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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치료의 이해와 적용
선원필 지음 / 박영스토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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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치료에 관심을 갖고 지내던 중에 우연히 선원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후 한국공연예술치료 협회라는 단체에서 연극치료 과정을 경험하며 지식과 실전을 넘나들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책으로 나온 것에 감사하며 연극치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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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공부 비타민 - 보기만 해도 공부하고 싶어지는
한재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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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시절 무엇 하나라도 나보다 좋은 점이 있는 친구들을 사귀던 내게 가장 가까워지기 어려운 친구들이 공부 잘하는 녀석들이었다. 모두의 관심을 받고, 특히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녀석일수록 콧대가 높았다. 사귀자는 것도 아닌데, 까탈스럽기는.

 이리저리 궁리 끝에 적당히 공부를 잘하며 나를 적당히 좋아해 주는 친구 몇 놈을 사귈 수 있었다. 시험 기간만 되면 그들에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냐며 달라붙어 그들의 기운을 받아 1점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친하다고 그들의 점수가 나의 점수가 되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 뒤로도 '공부'를 잘하는 지름길을 찾기 위해 참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우리 인간은 지식뿐 아니라 감정과 신체를 올바르게 발달시켜 온전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지식에 대한 방법론은 "완벽한 공부법"이란 책을 참고하면 될 것이고 오늘은 감정 즉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소개할까 한다. '365 공부 비타민'이란 책으로 몇 번의 글에서 언급했던,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에 진행자 '한재우'님께서 쓰신 책이다.

 책의 구성은 말 그래도 365일 매일 한 편의 짤막한 글을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단편들을 짜집기 해놓 놓은 거 아니냐는 의심은 잠시 넣어두라는 듯 책의 내용은 속이 꽉 찬 만두 같다. 서울대 법학부를 나올 만큼 공부를 잘하시는 분이 굳이 공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공부대한 고민이 진지했기에 서울대를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하고 때론 유쾌한 글들이 들어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쓴 게 아닌 공부를 하면서 정말 도움이 됐던 부분들을 잘 녹여서 먹기 좋게 만든 책 같다.

 오늘 날짜까지 읽으려면 부지런히 읽어야겠지만, 그전에 가슴에 와 닿는 글이 있어서 한 편 소개할까 한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노력도 하지 않고 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들은 실패를 교육이나 영감, 능력 부족, 혹은 불운 탓으로 돌리곤 한다. 충분히 몰두하지 않은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된 재능의 핵심에는 자각과 확신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성취하려면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자각, 그리고 끈기와 인내심만 있으면 가치 있는 일을 성취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재능이란 일종의 정신력이라 할 수 있다.-에릭 호퍼(미국의 철학자)"

 이 말을 한 에릭 호퍼는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로 산 철학자라고 한다. 7살 때 시력을 잃었으나 8년 후인 15살 때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후, 언젠가 다시 눈이 멀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독서에 매달렸으며 길가에 오렌지가 많아서 굶어 죽지는 않을 수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 캘리 포니아로 갔던 거리의 철학자.

 재능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내 옛 모습이 떠오른다.(사실 요즘도 가끔 나오긴 한다) 그의 말에 힘이 느껴진다. 재능이란 자각과 확신이다. 분명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니 노력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반드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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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
이상원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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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동안 교단에 서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을 하자니 생각처럼 전달이 제대로 안된다고 느낄 때였다. '이렇게 되는 거야'라고 설명하고 뒤돌아서면 모두 '무슨 말씀이시온지...'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 그때마다 고민에 잠긴다. '어디서부터 못 알아들은 걸까, 뭐부터 다시 설명해야 할까?' 아마 내가 경험한 학교가 일반 특성화고였기에 학력 수준이 높지 않아서 선수 학습이 많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고, 미숙한 내 경험 탓도 있을 것이다.

 나처럼 특성화고에서만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상위 내신성적 20% 내외의 학생들이 모여있는 마이스터고 가기를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가 아이들이 똑똑해서 질문한 걸 제대로 답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데, 그 확장판이 명문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 아닐까.

 가끔 대학 강단에 서서 내가 좋아하고 열심히 공부한 학문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지만, 그 상상만으로 가슴이 뛴다. 그런데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를 읽고 난 위 소위 SKY를 비롯한 명문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한다면 어떤 느낌일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재미도 있겠지만, 엄청 긴장한 하루하루가 될 것 같다. 날카롭게 들어오는 질문들에 내가 잘 반응할 수 있을까, 실력이 금방 들통난다면...

