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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공서연.한민숙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0년 3월
평점 :
역사를 만나는 산책길..
평소 별 생각없이 지나다니던 길이 알고 보니 단종이 영월로 귀양을 떠날때 정순왕후가
배웅을 나와 이별을 한 '영도교'였다거나..
덕수궁 돌담 길을 팔짱끼고 데이트할때 걸었는데 알고보니 그 길이
고종이 세자 척도와 함께 혹독한 겨울 새벽에 궁녀로 변장하여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했던 아관파천때의
길로 '왕의 길'이라고 불린다든가..
이런 저런 내막을 알게되면 그때부터 단순한 길이 아니고 단순한 건물이 아니게 된다.
조선왕조 500년 도읍지였던 서울은 영광스럽게 빛나는 조선의 역사를 지나
수치스럽고 암울한 일본의 침략기라는 근현대를 건너서
현대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이 지금의 발전된 모습으로 남기까지 500여년의 오랜 역사를 품고 있으니
서울의 곳처가 역사적인 유물로써 사적,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게 사실 이상하지 않다.
경국지색의 미모의 여인을 아내로 두고 살고 있는 남편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아내의 미모도
익숙해진 나머지 자각도 못할 때가 올것이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네의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곳이
사실은 역사적 의미와 유서가 깊은 유적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 일것이다.
이 책은 고층빌딜과 아파트만 빽빽한듯한 서울이 사실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를 알려준다.
크게 4개의 단락으로 나누어 서울의 역사적인 장소로 우리를 안내한다.
파리가 부럽지 않은 역사도시 편에서는 서울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역과
계동1번지 중앙고등학교, 혜화동 대한의원, 서울 시립미술과,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별길
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일제 강점기때 일본 건축가에 의해 지어진 건물들이 많다. 책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보니
한국인들에게는 나라잃은 슬픔과 아픔이 묻어 있어 읽고 있자니 가슴이 한켠이 아려오고 뻐근해진다.
하지만 치욕의 역사도 역사다.
잊지말고 기억하고 다시는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지말자 라는 의미로 삼으며
건물자체의 미적가치만을 두고 평가한다면 충분히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곳이라 생각된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처연한 왕의 길 편에서는 정조 능행자, 강화도령 철종의 추억길,
왕이어서 불행했던 고종의 정동길, 피난길로 바뀐 하늘재, 영녕릉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특히 강화도령이라고 불린 철종과 첫사랑 봉이가 처음 만나 사랑을 속삭인 청하동 약수터에서
강화산성 남장대를 지나 숲길을 걸어 찬우물 약수터까지.. 그 길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찬찬히 걸어보고 싶어진다.
뜻하지 않게 왕이되어 첫사랑을 두번다시는 만나지 못한채 정적들만 가득한 궁에서 쓸쓸히 사라져간
왕이었던 철종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 편에서는 철강골목 문래동, 요즘 핫플레이스인 익선동,
인쇄골목의 화려한 변신 을지로, 사람 냄새나는 재래시장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저런 일로 비교적 익선동에 발걸음을 자주하게 된다.
레트로 열풍으로 익선동이 젊은 층에게 각광받는 핫한 지역이 되어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떠밀려다닐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이 익선동은 경성부(서울)의 인원이 급격히 증가하자 총독부가 일본인들이 주거지역을 청계천 북쪽으로
넓히고자 하였고 이를 막기위해 정세권, 김종량등의 우리 건설업자들이 민간주택 건설 사업에
진출에 일본인들이 북촌지역으로 주거지를 확장하는 것을 막았다한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하마트면 한옥보다 적산가옥이 더 많이 남아 있을뻔했다. 이들이 개발한
지역이 익선동이다. 부자들의 북촌 한옥과 다르게 보급형 한옥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익선동의 한옥들은 크기가 모두 작았구나)
내가 자주 가는 지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 되니 구불구불 좁은 그 골목들이 더욱 애틋해질듯하다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있기까지 편에서는 남한산성, 독립을 꿈꾼 열여덟 유관순 열사의 발자취,
경교장, 장사리, 남영동 대공분실까지, 근대사를 지나 근현대사, 그리고 현대사까지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 걷는다.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꽃같은 어린 나이의 소녀는
조국 독립을 위해 모진 고문을 받다 출소 이틀전에 순국하고 만다.
사인은 정확치 않으나 모진 고문으로 인한 방광과 자궁파열이라고 하니
일제의 고문이 얼마나 가혹하였는지 생각만으로 치가 떨리는듯 하다.
박종철 군이 고문을 받다 숨을 거둔 대공분실..한때 온 국민을 거리로 나가
군부독재타도를 외치게했던 대공분실.
민주화를 위해 맞서 싸운 그분들의 외침은 일제에 맞서는 독립만세를 외쳤던
수 많은 독립투자들의 외침과 닮아있다.
이 책은 발품을 팔지 않으면 결코 알수 없는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발 한발 내 발로 걸으면서 영광과 기쁨, 슬픔과 아픔, 쓸쓸함과 허망했던
역사적 흔적을 찾아 떠나는 산책길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부족했던 역사적 지식과 상식을 보탤 수 있었고
다양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 우리의 역사를 곱씹으며 기억할 것은 반드시
기억하고 보전할것은 잘 보존하여 역사를 잊지 않는 민족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해주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다 보니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는 어느 좋은 날, 이 책을 옆에 끼고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산책길을 나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