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들은 디클로페낙 중독으로 죽었다. 소의 통증 완화와 우유 생산량 증가를 위한 근육이완제로 사용되는 소 아스피린 디클로페낙은 흰등독수리들에게 신경가스처럼 작용한다―작용했다. 화학적으로 근육이 이완된 젖소나 물소가 죽으면 유독한 독수리 미끼가 된다. 소들이 더 성능 좋은 낙농 기계가 되고, 도시가 아이스크림과 버터스카치 크런치와 땅콩 크림 초코바와 초콜릿칩을 더 많이 먹고 망고 밀크셰이크를 더 많이 마시는 동안, 독수리들은 피곤해서 깨어 있을 수가 없다는 듯 모가지를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부리에서 침이 은구슬처럼 뚝뚝 떨어졌고, 독수리들은 한 마리씩 죽어서 나뭇가지 아래로 떨어졌다. 그 정다운 옛 새들의 소멸을 알아챈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고대해야 할 다른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 P11
그녀는 ‘필요’가 상당량의 잔혹함을 수용할 수 있는 창고임을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 P17
우리의 세계에서 정상성은 삶은 달걀과 약간 비슷하다. 그 단조로운 껍질 속 중심부에 지독한 폭력성을 지닌 노른자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계속 공존하기 위한―계속 함께 살면서 서로를 참아내고, 그러다 이따금 서로를 살해하기 위한―규칙들을 정하는 건, 우리가 그 폭력성에 대해 늘 느끼는 불안감, 그것이 과거에 행한 일들에 대한 기억, 그것이 미래에 발현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중심부가 흔들리지 않는 한, 노른자가 흘러나오지 않는 한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는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이 좋다. - P201
그건 카슈미르의 함성이었다. 정치적 요구 이상의 것이었다. 찬가이자 성가였고, 기도였다. 아이러니한 건 카슈미르인 네 명을 한방에 넣어놓고 아자디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명시하라고, 그 이념적, 지리적 윤곽을 정확히 그려보라고 하면 결국 그들이 서로의 목을 따는 상황이―그때든 지금이든―연출되리란 점이다. 그러나 그걸 불명료함이라고 결론 내린다면 잘못이 될 터였다. 그들의 문제는 불명료함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건 현대 지정학의 언어 바깥에 존재하는 끔찍한 명료함에 가까웠다. 분쟁의 각 진영에 속한 모든 주역들은, 특히 우리는, 이 단층선을 무자비하게 이용했다. 이 단층선은 완벽한 전쟁―결코 승리하거나 패할 수 없는 전쟁, 끝이 없는 전쟁―에 제격이었다. - P241
인도군이 방글라데시를 해방시켰을 때, 선량하신 카슈미르인들은 그걸 ‘다카(방글라데시의 수도)의 함락’이라고 불렀다―여전히 그렇게 부르고 있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은 잘 헤아리지 못한다. 하긴 누군들 안 그렇겠는가? 파키스탄 때문에 고통받는 발루치족은 카슈미르인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는다. 우리가 해방시켜준 방글라데시인들은 힌두교도를 박해한다. 선량하신 공산주의자들은 스탈린의 강제노동수용소를 ‘혁명의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부른다. 미국인들은 현재 베트남 사람들에게 인권에 대해 설교하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인간이라는 종 전체의 문제다. 우리 중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그리고 요즘 아주 크게 부상한 다른 문제도 있다. 사람들―공동체, 계급, 민족, 그리고 심지어 국가까지도―은 자신들의 비극적인 역사와 불행을 트로피처럼, 혹은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는 상품처럼 지니고 다닌다. - P259
그녀는 사람이 죽은 후에도 머리칼과 손발톱이 계속 자라난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별들이 죽은 후에도 오랜 시간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오는 별빛처럼. 도시들처럼. 도시들은 자신이 약탈한 행성이 주변에서 죽어가는 동안 삶이라는 환상을 가장하며 활기차게 비등한다. - P286
나가는 틸로가 그도, 그녀도 어찌해볼 수 없는 조류를 따라 부유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는 틸로의 동요가, 그녀가 강박적으로, 그리고 점점 더 위험하게 도시를 배회하는 것이 정신에 이상이 생긴 신호인지 아니면 극히 예민하고 위험천만한 제정신의 발동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면 그 둘은 같은 것일까? - P289