 서론이 길었다. 이 책 '서울대 인문학 글쓰기 강의'는 서울대 수강 과목 중에 매년 가장 듣고 싶은 강의로 뽑히며 수강신청과 동시에 자리가 매진되어버리는 빡세고(?) 인기 있는 과목이라고 한다.

이상원 교수는 자신의 글쓰기 강의를 이렇게 표현했다.

"글쓰기 수업이니 모든 학생들이 글을 써야 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다만 우리의 글 놀이 판에서는 글의 내용과 형식이 자유롭다는 점, 쓴 글을 온라인 강의실에 올려 모두에게 공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나를 소개하는 글은 은사님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수도, 나의 진짜 모습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법정 기록이 될 수도, 나라는 존재의 사용설명서가 될 수도 있다. 감상 에세이와 주제 에세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진다."

 단언컨대 대학 4년 동안 강의 계획대로 100% 진행됐던 강의는 거의 없었을 뿐더러 그 강의라는 것이 그리 재미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 재미란 몰입도를 의미한다. 뭔가 계속 준비하고, 그 준비를 수업시간에 쏟아낼 수 있는 강의를 경험한 적이 없는 것이다. 수업을 재미있게 빡세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 했을 분 교사로서 그런 수업을 만들지 못한 데에는 스스로가 겪은 경험의 없다는 것도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그에 반해 이상원 교수의 수업은 강의계획에 따라 아주 짜임새 있게 구성되고 학생들이 한 학기를 마치기 전까지 몰입이 떨어지지 않도록 이끌어간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활용하여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멍석을 깔아준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라 생각한다.

"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쓴 글 외에 24편을 읽고 답글을 달아야 하고 또 자기 글에 달린 동료들의 답글 24개를 만나는 셈이다. 그리고 이 과정이 세 차례 반복되므로 학생 한 명이 한 학기 동안 읽고 답글을 달아야 하는 글은 모두 72편이다. 다 함께 읽고 다 함께 쓰기는 모두 수업 시간에 앞서 이루어진다. 수업 시간 75분은 글쓴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이다. 자기 글에 붙은 동료들의 비평 답글을 읽고 글쓴이들은 답글에서 제기된 질문에 답변을 한다. 답글에 제시된 의견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 왜 그런지도 설명한다. 그리고 다시금 묻고 대답하기가 이어진다. 더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글에서 시작된 생각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이 정도 양이니 학생들이 딴짓을 할 틈이 있겠는가. 고등학교에서는 이와 같은 수업 양식을 "거꾸로 수업"이라고 명칭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수업내용을 교사가 미리 동영상 등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본 수업시간에는 강의를 들으며 몰랐던 부분이나 질문사항 등을 토론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생각해보면 수업시간에 모든 내용을 다 나간다는 건 힘들고, 각 기 다른 수준을 가진 학생들 모두에게 맞는 수업을 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닐까. 이렇게 미리 공부한 뒤에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반복 학습 효과도 있고 더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질적으로 뛰어난 수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안에는 지금까지 강의를 진행하면서 고민했던 흔적들과 학생들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내가 즐겨 듣는 팟케스트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의 진행자 한재우님의 에피소드(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 E193 남을 공격하면 내가 해를 입는다)도 포함되어 있다. 그 이외에도 재기발랄 혹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거나 수업 계획이나 진행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보면 유익한 책이라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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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먹어서 책의 내용이 내 몸에 흡수된다면, 한약을 먹듯 다려서 마시고 싶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을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든 내 생각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책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어느 페이지에는 내용을 요약해 놓은 것이 있어서 메모장에 저장을 해놓고 가끔 꺼내보곤 했었다. 좋은 내용인 것은 알겠는데, 이어짐이 없으니 감칠맛이 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다시 제대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하게 된 책이다.

