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 평범한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50편의 비밀스러운 이야기
에덤 고프닉.조지 도스 그린.캐서린 번스 엮음, 박종근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어릴적만해도 이렇게 겨울의 깊은 밤이면 저녁을 먹고나서 동네 아줌마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드라마 이야기며 남편 흉이나 시댁식구 흉을 잡으면 서로 위로도 해주고 같이 흉도 봐주며 정겹게 지낼때가 많았다.

그렇게 온동네 누가 누가 연애를 하는지 누구 집에서 부부싸움을 했는지..왠만한 일은 온 동네 사람들이 다 공유한다고 해도 좋을정도였는데 어린 맘에는 안그래도 적지않은 식구에다 이렇게 자주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게 좋지만은 않아서 짜증을 부리기도 했던것 같다.

이건 비단 우리집이나 우리동네 이야기만은 아닌것이 옛날에는 모두 다 이렇게 서로서로 왠만한 가정사는 다 알 정도로 친밀감이 있었는데 아파트 문화가 발달하면서 어느새 옆집 사람과도 얼굴을 잘 모르는 삭막한 사회가 된것 같다.

속상한 일  화나는 일 가슴아픈 일뿐 아니라 기분좋은 일도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같이 웃고 울고 하는것이 가만보면 나름은 정화하는 효과가 있었던것 같다.

우리보다 정신의학쪽으로 좀 더 선진국인 나라들을 보면 정신과 상담이 아주 활발하고 보편화된걸 알수 있는데 가만보면 어릴적 동네 사랑방에 모여 이런저런 고민거리나 걱정거릴 서로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하던 우리네 문화와 닮아 있다는걸 알수 있다.

사랑방이 자정적 역활을 한것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 오늘날 사람들이 얼마나 그런 것에 굶주려있는지 알수 있다.

그저 특별하거나 기적같은 일이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고 할 수 있다면... 하는 취지를 가지고 모인 모임이 바로 `모스`의 설립취지이기때문이다.

우리가 당연시해왔지만 어느샌가 사라져버린 사랑방 문화와 모스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않다.

단지 좀 더 조직화되고 메뉴얼처럼 되어있으며 좀 더 큰 조직이라는 것만 다를뿐...


 


이야기면면을 들여다보면 생각만큼 어메이징하거나 기적처럼 여겨지는 일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잠시의 빛나던 순간 혹은 우리에겐 별거 아닌것같지만 말하는 사람에겐 돌이켜보면 그때가 자신의 터닝포인트가 된 순간이거나 혹은 가족의 비밀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많다.가족을 잃은 이야기,돌아가신 부모님과의 추억,사랑에 빠진 기적같은 이야기에서부터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나이와 국적,인종을 상관하지않는 다양한 자신만의 이야기들이 펼쳐져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준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화가 되고 기쁨이 되기도 하면서 힐링이 되는것 같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보다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주는것 처럼 혹은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것처럼 편안함도 있고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소설같은것도 물론 있다.

놀라운것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다.

보통은 친구에게나 혹은 가족과 공유해야하는 이런 일들을,단지 그 목적만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다는것은 그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반증과도 같아서 일견 씁쓸하기도 했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귀기울여줄 사람을 찾고 그 사람이 내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어준다면 분명 멋진일이겠지만 이제 이런 일상의 일도 돈이 되는 세상이라는 사실은...책 내용과 상관없이 좀 우울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일상을 스페셜하게 만든 모스의 설립자들은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 사람들로 인해 새롭게 서로 모여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사람들의 특별하지만 특별하지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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