. 인간의 실체는 무엇인가?

BIG QUESTION 2. 왜 과거나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한가?

BIG QUESTION 3. 파워의 이동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BIG QUESTION 4.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BIG QUESTION 5. 지수함수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BIG QUESTION 6. 기계에 무시당하는 인간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BIG QUESTION 7.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불평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BIG QUESTION 8. 평소 집단지성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나?

BIG QUESTION 9. 인간의 행복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BIG QUESTION 10.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가?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10개의 질문은 다시 10개의 작은 주제들로 쪼개어지니 결국 당신의 미래에 던지는 빅 퀘스천 10』 는 100개의 조각으로 이뤄진 셈입니다. 각 메시지를 다 합하면 "성공할 퓨처리스트"라는 퀼트 이불보가 되지요.


정리해봅니다.

사용자 5천만 확보에 걸린 시간 (본문 중)



Q1]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으나 모든 인간이 어디로 가는지는 분명하다. 죽음.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야기하듯 사피엔스는 '호모 데우스'가 될 것인가?

Q2] 처칠의 명언을 빌어 미래를 살자는 주장을 한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 미래가 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다보니 "속도와 사고의 충돌"들이 문제를 빚어낸다. 이를 극복해야 진정 내일을 선도할 "미래파"가 될 자격을 갖는다. 

Q3] 거대 정부, 거대 지성, 거대한 소수에서 작은 다수의 세상으로 권력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 작은 다수에게는 "아이디어와 기술력,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선점하는 능력(100쪽)"있다.

Q4] 미래의 물결 속에서 현재의 '노멀'은 사라지거나 도태되고, '뉴 노멀'이 온다.

Q5] 21세기의 문제들은 지수함수의 원리로 예측해야 한다. 지수함수의 종착지인 특이점(Singularity)도 가까이 오고 있다. 휴먼 이후인, 포스트 휴먼 시대가 멀지 않았다.

Q6] 초지능 기계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가 되는, 즉 인간이 기계 지능에게 존망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기에 우리에게는 안전벨트가 필요하다.

Q7] 인간은 초사회성의 존재이기에 경쟁과 배신보다는 협력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1:99 불평등한 사회에서 불평등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재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Q8]위키피디아, 골든벨의 공통점은?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다. 소수의 머리가 아닌 다수의 꼬리, 롱테일 법칙에 주목하라. 세상은 평평하다. 따라서 리더쉽의 개념도 바뀌게 된다.

Q9] 행복은 인간을 생존하고 번식하게 해주는 심리적 기제일지도 모른다. 행복하려거든 "becoming"이 아니라, 지금 이순간 즉 'being'으로 눈을 돌려야한다.

Q10] 미래는 단수가 아닌 복수, 즉 나만의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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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해시대의 탄생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
송동훈 지음 / 시공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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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무적함대,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 포르투갈, 항해왕 엔리케.

낱낱이 흩어진 단어로만 "대항해 시대"를 기억한다. 잘 몰라도, 사는데 특별히 지장은 없었으나 가렵다. 궁금해서. 어찌하여 유럽이 세계사를 정복과 탐험의 역사로 쓰게 되었는지? 교과서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을 실로 어떻게 평가해야할지? 마침 『대항해 시대의 탄생: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대한 모험』은 유럽이 주역이 된 대탐험과 정복의 역사를 소개한다니 읽었다. 의외로 저자는 역사학자나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었다. 전직 신문기자이자 현직 "문명탐험가(책날개 저자 소개 참고)"인 송동훈이다. 하지만 『대항해 시대의 탄생』에 실린 많은 사진 자료가 그가 직접 현지에서 찍은 사진이라니, 여행가로서의 그 경험의 폭을 짐작할 수 있겠다. 송동훈은 이 책을 저술하며 방대한 역사책과 자료를 탐독했으리라. 덕분에 『대항해 시대의 탄생』을 다 읽고 난 지금, 15~17세기 세계지도가 다르게 보인다. 