 어느 분야든 일정 수준에 오른 고수들에게는 아우라(Aura) 같은데 느껴지곤 한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묘한 분위기가 있다. 난 그 분위기가 있고, 없음으로 어른이냐 아니냐를 점치곤 하는데 조훈현 기사는 내가 직접 만나보지 못했지만, 만나면 그 아우라라 물신 풍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일하게 국수라고 칭해지며, 세계 최다승과 세계 최다 우승 기록일 가진 전설 조훈현. 이 책은 그의 바둑 인생 중에 느끼고 깨달은 책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인데, 각 챕터마다 주옥같은 명언과 삶의 땀이 느껴져서 어느 한 장 그냥 버릴 수가 없다. 밑줄 친 부분만 엮어도 책 한 권이 나올 것 같다.

바둑 고수가 말하는 생각의 법칙, 좋은 생각은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길 수 있다면 반드시 이겨라, 판을 정확히 읽고 움직여라... '그럴 것 같다'라고 생각되는 일반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에 힘이 느껴지는 것 그 말이 그냥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말이 삶을 끌고, 삶이 다시 말을 끌어주는 것. 이것이 진정한 고수의 삶 아닐까.

"장신을 차리자. 아직 바둑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집중하자. 생각을 하자. 녜웨이핑이 워낙 고단위의 수를 두어서 응수를 하려면 초읽기에 몰리기 일쑤였다. 집중, 집중····. 나는 고요한 생각의 결 안으로 들어갔다. 천천히, 천천히·····. 거칠었던 호흡이 편안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녜웨이핑도 보이지 않고 진행요원들도 사라졌다. 조바심도 초조함도, 심지어 이기고자 하는 욕망까지도 사라졌다. 바둑과 나, 단둘만 남았다. 그 절대적인 고요의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래 여기구나!"

 전설이라는 이름은 그저 타고난 재능과 운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싶다. 처절하리 만큼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조훈현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 엄청난 수를 생각하며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어야 하는 바둑 기사답게 그는 생각의 힘을 강조한다.

그는 생각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생각의 힘에 대해 느끼가 바가 많다. 조금 고민해 보고, 모르겠다고 포기하고 쉽게 답을 보는 예전에서 요즘은 어떻게든 공부했던 내용을 떠올려보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조금씩 생각하는 근육이 발달하는 것을 느낀다. 그래, 뇌는 쓸수록 발달하는 것이다. 생각을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하는 전장, 그 최전선에 바둑도 있고 우리 삶도 있다고 생각한다. 치열하게 생각할수록 우리 뇌는 더 강해진다.

 조훈현 선생은 바둑 기사인데도 이 책 내용은 교육학 저서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 교육에 대한 좋은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어쩌면 삶과 교육을 따로 분리하려는 내 생각이 잘 못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바둑을 배우고 두는 것도 교육의 한 일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건 매우 쉽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조금이라도 공식에서 벗어난 문제가 나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혼자서 실컷 헤매본 사람은 공식 따위는 몰라도 된다.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생각의 자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오래 공부하고 있은 이유도 아마 그 시간을 갖지 못 했던 게 그 원인이 있다. 학원에서 가장 빨리 가는 길을 배우기 보다 이곳저곳 헤매고 부딪쳐보면서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법을 배워야 어느 분야를 공부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내공을 쌓을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세련된 방법보다 투박한 내공일 즉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에 당장 가져와서 써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아플수록 복기해라"이다. 복기란 사전적으로 '두었던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두는 것'을 뜻한다. 아니, 시간이 남아돌아서 둔 바둑을 다시 두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껏 복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오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프로기사들이 복기를 하는 이유는 그 편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패자는 어떻게든 자기가 패한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 집에 가서 혼자 끙끙거리는 것보다 앞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훨씬 간단하다. 하지만 기사들도 사람인지라 대국이 끝난 직후에 복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승자의 기쁨과 패자의 억울함이 함께 동반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괴롭기만 한 복기, 그럼에도 우리는 복기를 해야 한다. 복기를 해야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복기를 잘해두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고, 또 좋은 수를 더 깊이 연구하여 다음 대국에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

 난 요즘 평균 8시간 정도를 공부하고 있는데, 그중 1시간가량을 복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공부의 끝자락에 복습을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머리에 지식을 넣는 것보다 공부한 것을 빼내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커서 점점 그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이해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출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이것이 어려우니 점점 미루고 안 하게 되는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대국만 하고 복기는 미루는 꼴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날마다 그날의 바둑을 복기하는 것이다. 낮에 둔 바둑을 그대로 기억하여 다시 놓아보는 것은 바둑 공부의 기본이다. 그날 둔 바둑은 현재의 내 실력과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잘못된 게 있으면 지금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

 조훈현의 바둑 스승인 세고의 선생은 친절히 바둑을 가르쳐주시지는 않았지만, 복기만큼은 엄격히 챙기셨다고 한다. 그 방법을 이어받아 조훈현 또한 제자 이창호를 가르칠 때 복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다른 건 몰라도 그날 둔 바둑만큼은 꼭 기억하도록 해라. 그걸 알아야 너의 바둑을 방성하며 고쳐나갈 수 있다."