그들이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들을 수 없는 곳에, 역사, 편견, 사과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었다. 틸로는 침대에 웅크리고 앉아 어머니의 발에 얼굴을 댔고 어머니의 발이 차가워질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부서진 의자가 우울한 천사처럼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틸로는 의자가 무엇을 할지 어머니가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었을까? 부서진 의자들은 잊어. 그것들은 늘 얼쩡거리지. - P337
그녀는 해방되지 않은 영혼이, 화장용 장작더미 위에 놓인 영혼 모양의 돌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다. 어쩌면 불가사리를 닮았을지도. 아니면 노래기. 아니면 살아 있는 몸뚱이와 돌로 된 날개를 가진 얼룩무늬 나방―불쌍한 나방―날아가는 데 도움이 되라고 만들어진 부위 때문에 꼼짝을 못하는 배신당한 나방. - P344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어떻게 계속 나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멈추지 말아야 할 때 멈춘다. 멈춰야 할 때 나아간다. 나는 지쳤다. 하지만 저항심 또한 있다. 그 두 가지가 함께 요즘의 나를 규정한다. 그 두 가지가 함께 나의 잠을 훔치고, 그 두 가지가 함께 내 영혼을 회복시킨다. 눈에 보이는 해결책이 없는 문제들이 많다. 친구들이 적으로 변한다. 목소리 큰 이들은 안 그럴지라도, 조용하고 과묵한 이들은. 하지만 적이 친구로 변하는 건 아직 보지 못했다. 희망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희망에 차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품위…… - P356
"그들이 어떻게 나를 또 죽일 수 있겠어? 넌 이미 내 장례식에 다녀왔어. 이미 내 무덤에 꽃을 갖다놨고. 그들이 나에게 더이상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난 한낮의 그림자야. 난 존재하지 않아."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가 가볍게, 농담처럼, 하지만 비통한 눈빛으로 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말에 그녀는 피가 얼어붙었다. "요즘 카슈미르에서는 생존하기 위해 죽임을 당할 수도 있지." 전쟁터에서 사기를 꺾을 수 있는 건 적이 아니라고, 오직 친구만이 그럴 수 있다고 무사는 틸로에게 말했다. - P357
카슈미르에서 아침에 일어나 "굿 모닝Morning"이라고 인사할 때 그 말의 진짜 뜻은 "굿 모닝Mourning(좋은 애도)"이다. - P371
요즘은 황소가 개인지 아닌지, 옥수수가 사실은 돼지 다리인지 비프스테이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게 진정한 현대성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죠. 하기야 유리가 고슴도치가 되고, 산울타리가 에티켓 안내서가 되어선 안 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 P396
그리고 그들은 내 말이 진실임을 알기에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 제임스 볼드윈 - P407
우리는 당신들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다. - P410
모든 곳에 죽음이 있었다. 죽음은 모든 것이었다. 경력. 욕망. 꿈. 시. 사랑. 젊음 그 자체. 죽음은 또다른 방식의 삶이 되었다. 묘지들이 공원과 초원에, 개울가와 강가에, 들판과 숲속 빈터에 생겨났다. 무덤들이 아이 이빨처럼 땅에서 솟아났다. 모든 마을, 모든 지역에 묘지가 만들어졌다. (...) 자루에 담겨 옮겨지는 시체들도 있었고, 신체의 일부, 머리칼과 치아가 작은 비닐봉지에 담겨서 오는 경우도 있었다. 시체 보급원들이 그 봉지들에 이런 메모를 붙였다. 1kg, 2.7kg, 500g. (그렇다, 이 또한 루머에 불과했어야 마땅한 진실 가운데 하나였다.) - P415
어떤 나라들에서 어떤 군인들은 두 번 죽는다. 머리 없는 기념상은 마을 입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비록 이제 그 기념상은 애초에 기리고자 했던 사람의 모습과 닮은 데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시대를 더 진실하게 보여주는 상징물이 되었다. - P420
일부 카슈미르인들도 두 번 죽는다. 총성은 거리가 텅 비고 나서야 멎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죽거나 다친 몸뚱이들, 그리고 신발들뿐이었다. 수천 개의 신발들. - P427