송동훈 저자는 "신세계 지식향연 인문학 특강"에서 ‘엔히크의 사그레스 600주년 대항해시대 열리다’라는 주제로대한민국의 20대들에게 강연하고 있다. 즉, 『대항해 시대의 탄생』은 애초부터,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젊은 이들에게 역사적 포부와 개척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로 집필되었다. 따라서 이 책 곳곳에서는 "흥하면 반드시 망한다. 역사는 돌고돈다. 준비하는 자에게 역사의 키는 주어진다" 뉘앙스의 문장이 등장한다. 다시 말해, 『대항해 시대의 탄생』은 단순히 특정 시대 역사의 주인공들에게 스팟라이트를 몰아주는 책이 아니라, 영광과 몰락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도 보여줌으로써 '미리 준비하고, 대범하게 내다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대항해 시대의 탄생』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유대인과 무슬림 대학살의 흑역사와 모리스코( morisco: 카톨릭으로 개종한 이슬람교도) 추방이 스페인의 몰락위기를 어떻게 가속했는지였다. "타집단"으로 규정된 이들을 차별하고 배제함으로써 사회는 활력을 잃고, 되레 분열한다. '번영'은 매년 열리는 황금향이 아니다. 밭 토질이 나빠져서 아예 열매가 맺히지 않을 수도, 불타버릴 수도 있는 황금향 나무. 347페이지짜이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배들이 바다와 시대를 갈랐듯이 오느날 미국의 우주선들은 우주와 시대를 가르고 있다. 우주 시대를 개척하는 선두 주자들이 인류의 역사를 이끌어갈 것이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 서게 될까? 우리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대항해 시대의 탄생』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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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혁명 - 더 나은 밥상, 세상을 바꾸다
남기선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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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추천 도서


건강, 질병, 음식에 관한 오해와 진실(원제: The China Study)』를 소개해준 친구에게 큰 빚을 졌다. 영양학, 의학 분야 문외한이지만 이후 콜린 캠밸 박사의 저서라면 경전인 양 읽고 또 읽는다. '전문가'라는 권위를 업고, 영양학 지식을 전달하고 개인 차원의 영양학 권고를 하는 책이야 많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는 한 끼가 지구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음식공급의 글로벌 연결망이 실은 우리의 선택과 취향을 어떻게 방향 지워지는지를 일깨워 주는 거시적 관점의 책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콜린 캠밸 박사의 책은, 아무리 추천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남기선(풀무원 기술원장)의 『식사혁명: 더 나은 밥상, 세상을 바꾸다』도 기쁜 마음으로 더 하고 싶다. 그는 "삼사십 년을 글 재주 없는 '이과생'으로 살아온 저의 한계라 너그러이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다(10쪽)"며 대중을 겨냥해 쓴 교양과학서치고는 다소 건조한 문체에 양해를 구한다. 놀랍게도 저자는 먹거리에 대한 개인의 성향이나 정치적 입장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음식혁명』을 끝까지 읽고도 그가 채식주의자인지 '플랙시테리언(flexitarian)'인지 감이 안 오고, 'GMO'로 대표되는 변형식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도 모르겠다('풀무원'에서 재직 중이라니 '유기농'과 '채식'에 더 기울어져 있으리라고 추정을 하지만).



명확한 것은 저자의 주장이다. 남기선은 육식에 높은 가치를 두고 육식에 길들여져 온 데는 거대자본(축산업계와 식품산업으로 대변되는)의 입김이 컸으니 이에서 벗어나, 채식이나 곤충 등 비육류 식단을 대안 삼자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힘을 실기 위해 저자는 인류의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 진화사에서 '육식'은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했을지는 몰라도, 우리 조상은 현대인류만큼 육식에 열광하지 않았다는 고고학자의 가설을 빌어온다. 현대인이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서 육식에 가치를 부여하고, 공장식 축산이 만연하면서 마치 '육류 단백질 안 먹고는 죽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독창적인 주장이라기 보다는 위에서 언급한 콜린 캠밸 박사, 클린턴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도 유명한 존 맥두걸 등 많은 이들의 주장과 같은 방향이다.



남기선 저자는 동물 단백질에 의존하다가는 지구환경문제, 전염병 등 글로벌 보건 문제, 먹거리의 GN/GS 불평등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통제 불능이 되리라는 예견과 함게, 채식에서 대안을 찾자고 주장한다. "단백질의 패러다임을 바꾸다"라는 16장에서는 콩 단백질의 우수함을 역설하고, 17장에서는 "식용곤충"이 친환경적 식량의 유망주라고 극찬한다. 19장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노블 다이어트"에서 저자는 "노블 다이어트"를 이렇게 정의한다.

