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카라바조와 앵그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보통 고흐. 모네같은 화가를 좋아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서 그랬는지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런 화가들은 미술사속에서나 존재하는 이름으로 생각했었던것 같다.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니까 날것의 느낌이 들어 좋다고 했던 것 같다. 그 때 그사람이 느낀 생 날것의 느낌이 어떤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 화가들에게서 받은 느낌이 그 사람이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copy본만 봐서일지도 모르지..

근데 이번에 그 생 날의 느낌이 이런건가? 싶은 시를 읽었다. 그림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표현한 그 단어가 쑥 튀어나왔다. 단순히 흔히들 하는 말로 쎄다라고 하기엔 맞지 않는 느낌이 들어서 인 듯하다. 이럴땐 어휘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어휘력 기를 방법이 어디 없을까~
직선적이면서도 생채기를 내지 않고
아프면서도 그 아픔이 뭉근한 느낌이다...

시를 정말 잘 모르지만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공감되고
이런 평범한 어휘들이 이렇게도 버무러질수 있구나..
하면서 끝까지 페이지를 놓치지 않고 읽었다..
시집을 이렇게 읽어보기는 처음인듯하다
보통 서너편 보고.. 띄엄 띄엄 눈에 띄는 작품들 위주로 보는데..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인의 입으로 여인의 이야기를 가릴것 없이 날것의 느낌으로 뱉어내는데 어떻게 그냥 읽어질 수가 있을까..





잠깐 샛길~~
문득 최근에 문창과대학원진학한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입학전 오티인지 뭔지를 갔는데 전 과가 다 오는 자리라 시. 소설. 동화. 평론 등 진학을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잘 모르겠었는데 좀 지나고 보니 장르별로 구별이 가능해지더라고 했다.
시 전공. 소설 전공. 동화전공. 평론 전공자들이..
시쪽은 의사사모로 해서 소위 사모님측에 속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설마~ 그랬더니 아니라고 실제로 그랬다고..
소설은 술도 잘 마시고 흡연자도 많았고 동화는 말 그대로 동화씁니다. 라고 보이는 사람들이었다고 하는...

문화센터 시창작 수업같은걸 보면 누가 이걸 들을까 싶지만 의외로 신청자가 많다는 말을 듣고 의외라고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시간많고 돈 많은 사람들 많구나~ 하고

과연 시라는 것을 배워 쓸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문창과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도 모르는 사람이라~
언제부턴인지는 모르겠는데 시도 살만한 여유있는 사람들이 하는 신선놀음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일들이 종종 생기는듯 한다.
예쁘고 고운 달달한 ..
시인지 예쁜 낱말의 나열인지 모를..
삶의 냄새가 뭍어나지 않은 팬시점들의 예쁜 장신구 같은 시들..

아마 내가 시라는 것에서 멀어지게 된 이유일지도..
굳이 그런 감정까지 공감하고 싶지 않아서..
공감되지도 않고..










이별하는 사람들의 가정식 백반

아비는 춘궁이었네
기별섮이 찾아온 딸에겣
원추리를 끊어다 무쳤네

풋것은 오래 주무르면 맛이 안 나지

꽃들에게 뿌리란 얼마나 먼가
이 맛은 수몰된 마을의 먼 이름같아요.

아비는 얼려 둔 고등어 한 손을 내었네.
고등어는 너무 비린 생선이에요.
잡히면 바로 죽어버린다구요.

비린 날엔 소금으로 창자를 닦거라

그런데 아버지 기일에 왜
미역국을 끓이셨나요

너를 좋아하다가 죽은 남자가 있었다는 구낮
새 옷을 지어다가 태워주었닻

세상에 미역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한 줌이었던것이 이토록
방안에 가득하잖아요

너무 오래 불리면 몸이 싱거워져

검은 혀가 흰 허벅지를 휘감아요
내 몸에서 당신의 머리칼이 자라요

약불에 뭉근히 두어라
미역국은 오래 끊여야 속이 우러나
불로 익히는 음식이란
뜸을 들여야 하는 거란닺

누가 부르는지 귓속이 간지러워요

네가 피운 꽃들이 지고 있나 보구나

아침을 차려준다는
저녁을 짓는다는
그 말이 어여뻐서
숟가락운 쥐고 울었네.

