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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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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간다’(Edward bernays 저)

프로파간다(Propaganda): 특정한 원칙이나 행위를 전파하기 위한 제휴나 체계화된 계획 또는 일치된 운동(옥스포드 영어사전, 책에서 재인용) 
이 책을 구입한 것은 전적으로 책 표지 때문이 아니다. 정말 아니다.
그러나 프로파간다(Propaganda), 선전 혹은 선동으로 해석되는 이 직설적인 단어에 저자의 선전에 쓰였을 사진의 매혹적인 모습이 묘한 대비와 궁금증을 유발했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책표지 날개에 저자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라고 소개된다. 그는 또한 최초의 PR(Public Relations) 고문이자 ‘PR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홍보(PR)’이라는 책에 앞서 ‘프로파간다(선전)’이라는 책을 쓴 것은 무엇 때문일까?버네이스는 선전을 “기업이나 사상 또는 집단과 대중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건을 새로 만들거나 일정한 방향으로 끼워 맞추려는 일관된 노력”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이 책이 쓰여진 1928년은 선전은 경멸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은 반전국가였다. 그러나 참전을 결정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연방공보위원회’를 만들고 국민들을 선동해 호전적인 애국주의를 부추겼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지만 이후 전시 선전의 추악한 진실이 폭로될수록 선전은 배신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었다.버네이스가 이 책을 쓴 목적은 그가 짐짓 민주주의의 수호자이고, 선전 윤리의 대법관인 듯 하는 태도와 달리 그가 이룬 선전의 업적을 통해 그의 잠재적 고객, 대기업과 정치인을 모으기 위한 것일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판의 머리말을 쓴 마크 크리스핀 밀러 교수의 말처럼 “다른 누구보다도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우리를 위해 만든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우리 또한 그 역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행동적 조작, 인지적 조작을 통해 대중을 지배하고자 하는 소수를 지켜봐왔다. 어쩌면 버네이스의 말처럼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의 보편화가 대중에게 자신의 삶을 지배할 수 있는 사고를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수많은 광고와 기사, 책을 통한 거수기가 되어버린 것 일수도 있다. 비록 그가 이를 통해 소수 엘리트의 지배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는 집단지성을 통해 이를 견제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설계한 많은 대중심리조작이 소개되고 있다. 그는 절대 어떠한 상품을 직접 소개하지 않는다. 대중이 자신의 결정이라고 믿게끔 문화와 여론과 풍조를 조장한다. 전쟁에 대한 선전이 그랬고, 담배회사의 의뢰를 받아 만든 ‘자유의 횃불’이라 명명한 여성 흡연 캠페인이 그랬다. 실제 그는 평생 비흡연가였고, 아내의 흡연도 말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선전에 대한 기법을 배우고자 하는 것은 독약이다. 다만 그가 주장하는 선전의 역설을 읽는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기를 부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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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존 브래드쇼 지음, 오제은 옮김 / 학지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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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John Bradshow 저, 오제은 역)

1.
이 책을 구입한 지는 3년 전이었다. 당시 어느 재단이 진행하던 자원봉사자 프로그램에 나는 참여하고 있었다. 재단 사정으로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지만 남을 돕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도울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는 ‘Self helping’을 배우고 있었다.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오제은 교수의 ‘자기사랑노트’를 읽다가 이 책의 원조 격인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를 구입하여 1/3쯤 읽다가 책장에 꽂아 두었다. 다시 책을 끄집어 든 것은 나 스스로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나는 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내가 기억하는 내 어린 시절의 영광과 상처들은 정말 그랬던 것인지 궁금했었다. 

