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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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사카의 작은 민박집에서 이 책의 한 부분을 읽었다.
<d>
<d>가 이야기하는 dd. 그 이름은 친숙하고 밝게 다가왔다가 가슴에 선명한 점 하나를 찍고 사라졌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dd는 말했지만 '혁명'을 말한 dd의 목소리는 잊히지 않았다.

<d>를 읽으면서 당연히 예전에 읽었던 <디디의 우산> , <웃는 남자>가 겹쳐 보였다. <디디의 우산>에서 작고 여리고 따뜻한 디디는 <웃는 남자>에서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어버린다. 늘 돌아오던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백의 그림자]]가 함께 떠올랐다. d와 dd는 없지만 세운상가의 여소녀가 있다. 여소녀의 축음기와 진공기가 있다. 그리고 세운상가의 여소녀는 어느순간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아버지라는 이미지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가 황정은의 다른 소설과 달라서 읽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읽다가 멈추고 읽다가 멈추고.

그렇게 며칠 동안 몇 페이지를 나가지 못하다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새벽에 나머지를 읽었다.

"이제 모두를 깨울 시간이다.
그들을 흔들어 깨우는 동안 여기에도 혁명은 있을까. 나는 궁금할 것이다. "한번 일어났다. 그러면 그것은 다시 일어난다." (2017년 9월 22일 세월호아카데미.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의 쁘리모 레비 인용을 재인용함. "사건은 일어났고 따라서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프리모 레비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돌베개 2014) 오래전 내가 읽은 책에 그런 구절이 있었는데 그것이 여기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가. 혁명, 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까. " -디디의 우산

혁명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혁명들이 있다.
입 밖으로 꺼내기도 전에 입김이 사라져버린 그 말들을 움켜잡는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내 체온과 다른 온도가 느껴진다.

당시에 나는 그것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주의깊게 살펴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린 적이 여러번 있다.

혁명은 삶을 뒤흔든다.
억눌리고 차별당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혁명을 외친다. 그런데 그 혁명 가운데서도 여전히 혁명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을 향한 혁명이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의 생각없이, 관습적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소영이 했던 이야기를, 다음에는 서주경이 했으면 좋겠다. 아마 서주경이 하는 이야기를 '완주'라는 제목으로 담아내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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