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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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게 굴지 말아요. 스스로를 너무 타박하지도 말고. 자기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냥 학생이 할 수 있는 것, 학생이 관심 갖는 것을 이루려고 노력해요. p.59

다음 경험을 향해서 뛰어들어요. 당신의 목소리를 써보려고 노력하는 게 어때요? 난 가끔 세상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은 스스로 외향적이 되는 법을 익힌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p.66

예일대학교에 합격하고도 부모님의 학자금 융자 서류 준비 실수로 인해 변두리 대학에 입학하게 된 그리어. 독서로 대부분의 인생을 채웠던 그녀는 자유분방한 대학생활이 낯설고 수줍기만 하다. 대학생이 된 첫 주말 기숙사에 남아있던 그리어는 지라는 친구를 따라 파티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대런이란 남학생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대런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 자신 뿐 아니라 한 두명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대런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지만 학교는 대런에게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고 조용히 넘어간다. 게다가 자신의 남자친구조차 무덤덤하게 반응하고 불공평하고 부당함에 괴로워한다. 60대 페미니스트인 여성운동가 페이스가 강연을 위해 학교를 찾아오고 페이스를 만난 후 그리어는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제목과 표지를 보고 페미니즘 관련 인문학서라고 생각한 이 책은 페미니즘 소설이었다. 이 책으로 저자 메그 월리처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오며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의 관한 책을 쓰면서 미국 여성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설가라고 한다. 어둠속에 갇혀만 있던 여성을 밖으로 나오게 하고 여성의 편에 서주지 않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여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써내려간 글들은 원치않게 경험했던 차별들을 떠올리게 했고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작년과 올해 페미니즘 관련 책을 참 많이 읽었다. 아마도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난 후 관심이 생기기도 했고 그 이후 전과는 다르게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던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마다 페미니즘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과 함께 페미니즘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페미니즘 책에 가장 큰 단점은 세상 모든 여자들은 피해자이고 남자들은 나쁜놈으로만 그려낸다는 것." 이라는 글을 읽었다. 내가 읽은 글들 중 세상 모든 남자들은 가해자이자 나쁜놈이라는 문장이 전혀 없었음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 참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페미니즘 관련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되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살아왔고 살고있는 현실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 책 속의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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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과거
은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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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그친 뒤에야 발자국이 드러나는 것처럼 어떤 비밀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실체가 드러나기도 하니까. p.69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하나를 더 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p.112

약자는 위로받기보다 차별이 없는 존중을 원한다. 결점이 있는 사람에게 베풀어지는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게 아니라, 다수와는 다른 조건을 가졌을 뿐 동등한 존재로서의 권리를 누리기를 원하는 것이다. p.115

그 시절 우리에게는 수많은 벽이 있었다. 그 벽에 드리워지는 빛과 그림자의 명암도 뚜렷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바위에 부딪쳐 다른 지점에서 구부러지는 계고물처럼 모두의 시간은 여울을 이루며 함께 흘러갔다. p.193

드라마에서는 어차피 결말이 화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갈등의 수위를 높여도 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언제나 화해가 결말이 되지는 않는다. p.211

나를 지금의 인생으로 데려다 놓은 것은 꿈이 아니었다. 시간 속에 스몄던 지속되지 않는 사소한 인연들, 그리고 삶이라는 기나긴 책무를 수행하도록 길들여진 수긍이라는 재능이었다. p.281

이 나이가 되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젊지만 생각보다 가진 것이 없다는 게 입버릇었고 나도 그 말에는 이의가 없었다. p.325

과거의 진실이 현재를 움직일 수도 있다. 과거의 내가 나 자신이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라면 현재의 나도 다른 사람일 수밖에 없다. p.335

오랜 친구인 김유경과 김희진.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절친한 친구도 아닌 그저 소식이 끊어지지 않은채 계속 함께하고 있는 관계.
소설가인 김희진의 작품을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던 김유경은 그녀의 첫 소설 <지금은 없는 공주들을 위하여>를 읽으며 이야기의 시작과 함께 자신의 추억을 회상한다. 대학에 입학해 신입생이 되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그 곳에서 만난 김희진과 룸메이트들. 결혼해서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며 대학을 졸업 한 여학생들은 가정주부가 되거나 판매원으로 취직하는 것이 너무나 일반적인 1977년의 그 시절로.

서평단으로 신간을 만나면 아무런 정보없이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감사하다. 게다가 은희경 작가님의 7년 만의 장편소설은 감사한 마음과 함께 읽기 전부터 두근거렸다.
너무나 현실적인 1970년대를 묘사한 은희경의 글은 그래서 읽는 내내 가슴을 먹먹하고 싸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써내려간 글들은 그 시절을 살아온 그녀들의 인생이었고 그래서 읽는 내내 슬펐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오빠들의 학업을 위해 자신의 학업은 당연히 포기해야 했던 그녀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말했을 때 상대방에게 "어쩜 한마디도 지지 않냐."는 말을 듣는 그녀들.
헤어짐의 이유는 자신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책망하는 그녀들.

그녀들이 모인 작은 사회에서 자신의 욕구만을 충족하고, 다른 사람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교정하고, 꼭대기에서 군림하고 싶어하거나, 휩쓸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자신의 색을 죽이는 이들이 있다. 서로 다른 그들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발버둥친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한 이 책은 읽는 내내 가슴이 싸해져갔다. 너무나 현실적인 1970년대를 묘사한 은희경의 글들은 1970년대를 살지 않았지만 지금의 우리의 삶과 다른듯 다르지 않음에.

