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5
프란츠 카프카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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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래 전에 읽어 본 카프카의 '변신'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을 때 그 소재나 발상이 너무 신선하게 느껴져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다. 우울감과 냉정함이 가득찬 그의 작품들은  짧은 양에도 불구하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읽는 내내 주인공에 대한 연민이 이어지지만 그것은 나와 다른 별개의 대상이 아닌 나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동질감에 몸서리치게 만들기도 한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그 구성원이 쓸모가 있든 없든 존재 그 자체로 사랑을 베풀고 끌어안아야 할 존재가 아닐까?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무능력한 가족 구성원은 눈총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제 역할을 할 때에만 그 존재를 인정해 주는 꼴이 되어가고 있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떠한가? 가족을 부양해 오던 그가 한낱 벌레로 변해버렸을 때, 가족들은 어찌했나? 연민과 안타까움의 감정은 얼마 가지 않아 퇴색해 버리고 아무짝에 쓸데없는 짐짝처럼 여기게 되니 말이다.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그레고르의 등에 박혀 큰 상처를 낼 때 그의 마음엔 바윗돌 하나가 박혔을 것이다. 굶주림과 학대, 멸시로 죽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이 시대의 무관심과 물질만능주의가 떠오르는 건 시대를 아우르는 카프카의 놀라운 필력이 아닐까 싶다.

'판결'은 어떠한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통해 두 사람이 그동안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며 지냈는지 충분히 알게 해 준다. 아버지의 말에 순종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모시려 했던 아들의 극단적 선택은 아버지의 말이 곧 '판결'과도 같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카프카와 그의 아버지의 관계가 이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하니 그의 모든 작품에 걸쳐 등장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왜 그랬을까 이해가 간다. 카프카가 겪은 상처와 우울감이 그의 작품에 면면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의 모습을 완벽하게 흉내낼 수 있게 된 원숭이의 이야기는 신선하기도 하지만 참 많은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어떻게든 인간과 어우러져 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원숭이의 노력은 과연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고할 수밖에 없는 원숭이의 마지막 한 마디. "여러분에게도, 고매하신 학술원 신사 여러분에게도 저는 다만 보고를 드렸을 뿐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의 열망과 노력을 담담히 얘기하는 원숭이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성취하려 부단히 노력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찾아보게 된다.

폐결핵으로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카프카. 남들과 다른 시선과 표현으로 기가막힌 상황설정과 인물들의 심리를 그려낸 그의 작품들을 보며 더 많은 작품들을 남겨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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