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4.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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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샘터 11월호 행복일기에는 '버스에서 펼쳐지는 삶의 영화'라는 이혜림님의 '생각버스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흥미롭다. 생각버스 프로젝트는 '버스에서 생각하고, 버스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글을 읽고 '생각버스' 블로그에도 방문해보았다. '노을에 붉게 물든 채 내는 승객들의 말소리, 밖에서 들리는 다양한 소리가 버스 안에 들어와 아름답게 반짝였다. 어느새 버스는 낭만적인 작은 영화관으로 변해 있었다.'라는 말하는 이혜림님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노선을 정해 그 버스와 어울리는 문화 키워드는 잡지 <생각버스>로 묶기로 했다. 서울 아현동 가구거리와 웨딩타운, 홍대 미술학원거리처럼 특화거리를 많이 지나는 탓에 정류장마다 간판이 휙휙 바뀌는 7011번은 '간판', 원형 노선인 110A,B번은 '시계', 그중 시계방향 노선은 '미래로 나가는 시간', 반시계방향 노선은 '과거를 들춰보는 시간'이란 이름을 달아 소개했다."

 

샘터 11월호의 기생충에게 배우다'라는 서민 교수님의 칼럼 제목은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이다. 서민 교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부쩍 개회충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아파트 붐이 일었고, 주택에서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서 개를 버리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고 이야기한다.

 

"개회충은 집에서 기르는 개에 의해 전파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개가 개회충에 걸리려면 개회충의 알을 먹어야 하는데, 사료 등을 먹으며 자라는 개가 개회충에 걸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오히려 밖으로 쫓겨난 개가 먹을 것이 없어서 이것저것 주워 먹다가 개회충의 알을 삼키며, 그 몸에서 자란 개회충은 개의 대변을 통해 여기저기에 알을 뿌린다. 그 알이 흙장난을 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소간을 안주 삼아 소주를 들이키는 아저씨들에게 전파대 '개회충증'이 일어난다." 나는 현재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고 있기에 이 글에 많이 공감했다. 서민 교수의 이번 칼럼은 개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글이 아닐까...

 

"개를 버리는 일은 그 개를 밑바닥의 삶으로 내모는 잔인한 짓이기도 하지만 개회충을 확산시켜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 개를 버리지 않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를 입양할 때 자신이 이 개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

 

샘터 11월호 '사물의 시간'에 소개된 주제는 '영원한 청년 작가'의 혼이 깃든 책상으로 소설가 최인호 1주기전에 관한 소식이다. 최인호 작가의 마지막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읽었기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던 칼럼이다. 최인호가 우리 곁은 떠난 지 1년,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 1주기전을 열였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컴퓨터가 널리 보급된 요즘에도 몽블랑 만년필을 들어 원고지에 직접 글쓰기를 고집했던 최인호 작가. 이번 전시에는 생전에 작가와 특별한 교분을 나눴던 영인문학관 강인숙 관장과 작가의 유족, 여백출판사가 소장한 유품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한다. 소설 창작뿐 아니라 그림에도 능했던 최인호 작가의 '화가 최인호'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기대되는 전시이다.

 

"앉은뱅이책상이 있다. 2008년 발병한 침샘암으로 투명하던 소설가 최인호가 마지막 창작열을 불태우던 그 자리다. 작가는 항암치료를 받느라 손톱이 빠진 손가락에 고무 골무를 끼우고 매일 원고지 20~30매의 글을 토해냈다. 원고지 1,200매에 달하는 마지막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가 이 책상 위에서 태어났다. 아끼던 몽블랑 만년필의 펜촉이 휘어질 때가지 써내려간 원고들은 스스로에게 울리는 기도였다."

 

조선대학교 교수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나덕희의 산책'에는 고흐의 다락방이 소개된다. 고흐는 어릴 때 집에서 나와 37년 동안 38곳에 몸을 의탁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집을 가져보지 못한 자에게 허락된 곳은 카페와 식당, 여인숙뿐이였다. 카페 3층에 있던 다락방의 모습에서 고흐의 삶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라부 카페는 오베르의 노동자와 농민이 드나들언 소박한 곳이었다. 고흐는 이 카페에 딸린 다락방과 식사를 하루 3.5프랑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카페는 사람이 자신을 파괴할 수 있고 미치게 할 수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는 공간'이라고 썼다. 실제로 고흐는 그곳에서 미쳐가는 정신과 싸우며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렸고, 싸구려 포도주와 담배에 의지해 피로와 고독을 견뎠다."

 

"하늘을 향해 난 쪽창을 통해 고흐는 멀리 교회의 첨탑과 공동묘지의 담장을 보았으리라. 그는 들판에서 밀을 거두어들이는 농부들 속에서 인류의 죽음을 읽어냈고, 별이 빛나는 밤하늘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에게 죽음은 밀이 뿌리내렸던 대지로, 또는 별이 빛나는 하늘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결국 마지막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그린 뒤 발작을 일으킨 고흐는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동행자로 밀밭 위에 까마귀를 그려 넣은 것일가. 비틀거리며 방으로 돌아온 고흐는 다음 날 도착한 테오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고흐는 이 막다른 방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방 속으로 깊이 걸어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샘터 11월에 소개된 기독교 신학자이며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의 종신교수인 현경님의 '이별 후 집을 샀다.. 이젠 우주가 내 집'이라는 칼럼이 인상적이다. 현경님이 말하는 '대리모를 통해 자신을 낳아준 생모와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라는 두 명의 어머니가 있음'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글이 감동적이다. 현경님은 출생의 비밀을 모르고 살다가 서른한 살에 융 분석가에게 꿈을 분석 받는 과정에서 생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현경님은 집이나 땅을 사는 것으로 위로를 받았다. 현경님은 세 채의 집이 생기면서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 'Home, Sweet Home(즐거운 집)'은 누군가 내게 주는 게 아니라는 것, 내 안에 'Home'이 있으면 세상 어딜 가든 그곳이 나의 집이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 모두 나의 가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경님은 이제 거북이처럼 마음의 집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이야기한다.

 

"삶은 누구에게나 이생에서 풀어야 할 마음의 숙제를 주는 것 같습니다. 각자가 타고난 카르마(업)에 따라 숙제는 다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그 문제를 이생에서 풀어야 하지요. 그렇지 못하면 살면서 그 문제에 빠져 똑같은 고통을 반복하거나 숙제를 다음 생까지 가져가게 됩니다."

 

"심리학자들은 무의식도 DNA도 대물림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돌이켜보면 제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모두 '다른 여자'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더콤플렉스든, 전 부인이든, 아니면 나 몰래 만나는 다른 여성이든... 저는 항상 그런 숙제를 가진 남자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렸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힘이 없어 못 풀던 문제를 성인이 되어 풀어 보고 싶은 무의식의 열망이었겠지요."

 

"저는 이제 꿈이 있습니다. 제가 세상을 떠날 때, 돌아갈 집을 그토록 그리워 하느라 생긴 집 세 채만은 이 세상에 남겨두는 것이지요. 여성 예술가, 운동가, 학자, 수행자들이 1년씩 무상으로 머무르며 자기 치유와 정진,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마고 여신의 집'으로요. 그들이 여신의 집에 살며 여신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이 우주 어딘가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저는 죽은 후에도 많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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