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스테이크라니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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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8편의 짧은 단편을 엮어 만든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라는

고요한 저자의 소설을 읽으며 삐뚫어지고 왜곡되고 집착을 보이는 사랑에 꽤나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받았다.

기괴하고 섬뜩하기도 한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사랑이란 참 여러가지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총 8편의 단편 중에서 첫번째 단편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라는

작품은 우리 사회에

있을 수도 있지만 흔치 않은 상황을 다루고 있다.


아이를 너무 갖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한 부부가 있다.

불임의 원인은 남편의 정자수가 너무 적은 것, 자신 때문에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안 남자는 너무나 갖고 싶은 아이를 위해 대리부를 찾게 된다.

치욕적이라고 반대하던 아내를 달래서 대리부와 잠자리를 갖게 한다.

아내와 대리부가 안방 침대에서 일을 치루고 있는 동안 그는

질투심에 안절부절한다.

한번, 두번, 세번, 네번의 관계 이후 아내는 임신을 하게 된다.

임신한 아내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스테이크를 땡겨한다.

대리부가 스테이크의 핏물이 번들거리는 입술로 개걸스럽게 먹어대던

그 스테이크를 아내는 참을수 없다는듯이 먹어댄다.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이 아닌 대리부라는걸 실감한 남자는 아이를

지우자고 아내를 재촉하고

결국 아내는 단호하게 각방을 쓰자고 한다.

시도때도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밤마다 통화를 하는 아내는 누구와 통화를 하는 것일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심에 돌이킬수 없는 길에 들어선 남자의 슬픈 이야기.


그리고 작가의 애착 작품이기도 한 다섯번째 단편인 종이 비행기는

너무나 기괴하여 읽고 난 뒤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현실적이지 않은 추상적인 그림 같은 소설이라고 할까..

어머니는 자신을 두고 멀리 북해도로 떠난 뒤 일년후에 유골로 돌아왔다.

아내는 이웃집 남자와 바람이 나서 자신을 떠나고 마흔이 된 남자는 반지하방으로

옮겨왔다. 백군데도 넘게 이력서를 썼지만 취업은 되지 않았다.

반지하 창으로 보이는 비정한 세상에 그는 파일럿이 되고 싶은 자신을 꿈을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렸다.

10센티가 넘는 구두를 신었지만 160이 안되는 그 여자는 노래방 도우미였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공항 부근 싸구려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남자들과 2차를 나간다. 그렇게 먹고 산다.

그여자가 그의 지하방으로 캐리어를 끌고 왔다. 좁은 지하방에

여자의 물건이 들어오고 여자의 향기가 나자 남자는 좋았다.

하지만 그여자는 얼마 못가 사랑이라는게 있기냐 하나며

북해도로 여행을 떠날거라고 한다.

여자가 떠나는게 두려웠던 남자는 그 여자를 종이 비행기처럼 접기 시작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잔인하고 지독한 슬픔이 느껴지는 소설은 처음인것 같다.

한편 한편 쉬이 읽혀지지 않는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사랑은 평범하지 않았다.

결핍된 자들의 무섭도록 처절한 집착과 슬픔을 그릴려고 했을까..

온전함을 원하지만 그 온전함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것을 하나쯤 내줘야 한다.

그 하나가 자신을 망가트리는 치명적인 것이 될수도 있다.

세드 엔딩에서는 말끔함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라 가슴 한쪽이

묵직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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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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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인의 이야기다.

느즈막한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간 후 코리안타운에서 유통 배달업을 시작했다.

이후 친적의 도움으로 대형 컨테이너 보조 운전사로 채용되어 미국을 횡단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캐나다의 뒤를 이어 세계 3위의 국토 면적을 가지고 있는 미국을 횡단하다보면

사계절을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6,000마일 약9,600km를 달리는 길 위에서는 여정이 어찌 편안하고 수월하겠는가만은

매 순간 달라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고단함도 잊는다고 했다.

