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시간에 대한 작업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입니다. 단지 살아 있다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그냥 걷기, 풀밭에 누워 구름 바라보기, 시냇물 감상하기, 소파나 침대에 파묻혀 탐정 소설을 읽으며 일요일 오후를 보내기..... 이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바쁘게 움직이던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게으름을 허락한다는 사실만이 시간의 통제를 받으면서 정신이 삶을 경직시키는 일 없이 시간의 상대성을 되찾고 그 흐름을 느끼도록 해줍니다. - 38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1.

 

삼 일 간의 연휴,

첫 날은 일상적인 집 정리-즉, 빨래, 설거지, 물건 치우기와 무려 18개월만에 코알라를 미용실에 데려가서 내 머리 염색, 코알라 머리 커트 및 매직 퍼머, 한의원에서 코알라의 보약 짓기, 코알라와 오랜만의 외식을 했다. 두째 날은 친정 부모님이 꼬옥 내 생일과 남편 생일을 기념하여 식사를 하자고 하셔서, 실은 최근 내가 너무 바빠서 생일을 건너 뛰었기 때문에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내내 열감기가 도져서 약 먹고 쿨쿨 자고 TV를 보았다. 오늘 셋째 날은 아침부터 쌓여 있던 갖가지 물건들, 옷과 책과 차 종류, 냉장고의 음식 등등을 정리하고 먼지를 훔치고, 알라딘에 중고 서적을 등록했다. 과감하게 일본 호러 장르물을 포기하기로 마음 먹은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후 세 시 반이다. 연휴가 끝나가는데,

 

밀린 보고서가 산적하다. 연휴만 보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보고서들인데, 하.나.도. 못 썼다.

 

지금 읽으려고 곁에 둔 도미니크 로로의 "작은 집을 예찬하다"가 아닌, 예전에 읽은 도미니크 로로의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가 눈에 뛴다. 손을 뻗어 꺼내니 이미 붙여놓은 빼곡한 책 태그들.

 

 

 

2.

 

* 시간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해

 

- 한 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 몇 개월 전에 또는 며칠 전에 검강 검진, 치과 등 병원 진료 및 미용실 방문을 계획하기

-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하기

- 미리(한 주 또는 한 달) 목표를 정하기

- 확실한 리스트를 당일 소지하고 있기

- 일요일에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위해 일은 토요일에 끝내기

- 휴가 때는 늦잠을 자기

- 느긋하게 목욕하기 (음악, 촛불, 향초 등을 함께 즐길 것)

- 아침에 진짜 커피를 만들고 토스트를 굽고 신문을 읽기

- 미리 식단을 짜기

- 해야 할 일들을 재분류하기(장보기, 편지 쓰기, 전화하기, 외출...)

- 웃기

- 자연을 바라보기

- 적은 양의 술을 천천히 음미하기

- 그냥 걷기

- 미루지 않고 행동하기

- 가능한 한 적은 물건을 소유하기

- 진정한 친구들과 시간 보내기

- 혼자 운동하기(걷기, 달리기, 요가하기)

-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을 배우기

 

- 39~40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악토버라는 뮤지션의 "Romance" 라는 피아노 곡을 틀어놓고 새로 내린 네스카페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도미니크 로로"의 글귀를 옮겨 적는다. 해야 할 일들만 하는 것이 아닌, 생략해도 되지만 내게 여유를 주는 행위들을 요즘 너무 적게 한 것 같다고 살짝 반성한다. 크게 나무라지는 않는다, 열심히 달렸으니까. 글귀를 옮겨 적으며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시감, 이전에도 틀림없이 이 글을 알라딘 서재에 옮겨 적었다.

 

고전을 십 년만다 한 번씩 다시 읽으라는 조언에 동의한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기억력이 형편 없다면 일 년에 한 번씩 다시 읽어야 할 판이다. 경험만큼, 나이만큼, 책을 쓴 이의 마음이 다가온다. 그렇다면 이렇게 허겁지겁 책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결핍이다.

 

 

3.

 

*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황 리스트

 

- 지나친 인맥

- 지나치게 많은 불필요한 물건들

- 지나치게 많은 선택 사항들

- 지나치게 많은 몸무게

- 지나치게 많은 방치

- 지나치게 많은 지키지 않은 약속들

- 지나치게 많은 망설임

- 지나치게 많은 집착

 

- 88p, 다시 쓰는 내 인생의 리스트

 

모두 나와 관련된 문구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세실 언니의 말처럼 "심플하게" 살아보려고 목표를 세운다. 우선 냉장고와 냉동실에 있는 식재료를 잘 활용하고 싶다. 그리고 건강검진의 경고를 무시하지 말고 매일 스트레칭과 가끔은 유산소 운동, 그리고 몸무게 조절을 해서 가벼워지고 싶다. 그래서 구매하고 못 입는 옷들, 예전에 입었으나 옷장 안쪽에 처박혀 있는, 혹시나 해서 버리지 못하는 옷들을 입고 싶다. 집에 소장한 수많은 책들을 읽고, 짧게나마 독후감이나 태그를 남기고 싶다. 보고서를 밀리지 않고 쓸만한 여유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억지로 숨을 들이셔서 여유를 만드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여유로운 숨을 쉴 수 있는, 그래서 내가 내 자신인 채로 있는 것이 허락되는 시간과 공간을 가지려 한다.

 

 

4.

 

평온 속에서, 나는 정원과 숲의 멋을 생각한다. 분명 인간 세상에 작별을 고할 수 있으리라. (도연명)

- 211p, 작은 집을 예찬하다.

 

최근 작은 히터를 샀는데 따스하다.