문제의 폭발음은 옆 도로에서 빈 망고 프루티(인도의 망고 음료 상표) 용기가 승용차에 깔리면서 난 소리임이 후에 밝혀졌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망고 프루티(신선하고 진한) 용기를 길에 버린 사람? 인도? 카슈미르? 파키스탄? 승용차 운전자? 대학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 위원회가 설립되었다. 하지만 사실들은 입증되지 못했다.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그게 카슈미르였다. 그건 카슈미르 탓이었다. 삶은 계속되었다. 죽음도 계속되었다. 전쟁도 계속되었다. - P428
무사 예스위가 아내와 딸을 묻는 걸 지켜본 사람들은 그날 그가 얼마나 조용했는지 알았다. 그는 슬픔을 내보이지 않았다. 그는 진짜로 그곳에 있지 않은 사람처럼, 정신이 다른 곳에 침잠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결국 그의 체포로 이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면 그의 심장박동이 원인이었을 수도 있었다. 무고한 시민이라기엔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거나 아니면 너무 느려서. 가끔 악명 높은 검문소에서는 군인들이 청년들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박동을 듣기도 했다. 어떤 군인들은 청진기를 들고 다닌다는 소문도 있었다. "이 사람 심장은 자유를 위해 뛰는군." 그들은 그렇게 말했고 그것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심장을 가진 몸을 카슈미르밸리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심문센터인 카르고나 파파 2, 시라즈 영화관으로 보낼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 P428
도시를 빙 둘러싼 높은 산에서 내려다보는 사람에겐 장례 행렬이 여왕개미를 먹여 살리기 위해 열일곱 더하기 한 개의 설탕 알갱이를 들고 개미집으로 가고 있는 갈색 개미들의 행렬처럼 보일 터였다. 어쩌면 역사와 인간 갈등을 공부하는 학생에겐, 상대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작은 행렬은 정말로 높은 테이블에서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를 들고 급히 달아나는 개미들의 행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건 전쟁으로 치면 작은 것이었다. 아무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불안정한 포옹으로 사람들을 그러안으며 수십 년 동안 접혔다 펼쳐졌다 했다. 그러한 잔혹성들은 변화하는 계절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각각 고유의 독특한 향기와 꽃들, 고유의 죽음과 부활의 주기, 혼란과 정상상태, 폭동과 선거를 지니고 찾아오는. - P429
관들은 바닥에 내려졌고, 뚜껑이 열렸고, 얼어붙은 땅 위에 일렬로 정렬되었다. 조문객들이 기자들에게 정중히 자리를 내주었다. 기자들과 사진들이 없으면 대학살은 지워지고 죽은 이들은 진정으로 죽을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희망과 분노를 품고 기자들에게 시신들을 넘겼다. 죽음의 연회. 뒤로 물러섰던 유족들은 사진에 나오도록 관 가까이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들의 슬픔도 기록되어야 하니까. 몇 년 후 전쟁이 삶의 한 방식이 되었을 때, 카슈미르의 슬픔과 상실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 사진전 들이 생겨날 터였다. - P430
넌 진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지만, 난 이제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겠구나. 진짜였던 것이 이젠 유치한 동화처럼 들려―내가 너에게 들려주곤 했고 네가 참을 수 없어하던 그런 이야기들처럼. 내가 확실히 아는 건 이것뿐이야. 우리 카슈미르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영원히 살게 된다는 것,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척하는 죽은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 - P451
(그날 넌 고양이에게 빵 조각을 줬는데 그 고양이가 너를 믿지 못하고 빵을 거부해서 화가 났지. 바바자나, 우리 모두가 조금은 그 고양이처럼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린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우리에게 건네는 빵은 우리를 노예나 아첨하는 종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위험하지. 그렇다면 넌 우리 모두에게 화를 내겠구나.) (...) 겨울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생각해야겠구나. 우리가 눈송이를 세던 거 기억하니? 네가 눈송이를 잡으려고 했던 거 기억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십만 명이란다. 네 장례식 때 사람들이 눈처럼 땅을 덮었지. - P453
