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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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상속녀와 그 재산을 가로챌려는 악당 그리고 공모자들간에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 이야기라는 설명보다 성적 소수자가 등장하는 에로틱 스릴러로 더 유명하다 요즘은 칸느에서 사랑받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인 `아가씨`의 원작이라는 유명세로 새삼스럽게 재조명 받고 있는 책이 바로 이 책 `핑거 스미스`이다.

책을 보자면 일단 7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로 생각보다 두꺼우며 빈공간이 보이지않을 정도의 빡빡한 활자로 보는순간 부담감을 느끼게 해 진입장벽이 높은 책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감독이 선택한 책이라는 걸 믿고 부담감을 떨치고 읽기 시작했다.

 

시대적 배경은 여성의 지위라고 할것도 없는 빅토리아 여왕시대

모든 재산권에 대한 우선 순위는 남자위주로 되어 있고 여성은 제대로 된 대접은 커녕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도 힘든..우리나라로 보면 조선시대의 여자들의 위치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이야기는 수전의 관점,모드의 관점 ,그리고 결말 이렇게 3부로 나눠져있다

한 남자가 도둑들의 소굴과도 같은 랜트 스트리트에 도착한다.그 남자는 일명 젠틀맨이라 불리우는 호남형의 사기꾼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은밀한 작전을 짠다.

외딴 시골에 사는 숙녀를 꾀어내어 그녀와 결혼을 해 그녀가 물려받기로 되어 있는 엄청난 재산을 빼돌리기...단순해 보이는 이 작전을 위해 랜트 스트리트에서 나고 자란 수전의 도움이 필요하고 그녀가 상속녀의 하녀로 위장취업해 그 남자 젠틀맨을 돕기로 한것

모든것은 순조롭게 되는 듯 하지만 숙녀인 모드를 보자 너무나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그녀를 속이는것에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는 수전...그리고 그런 그녀를 압박해 오는 젠틀맨

단순한듯 보이는 이야기는 1부의 끝에서 예상치못한 전개를 보이며 한순간에 분위기를 전환시켜 숙녀인 모드의 관점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고 그 속에 수많은 비밀과 음모 그리고 갈등과 반전이 숨어있다.

시대적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라는 게 이 모든 음모를 꾸미는게 가능했던 이유이다.

여성의 지위가 형편없이 낮아 그저 말로만 숙녀라고 대우할뿐...맘대로 결혼상대를 구할수도 없고 금지된 사랑을 하면 여자만 창녀와 같은 대접을 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높은 신분의 아가씨라도 마음대로 정신병원에 처넣어 감금당하다시피하는..어찌보면 낮은 신분의 하녀보다 더 못한 처지가 바로 그 시대의 숙녀들이고 모드가 바로 그런 처지의 아가씨였다.

얼핏보면 신분의 차이가 숙녀와 도둑의 딸이라는... 겉으로보기엔 극과 극의 차이인 모드와 수전이 결국 신사라 불리우는 남자들로부터 받는 대우는 별차이가 없는걸 보면 당시 여성의 보잘것 없는 처지를 대변한다 할수 있다.

이렇게 음모와 배신이 판치고 서로 속고 속이는 관계속에 금기시되다시피한 동성간의 은밀한 사랑에 눈뜬 모드와 수전이 자신이 느낀 감정을 부정하고 회피하려다 결국에 인정하고마는 과정이 잔잔하지만 때론 격정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음울하게 잘 표현한 `핑거스미스`

확실히 소설적으로도 영화적으로도 매력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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