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대한 고집

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신경림 감수 / 비채 / 2015년 4월

산,들,바람같은 자연에서부터 일상생활 혹은 사랑이나 인생과 같은 관념적인것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소재로 이용할수 있으며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써내려가면 그게 바로 시 라고 배웠지만...나같은 평범한 사람에겐 시라는 장르는 여전히 근접하기 어렵고 뭔가 심오하면서도 함축적인 단어가 뭘 의미하는건지를 찾아내느라 제대로 감상에만 전념하기 어렵다.

요즘은 그나마 일상생활에 근접한 소재와 쉬운 단어로 나같은 문외한도 제법 그 시에 대해 감상을 즐길수 있을 정도의 시가 많이 나오고 있어 환영하는 바이지만 고정관념이란게 단박에 시집 한두편 읽는다고 사라지는것은 아닌지라 여전히 시집에 대한 접근은 쉽지않게 느껴진다.

이웃 일본에서 국민 시인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1952년에 <이십억 광년의 고독>을 데뷔시집을 낸 후 50년이 넘는 세월을 꾸준히 활동하는 다니카와 슌타로

이 책 `사과에 대한 고집`은 그의 데뷔작에서부터  최근까지 낸 시와 산문을 발췌해서 나온 작품이자 그의 63년 시력 기념 선집이라고 한다.

데뷔작인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 수록된 작품들을 보면 일단 그의 나이가 한창 모든것에 예민하고 실험정신도 날카로울때여서인지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실험적이면서도 예리하고 뭔가 전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빌리 더 키드`도 그러하고` 포임 아이`도 `오늘의 애드리브`도 그러하다.

다양한 소재로 뭔가를 전하고자 하는데 젊은 감성 특유의 예리하면서도 날카롭지만 이해하기는 쉽지않다고 느껴진다.

때때로 죽음이나 탄생에 대한 시도 간간이 보이는데 이럴때의 그는 좀 더 친근감있게 느껴지고 그가 죽음이나 탄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않나 느껴진다.`장딴지`나 `해골`같은 시를 보면 그런점이 잘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실험적이면서도 전위적인 시 보다는 일상에서 흔히 느껴지거나 평범함 속에서 찾은 소재로 쓴 시가 좋은데 특히 `아버지는`같은 시에선 지금 조금 힘든 아버지들에게 조금 위로가 될것 같고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시나 `당신이 거기에 `같은 시는 시라기 보다는 짧은 일기같기도 하고 하루를 마감하면서 누군가 어딘가의 다이어리에 적어 놓은 글귀같기도 한 왠지 친근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작가는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나 그 지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는걸 좋아하는것 같은데  `지구의 손님`이라든가 `잔디밭`,`아침 릴레이`같은 시를 보면 넓은 우주 거기에 지구 그리고 그 지구안에서 살아가는 나와 우리를 알수 있다.

작가의 의도나 시가 말하고자 하는걸 다 알수는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작가가 나이듦에 따라 시선도 좀 달라짐을 느낄수 있었다.예리하면서도 날카롭던 시선이 조금은 따뜻하면서도 나이듦에 긍정적임을 알수 있었달까?

나이든 사람만이 알수 있는 인생의 지혜 같은것도 엿보이고 좀 편한 느낌을 주는 산문쪽이 개인적으론 시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

 특히 `연애는 야단스럽다`는 연애에 대한 고찰적 성격이 강한 글이었고 `장례식에 대하여`는 실생활의 생활적 느낌이 강한글이어서 서로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글이었지만 살면서 느낀점들을 적어놓아서인지 쉽게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데뷔한 지 60년이 넘어서도 꾸준히 활동하는 작가의 활동에 새삼 놀라며 그런 환경이 가능한 일본의 출판문화에 새삼 부러움이 느껴지게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