전설적인 카슈미르밸리의 모든 곳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든―걷거나, 기도하거나, 목욕하거나, 농담하거나, 호두를 까거나, 섹스를 하거나, 버스를 타고 집에 가거나―군인의 총 조준기 안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군인의 총 조준기 안에 있었기에 무엇을 하고 있든―걷거나, 기도하거나, 목욕하거나, 농담하거나, 호두를 까거나, 섹스를 하거나, 버스를 타고 집에 가거나―합법적인 표적이었다. - P457
그녀에겐 카슈미르에서 악몽이란 난잡한 것이라고 말해줄 관광 가이드가 없었다. 카슈미르의 악몽은 제 주인에게 불충하고, 제멋대로 옆으로 재주넘기를 하여 다른 사람들 꿈속으로 들어가며, 각자의 구역을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매복 예술가였다. 그 어떤 요새나 울타리도 그걸 막을 순 없었다. 카슈미르에서 악몽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은 옛친구처럼 껴안고 옛 적처럼 다루는 것이었다. 물론 틸로도 그걸 배우게 될 터였다. 곧. - P462
"카슈미르에서는 거의 모든 모우트들이 죽임을 당했어. 명령에 복종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죽임을 당한 거야. 어쩌면 그래서 우리에겐 그들이 필요한지도 몰라. 우리에게 자유로울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니까." "혹은 죽임을 당하는 법이나?" "여기선 똑같은 의미야. 오직 죽은 자만이 자유로우니까." - P468
"우둔화…… 멍청이화…… 만약 그걸 성취할 수 있다면 그때…… 그건 우리에게 구원이 될 거야. 그것이 우리를 패배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줄 테니까. 그것은 일단 우리에게 구원이 되고 그다음에…… 우리가 승리한 후에는…… 우리에게 천벌이 될 거야. 먼저 아자디를 얻고, 그다음엔 전멸. 그게 전형적인 패턴이지." - P487
늘 그렇듯, 역사는 과거에 대한 연구인 것만큼이나 미래에 대한 계시가 될 것이었다. - P526
차들이 20차선을 쌩쌩 달리고 양옆으로 강철과 유리로 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고 있는, 밀밭만큼 넓고 ‘오줌을 누는 게 불가능한’ 고가도로를 달렸다. 하지만 출구로 빠지자 고가도로 밑은 완전히 딴 세상임을 알 수 있었다―도로포장도 안 되어 있고, 차선도 없고, 가로등도 없고, 통제도 안 되는 거칠고 위험한 세상에서 버스, 트럭, 거세한 황소, 릭샤, 사이클, 손수레, 보행자 들이 생존을 위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한 종류의 세상이 굳이 성가시게 멈추어 알은체하지 않고 다른 종류의 세상 위를 날아갔다. - P536
한 눈을 잃은 청년들이 나머지 한 눈마저 잃을 각오로 다시 거리로 나선다. 그런 분노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는가? - P562
"결국 자네들이 옳을지도 몰라." 내가 부엌에서 그에게 말했다. "자네들이 옳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이길 수는 없을 거야."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그가 근사한 로간 조시 냄새가 올라오는 냄비를 저으며 미소 띤 얼굴로 대꾸했다. "결국 우리가 틀린 것으로 판명될지도 모르지만, 우린 벌써 이겼어." 나는 더 이상 응수하지 않았다. 나는 인도 정부가 그 작은 땅덩어리를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가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카슈미르는 1990년대의 상황을 학예회로 보이게 만들 정도의 무시무시한 피바다로 변할지도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카슈미르인들이 얼마만큼 자멸적으로 변할 각오가 되었는지에 대해 내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맞든,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긴다’는 것의 의미를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 P564
"언젠가는 카슈미르도 그런 식으로 인도를 자폭하게 만들 거야. 그때쯤 너희는 공기총으로 우리 모두를,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부 눈이 멀게 만들어버렸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이 성한 너희들은 너희가 우리에게 한 짓을 볼 수 있을 거야. 너희는 우리를 파괴하고 있는 게 아냐. 일으켜세우고 있는 거지. 너희가 파괴하고 있는 건 너희들 자신이야. 쿠다 하피즈, 가슨 씨." - P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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