2.
저자는 성인아이(adult children)의 불행한 삶은 과거의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올바로 회복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염(contaminate)’이라는 단어를 통해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우리의 인생을 어떻게 망치는지 설명한다. 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상호의존증(Co-dependence), 공격적 행동(Offender behaviors), 자기애적 성격장애(Narcissistic disorders), 신뢰의 문제(Trust issues), 표출된 행동/내면적 행동(Acting out/Acting in behaviors), 마술적 믿음(Magical beliefs), 친밀감 장애(Intimacy dysfunctions), 무질서한 행동(Nondisciplined behaviors), 중독적․강박적 행동(Addictive․compulsive behaviors), 사고의 왜곡(Thought distortions), 공허감(무관심, 우울)(Emptiness(Apathy, Depression))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우리 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그 아이를 잘 보살피고 양육하게 되면 우리 안에 감추어져 있는 훌륭하고 선천적인, 칼 융이 말한 ‘놀라운 아이(wonder child)의 창조적인 힘이 나타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다시 `놀라운(wonderful)`이라는 단어로 상처받기 전 호기심 많고 놀라운 내면아이의 모습을 설명한다.
Wonder(경이), Optimism(낙천주의), Naïveté(순진함), Dependence(의존성), Emotions(감정), Resilience(쾌활함), Free play(자유로운 활동), Uniqueness(독특성), Love(사랑) 
저자는 우리 안의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치유하기 위해서 신생아기(0~9개월), 유아기(9개월~3세), 미취학기(3~6세), 학령기(7세~사춘기), 청소년기(13세~26세)로 나누어 각각의 발달단계로 돌아가서 성장과정에서 충족되었어야 할 의존적인 욕구들이 채워지지 못한 것을 내 속의 내면아이가 슬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책을 통해서 각 발달단계별로 필요한 욕구를 설명하고, 그것이 결핍되거나 과잉되어 발생되는 일들을 사례로 설명한다. 그 다음으로 자신의 내면아이를 만날 수 있는 명상과 영적 치료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다.충분히 슬퍼한 내면아이는 다시 내 안에서 양육되어야 하기에 저자는 양육의 법칙과 보호의 방법을 세밀히 제시하며 스스로 실행할 수 있는 교정훈련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3.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는 치료 이론서이자 내안의 어린 자아를 알아볼 수 있는 안내서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다만, 과거 경험에 대한 교정을 통한 내면의 가치체계 균형적 확립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과정은 아니다. 더욱이 각 단계의 사례들은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다시 의심하게 만들기도 해서 책을 읽어가는 것이 힘들기조차 하였다.
그러나 저자도 말하지 않던가? 상처받은 아이는 놀라운 아이의 존재를 알려주기 위해 필요했다는 것을.좀 더 스스로의 상처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을 때 다시 이 책을 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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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 - 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
장성숙.노기현 지음 / 학지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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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장성숙, 노기현 공저)

1.
이 책은 우선 상담 공부를 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그러나 책의 앞과 뒤의 이론적 정리를 제외하면 한국인의 생활에서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담과 심리에 대한 특별한 이해가 없어도 가능하다. 나도 읽고 있지 않은가?
흔히 심리학을 말하면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떠올린다. 인간 정신에 대한 그의 분석적 접근은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상담이라 하면 이해와 공감을 먼저 이야기한다. 보통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과거 경험의 연장으로 보고 당사자가 이를 이해하고 스스로 이겨낼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이라 여기고 있다. 

2.
저자들은 이에 대해 한국인의 문화 정서와 맞지 않는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이들에게 한국은 가족주의, 인정주의 문화 속에서 개인의 발달보다는 가족과 위신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관계주의 사회로 파악된다. 그래서 한국인은 심각한 수준의 병리증세보다는 가족 혹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어려움을 주로 상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은 상담을 받으러 와서도 사회적 위신을 고려해서 문제에 대해 정확히 진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에만 머물 경우, 머리만 커진 내담자를 만들게 되고, 이해와 공감만을 하는 것은 내담자의 성장에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를 현실역동상담이라는 과정으로 정리하면서 내담자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상담의 현실화’와 상담자가 적극적인 조언을 하는 ‘상담자의 어른 역할’을 큰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7가지 요인으로 ‘문제의 실체 파악’, ‘심정 헤아리기’, ‘외부현실 강조’, ‘역할 중시하기’, ‘직면 활용하기’, ‘부모-자녀관계 복원’, ‘사회성 촉진’를 제시하면서 상담 사례 70개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3.
이 책의 성과는 그래서 서양 중심의 상담 이론에 대해 우리의 문화적 변인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책은 완결되지 않은 이론이지만 충분히 검토해야할 가치가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것은 가족관계의 유지와 외부현실에 대한 반영이 지나치게 개인의 선택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제시되는 것과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인 한과 흥, 정에 대한 표면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상담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공부함에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박제화된 학위와 학제가 아니라 현실의 살아있는 삶의 기준과 다양함이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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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 갤리온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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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근후 저)