지혜로운 인류는 그들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든, 살다 간 흔적을 남기지 않고 자연에게 받은 그대로 되돌려 줍니다. 자연을 공짜로 선물 받아 살아왔으니 우리도 이를 후대에 온건히 물려줄 의무가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자연에 군림하기보다 더불어 살 줄 아는 지혜로운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품격 있는 식습관이 곧 '노블 다이어트'입니다.

『식사혁명』 285쪽

에필로그에서 남기선 저자는 '행동점화 효과 behavioral priming effect'와 '백 번째 원숭이 효과'를 언급하며, 2019년 우리의 선택이 후손의 미래에 영향을 준다는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네요. 네네, 동의합니다! 입에 달고 먹기에 편리하다고 플라스틱 포장재에 든 1회용 음식과 육류만 찾다가는, 우리 후손의 식문화는 '설국열차' 단백질 블록보다 더 암울한 메뉴로 구성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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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실험 - 문명이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실험한 어느 괴짜 과학자의 이야기
딜런 에번스 지음, 나현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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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라! 소설이었어?' 『유토피아 실험』은 첫 페이지부터 정신 병원 풍경 묘사로 시작된다. 그것도 정신과에 입원한 환자 1인칭의 시점이 저자의 것이다. "이 책을 정신의학의 이름 없는 영웅인 전 세계의 정신과 간호사들에게 바친다"라는 헌정 문구도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저자 딜런 에반스(Dylan Evans)가 로봇 공학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연구하며 닉 보스트롬과도 친구 사이인 과학자라는데 '왜 정신 병원에 있어?' 어찌 궁금하지 않으리.



어이없게도 소설이 아니었다. 저자는 정신적으로 많이 아팠고, 정신 병원에 강제 입원당했고, 아직도 회복 중이다. 이 책은 저자가 "유토피아 실험"을 진행하며 깊어진 정신 질환과 이 실험으로 인한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일종의 자기 고백서였다. 저자는 강박증 환자의 읊조림처럼 수십 번이나 같은 자문을 한다. "내가 왜 멀쩡한 직장(대학교수)도 그만두고, 집도 팔아 버렸을까?" (책으로만 접하는 독자도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하는 저자의 한탄이 지겨워지는 데, 실로 그의 가까운 지인들은 넋두리를 들어주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도 싶다).

실은 저자는 실험 초기에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에 다 걷어 찰 수 있었다. 딜런 에반스는 가까운 미래에 지구가 붕괴 직전에 이르러 여러 생필품의 글로벌 공급망이 끊어지고 소수가 각자도생을 모색해야 할 상황이 온다고 확신했다. 고고학자 친구가 "네 유토피아 실험에 어떤 가설이 있어?"라고 묻자 딜런 에번스가 내민 쪽글은 그의 세계관을 요약한다.



세계 문명은 지구 온난화와 에너지 위기로 우리 생애 동안 붕괴될 것이다. 문명이 붕괴되며 전 세계 수십억 인구가 죽겠지만 일부는 살아남는다.

문명은 재건 불가. 살아남은 이들은 야생으로 탈출해 무리를 이루어 생존 기술을 익힌다. 이를 '재야생화' 혹은 '탈산업화,' '신부족 혁명'이라 부른다. 이 과정이 이뤄지면 삶의 질은 붕괴 이전보다 나아진다.

『유토피아 실험』 265쪽

사진출처: The Rotters


문명이 붕괴되어 소수만 살아남을 수 있으니, 자급자족 공동체를 미리 연습하자는 취지의 실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딜런 에반스를 포함 이 실험 지원자들은 문명의 혜택이 제로에 가까운 공동체를 이상향으로 꿈꾸면서, 자급자족 채소가 부족하면 매주 대형 마트에서 사 오고 각종 이국적인 향신료를 선반에 늘어놓고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특히 딜런 에반스는 공동체를 이끌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현격히 부족한 와중에 우울과 망상이라는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어 공동체의 구심은커녕 우울의 수렁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공동체에서 정기적으로 탈출함으로써 도리어 다시 이 공동체로 돌아갈 버틸 힘을 재충전한다. 예를 들어, 자급자족 공동체에서는 따뜻한 물로 목욕하기가 어려운데 딜런 에반스는 여자친구 핑계로 주말마다 온수, 전기 다 들어오는 오두막집에서 쉰다.


