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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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함께한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알고 있던 이들의 죽음, 그들의 부재가 가져다준 상실에 대해서도.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이 진짜 그들의 마지막이 아닐 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함께한 마지막을 나도 모르는 새 잊어버린 것인지도. 아마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 채 그들이 내게 주고자 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까마득히 잊은 건지도. 그러자 그동안 기시감으로만 느꼈던 순간들이 어쩌면 미시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난 이들은 각자의 추가시간 속에서 기억으로 남지 못할 하루하루를 보내왔을 것이다. 자신들의 미련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시간을 보내왔을 것이다. 누군가의 기억에 남지 않을 그 시간 속에서 끝내 풀지 못할 자신들의 미련을 쓸쓸하게 인정해야 했을 때, 끝이 없는 외로움 속을 거닐어야 했을 때 그들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두려웠을까. 그중엔 아사쓰키처럼 무사히 자신만의 여행을 떠난 이도, 구로사키 씨처럼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여행을 떠난 이도, 히로오카 씨처럼 아들에 대한 믿음을 인생의 의미로 간직한 채 떠난 이도, 시노미야 유처럼 끝까지 추가시간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다 슬픈 결말을 맞은 이도, 아마노처럼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의 불행을 바라는 이도 그리고 하나모리처럼 이 세상이 누구에게나 행복한 곳이기를 바라며 마지막 소원을 남을 위해 쓰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나라면 어떠했을까. 어떤 식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떠나려 했을까. 마지막 순간 내가 가질 미련에 대해 생각해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함을 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쿠라의 말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했음을 기억하는 것.

 

한 줌의 호의가 더해지면 분명 세상은 멋있어질 거라던 사쿠라의 믿음처럼, 누군가 행복하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을 때 딱 한 송이 피어나는 행복의 꽃이 길가에 가득 피어나 세상이 더 환하고 멋있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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