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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영국의 자랑으로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셰익스피어는 500년 동안 사랑받던 작가이며 지금도 그 사랑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셰익스피어를 평생 동안 연구해온 김정환 시인은 셰익스피어가 '천재'라기보다는 '민첩한 사람'이라고 평가해 놀랐습니다. 김정환 시인에 의하면 '천재'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시대를 앞서가기 때문에 당대에는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당대에도 대중적 사랑을 받았으며, 대중적 사랑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를 문학적인 단계로까지 끌어올린 공로가 인정된다고 합니다.

이는 셰익스피어의 경력을 보면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극작가, 배우, 연출가, 극단 운영가로서 매우 다양한삶의 궤적을 그려왔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시대를 읽어내는 감수성이 누구보다 앞서 있었습니다. 때문에 빌 게이츠는 셰익스피어를 가리켜 '21세기형 인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정환 시인은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창작과 비평》에 시 '마포, 강변동네에서' 외 5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하나의 이인무와 세 개의 일인무》《황색예수전》《회복기》《좋은 꽃》《해방 서시》《우리 노동자》《기차에 대하여》《사랑, 파티》《희망의 나이》《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텅 빈 극장》《순금의 기억》《김정환 시집 1980~1999》《해가 뜨다》《하노이 서울 시편》《레닌의 노래》《드러남과 드러냄》등 20여 권의 시집과, 소설 《파경과 광경》《세상 속으로》《그 후》《사랑의 생애》, 산문집 《발언집》《고유명사들의 공동체》《김정환의 할 말 안 할 말》, 평론집 《삶의 시, 해방의 문학》, 음악 교양서 《클래식은 내 친구》《내 영혼의 음악》, 문학 창작 방법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창작 강의 일곱 장》, 역사 교양서 《상상하는 한국사》《20세기를 만든 사람들》《한국사 오디세이》등이 있으며, 《더블린 사람들》《셰익스피어 평전》 등을 번역했다. 2007년 제9회 백석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정환 시인의 셰익스피어 번역 1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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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전집>을 번역중인 김정환 시인의 자택을 방문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김정환 시인은 왕성한 작품활동(시, 소설 등)을 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대 연출 경험을 토대로 이번에 셰익스피어의 '무대 언어'까지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자평할 정도였습니다.

영국의 문화 전성기인 엘리자베스 시대에 영국 런던의 인구는 10만이 채 되지 못했지만, 역사상 가장 번창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인구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은 인구라도 '문화 인구'가 얼마나 되며, 이들의 문화적 일상이 얼마나 파급돼 있는가 하는 사실일 것입니다.

배우가 좋아서, 연출가가 좋아서 똑같은 작품을 한 번 더 보고, 스토리보다는 연극이나 연출력 등을 더 높게 평가하는 영국인들은 한 번도 같은 작품을 보지 않은 셈이겠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들의 문화 토양이 척박하다는 사실로 되돌아와 마음이 씁쓸하곤 합니다.




김정환 시인은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창작과 비평》에 시 '마포, 강변동네에서' 외 5편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하나의 이인무와 세 개의 일인무》《황색예수전》《회복기》《좋은 꽃》《해방 서시》《우리 노동자》《기차에 대하여》《사랑, 파티》《희망의 나이》《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텅 빈 극장》《순금의 기억》《김정환 시집 1980~1999》《해가 뜨다》《하노이 서울 시편》《레닌의 노래》《드러남과 드러냄》등 20여 권의 시집과, 소설 《파경과 광경》《세상 속으로》《그 후》《사랑의 생애》, 산문집 《발언집》《고유명사들의 공동체》《김정환의 할 말 안 할 말》, 평론집 《삶의 시, 해방의 문학》, 음악 교양서 《클래식은 내 친구》《내 영혼의 음악》, 문학 창작 방법론 《작가 지망생을 위한 창작 강의 일곱 장》, 역사 교양서 《상상하는 한국사》《20세기를 만든 사람들》《한국사 오디세이》등이 있으며, 《더블린 사람들》《셰익스피어 평전》 등을 번역했다. 2007년 제9회 백석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정환 시인의 셰익스피어 번역 1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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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지만 가물가물한 기억 탓에 다시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책이 바로 <햄릿>이다. 셰익스피어의 비극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명사격인 햄릿이지만 정작 자세하게 읽었던 기억이 없었다. 그래서 읽게 된 이 책 <햄릿>은 나에게 희곡을 읽을 때 느껴지는 맛이 어떤 맛인지를 새롭게 알게 해주었다.

