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김정범 지음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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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2012년부터 부산일보에 기고한 칼럼을 엮은 것이라 그런지 일반 에세이보다 더 소통에 신경을 쓴 느낌이 든다.
일단 음악과 음반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저자의 생활이나 삶이 글 속에 묻어 나오고 있는데 그 둘의 조합이 상당히 정겹기도 하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가 말하는 음악이나 음반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글을 읽는 재미가 있다.
그의 말처럼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들었을 때의 추억까지 덩달아 기억나게 하는 힘이 있다.
내가 첫사랑과 들었던 음악, 연인과 같이 좋아해서 서로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느꼈던 동질감을 느끼게 해 행복하게 했던 음악, 혹은 어릴 적 동경했던 록그룹의 음악이 가끔씩 라디오나 어딘가에서 흘러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 곡이 흐를 동안이라도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서...
그래서 그가 책 속에서 말한 것처럼 사이먼& 가펑클의 음반을 처음으로 샀을 때의 기쁨이라던가 어머니의 투병 때 들었거나 만들었던 음악에 대한 이야기에도, 그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과 뮤지션을 만난 이야기를 보면서 그가 느꼈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달까...
이 책에 소개된 음악들은 클래식도 있고 재즈도 있으며 상당히 전문적인 음악들이 많아서 솔직히 아는 곡은 몇 곡 되지 않았지만 글을 읽으면서 그의 일상이나 그가 만났던 사람, 혹은 그의 주 무대인 미국의 도시 모습이 마치 그려지는 듯해 굳이 그 음악을 몰라도 충분히 저자가 느끼는 감정에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그가 소개한 곡을 나도 모르게 찾아서 들어보게 되고 아는 그룹이나 곡에 대해서는 괜스레 더 반갑기도 하고 그랬었다.
예전의 음악은 굳이 라디오를 틀거나 음반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런 번거로움과 비용을 감수해서라도 원하던 음반을 샀을 때의 희열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취미 외엔 별다른 취미가 없었던 나에게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였는데 요즘은 어디를 갈 필요도 없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결재해 다운로드해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음악을 듣는 시간도 비용도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요즘은 어디에서도 흘러나오는 곡이 아이돌 위주의 음악이 많아 나같이 나이를 좀 먹은 사람에겐 때론 소음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 예전의 음악이 더 좋았다고 느껴지는 걸 보면 나이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저자가 말하고 이야기하는 곡들이 더 친밀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특히 책 뒤편에 찾아듣기로 따로 모아놓은 부분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듣기 좋은 곡, 추울 때 더울 때 혹은 비 올 때 추천하는 곡, 산책에 어울리고 위로받고 싶을 때 듣기 좋은 곳 등 때와 장르 기분에 따라 추천하는 곡은 이 책의 진액 같다
그가 말하고 추천하는 곡들 역시 대부분 좀 오래되었거나 요즘의 빠른 댄스곡 같은 것에 비해 덜 알려진 음악이라 그런 것이지 모르겠지만...
뮤지션으로도 활동하고 작곡도 하며 영화음악감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저자는 글도 잘 쓰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들었다.
이럴 걸 보면 신은 역시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재능을 몰빵한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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