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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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도심 한가운데서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를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경찰이었고 죽은 사람이 비척거리며 눈앞을 지날 때도 그가 칼에 찔린 상태인 줄 모르고 그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가 죽어버리자 칼에 찔린 그가 도대체 왜 그곳 니혼바시의 다리까지 걸어갔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지만 이 내 용의자가 잡히면서 사건은 쉽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용의자 역시 중태에 빠진 상태여서 사건의 진상을 알 수 없었던 경찰은 얼른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피해자와 용의자의 접점을 찾는다.
물론 용의자가 가해자의 지갑을 지니고 있었고 검문을 피해 달아났다는 사실은 그의 입지를 좁게 했지만 당연하다는 듯 그의 행적과 알리바이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오로지 두 사람의 원한관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사건을 거기에 꿰맞추는 듯한 경찰의 형태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데 일조를 한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 두 사람이 같은 회사에서 피해자는 본부장으로 용의자는 해고된 계약직으로 일했던 사실이 밝혀지고 거기에다 매스컴까지 합세하면서 사건은 다른 모습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그가 범인으로 밝혀진 것도 아닌데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범인으로 취급할 뿐 아니라 마치 이 사회의 기득권층에 의해 피해를 본 을의 반격으로 보도되어 용의자는 기업의 횡포에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의 모습으로 모든 사람의 동정을 받게 되고 피해자는 계약직에게 횡포를 가한 갑의 모습으로 변질돼 피해자의 가족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처지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이런 모습은 한쪽의 입장만을 내세운 정보의 불균형과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건의 본질과 달리 sns 나 온갖 언론을 이용해 자신의 입장만 말함으로써 교묘하게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흘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한편 우리의 가가 형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용의자가 벌인 사건이라고 단정 짓고 간단히 사건을 덮고 자 할 때 그의 행적을 하나하나 조사하고 피해자가 왜 니혼바시 다리의 기린 조각상을 향해 기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발견된 건지 그 이유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난다.
그는 왜 죽어가면서도 끝까지 그곳 기린의 동상 앞으로 가야만 했을까?
왜 그곳에서 마치 기도하는듯한 모습으로 발견되었을까?
단순한 사건이지만 사건 뒤에 숨겨진 진실은 역시 아팠다.
살아가면서 어떤 실수를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이 숨기고 싶고 달아나고 싶지만 누구도 진실로부터 영원히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는 `기린의 날개`는 살인사건을 통해서도 역시 뭔가 삶의 교훈을 주고 싶어 하는 게이고 특유의 작품이었다.
역시 가독성도 좋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마음에 들지만 더 이상의 깊이는 들어가지 못하고 특유의 전형성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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