1.
저자 이근후 박사는 정신과 전문의로 한 평생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을 해왔다. 정신병동 개방, 사이코드라마 도입 등 한국 정신의학사의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저자는 여든을 바라보는 지금도 부인과 함께 세운 가족아카데미아에서 연구하고, 네팔 의료봉사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직업상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지만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 한다. 저자는 특별할 것 없는 보통 할아버지의 이야기라며 노년의 삶과 나이 듦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저자의 노년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이가 들면서 조심해야 할 것을 밝혀주고, 젊은 날에 대한 아쉬움을 전해주고 있다. 그럼으로 사람과 삶의 가치에 대해 출발점에 다시 선 우리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전해주고 있다.

2.
저자는 여전히 ‘습관적인 하루에 지치지 않으려 애쓴다’면서도 노년의 삶에 서운함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노년이 되었다고 날마다 점잖은 얼굴로 세상을 통달한 것처럼 행동할 필요가 있을까?”
“이가 들면 내가 사람을 찾아가야 한다. (…) 외로움이 무섭다면 외롭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된다. (…) 외로움을 없애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지금은 나에게 남은 생물학적 여명이 적다는 데서 오는 하루하루의 희열감에 매일 아침이 행복하다. (…) 일본 시인 이싸의 하이쿠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딱 내 심정이다.” 

3.
저자는 나이 듦의 과정에서 스스로 용납해야 될 일들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에게 너그러워져야 한다. 너그러움에는 나의 지난 잘못과 마주할 수 있는 것도 포함된다.”
“단언하건대, 나이 듦의 상징은 육체적 쇠약에 있다. … 나이 들어서도 젊어 보여야 한다는 강박을 되도록 빨리 버려라.”
“거친 바다로 새롭게 고기잡이를 나온 젊은 어부에게 늙은 어부가 들려줄 것은 생생한 바다의 이야기일 뿐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습관적이고 충동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 말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4.
저자가 이 책을 읽는 마흔 문턱의 독자들에게 전한다.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고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노력이 내 뜻대로 사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살아봐라. 그 후회가 닥치기 전에 한번, 내 마음대로 살아봐라. 내가 누구인지 알면 내 삶의 리더가 된다.”
“분노를 직면하고 인정하며 그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당신은 어떻게 나이 들어가기를 바라는가?”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은 부모에게서 받은 마음속의 크고 작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것에서 완성되는 것은 아닐까.” 

5.
일생을 사람을 연구하던 저자도 사람 관계의 중요성을 말한다.
성경 구절이 생각난다. ‘쇠는 쇠로 단련되고, 사람은 사람으로 단련된다.’ 고2를 올라갈 무렵 갑자기 찾아간 태백의 수도원 화장실에서 본 말씀이다.
“나의 회갑 잔치 날이었다. 약속 장소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모였다. … 그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내 삶의 어느 한순간이 영화처럼 스쳐갔다. 인생의 한순간을 공유하고, 내 삶을 지켜준 그들이 고마웠다.”
“내가 지금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나에게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 갖지 못한 것들 때문에 괴로울 때는 이런 의문을 던져 보라. 그 질문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나’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한다. 그 흐름 따라 변화하는 나의 ‘쓸모’를 발견할 줄 아는 것도 나이를 잘 먹는 것 중의 하나다.” 