솔직히 부러웠다.

그렇게 넗은 땅덩어리를 차로 달려보며 어떤 기분이 들까..

도로 정체따윈 없는 쭉 뻗은 길을 하루 종일 달려보면 지독한 해방감을 느낄수 있을까..


그런데 차가 아닌 자전거로 미국 횡단길에 나선 어느 용감무쌍한 여인의 이야기에 솔깃해졌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이라는 책 제목을 보고 읽기도 전에

솔직히 랜스 암스트롱과 같은 자전거 영웅의 무용담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요란한 책표지와 거칠지만 대담한 일러스트, 한국어임에도 읽기 어려운 악필에 가까운 글씨체

를 보는 순간 이 책의 정체는 뭐지? 라는 생각을 했다.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글이 너무 적고 만화책이라고 하기에는 글이 많다.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나는 58일간 좌충우돌하며 2736km를 달린

엘리너 데이비스라는 작가에게 매혹당하고 말았다.


만화겸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녀는 2009년 가장 뛰어난 신인 만화가에게 주어지는 러스매닝상 수상을 필두로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다.

그녀의 그림은 이쁜 구석이 하나 없지만 덕분에 군더더기가 없다.

딱 필요한 만큼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그림 옆의 한글은 저자의 요청에 의해 원서와 동일하게 모두 손글씨로 작성했다고 한다.

타이핑 문화인 미국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악필인 것까지 고려하여

적당한 글씨체로 맞춰 적었지 않았을까 싶다.

(이참에 그녀가 쓴 원본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내친김에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뒤졌다.

음..생각보다 글씨체가 또박또박하다.

 

그림도 글씨도 눈에 익자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DAY1, 3월 16일 부모님 댁이 있는 투손에서 벤슨까지

자전거로 달리기로 결심한 엘리너는 DAY58 5월 3일까지

무려 58일간 여자의 몸으로, 그것도 혼자, 불법체류자와 탈영범이 우글거리는 사막에서 야영을 하고,

시큰거리고 삐걱거리는 무릎에 침을 맞아가며 달리고 또 달린다.

무작정 달린다.


달리다보니 미칠듯이 힘들어서 뒤돌아보니 제법 높은 산길을 올라오고 있던 적도 있었고,

폐 가득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숲의 터널을 달릴때도 있었다.

여기를 둘러봐도 수평선, 저기를 둘러봐도 수평선이 펼쳐진 곳도 있었다.

그녀가 일주일째 죽어라 하고 자전거 페달을 밟아 도착한 파라다이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때

부모님께서는 그녀가 걱정이 되어 보러오셨다.

일주일 동안 죽자 사자 달려왔건만 부모님은 10번 주간고속도로를 타고 직선으로 왔더니

3시간 걸리더라 하신다. 순간 빵 웃음이 터졌다.

자.. 이쯤해서 의문이 생긴다. 그녀는 왜 사서 고생을 하는걸까..

'자전거 여행을 결심한 이유가 뭔가요?'라는

사람들의 궁금증 어린 질문에 때에 따라 적당히 답을 한다.



 

매사 심하게 진지하지 않아서 좋고, 유쾌하고 대담해서 좋다.

그녀의 군더더기 없는 터프한 그림체도 발랄하다.

덕분에 2736km동안의 여정을 함께 한 독자들은 힘들고 괴롭다기 보다는

길위에 펼쳐진 풍경들과 사건 사고들과 여러 에피소드에 즐거워하고

그리고 길위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친절을 깊숙히 느끼며 찐한 여운을 맛볼 수 있었다.

또한 사랑하는 남편, 부모님의 존재와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곱씹으며 감사와 그리움을 곱씹으며 페달을 밟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결국 마지막까지 완주를 했을까.

결론을 말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마지막 960km는 깨끗하게 포기한다.


아! 끝까지 갈 수 있었다면 기분이 참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포기를 하락하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녀는 시작도,포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시작해야 할때 주저하지 않고, 포기해야 할 때 포기할 줄 아는 그녀는 참 멋지다.

