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말 엔시 씨와 나 시리즈 1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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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난 소소한 사건이나 작은 미스터리, 또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인데도 왠지 뭔가 어색하게 거슬리는 문제 같은 걸 풀어놓는 일상 미스터리라 칭하는 종류의 책은 기존의 미스터리나 스릴러처럼 사건 속에 잔인한 살인이 등장하거나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도 않고 거창한 문제에 직면해있는 주인공을 만나거나 하지 않아 자칫 지루하다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뉴스 속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일상 속에서 그냥 지니치기엔 뭔가 꺼림칙하거나 이상하다 생각되지만 그걸 확실하게 풀 수 없어 찜찜하게 생각되던 문제나 혹은 작은 소동 같은 일을 만날 확률은 높은데 누군가가 그런 문제를 속시원히 풀어주고 그건 이래서 이렇게 되었다는 식의 설명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엔시 씨와 나의 관계가 그런 경우다.
갓 대학을 들어온 여학생인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릴 적부터 전통 문학이나 라쿠고 같은 걸 즐기는 다소 괴짜스러운 아이지만 남다른 호기심과 관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나에게 재능 있는 라쿠고가인 엔시 씨와의 만남은 우연이었지만 필연에 가까웠달까
엔시 씨는 내가 보거나 여기저기서 가져온 일상의 미스터리 한 일들에 대해 특유의 통찰력과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시원하게 해결해줄 뿐 만 아니라 온갖 일상 속에서 일어난 이상한 일들을 가져오는 나에게 귀찮아하는 내색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동조해서 즐겁게 퍼즐을 풀어주고 있다.
`하늘을 나는 말`은 그런 엔시 씨와 내가 일상에서 만난 작은 사건이나 소문 속의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사건이나 퍼즐을 맞추는데 모든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기보다 소설 속의 내가 이런저런 일상을 생활하면서 왜 그 문제나 소문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 일반 소설로 봐도 괜찮을 정도의 사소한 문제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걸 문제라고 인식하게 되면 그 해답을 찾지 않고는 도저히 호기심을 누를 수 없는데 거기서 그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하는 탐정같은 인물이 바로 엔시 씨
그래서 둘의 콤비는 삼촌과 조카 같은 느낌의... 제법 나이차가 나는 남녀 커플임에도 전혀 로맨스 같은 끈적함이 없이 오로지 사건 해결만을 위한 명탐정과 조수 같달까
책 속에는 5편의 단편이 있는데 어릴 적 자신도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꿈에서 몇 번이나 본 교수가 마침내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 꿈의 진실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 `오리베의 망렬`이나 시트가 벗겨진 차를 보고 아이를 버리려고 하는 걸 눈치채고 미아가 될 뻔한 아이를 구한 사연을 다룬 `호두 껍데기 안의 새 `같은 이야기는 내가 경험해봤거나 혹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사연을 이야기로 흥미 있게 꾸려간 케이스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기억에 나는 `설탕 합전`이나 동화를 재해석한 그림책을 보고 진상을 파악한 `빨간 모자` 같은 경우 역시 있을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악의를 다룬 이야기인데 그 작은 악의를 이렇게나 발전시켜 진실을 알면 좀 섬뜩해지면서 저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미워해야 할까 싶어 씁쓸한 맛이 든다.
일상의 소소한 문젯거리나 수수께끼 같은 일들을 해결해나가는 엔시 씨와 나의 이야기... 편안하면서도 매력 있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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