이 책의 일러두기를 보면 “운문과 산문 구분을 명확히 했고, 행갈이를 원문과 똑같이 맞추었다. 각 작품을 잘 쓰인 시집 한 권 대하듯 읽으면 적당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이 원문을 옮긴 김정환 님은 시와 소설을 넘나드신 분이다. 그래서 그런가 책의 내용이 다소 문장의 길이가 긴 것 같고, 또 말의 형태가 익숙지 않은 것 같아 보였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치 연극을 앞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내용 하나 하나가 내 앞에서 공연되어지는 진행형 대사 같다. 나도 모르게 내가 배우가 되어 햄릿을 공연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니까 말이다.

다소 진부하고, 어려운 내용들의 나열로 보이는 문장들이 눈으로 소리가 나고, 저절로 읊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희곡을 읽나보다.

극중의 햄릿에 대한 설명은 말이 피요없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 그리고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되면서 흔들리는 마음과 내면의 상념, 자신에 대한 질책과 상황에 내몰리는 마음들이 짓눌러져서 햄릿도 어그러지고, 햄릿의 주변을 이루는 중심 인물들도 어그러진다.



그 중 가장 불쌍한 이는 오필리아이다. 사랑하는 의 마음을 알지 못해 애태우고, 그의 변화에 당황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임을 당한 아버지의 죽음에 정신이 나가는 한 여인, 결국 물에 스스로 목숨을 던진 그녀를 보면서 운명의 가혹함이 느껴진다.

셰익스피어는 <무대 언어의 마술가>로 불렸다고 한다. 가장 시적인 대사들로, 압축적이면서도 대사의 억양과 분위기와 흐름이 등장인물의 성격과 동작을 품거나 뿜어내거나 형상화하므로 등퇴장 말고는 사실상 지문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는 점만 해도 셰익스피어가 가장 위대한 연극 예술가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이유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묘미는 비록 그리스 고전 비극과 유사하지만, 좀 더 내면적인 부분에 깊이가 있어졌다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 심리의 내면이 심오하면서도 역동적으로 표현되었다는 것은 <햄릿>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햄릿이 유령을 만나면서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벌어지고 모든 이들의 죽음으로 일단락되기까지의 그의 내면의 모습이 대사를 통해서 잘 전달되고 있는데, 여기서 보여지는 그이 내면이 바로 고통 중에 있으면서 고뇌하고, 늘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서 오늘날에도 햄릿이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은이), 김정환 (옮긴이) | 아침이슬

posted by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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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햄릿의 한 장면


셰익스피어는 구시대적 인물이고 그 작품도 낡았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편견이다.
셰익스피어는 어쩌면 우리들보다 더욱 현대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작가, 연출가, 극단 경영자, 배우를 맡으며 당대의 진취적인 사고와 형식미를 함께 갖추고 있다.

세익스피어와 뮤지컬. 언뜻 생각하면 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오히려 수많은 뮤지컬들에서 변형된 이야기 구조나 기본 뼈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 이민 사회 젊은이들의 갈등을 그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적 변용이며,

극중극 형태로 배꼽 잡게 만드는 코미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는 ‘말광량이 길들이기’의 재해석을 토대로 만든 것이다.

비록 디즈니 특유의 권선징악으로 재포장되긴 했지만,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아간 삼촌에게 복수를 하는 ‘라이언 킹’의 스토리 라인은 ‘햄릿’의 진화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세계무대로 나가는 애니메이션이 등장하지 않는 걸까.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우리나라의 섬세한 기술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터치나 그래픽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 기술자들은 세계 최고급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브랜드의 애니메이션이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동화나 문학 등 원작 기반이 매우 충실한 반면 우리나라는 원작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셰익스피어 원작이 번역되었다. 기존의 번역과 다른 점은 '무대언어'까지 옮겨넣고 있는 점이다. 셰익스피어 같은 고전이 더 많이 번역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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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1985년, 대학 1학년....

 

그냥 스무살의 나이, 내가 알면 얼마나 알았고 내가 자라면 얼마나 자랐으랴.

그냥 좀 달라지고 싶었다.

고교생활  3년동안  좋은 친구들을 만난 것 외에 특별한 개성도 재주도 없이 자랐던 나는

돌이켜보니 초중고 12년동안 옳은 별명 한 번 제대로 들은 적이 없었다.

 

겨우 고3때, 수염 안깎고 좀 터프해 보일려고 꾸지리 해가다닌 탓에 산적,또는 원시인이라는

말을 잠시 듣긴 하였지만 지금도 그 당시의 벗들을 불러 놓고 물어보면 아무도 내 별명은

모를 것이다. 없었으니까...