오히려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무리에 무리를 해서 몸을 망치는 것보다

포기해야 할때 깔끔하게 포기하는 것이 더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꽁무니에 붙어서 연신 페달을 밟으며 미국 횡단을 함께했다.

(함께 한 기분이다)

그녀와의 라이딩은 시작부터 참 즐거웠다.

 


내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고, 광활한 사막도 함께 지나고,

깊은 산속 산짐승의 습격을 두려워하며 텐트안에서 잠도 청했고

폭우로 홍수가 된 거리를 첨벙거리며 무거운 자전거를 끌며 걷는것같다.

글보다 좀 더 리얼했던 그녀의 그림의 묘미를 제대로 느껴보았다.


 

 


또한 낯선 여행자에게 친절하게 음식을 나눠주고 쉴자리를 내어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따스함이 감동으로 느껴졌다. 멋들어진 경치보다 더 감동으로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즐겁고 유쾌하고 낭만적이지만 찌질하고 힘들고 외롭기도 했던 여행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매일매일을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듯한 우리들은 바쁜 일상은

우리를 쉬이 지치게 한다.

복잡한건 NO, 단순한건 YES 라고 소리치고 싶을때가 많다.

이런 저런 잡생각없이, 무식하고 단순하게 아무 생각없이 오로지 이것!만 했음 좋겠다라고

생각날때 자전거에 올라타서 페달을 밟아보거나, 부릉부릉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보면 어떨까..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두 발로 걸어봐도 좋겠다.

엘리너 데이비스처럼! 아무 생각없이! 털털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야만 비로소 느껴지고 볼 수 있는 것을 찾으러 그렇게 나서고 싶어진다.



저 멀리 보이는 산

기자 저곳으로

그 산을 오르고

마침내 고지를 넘으면

지나간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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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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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초등학교 동창한테서 온 부고 메세지를 받았다.

이런.. 부모님께서 돌아가셨나 싶어서 자세히 읽어보니 동창의 딸아이가 보낸 것으로 타계하신 아버지는 곧 내 동창의 이야기였다. 

아직 죽음을 이야기하기엔 충분히 젊은 나이라 슬픔보다 앞서 놀랍고 당황스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렇듯 가까운 이들의 죽음을 통해 잊고 있던 죽음이란 단어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곰곰 생각해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인간은 태어난 그 순간부터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거늘, 우리는 그 사실을 늘 잊고 산다.

그러다 어느날 덜컥 몸이 아프거나,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고 난 후에야

도통 현실감없던 그 단어를 떠올리며 짧게 또는 조금 길게 고통스러워한다.


죽음 뒤에는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깊이 생각하긴 싫지만(무서워서) 이왕이면 나의 죽음뒤의 세상은 고통과 슬픔을 초월한 안온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로 너무나 유명한 미치 앨봄의 새로운 소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라는 책을 읽으며 막연하지만 죽음 뒤의 세계에 대해서,그리고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해서, 더불어 내 인생에 있어서 고마웠고, 미안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애니는 간호사이며, 어렸을때부터 늘 항상 본인이 실수를 하며 살아왔다고 자책했다.

어렸을때 놀이공원에서 사고를 당하여 왼팔이 절단이 되어 어렵게 봉합수술을 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머리속에서 지워진것 같다.


 

늘상 폭력적이었던 아버지한테 애니가 매를 맞던 날,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이혼을 결심한다.

엄마와 단 둘이 시작한 궁핍한 생활, 새로 옮긴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친구한명 없이 지내게 된다.

엄마는 아직어린 그녀의 인생에 수많은 규제와 간섭을 멈추지 않는다.그런 엄마한테서 염증을 느낀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애인의 오토바이를 타고 엄마를 떠나게 되고, 1년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1년후 우연히 만난 엄마는 이미 암이 퍼져 더 이상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진저리 나는 연애와 첫번째 결혼의 실패,폐에 문제가 생겨 태어난지 몇일만에 하늘나라의 별이 된 아기도

애니는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외로운 삶을 살아온 애니에게 중학교 동창생인 파울로는 세상의 구원같은 존재였다.

