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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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우리는 오랫동안 만나 오면서 결국 다짐을 했어요. 언제나 의미 있는 일에만 인원수를 채워 주자고. 가령 정족수를 채워 주는 일 같은 것. 나라도 없으면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p.48

이게 무중력이란 겁니다. 땅에 묶여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잠깐 벗어나는 시간이죠. p.75

아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주는 것 같아요. 멀리있는 사람들은 상처를 줄 수조차 없죠. p.123

아버지에게 배운 수많은 것들 중 가장 고마운 것도 그런 것이었다. 상대가 아픈 이야기를 할 때 쓸데없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지 않는 것.
지금 있는 건 나중에 없을 수도 있어. 기억 속 풍경, 그런 걸 어떻게 믿니.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p.193

한 여자가 죽었다.
스스로 차를 몰고 달려 저수지로 들어갔다. 그녀의 직업은 승무원이였다.
그녀가 남긴 편지 형식의 일기 속 수신인은 아빠였다.
오래전 헤어져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아빠에게 보낸 편지

내 딸이 죽었다.
부인과 헤어지고 만나지 못하고 살던 딸 유나의 죽음. 그리고 일기 속 나에게 남긴 글.
오래간만에 만난 딸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있다.
그리고 유나의 친구들이 내 앞에서 유나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고 억울하다고 말한다

그녀가 죽었다.
대령의 딸. 강압적인 상사와는 달리 사랑스러웠던 유나.
오랜 시간이 지나 항공사에서 다시만난 유나.
유나를 예뻐했던 아내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유나는 죽었다.
그리고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예전의 상사. 유나의 아버지가 나를 찾아온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어두웠던 유나 누나의 표정.
장례식장에서 처음 유나의 아버지를 만났다.
왜 누나의 아버지는 이제야 누나를 찾고 있지?
미안해 누나. 그런데 말야. 그래도. 누나 아버지가 이럴 자격이 있어?

이 책은 슬프겠구나. 이 책은 가슴 아프겠구나.
책을 읽기 전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안타깝고 슬픈 주제로 시작되지만 이상하게 이야기는 담백하다. 그 담백함하고 무거움이 주는 쓸쓸함.

일기로 전하는 유나의 이야기.
유나의 아버지 정근.
정근의 운전병에서 유나의 직장동료로 다시 만난 영훈.
그리고 유나의 남자친구 주한.
그 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유나의 죽음에 조금씩 다가간다.

정근이 유나의 죽음의 비밀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소설의 마지막까지 그 비밀을 모르는 유일한 인물은 정근이다.
하지만 정근은 예전처럼 침묵을 선택하지 않고 끝까지 유나의 비밀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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