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리버스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7월

네 남자친구는 살인자다

누군가 자신을 살인자라 칭하는 고발장을 여자친구에게 보내와 여자친구로부터 진실을 추구당하는 남자 후카세

이런 식의 시작은 미나토 가나에가 즐겨하는 방식의 전개다.

충격적인 사실을 마치 고발하듯이 서두에 두고 그 사실을 역추적해 들어가 그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방식은 그녀의 데뷔작이었던 `고백`에서와 같지만 그때의 그녀와는 사건 속 관계자를 보는 시선이 조금 따뜻해지고 너그러워진것 같다.

자신에게도 잊혀지지않았던 그날밤의 일을 고백하면서도 자신은 그날밤의 멤버였던 다른 친구들과 달리 죄가 없으며 오히려 그 날밤의 사고로 가장 친했던 친구를 잃은거라 생각하면서 다른 멤버를 비판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던 후카세가 멤버 중 한사람이 사고를 당하게 되면서 관조적인 입장을 벗어나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하는건지 알아보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알았던 혹은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다른 모습을 깨닫고 망연자실하다 끝내는 납득하게 되는 후카세는 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면서 자신감이 부족한 걸 자신은 지금 있는 사람과 수준이 다르다 혹은 자신은 이들과 다르다는 말로 스스로를 속여왔던 타입의 남자로 남들이 볼때 그저 루저에 지나지 않는 남자였고 죽은 히로사와는 늘 그런 사람을 옆에서 도와주는 남자였다는 걸 히로사와의 고향친구와 동창들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는 후카세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서 자신이 꿈에도 몰랐던 모습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어느날 문득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게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조금은 불안하고 허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이 가장 친하고 가장 잘알고 있다 생각했던 히로사와의 전혀 다른 모습이나 자신은 몰랐던 교우관계 같은 걸 깨닫고 충격을 받게 되는 후카세의 심정에 공감해서 약간은 동정심을 갖게 된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친구를 죽게 만든 사람들이지만 너무나 쉽게 그 잘못을 스스로 용서하고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자신의 길을 낙오없이 걸어가고 심지어는 친구를 죽게 했던 음주운전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다시 시도하는... 한없이 가벼운 사람들을 보면서 처음의 의도였던 자신이 모르는 히로사와의 모습을 알고 싶다는 것과 달리 분노를 느끼고 그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던 범인의 심경 역시 십분 이해가 되었지만 결국 이렇게 아무런 죄책감이나 반성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이 사회에선 성공하는 유형이 아닐까 생각하면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은 몰랐던 히로사와의 모습을 찾아 과거로 돌아가는 후카세의 뒤를 쫓아 히로사와를 기억하는 친구와 동창의 입을 통해 들을수 있었던 히로사와의 다른 모습을 보면서 후카세가 느꼈을 혼란스러움은 사실 우리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느껴봤을 심정이기도 하다.

자신이 잘 안다 생각했던 친구 혹은 동료 혹은 배우자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면 후카세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것이다.결국 다른 사람을 다 알고 있다 자신하는 건 오만이 아닐지?

복잡하게 서로 얽히거나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는 류는 아니지만 현실속에서도 볼수 있는 소재로 공감할수 있게 풀어나간 미나토 가나에의 `리버스`

소심한 루저 후카세에게 안쓰러움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