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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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로 모두가 조금씩 힘든상황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입장따윈 모를뿐 그저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기에도 바쁜때 우연한 일로 숲속에서 길을 잃은 소년 해리와 여동생 톰은 저지대에서 묶인채 잔인하게 난도질당한 흑인여자사체를 발견하게 된다.

마침 소년 해리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경관의 일도 맡고 있을때여서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말하고 그 사건을 조사하는 아버지의 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링컨이 노예를 해방한지 50년이 지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흑인을 인간이하의 그 무엇으로 취급할뿐 아니라 흑인이 백인을 대상으로 저지른짓에는 재판따윈 필요없이 즉결심판처럼 반드시 보복이 따라 잔인하게 도륙하는 일이 횡행하고 그것이 죄라는 인식조차 없던 시기였다.

그나마 마을사람들에게 다행인것은 발견된 여자의 사체가 흑인이었다는것이지만 해리의 아버지는 백인임에도 다른 사람들과 달리 조금은 깨어있는 사람이자 흑인도 정당한 법절차를 밟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사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흑인을 옹호한다는 의심을 사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된다.

자신이 발견한 사체에 대한 일종의 도덕적 의무감도 생긴 해리는 아버지를 졸라 사체를 조사할 때 동행을 하고 그 과정에서 죽은 흑인여성이 잔혹한 짓을 당했을 뿐 아니라 일반적이지않은 형태의 흔적을 봐서는 범인이 보통의 사람이 아닌..어쩌면 또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렇지만 이렇게 잔혹한 살해사건에도 해리의 마을은 고요하기만 하다.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이유로...심지어는 다른 관할의 경관이자 아버지의 어릴적 친구였던 사람으로부터  더 이상의 조사에는 손을 떼라는 경고를 가장한 협박을 받게 되고 심지어는 당시에 활약했던 kkk단이 방문을 받는 일촉측발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이러한 때 처음에는 흑인인줄 알았던 여자의 사체가 백인임이 들어난 또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죽은 여자의 지갑을 주웠다는 이유로 한 흑인이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마을에는 점점 더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누구봐도 늙고 지친 노인이라 젊은 여자의 반항을 제지하고 묶을수 있을만한 기운이 없다는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겁에 질려 몰려든 백인들에게는 힘없는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런 희생양의 조건에 딱 맞는 흑인 노인은 잔혹하게 처형된다.

백인이라는 인종적 우월감에다 죄를 지은건 무조건 흑인이라는 오래된 편견,거기에다 절대다수의 힘이라는 폭력을 앞세워 저항하지도 못하는 노인을 잔인하게 죽이면서 스스로는 정당한 일을 한다는 합리화를 하지만 얼굴을 가리고 뭔가를 뒤집어 쓰는 모습에서 그들 내면에서는 의심과 죄책감 혹은 수치심이 존재했다는 걸 짐작할수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꼿꼿하고 정의로웠던 해리의 아버지 역시 엄청난 심리적 내상을 입고 휘청거리게 되지만 무엇보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봐도 무조건 흑인들이 한 짓이라는 맹목적이기까지한 사람들의 믿음과 이상하기만 한 이 사건의 처리방식에 해리는 의문을 가지게 되고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각도 못한 추악하기 그지없는 과거들이 밝혀진다.

얼핏봐서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만 대대로 살아가는 것 같던 마을이지만 대를 이은 폭력이라든가,경멸하고 인간이하로 취급하던 흑인들과 남몰래 정을 통하고 심지어 애를 낳기까지 하면서도 겉으로는 신사인척 숙녀인척 위장하던 마을 사람들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사건의 진상이 밑바닥부터 뿌옇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잔인하기 그지없는 연쇄살인과 그 사건을 둘러싼 추악한 진실들 마침내 드러나는 범인의 진상...이 모든걸 아직은 어리다고 끼워주지도 않던 어린 소년과 소녀가 편견없이 그저 드러나는 증거와 정황을 통해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을 뿐 아니라 늘 우상이자 굳건한 나무같이 의지했던 아버지 역시 좌절하고 상처받으면 흔들리기도 하는 약한 인간이라는 것을...그런 아버지여도 여전히 자신의 우상이자 사랑하고 있음을 소년이 깨달으면서 정신적으로 한뼘 더 자라게 되는 모습을 그린 소년의 성장소설 `밑바닥`

소년과 마을사람들입을 통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염소인간의 실체를 보면서 결국 이런 전설이나 괴담따위보다 어디서든 숨어드는 잔인하기 그지없은 인간의 악의나 편견에 사로잡힌 대중의 광기보다 더 무서운건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가독성도 좋고 짜임새있는 전개도 좋지만 목가적인 풍경과 대비되는 잔인하기 그지없는 사건을 통해 사건의 본질속에 숨어있는 인종차별과 인종증오라는 감정이 얼마나 불합리하고 어리석은 감정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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