사랑하는 파울로와 결혼할 애니는 세상을 다 가진것처럼 행복하다.

이제 더이상의 불행은 없을거라고, 더 이상의 외로움은 없을거라고 믿었고

새로운 삶을 희망하며 결혼식을 올린 그 둘은 다음날 열기구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고 만다.


운명이란 참 모질고 가혹하다. 그녀에게는 잠깐의 행복도 허락이 안되는 걸까.

그녀의 얄궂은 운명에 내 마음도 먹먹해진다.


눈을 뜬 애니는 천국에서 5명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애니의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5명의 사람(또는 동물)을 통해 애니는 자신의 삶이

생각보다 불행하지 않았다는 것과 용서와 화해를 통해 인생을 보는 다른 시선을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세번째 만남에 나타난 인물에 코끝이 찡해졌고 가슴이 저릿해졌다.

다섯번째 만남에 나타난 영혼이 누군지 알게 되는 순간에 헉! 소리가 나왔다.

순간순간 코 끝이 찡해지는 감동과 안타까움,공감을 느끼며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죽음 뒤에 나를 따스하게 맞아줄 다섯명의 인물들이 천국에서 기다리고 있다면

죽음 또한 어둡고 무섭고 두렵지만은 않을것 같다.

언제까지 일지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들의 삶이 지속하는 한, 이런 세상일지라도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온기와 애정을 나눠주고 싶다. 좀 더 화사하고

밝은 세상이 되면 내가 머물 그곳 또한 같은 색깔로 물들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다 괜찮아요.. 그 한마디가 얼마가 위로가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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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 해파랑길 편 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최병욱.최병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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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국에 제일 하고픈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할것 같다.

여행 !!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공을 받아 전세계적으로 팬더믹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늘길은 막혔고 외국인 관광객을 반길 나라는 현재 상황으로 없는듯 하다.

올 여름 해외여행 갈거라고 여유 돈중 일부를 적금으로 부어왔는데, 김빠진 맥주꼴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사람들은 해외가 아닌 국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캠핑은 물론이고 최근 새롭게 차박(차안에서 먹고 자는 캠핑)​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억압된 일상을 피해 잠깐의 여유와 휴식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런 사람들중에 나도 한명 추가한다.


예전부터 걷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달리기는 자신 없지만 오래 걷기라면 중간레벨 이상은 될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전부터 트레킹에 관심이 많이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근교는

베낭 하나 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한국의 3대 트레킹-해파랑길 이라는 책을 보고 3대 트레킹이 어딜까 궁금해졌다.

제목에서 힌트를 얻었으니 3곳중 한곳은 그냥 줏다시피 했고 나머지 2곳은?

답은 해파랑길을 걸은 두 명의 트레킹 마니아 소개글에서 찾을 수 있다.(아래에 해답이 있음)


최병욱, 최병선.. 이름이 비슷한 두 사람은 형제관계다.

최병욱 님은 고등학교 교사이며 기술인력양성에 공헌하여 훈장까지 받은 분이다.

동생인 최병선님은 국립보건 연구원에서 과학자로, 에이즈 바이러스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 연구에 몰두하고 계신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딱 봐도 트레킹과  매치가 안되어 보이는데, 형제의 이력사항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형은 백두대간 왕복종주,지리산종주 40회,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했고

동생은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해파랑길 완주를 한 아마츄어를 넘어선 트레킹 전문가다.



 

물을 좋아하는 나는 부산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바닷길을 따라 걷는 해파랑길 트레킹에

이 두사람을 믿고 따라나서기로 했다.(물론 책으로..)


이름도 이쁜 해파랑은 무슨 뜻일까?