결과야 뻔하다. 실험의 창시자가 제 발로 정신 병원에 진료받으러 갈 정도로 흔들리는데 18개월 예상한 프로젝트가 끝까지 순항할 리가 없다. 결국 딜런 에반스는 정신병원 입원을 핑계로 자연스레 이 실험에서 하차하였는데, 『유토피아 실험』 참가자 중 일부는 이후에도 남아 "피닉스(불사조) 실험"이라는 명칭으로 이 프로젝트를 더 지속했다고 한다.





"가디언(The Guardian)"지는 『유토피아 실험』을 두고 두 줄 평 하기를 "이 책의 진짜 줄거리는 망상과 우울이다. 에번스가 이 책으로 쓰는 작업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동의한다. 특히 마지막 챕터에서, 그동안 이 실험의 실패를 다른 참여자 탓으로 돌리던 자신을 성찰하며 고통스러워 보일 만큼 솔직히 자신의 자질 부족과 교만함을 인정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철학 박사 학위에 로봇 공학 전공에 제분야 학자들을 친구로 둔 딜런 에번스인 만큼 『유토피아 실험』을 읽다 보면, 고고학, 진화심리학, 사회학 등에서 불러온 재미난 생각거리가 엮여 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과연 망상이었을까? 망상 여부는 누가 규정할까? 규범적 공동체를 일탈해서 만드는 새로운 공동체는 또 어떤 방향으로 가는가?

다시 읽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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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프랑스 안무가 조세 몽탈보의 "시간의 나이"를 통해서 국립무용단을 재발견했다고 할까요? 한국 전통춤 무용수가 소화하는 현대무용 안무는 색다른 맛이 있더군요. "넥스트 스텝 Next Step"이라는 이름을 듣고도 감이 왔습니다. 국립무용단이 변신하고 있구나. 말 그대로, next wave/generation, 국립무용단의 젊은 버전 미래형 무대를 보여주려나 싶었는데, 그렇습니다.



. "넥스트 스텝 Next Step Ⅱ"의 공연장,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을 찾았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 방문하는 극장인데, 묘하게도 올 때마다 비가 내리네요. 이번 공연의 두 안무가, 박기량과 황태인의 전신이 담긴 야외홍보물이 비 오는 저녁 하늘빛과 잘 어울립니다.



사진: 국립무용단

황태인 안무가의 "무무"는 "한 편의 그림처럼 그려낸 한국무용 고유의 움직임"이라더니, 정말 그랬습니다. 검은 의상, 푸르른 무대 조명, 심플한 무대 디자인, 현의 소리, 오직 네 명의 무용수(김미애, 조용진, 조승열, 황태인)이 '헉' 소리 절로 나올 기량의 춤으로 채워갑니다. 15분 내내 진지하고,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정중동, 점선면, 무용수들의 부드러운 손 움직임으로 얼마나 큰 에너지가 전해지는지, 한국춤의 본질을 안무가가 깊이 고민했구나 감동받았습니다.

https://youtu.be/O9CD9E35ruQ


상대적으로 "쁘랭땅 printemps"은 공연 시간이 깁니다. 무려 30분. 그런데 조명, 무대 의상과 소품, 음악 등을 어찌나 골고루 썼는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박기량 안무가는 "여성들만의" 봄을 그리고 싶었을까요? 여성 무용수들만 등장하는데, 아마존 여전사가 절로 연상됩다. 남자는 가라. 우리끼리 쾌락, 우리끼리 놀고, 탈출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고 심지어 재생산으로 사회 존속시킬 수 있다! 너무 멀리 간 해석인가요? 아무튼 오늘 이 공연 관객 중에 축제(특히 페미니스트의) 기획자가 있다면 "Printemps"섭외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했습니다.




황태인 안무가가 안전하게 다져지고 고르게 평편한 길을 간다면, 박기량 안무가는 일부러 울퉁불퉁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외발자전거 같다는 인상을 주네요. 적어도 제게는 몽탈보의 "시간의 나이"보다 훨씬 "Primtemps"이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작품이었어요. 앞으로, 박기량 안무가가 만든 작품이라면 앞뒤 재지 않고 티켓 예매할 듯합니다. 




공연 보고 나온 후에 "next step"문구가 더 확 와닿네요. 국립 무용단이 이렇게까지 참신하게 우리 춤에 새 옷을 입힐 수 있구나.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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