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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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속에 사건에 대한 진상이 있고 그 진상이 읽는 이로 하여금 납득할 수 있어야 하며 더불어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짜릿한 반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게 장르소설의 단편이 가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잘 쓴 장편 미스터리 스릴러 책은 많아도 단편 미스터리 스릴러 책은 귀하다.
그렇게 볼 때 장르소설에 특히 취약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본다면 재밌기도 하고 가독성도 좋았고 더불어 약간의 반전까지 맛볼 수 있었던 이 책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다.
괜스레 반전을 위한 어쭙잖은 밑밥을 던지지도 않았고 뭔가 거창한 살인의 이유가 있는 것처럼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것도 아닌... 그야말로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일어날 법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어 공감대가 높았을 뿐 아니라 살인의 이유나 동기 역시 속된 말로 살인하면 딱 떠오르는 그렇고 그런 흔한 동기로 벌어진 일이라 몰입감도 좋았다.
마치 뉴스의 사회면에서 벌어진 일을 심층 분석했거나 그 사건 속으로 직접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적 재미를 위한답시고 복잡한 트릭도 없었다는 것도 맘에 들고...
혼자 사는 미혼의 여성이 살해되었는데 주변 탐문을 하다 보니 남자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러자 죽은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지는 현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들은 이야기이다.
죽은 사람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쁜 말이 전해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피해자지만 죽어 마땅한 사람처럼 변해버리는 현실... 여기서는 다행히도 그 죽은 여자가 알뜰하게 사랑을 줘서 키우던 유기견에 의해 살인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남편을  혹은 아내를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영화도 그렇고 특히 추리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살인의 이유다.
배우자의 부정 때문에 혹은 나 자신의 부정 때문에 배우자를 치우고 싶은데 깨끗하게 갈라서자니 이혼으로 인해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할 것 같고 그만 죽어주면 돈도 빼앗기지 않을 뿐 아니라 잘하면 보험 같은 걸로 부가적인 이득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배우자 혹은 살해 대상자를 없애버리기 위해 계획을 세우는데 아뿔싸 치명적인 실수를 했네... 이 실수를 몰래 만회하기 위해 계획을 짠다.
완벽한 알리바이까지 마련했는데 엉뚱하게도 작은 회사의 회사원이자 미혼이며 그저 집에서 키우는 말 안 듣고 무진장 짖어대는 개 때문에 이웃의 눈치나 보고 있는 한 평범한 모습의 평범치 않은 임기숙이라는 여자 때문에 모든 진상이 드러나고 사건 조작은 무위로 돌아가는 2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이 어딘지 평범치않은여자를 소재로 다른 단편을 만나보면 좋을것 같다.
늘 미소를 지으며 고객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진정시키는 일까지 담당하고 있는 콜센터 직원이 서서히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무너져 내리고 결국에는 폭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그렇고 한마을에서 사라져버린 여자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불신이 자라고 어떤 방식으로 그 불신이 폭력으로 변해가는지를 그린 작품도 그렇고 매 맞는 아내의 이야기도 그렇고 대부분  모든 이야기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자신보다 조금 못한... 사회계층구조로 볼 때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책에 나와있는 단편 대부분이 흔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맨 앞의 아이의 뼈와  어느 연극배우의 거울 그리고 누구의 돌 만이 현실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극히 소설 같고 연극적 소재의 이야기였다.
거창한 살인의 명분이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 현실 속 뉴스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어 친근감이 들 뿐 아니라 그 소재를 이용해 맛깔나게 버무려 배합해 된 이야기가 재미나기까지 해서 충분히 장르문학이자 단편소설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는 `아이의 뼈`
사실 살인의 명분이란 게 대부분 개인의 욕망이나 복수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대부분인데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에 나오는 살인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와 닿기도 하고 생생함이 느껴졌다.
단편이지만 충분히 매력적으로 어필할 만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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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7-02-14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을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쓰실정도면 꼭 읽어보고 싶네요!

몽쁘띠 2017-02-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한국소설이고 거기다 단편이며 장르로설인데도 상당히 매력있고 재밌게 읽었습니다.
기회되시면 한번 읽어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