뜨는 해,or바다 해, 파란 바다or 파도 파, 랑은 너랑나랑 할때의 랑

'동해의 상징인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벗삼아 함께 걷는 길' 이라는 뜻이다.

캬아~~ 이름도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방심하다 취향 저격당했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고성 통일 전망대까지 770km를

2018년 6월 26일~9월 13일에 거쳐서 구간을 나누어 걸었다.

자 일을 하다 보니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이나 휴가를 내어 몇일을 걷고

또 다음에 만나 코스를 이어서 걷고, 이렇게 2달 반을 걸려 완주를 했다.

770km라니 110km 속력으로 차를 타고 달려도 7시간은 꼬박 달려야 하는 장거리인데

그 길을 두 발로 걷고 또 걸었다고 하니 놀랍고 대단하다.

길 위에서의 느꼈을 고단함과 즐거움, 기쁨, 고통, 환희 등등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이 되어

느껴진다.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해파랑길의 시작지점을 알리는 조형물에서 트레킹을 시작하게 된다.

길을 걷다보면 폭우도 만나고 폭염도 만난다.

쏟아지는 폭우를 맞아 비에 젖을 생쥐꼴을 하고서는 흠뻑 젖은 양말을 몇번씩 짜서 신고 걷기도 하고,

살이 자글자글 타는 폭염에 불위를 걷는듯 백사장도 걸었을 것이다.

먹고 자는게 제일 힘들어서 눈에 띄는 모텔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고,

배가 고파도 문을 연 식당이 없거나 아예 식당조차 없으면 해질녘까지 굶기도 하면서 긴 길을 걸었을 것이다.

 

 

 

걷기도 힘들었을텐데 곳곳이 사진을 정말 새새하게 잘도 찍었다.

설명을 듣고 눈을 돌리면 어김없이 사진이 실려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그리고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이신듯 책 말미에 총 8회의 트레킹에 들었던 경비, 묵었던 숙소와

식당 이름과 연락처까지 꼼꼼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 지역을 여행할때 음식걱정 숙소 걱정은 좀 덜해도 될것 같다.


770km 전체를 종주하진 못하더라도 이중 몇 코스정도는 꼭 걸어보고 싶다.

쉽게는 부산의 이기대 바닷길이 기대된다.

그리고 추암 촛대바위가 아름다운 추암해변에서 묵호역까지의 코스도 탐이 난다.


베낭를 꾸려 길을 나서기까지 '마음먹기'가 제일 어렵다.

마음만 서게 되면 짐꾸리는거쯤은 일도 아니다.

이 책은 나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워주고 길을 나설 용기를 주었다.

마음 맞는 친구도 좋고,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면 더 좋겠다.

짜증내지 않고 비가와도 날이 더워도 바람이 불어도 눈을 마추지며 웃어주는 얼굴 하나 있으면

길 위에서의 시간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누군가 왜 걸으냐고 라고 물으면

'오롯히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멋지게 말도 해야지.

멘트는 준비되었고, 이제 나서기만 하면 된다.

잊지말고 이 책도 챙겨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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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 대중을 사로잡은 글로벌기업의 스토리 전략, 개정판
자일스 루리 지음, 이정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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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드라마로 방영돼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 있다.

미생.

대기업 종합상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총만 없는 전쟁터 같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주인공의 매운 회사생활을 지켜보는 우리들을 공감하게 만들었고

울컥하는 마음으로 매회 주인공을 응원하며 보게했던 드라마였다.

기업들은 회사의 이윤을 남기고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매일을 치열하게 치뤄낸다.


성공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다 보면 짜릿짜릿한 쾌감을 느낀곤 한다.

브랜드에 스토리가 더해져야 소비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그들의 닫힌

지갑을 열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이렇듯 질문을 던져오는 책 제목들은 나에게 묘한 자극을 준다.