 혹시 지금 수험생 신분이거나 혹은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한 분이 있다면 함께 "복기"를 실습해보자. 열심히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하나둘 백지에 적어 보는 것이다. (우리에겐 연습장이 바둑판이요 펜이 바둑돌이다). 이 밖에 인생의 많은 진리들이 숨겨져 있는 이 책을 나는 오랫동안 두고두고 읽을 것 같다. 아직 책을 읽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일독을 강권하고 싶다. 우리 모두 고수가 되어, 이 무림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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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 신형철 평론집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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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에티카 中 '신형철'

「오디세우스가 세이렌의 유혹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강박증적이었기 때문이다. 강박증자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나는 죽어 있는가, 살아 있는가?"이다. 강박증자는 그 자신의 충동과 향유의 대상에 직면하면 스스로가 소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향유를 통제하려고 한다. 그는 자신의 향유와 타자(세이렌)의 향유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부과한 강박적 의례를 충실히 이행한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을 시켜 자신을 갑판 위에 있는 나무 기둥에 묶게 한다) 그래서 그녀들의 노래를 듣지 않을 수 있었고 그로써 세이렌의 향유와 직면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으며 그 자신의 향유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세이렌들이 제공했다고 유혹했던 '앎'까지도 포기했다. 그 '앎'이란 물론 그 자신에 관한 앎일 것이다. 주체는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왜 연애가 잘 안되는 걸까? 나는 왜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사랑과 연애 그 비슷한 무언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제대로 된(일정 기간 이상의) 연애 한 번을 못했다. 남들 공부할 때 연애하다가 남들 연애하고 결혼할 때 혼자 놀고 있는 청개구리가 된 셈이다.   

 신형철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의 이 부분을 읽었을 때 저 문단 전체가 내 머리를 힘껏 내리치는 것 같았다. '강박증'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내게 그런 면이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것이다. 내 하루는 일정한 틀로 구성되어 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음으로 하루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인연도 새로운 사건도 일어나기가 힘들다.

 종종 '재미' 있어 보이는 것에 끌려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도전할 때가 있다. '살사, 연극치료, 심리학 모임, 연극...' 분명 관심이 있어 다가갔지만 어느 순간 멈춰 서 그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들이 먼저 다가오려 하면 한 걸음 물러나 항상 그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마치 주행 차량의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가뭄에 비가 내리듯 가끔 이성과의 교류가 있을 때에도 애써 모른체하거나, 관심 없다는 듯 행동하고 행여 방어선이 무너졌더라도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에는 다시 재정비하여 다시 그들을 밀어내고 내 삶을 찾았다. 마치 고지를 탈환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지킨 덕분에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을 얻었지만 사랑과 연애의 감정을 잃었다.

 나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여러 활동을 시작했지만, 어쩌면 나는 정말 중요하고 더 많은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한 걸음을 내딛고 나면 지금까지의 내가 없어져 버릴까 봐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지젝에 의하면 "우리가 가져본 적 없는, 애초부터 잃어버린 것인 대상을 소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아직 충분히 소유하고 있는 것을 마치 잃어버린 것처럼 다루는 것이다.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했으면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도 이미 끝을 아는 듯 시작도 하기 전에 단념해 버리는 것. 자신의 드라마에 끝을 맺어버리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그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그는, 또다시, 무진을 향하여, 잃어버린 향유를 찾아서, '증상으로서의 여행'을 혹은 강박증적인 오디세우스 여행을 떠날 것이다. 물론 이 여행은 그가 그 자신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지 않는 한에서, 하인숙이 그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한에서만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여성을 여행하(지 않)는 여행이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다. 내 여행에 더 이상의 여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적어도 지금의 내 틀을 버리지 않는 한 다른 누군가를 진정으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기존의 나를 버리는 것이 슬픈 것인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수 없음이 슬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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