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증
마리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박하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면서 유쾌하거나 통쾌하지도 않고 범인이 밝혀지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수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진흙속으로 끌려가는듯 불유쾌한 찜찜함을 느끼게 하는 책을 주로 쓰는 `마리 유키코`의 데뷔작이 바로 이 책 `고충증`이다

우리가 흔하게 쓰는 한자어가 아니라 무슨뜻일까 찾아봤지만 제대로 된 뜻을 찾기 어려웠는데 책을 읽은 후에야 그 뜻을 제대로 알수 있었다.

이 책에선 일종의 기생충 감염증으로 나오는데 다른 지역에선 볼수 없고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사는 특정지역에서만 나타난 풍토병적 성격을 띈 감염증으로 나온다.

고급 맨션에 살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주부 마미는 동생의 빈 집을 이용해 남자들을 끌어들여 프리섹스를 즐기고 있지만 어느날 자신의 파트너중 한 남자가 느닷없이 죽어버린 후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낄뿐 아니라 집안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다 자신의 손을 자른 후 갑자기 사라지고 그녀의 동생인 나미와 마미의 남편은 그녀의 행적을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일상과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수기처럼 남긴 그녀의 소설이 반송되어 돌아오면서 마미의 모든 것을 알게 된 남편은 분노하지만 점차 수기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의 실종에 의혹을 가지게 되면서 평범해 보이는 주민들의 비밀이 드러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고충증`은 엄청난 가독성을 보이지만 읽으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고 찝찝함을 남기는 이상한 소설이다.

일본에서 기리노 나쓰오의 뒤를 잇는 작가라고 하는 마리 유키코의 소설은 대부분 다 이런 느낌을 준다.

현실적이면서도 지극히 비현실적 느낌이 들고 자극적이면서 어딘지 불쾌한 느낌을 주지만 그게 또 나름 매력이 있어 단숨에 읽어내려가게 하는 그녀만의 매력은 이 책 고층증에서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데 이 책이 그녀의 데뷔작이니 놀라울따름이다.

무분별한 성관계를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기생충에 감염되고 자신과 성관계를 맺은 파트너 남자들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기생충을 전염하는 종숙주가 된 여성과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이 가진 은밀한 욕망과 추악하기 그지없는 비밀들이 속도감있게 그려지고 있다.

이렇게 얼핏보면 무분별한 프리섹스를 즐기는 현대인들의 성을 고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흐르는 이야기는 더 탁하기만 하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늘 주변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비교하며 조금이라도 자신보다 나은 점이 있으면 질투하고 미워하는 사람들...증오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극에 달해 생각도 못한 짓도 거리낌없이 자행하면서도 스스로는 뭐가 잘못된건지 모를뿐 아니라 잘못 된 것은 그 사람이 잘 못한 탓이라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결국에 이렇게 연쇄적인 죽음을 낳고 그 죽음의 이면에는 인간들의 추악하기 그지없는 질투와 증오가 숨어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 고충증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추악함이 마치 기생층이 인간을 숙주로 감염되는 과정과 미움과 증오를 숙주로 살아가는 기생충의 감염과 어딘가 닮아있다.

비현실적인듯한 스토리를 이용해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는 마리 유키코의 작품은 그래서 불쾌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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