아비는 말 없이 가시를
발라 주었네





입덧

익숙하던 것들이 먼저 배반하지
그러므로 어느 날
밥 냄새를 견딜수 없게 되는것
너의 멜로디를 참을 수 없게 되는것

검은 행에 변종의 언어가 파종될 때
냉동실에는 수상한 냄새들
친민한 너를 혐오한다

다른 살을 맛보고 싶어
맹목적으로 아밀라아제

가자하니 어디로
석유를 마신 듯 이글거리는 내부여
종을 배를 탔으니 어디로 갈까

별을 낳기 위해
중력을 거부해야 하므로
소화되지 않는 말이
밑구녕이 거꾸로
치밀어 올라오고

벚나무 수억의 유방 부풀어
가렵다
접신한 듯
미열에 들뜬 나무들
제 몸을 게워놓는다

들썩이는 치열
나는 나로 부터 멀다
헝클어지는 지문
불화로부터 별의 머리카락은 자란다
습성은 문득 낯선 얼굴

이후는 다시 이전이 될 수 없다

킁킁, 이 냄새는 뭔가








둥긂은



아이가진 여자는 둥글다 젖가슴은 둥글다 공룡알 개구리알은 둥글다 살구는 둥글다 살구의 씨는 둥글다 씨방은 둥글다 밥알은 둥글다 별은 둥글다 물은 둥글다 ‘응‘은 둥글다 그 밤 당신이 헤엄쳐 들어간 난자는 둥글다

멀리까지 굴러가기 위해
굴러가서 먹이기 위해

내가 사랑, 이라고 발음할 때
굴러가려고 둥글게 말린 혀가
입천장을 차고 나간다
나가서 너에게 굴러간다

둥긂은 입 맞추고 싶고 둥긂은 안고 뒹굴고 싶다 둥긂은 들어가 눕고 싶다

구르고 구르다가 모서리를 지우고
사람은 사랑이 된닺
종내는 무덤의 둥긂으로
우리는 다른 씨앗이 된다
0이 된다

제 속을 다 파내버린 후에
다른 것을 퍼내는 누런 바가지
부엌 한 구석에 엎디어 쉬고 있는 엉덩이는
둥글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2-18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8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8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8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7-02-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춘궁>이라는 단어를 보면 서정주 시인의 시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허은실 시인의 시에도 나오는군요.
원추리 나물을 먹으며 ˝이 맛은 수몰된 마을의 먼 이름 같아요˝ 라는 표현 쯤 할 줄 알아야 시인이 될 수 있나봐요 ^^
저도 오래 전에 동화쓰기 모임에 2년 넘게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 결실이라면 ˝동화 쓰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거였습니다 ㅠㅠ 소설보다 가벼운 문학 쯤으로 만만하게 보고 도전하면 안되고, 동화를 쓰는 심성이 따로 있더라고요. 이야기 전개야 어떻게 되든 결말은 밝고 희망적으로 맺을 수 있어야 하고, 이 세상을 따뜻하고 만들어보고자 하는 긍정적인 의지가 절대 필요한데, 저 처럼 음울하고 부정적이고 회의, 허무주의인 사람은 안되는 분야...ㅠㅠ

지금행복하자 2017-02-18 10:44   좋아요 0 | URL
어,저는 모든 동화가 밝고 희망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중 하나인데요~ 어둡고 부정적인 동화도 있어야 해요~ 엽기적인것도 있어야 하구요~ 우리나라 동화는 너무 환상적이고 교훈적이어서..ㅎㅎ 아이들도 그래서 점점 동화를 안 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잠깐 동화쓰는 모임에 참여한적이 있는데., 동화를 쓰러 간것은 아니었어요 ㅎㅎ 너무 순하고 고우신 분들이 동화를 쓰시고 계시다고 생각했어요~ 모범생인생을 사신 분들.. ㅎㅎ

동화도 다양한 분위기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cyrus 2017-02-1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바조의 그림이 좋습니다. 인물들의 표정이 살아있거든요. 그 묘사에서 ‘생 날 것의 느낌‘이 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7-02-18 14:25   좋아요 0 | URL
그 생 날것의 느낌이 저한테는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온 듯 하군요~ 너무 날것의 느낌이 무서운.. 원래 있는 그대로는 잔혹하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2-1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덧이란 시 좋군요. 확실히 남성 시인의 시‘보다는 여성 시인의 시‘가 와닿습니다.
현대시의 업적은 요즘 대부분 여성 시인의 몫이 아니었나 ... 하는 생각을.

전 이상하게 카라바조 그림을 보면 좀 무섭습니다. 날것 그대로를 볼 때 느끼게 되는...
뭐, 그런 것.

지금행복하자 2017-02-18 14:28   좋아요 0 | URL
남성이 여성의 어떤것을 묘사할때는 자꾸 덜커덕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저도 카라바조는 좀 무섭습니다 ㅎㅎ 그 생날것의 느낌이 무서움으로 다가온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