먼 훗날 미래라고 부르게 될 그 날. 나는 빛나던 과거를 자연스럽게 뒤로 하고 계단에서 내려올지 빛나던 그 시간을 계속 잡고 내려오지 않으려 발버둥칠지 모르겠지만 추억할 수 있는 시간들 모두 반짝 반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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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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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제아무리 귀여운 여자 아이돌이라도 섹시한 배우라도 언젠가는 다들 할머니가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인생에 후회 한 점 없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 p.46

유치원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어른이 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p.83

내가 원하는 삶이 바로 이런 거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고, 간단한 결정으로 전혀 다른 환경에 뛰어들어 '뭐, 괜찮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멋진 인생이 아닐까?

비록 어렸을 때부터 상상했던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 인생을 확 바꿀 만한 운명이 찾아올 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운동을 하고 있을 생각이다. 오늘도, 또 내일도 나는 직감과 충동과 분위기에 휩쓸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테다. p.86

거리에서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사실은 평범한 어른이 되기에 여러모로 부족할지 모른다. 나와 똑같은 불안감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모난 부분을 드러내지 않고 튀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뿐이라고 수도 있고 말이다. 그저 평범한 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p.92

내가 계속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것인지, 제대로 해놓은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매일이 답답한 요즘 위로가 되는 책을 만났다. 세상의 기대를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저자 아타소의 이야기.

저자는 스스로 못생겼다 말하며 오랫동안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힘들게 만든건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었다. 예쁜 여동생을 유독 예뻐하며 자신을 전혀 칭찬하지 않았던 어머니. 어머니에게 받지 못한 애정과 여동생에게 느낀 열등감으로 생긴 콤플렉스는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사회에서 그녀를 더더욱 주눅들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상처에 공감하며 그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스토리를 읽으며 힘을 얻는다는 사실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콤플렉스와 상처들을 세상에말하며 세상의 차가움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구원한다.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유독 조용했던 일본. '여자력'이 대 인기이고 '여자력 테스트'까지 존재하는 일본에서 사회가 만든 여성성에서 벗어나 나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이 나왔다는 사실이 매우 반갑다.

세상이 만든 기준, 남이 정해준 행복들이 내게 정답이 아니다. 내 걸음이 다른 사람들보다 느리더라도 그게 행복하다면 나만의 보폭으로 내 삶을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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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캉스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3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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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같은 오늘.
늘 똑같은 하루가 지겨운가요?
지겨운 일상 속 어느날 당신에게 한 장의 티켓을 선물한 고양이 상사.
"나 대신 어디 좀 다녀오지옹. 당장 떠나라옹!"

상사가 선물한 티켓을 들고 붕어빵 버스를 타고 어묵 온탕과 냉면 냉탕에서 목욕을 즐기고 과일 모양의 가방 기념품도 사고 오무라이스 침대에 누워 계란 이불을 덮고 행복한 꿈을 꾸는 여행.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표지를 보자마자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왔고 읽는 내내 "진짜 귀엽다! 너무 귀엽다!"는 말만 계속 나온 예쁘고 귀여운 그림책.

휴가는 언제나 즐겁지만 휴가의 끝은 우울하고 일상으로의 컴백이 참 힘들다. 휴가가 끝나고 약간 우울한 마음일 때 이 책을 읽었는데 귀여운 그림과 더 귀여운 내용 덕분에 매우 유쾌해졌다. 언제 펼쳐도 귀여움에 웃음짓게 될 책.

"저도 식당 바캉스 가고 싶어요. 팀장님, 저도 붕어빵 버스 티켓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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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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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초록빛 표지와 <풀친구>라는 귀여운 제목의 그림책. 표지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림책의 주인공이자 화자는 풀친구다. 하지만 이 책 속 풀친구인 잔디는 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잔디가 아니다.

민들레, 애기똥풀, 질경이 등의 친숙한 친구들부터 개비름, 소루쟁이, 까망중, 방동사니 같은 신기한 이름의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는 잔디.
그리고 잔디에게는 사람 친구들도 있습니다. 잔디에게 쥬스를 주고 이발을 해주는 친구들.
많은 친구들이 모여 쑥쑥 자라면 사람 친구들은 그들에게 맛있는 쥬스를 줍니다. 그리고 쥬스를 마시고 잠에서 깨어나면 쑥쑥 자랐던 머리는 잘려나가고 옆에 있었던 친구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친구들이 없어져 어리둥절한 잔디 위로 사람들은 친구들과 함께 골프를 치러 옵니다.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사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제목만 봤을 때 우리가 모르는 식물 이야기를 알려주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내용이 담겨있는 그림책인 줄 전혀 예상못했다.

여행을 갈 때마다 차창 밖 풍경들을 보는게 참 좋다. 나무들이 빼곡한 산을 바라보면서 초록빛만으로 힐링이 되는 그 기분이 참 좋은데 요즘은 중간중간 깎인 산들과 여행을 갈 때마다 깎인 산들이 점점 많아지는 모습이 보이는 게 참 아프다.
자연이라는 선물을 편의라는 이유만으로 훼손해도 되는걸까? 나무와 풀들이 가득했던 땅 위에 그들을 밀어내고 골프장을 만들고 전원을 즐긴다며 주택을 지으며 살아가는 사람들. 인간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해 자연은 언제까지 파괴되어야만 하는걸까?

눈을 떠 보니 친구들이 사라졌다.
모두 어디로 간 걸까?

한 권의 짧은 그림책이지만 많은 질문과 반성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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