 

대학에 들어가며 이제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다짐하였고

- 아마도 지그 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를 본 영향도 컷으리라 -

1985년 3월 2일, 입학과 동시에 인사를 나눈 학과 동기들을

학교 정문에서 기다리다 먼저 손 내밀고 술 먹으러 가자 한 것이 내 삶을 바꿔놓았다.

 

나는 그 날 이후로 과에서 좀 설치는 녀석으로 대우를 받았었고 그 여세를 몰아

특별활동 - 당시에는 써클이라 부르던 - 으로 <극예술 연구회> 동아리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학과 학생회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그때가 1985년 이었다.

 

 

Ⅱ.  그 해 봄날

 

<극예술 연구회>에는 나의 소심한 성격을 바꿔보려고 들어갔는데 과연 도움이 될 듯하였다.

공연준비를 도우며 배우는 것도 있었지만, 학과 동기 선배들과는 또 다른 각 과에서 모인

선배들이 전해주는 매력은 대학생활의 낭만이었다.

특히 무용과 선배들은 당연 선망의 대상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나는 결국 연극반, <극예술 연구회>를 한 학기만에 접고 말았다.

까닭이야 여럿 있었지만 공식적인 이유는 "학생회"활동과 병행하기에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이었고  - 사실 힘든 시간들이었다.

1985년~1987년까지 이어진 민주화 운동 속에 당연히 나도 있었으니까 -

속 까닭은  5~6월쯤 진행되던 첫 무대에 설 기회가

심한 사투리 탓에 좌절된 것이었다.

 

이제서야 고백하지만 당시 나는 꽤나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연극에 대한 열정은 줄어들지 않았지만 자신이 무대에 서지 않는 연극은

또 무엇이냐며 비겁하게 줄행랑을 쳤던 것이다.

 

그 날 이후 연극관람은 가급적 자제하였지만 책으로, 극본/희곡으로는 나름대로 열심히

극을 만나곤 하였다. 그래야만 삶의 작은 위로가 될 것처럼 여겨졌기에....

 

 

Ⅲ.  김정환, [햄릿]

 

젊은날 내 가슴을 울리던 시인 중 한 사람이 김정환이었다.

지금도 그의 시집이 내 책장에 몇 권 꽂혀 있고 나는 그의 초기시들 몇 편을

아내에게 연서로 보내기도 하였다.

 

 가을에 - 김정환

우리가 고향의 목마른 황토길을 그리워 하듯이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내게 오래오래 간직해준
그대의 어떤 순결스러움 때문 아니라
다만 그대 삶의 전체를 이루는,
아주 작은 그대의 몸짓 때문일 뿐
이제 초라히 부서져 내리는 늦가을 뜨락에서
나무들의 헐벗은 자세와 낙엽 구르는 소리와
내 앞에서 다시 한번 세계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가 버리지 못하듯이
내 또한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가 하찮게 여겼던 그대의 먼지, 상처, 그리고 그대의 생활 때문일뿐
그대의 절망과 그대의 피와
어느날 갑자기 그대의 머리카락은 하얗게 새어져 버리고
그대가 세상에서 배앗긴 것이 또 그만큼 많음을 알아차린다해도
그대는 내 앞에서 행여
몸둘바 몰라 하지 말라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것은
그대의 치유될수 없는 어떤 생애때문일 뿐
그대의 진귀함 때문은 아닐지니
우리가 다만 업수임 받고 갈가리 찢겨진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듯이
조국의 사지를 사랑하듯이
내가 그대의 몸한 부분, 사랑받을 수 없는 곳까지
사랑하는 것은

 

가슴을 때리던 이러한 서정과 변혁의 시대를 노래하던 환희가 어울려 빚어낸

그의 시집 [기차에 대하여](1990)는 아직도 즐겨보는 시집중의 한 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번역을, 그것도 셰익스피어의 연극에 손을 대어 우리 곁에 다가 왔다.

그냥 [햄릿]이라면 만나지 않았으리라. 읽지 않고도 다 안다고 생각하였기에.

김정환 시인이 새롭게 번역한 [햄릿]은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라는 생각에

선뜻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선명한 붉은색 표지에 간결한 제본, 맘에 들었다. 책을 펼치고 읽어내려가니, 먼저

다가오는 것이 읽는 맛이 까끌까끌 하다는 것.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기존에 보아왔던 번역과는 다른게 읽기가 수월치 않다.

 

그동안 너무 부드럽게 다듬어져온 책들만 보아서인가? 이것 참 만만치 않네 하며 따라간다.