어떤 물건보다 나를 흡족하게 만들어 만족스럽다.

 

단.순.한. 한 잔의 차.

 

알라딘 서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열댓 권 장편의 주인공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자주 슬펐다. 더 어릴 때는 언제나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특별한 사람의 정의는, 아마, 겉으로는 용감하고 정의롭고 세상을 구하거나 매우 현명하거나 특별한 능력이 있는, 또는 너무나 아름다운 사람을 상상했지만, 실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내적 소망의 표현이었다. 그래서 SF,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 좋았었다. 아직도 가끔은

 

드라마 "도깨비"를 보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피조물이 되지 못함을 슬퍼할 때가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에 나 자체로 충분해졌다. 예전에는 과거와 미래에 발을 담그고 살았다면, 이제는 현재의 단순함과 모호함과 흘러가는 시간의 슬픔을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다.

 

 

5.

 

오랜 습관으로 나는 가끔 헉헉 숨을 몰아쉬며 달려댄다. 그래도

또다른 오랜 친구인 "우울감"이 나에게 "이 방향이 아니야" 라고 알려줄 때 귀를 기울이고 멈출 줄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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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의 열번째 책(단품)을 주문했고, 집에 날아오는 택배에는 열 권을 담을 수 있는 시리즈 박스와 문장집이 함께 들어있었다. 기뻤다. 오늘 보니 열 권 시리즈가 99,000원으로 가격 인하 행사 중이고, 그동안 한 권씩 구매한 사람은 호구냐는 불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앤 라이스의 뱀파이어 시리즈가 6권에서 멈춰 있는 아쉬움을 겪은 이후로 힘든 출판사 사정에도 일단 열 권을 낸다는 독자와의 약속을 지켜준 자체가 나는 고맙다. 앞선 페이퍼에서도 종종 언급했지만, 시리즈 물은 주인공들의 변화를 함께 하면서 같이 삶을 살아가는 친밀감을 갖게 하여 특별히 좋아한다. 마치 잘 아는 사람처럼,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는 긴 인연을 존중한다.

 

S&M 시리즈에서 날카롭고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던 사이카와가 다소 둥글어지고 현명해지며 사람에게 다가서는 느낌이 기뻤고, 오로지 한 사람에게만 자신을 내보이던 모에가 그 사람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상을 벗어나는 과정이 예쁘다. 또한 공대를 졸업하고 이후 심리학을 공부한 나는, 시스템과 관련된 용어 및 트릭과 심리학이 버물어진 스토리가 좋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다소 오타쿠적인 면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6.

 

Somewhere over the rainbow-

음악이 바뀌었다.

 

영어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페이퍼의 뜬금없는 이 종결 문구는 뭘까. ^^)

 

 

 

 

추신.

 

새해에는, 장기적으로든 단기적으로든, 심리의 극한에 내몰린, 내가 만나는 이들 중의 상당수와 관련하여,

인간의 강인함과 나약함을 정리하고 소화하여 담담하게 써내려 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어린 시절의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폭력(육체적, 언어적, 성적) 및 방임(유기)을 겪은 사람들이

어떤 심리 흐름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는지에 대해 적어 보고 싶다, 슬픔과 용기와 희망과 함께.

최선을 다하여 고통 속에서 싸우고 있는 그들 곁에서 기다리고 버텨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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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1-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저도 단순하고 심플해지고 싶어요. 마고님의 페이퍼를 통해서 하고 싶은 것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어요.
마고님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7-01-01 17:32   좋아요 1 | URL
우리 함께 단순하고 심플한 삶을 살아요. 안 그래도
타의로 충분히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보슬비 2017-01-0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한해 많이 다짐하고 다짐하여 심플하게 살기로 노력해야겠어요.

마녀고양이 2017-01-02 17:31   좋아요 0 | URL
심플하게! 저도 다시 한번 다짐해요~ ^^

후애(厚愛) 2017-01-02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한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7-01-02 17:32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 더욱 따스하고 예쁜 페이퍼 기대합니다. ^^

cyrus 2017-01-0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상황 리스트‘를 보면서 작년에 북플 때문에 심적으로 피곤했던 이유를 알았어요. 지나친 인맥, 지나치게 많은 집착. 이게 제일 큰 원인이었어요.

마녀고양이 2017-01-02 17:33   좋아요 0 | URL
그랬구나... 너무 많은 인맥으로 인해 힘들듯 하네요.
사이러스님의 서재에 가보면,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하니까요. 이슈거리도 많고.

그런데 지나치게 많은 집착은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 궁금해지네요.
여하튼, 이유를 알았다니 제 페이퍼가 도움된 것 같아서 기쁘네요. ^^

cyrus 2017-01-02 20:03   좋아요 0 | URL
글 한 편 잘 써야겠다는 집착, 북플이 더 나은 플랫폼으로 개선되길 바라는 집착. 뭐 이런 것들입니다. ㅎㅎㅎ

마녀고양이 2017-01-02 21:10   좋아요 0 | URL
아하, 그러셨구나~ 멋진 집착이네요.

양철나무꾼 2017-01-02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기다렸는데 앤 라이스가 나왔군.
축하하오~^^

마녀고양이 2017-01-02 21:10   좋아요 0 | URL
영 메시아 말고 또 나왔어?
실은 영 메시아가 나온 것도 몰라뜸, 지금 장바구니~ 쪼옥~

2017-01-06 22:00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6 23:52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7-01-26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고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세요.
새해엔 소망하시는 일 이루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녀고양이 2017-02-14 11:19   좋아요 1 | URL
답 늦었어요~
새해에는 무지무지 즐거운 일 가득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