6.
어느덧 마흔이 넘어가면서 내 삶의 쓸모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여전히 젊은 모습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고, 오로지 자녀 양육을 낙으로 여기고 삶을 버티어가는 이들도 있다.
여전히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사는 삶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공부하고, 돌아보고, 실천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여겨지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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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책장을 넘겨 첫 줄을 읽다보니 ‘어! 이거 영화로 봤던 건데.’ 제목조차 기억 못한 것을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하다가 이 영화감독은 참 편히 영화를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973년생인 작가는 마치 영화 한 편을 보여주는 듯이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었다.참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달팽이 식당’이다. 

2.여주인공 린코는 애인과 함께 식당을 차리고자 모았던 돈을 애인이 들고 도망가자 15살에 집을 나온 이후,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겨된장 단지와 함께.
그녀는 자신이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이라고 믿고 어머니와 갈등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에 정착한 그녀는 어머니에게 고리의 돈을 빌려 창고를 개조해서 ‘달팽이 식당’을 열기로 한다.
“애인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이 컸지만, 그래도 그것을 계기로 인생이 크게 한 걸음 전진했다.” 그녀는 그녀의 오랜 꿈이었던 이 식당을 초등학생의 가방처럼 등에 짊어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달팽이 식당’이라 이름 지었다.
하루 한 팀만 받기로 한 달팽이 식당은 온전히 한 손님(들)에게 주어지는 정찬인 것이다. 달팽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 같은 경험들을 하게 되고, 주인공은 자연 속에서 행복한 성장을 만들어 간다.
“지금까지는 내가 모든 요리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단순히 소재와 소재를 조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본다면 농민들도 채소를 키울 수는 있어도 채소의 씨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주인공 린코도, 외국인 신부가 도망간 구마씨도, 애인의 죽음 이후 몇 십 년을 상복을 입고 지낸 첩 할머니도, 거식증에 걸린 토끼도, 린코의 어머니도 모두 관계에 상처받은 이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고, 그이의 손길이 목말라 있는 이들이다.
그 아픔을 이겨내는 것은 주인공의 요리 솜씨가 아니라 온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과 정성이다. 만드는 이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요리가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3.스무 두 살, 세 살 무렵에 1년 가까이 토스트 장사를 한 적이 있다. 중간에 쉬다 하니 두 번의 겨울을 어묵 국물을 내고, 계란을 부치는 일로 났었다. 알바보다 더 벌 듯 하여 시작한 일이었지만 ‘장사는 손님과의 약속’이라는 형님의 엄명에 정기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리어카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퇴근 무렵, 길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 삶이 하나같이 피곤해 보였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다 돈으로 보이더니 단골도 생기고, 500원 짜리 토스트에 어묵 국물을 그냥 먹어도 되냐 말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돈이 없던 시절, 그래도 말 벗해준다고 찾아오는 친구들과 몇 달을 무뚝뚝하게 대하시다 단속반에 걸려 리어카는 뺏기고 음식 재료는 땅바닥에 내버려져 겁먹고 실망한 나에게 다가와 위로해주시던 호두과자 형님, 단속반에 나대신 맞서 항의하던 옷가게 아가씨들. 지금, 그 모두가 그립고 고맙다. 
내 첫 조카 녀석은 요리사가 꿈이다. 고등학교부터 군대, 대학까지 한 길로 가고 있는 녀석은 아마도 내 토스트를 먹어 본 유일한 조카이다. 나야 본격적인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요리는 불을 다루는 일이라 항상 위험이 숨어있다. 군에서 조리 중 화상을 입었던 조카는 요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세상에 달기만 한 직업이 어디 있으랴? 힘들지 않은 일만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 녀석이 좋은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든 나는 녀석을 응원할 것이다. 
살다보면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는 쉽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데, 누구는 오랜 시간 그 안에서 허우적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각자 훌륭한 요리사도, 성실한 농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씨앗’을 가지고 있다. 그 씨앗의 싹을 틔우는 일은 내 마음이고, 내 행동이고, 주변 사람들이 보내는 연대의 응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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