그리고 다시 드는 생각, 허 참, 읽다보니, 대사를 읊조리듯 읽고 있다. 물론 속마음으로이지만...

 

하지만 네 아버지도 아버지를 잃었음이니,

그 아버지는 또 그 아버지를 잃었고, 살아남은 자는

자식된 도리로 얼마 동안

순종의 슬픔을 치러야 하는 법. ( "1막2장"에서 ) (21)

 

따라가며 나도 마치 연극 속의 배우가 된 듯 하다.

그리고 이 대사가 특히 가슴에 와닿은 것은

마침 이 대사를 읽기 시작할 때쯤 친한 친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리라.

 

김정환의 번역은 글을 글 자체로만 훑고 지나갈 수 없도록한다.

그래서 극의 효과를 올리도록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마치 그의 시를 읽고 있을 때처럼...

 

죄지은 자 미치게 하고 죄 없는 자 간담을 서늘케 하리.

모르는 자 어리둥절케 하리. 그리고 정말 당혹케 하리. ( "2막2장"에서 ) (83)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마음에 더 숭고한 태도는, 고통으로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견디는 것인가,

아니면 무기를 쳐들어 난관의 바다에 맞서는,

그리고, 거부하며 그것을 끝장내는 것인가, 죽는다,잠든다 -

그뿐, 그리고 잠든다는 말이 끝장,  ( "3막1장"에서 ) (89)

 

김정환은 "역자 해설"에서 '셰익스피어 문학은 자연의 비유에서 인간의 비유로 넘어가는

대목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지만, 그렇기 때문에 비유 또한 너무 매끄럽게 다듬지 않았다.'

(212) 고 예기하는데 내가 느낀 껄끄러움이 그 탓이라면 나도 제대로 [햄릿]을 만난 것일까?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하나의 고백이 더해진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햄릿]이라는 책을 만난 적이 몇 번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집에 있는 "동화출판공사"의 70년대판 [세계문학전집]에서 한 번 보고는 이번이 제대로 만난

거의 처음의 [햄릿]이라는 사실, 조금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뭐, 이런 일이 한 두번 이랴.

 

워낙 유명한 작품들은 마치 다 알고 있고 다 만나본 것 같은데 제대로 만나보면

이번이 처음이라는 놀랍지만 당연한 사실들을 이번에도 경험하는데 아마도 단순히

개인의 기억탓만은 아니리라.

 

우리 주변에 퍼져있는 지식과 추억의 혼재, 특히 내가 잘 저지르는,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사물을,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훈련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었기에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에서처럼 읽지 않고도 다 아는 것처럼 되는 것이리라.

 

결국, 진실을 알고도 복수를 망설이던 햄릿으로 인하여 사건은 더 확장되고

아버지도, 삼촌도, 어머니도, 사랑하는 연인도,그의 가족들도 모두 죽어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결말에 이르러서야 나는 책을 덮는다.

 

우리네 삶에 대한 '난해'함이라고 역자 김정환은 짚어주지만

뭐, 꼭 [햄릿]이 아니어도 우리는 힘들고 어려운 세상 속을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이 책에서 만나는 [햄릿]의 고뇌가 갖고 있던 선입견처럼 아주 심각하고

무겁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점에서는 다행이다.

 

이 말은 우리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워졌다는 이야기이자,

이 책이 씌어지던 시대로부터 400년이 지난 지금에는

이 정도의 비극은 감내할 수 있다는 무덤덤함이리라.

 

오늘도 우리는 [햄릿]처럼 고뇌하는 삶을 산다는 이야기는

이제는 모자라게 느껴지는 세상이 되었나보다. 젠장...

 

나는 또 어떤 계기가 오면 오래전 그 날로 돌아가 잊어버린 내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어 이처럼 갈무리해둘 수 있을까?

 

2008.10.31.  밤, 흔들리는 가을이다. 그래도 좋다

 

들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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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 늦가을 노래

 

  저문 날, 저문 언덕에 서면
  그래도 못다한 것이 남아 있다
  헐벗은 숲속 나무 밑, 둥치 밑에
  스산한 바람결 속 한치의 눈물 반짝임으로
  마지막인 것처럼, 가랑가랑 비는 내리고
  그래도 손에 잡힐듯
  그리운 것이 있다
  살아남은 것들이여 부디
  절규하라 계절이 다하는 어느 한숨의 끝까지
  우리들 사랑노래는 속삭여지지 않는다
  기억해다오 어느 외침의 미세한 부활과
  절망과 거대와
  그리고
  어떤 질긴 사랑의 비린 내음새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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