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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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이 진즉부터 통찰력 있는 말을 했다.
인간이 본성이란 도시든 시골에서든 어디서나 다르지 않다고... 그래서일까 한적하고 조용할 뿐 아니라 외지인들의 방문도 많지 않은 시골에서도 생각도 못할 끔찍한 살인사건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피해자와 피의자는 수십 년간 서로 알아오던 사이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게 서로 오래 봐오고 알아왔던 사이인데도 저 사람이 그럴 줄 몰랐다는 탄식 섞인 주변인들의 말은 어쩌면 인간이란 아무리 오래 알아왔어도 타인을 완전하게 아는 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더 나가서는 타인과의 소통은 불가능한 게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번 타우누스 시리즈 `여우가 잠든 숲`에서는 그런 점이 극대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넬레 노이하우스 여사가 쓰는 타우누스 시리즈는 타우누스산 주변에 모여있는 작은 마을들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인기 시리즈이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 강력반을 이끌던 보덴슈타인은 처음의 열정과 달리 아무리 잡아들여도 사라지지 않는 범죄에다 그로 인한 가정생활의 붕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염증을 느껴 모든 의욕이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안식년을 요청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쉬려던 차에 타우누스 숲 캠핑장에서 불이 나고 그곳에서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잘 알던 남자였다.
게다가 같은 날 그 캠핑카의 주인이자 불에 탄 시신의 엄마 로지마저 자연사를 위장해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의혹은 이들과 불화를 겪고 있던 피해자의 동생이자 보덴슈타인의 친구에게 쏠리지만 너무나 똑떨어지는 정황증거에 의혹이 갈 즈음 마을의 목사마저 자살처럼 위장한 채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목사가 죽기 직전 자신을 찾아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복잡하게 얽히게 시작한다.
죽은 로지가 옛날에 저지른 과오를 목사에게 고백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보덴슈타인은 오랜 세월 그에게 잊히지 않은 상처와 회한을 남겼던 친구를 떠올리게 된다.
옛 소련에서 넘어와 가족 전체가 마을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했을 뿐 아니라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심한 폭력을 당한 끝에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려 끝내 나타나지 않았던 아르투어
이 모든 살인사건이 아르투어와 연관이 있음을 깨달은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수사망을 좁혀가지만 마을 사람들 전체의 침묵의 벽에 부딪쳐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그토록 찾았던 친구의 시신을 마침내 찾았을 뿐 아니라 친구보다 더 가슴 아팠던 여우 막시까지 자신의 주변에서 같이 묻혀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보덴슈타인은 마침내 오랜 세월 그에게 공허감을 안겨줬던 어린 시절과 드디어 진정한 결별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수사를 하면서 42년 전에 사라졌던 친구의 비밀에 많은 사람이 연관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는 진실을 알면서도 그토록 오랜세월 곁에서 비겁하게 침묵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보덴슈타인
그 역시 오랜 세월 이곳에서 크고 자랐지만 자신 역시 그들에게는 타인이자 아웃사이더였고 한 번도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을 비로소 깨닫게 되면서 옛친구들을 조사한다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된다.
작은 마을의 배타성과 자식을 위해서라는 비겁한 명분 아래 침묵을 택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그 결정으로 오히려 자식들이 인생에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음을 절대로 깨닫지 못해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들과 연관이 없는 피아와 같은 제삼자의 눈에야 보이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피해의 결과는 그래서 비극적이지만 희극적이게도 느껴진다.
누군가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모두 희극이라는 말이 절실히 와 닿게 하는 `여우가 잠든 숲`은 보덴슈타인으로 하여금 인간에 환멸을 느끼고 만정이 떨어질만한 사건이었다.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감춰진 이면과 화장 지운 본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누구라도 절대로 유쾌하지 않다는 깨달음과 함께...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비밀이란 게 고작 이런 것인가 하는 자괴감 어린 씁쓸함마저 느끼게 했다.
거의 2년 만에 나온 타우누스 시리즈지만 벌써부터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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