정답을 알고 싶고 제일 먼저 정답을 말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마케팅 전문서라기 보다는 마케팅에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재미있게 마케팅분야에 대해 접급할 수 있고, 덤으로 잡상식도 얻을 수 있은 책이었다.


저자 자일스 루리는 영국의 브랜드전략컨설팅 회사인 밸류엔지니어스의 대표다.

광고, 리서치, 브랜드 등 마케팅 전 분야를 아우리는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대중을 사로잡은 글로벌 기업의 스토리 전략은 한편 한편 흥미와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나는 성질 급한 사람이고, 게다가 폭스바겐을 몰고 다니기 때문에

60개의 이야기들 중에서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제목에 대한 답부터 찾아보기 위해

황급히 그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때는 1961년.. 거대 광고회사 도일데인번벅에서 나온 한장의 인쇄물에는 흑백사진이 한장 실린다.

작지만 단단하게 생긴 자동차 사진 아래 '레몬' 이라는 한 단어가 적혀있다.

(나를 포함한) 이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뭐지? 하고 들여다봤을것이다.

그리고 이 광고에는 이런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 차는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나 있어서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일하는 크투트 크로너라는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

그렇다.

이 작고 단단한 차는 폭스바겐의 그유명한 딱정벌레차 비틀이었고, 레몬은 불량품을 의미하는

서구의 은어였던 것이다.

불량차 광고를 하다니 미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조금 유심히 들여다보면 소비자들에게 감동과 믿음을 주는 광고가 아닐 수 없다.

자동차 엔진도 아니고, 운전하는데 있어 치명적인 부품의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닌 눈에 잘 띄지도 않을

사물함 장식 도금의 작은 흠집때문에 불량처리 하는 폭스바겐의 치밀하고 완벽함에

없던 신뢰까지 뭉클하게 생기게 된다.

이 광고는 40여년이 흐른 후에'세계 최고의 광고'로 인정받게 되며 아직도 비틀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요 몇일 미국은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사건으로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다.

오랫동안의 인종 차별과 가난과 빈부격차를 당해왔던 흑인들의 폭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트럼프는 그들을 테러리스트라 지칭하며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이러다 1992년의 LA폭동이 재현되는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다.

그때 당시 코리아타운에 위치해 있던 수많은 한인들의 가게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수많은 가게들이 약탈과 방화로 폭격을 당한 전쟁터마냥 폐허가

되어가고 있을때, 그 속에서도 창문한장 깨지지 않고 멀쩡히 남아 있었던 4채의 건물은

모두 맥도널드 매장이었다.


왜 분노한 흑인들은 맥도널드 매장만은 손을 대지 않았을까..

폭동이 끝난 후 그 사정을 조사하던 중 맥도널드사는 벌어들인 이익을 주민들에게 다시 환원하는

기업 윤리에 따라 가난하고 가진것 없는 흑인들을 위해 그들이 원하는 길거리 농구장을 만들어주고

공을 주었으며 거처할 곳이 변변찮은 노인들에게 커피를 공짜로 나눠주었던 것이다.

맥도널드는 우리편 이라고 생각한 흑인들이 그 난리통에도 맥도널드만은 지켜줬던 것이다.

이렇듯 재미있는 일화가 매회 가득하다.60여편의 기업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내가 알고 있고 있거나 모르고 있던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가치기준과 편견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인 왕자를 살린 럼주'

'포크레인을 구입하면 롤스로이스가 에스코트합니다'

​'엄마의 관찰이 탄생시킨 세계적인 인형, 바비'

'깨진 유리창을 이어붙인 타이레놀의 용기'

등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하여 한번 읽고 책장에 꽂아두기 보다 몇번이고 꺼내서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브랜드(Brand), 혁신(Innovation), 아이디어(Idea), 실행(Dilivery), 리더(Leader)

이 모든것이 갖춰져야 기업은 살아 남을 수 있다.

사람을 마음을 움직이는 것만이 기업 전쟁들속에서 살아 남는 길이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거나, 상식에 목말라하는 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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