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집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요 근래 가장 큰 화두는 힐링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가족간의 이야기나 화해를 다루는 가슴 따뜻하지만 현실적으론 현실성도 떨어지고 그저 읽는 사람의 마음만 들쑤시는듯한 글은 그다지 선호하지않기에 대놓고 나 힐링소설이네 하는 책은 거리를 두게 된다.

어쩌면 세계적으로 장기불황의 여파로 인해 이런 소설이 각광받는지도 모르겠지만....대안도 아니고 잠시 잠깐의 위안만 되는 이런 소설은 솔직히 이제 그만! 하는 심정이다.

그래서 이 책 마크 해던의 `빨간집`에 대해선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고 읽었고 막연히 가족간의 화해나 이해를 담는 그렇고 그런 유행을 따른 소설일거라는 나의 가정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할수 있다.

그의 작품은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라는 책만 읽어봤을뿐...그다지 많이 알고 있는 작가는 아니었는데 다양한 나라에 번역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인것 같다

 

 

 

오랫동안 누워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연락은 커녕 서로 대화조차 않는... 남보다 못한 가족으로 지낸지 오래인 남매 리처드와 안젤라는 리처드의 제안으로 웨일스 국경에 있는 외딴집에서의 휴가를 결정한다.

여행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양쪽 집안의 사람들은 첫날부터 삐걱거리기 일쑤고 아무런 문명의 혜택도 받을수 없는 외딴 집에서의 생활은 불편하기 그지없을뿐 아니라 주변이웃조차 없는 지경이기에 모든 불만은 오롯이 서로의 가족에게로 향하게 된다.

무능한 가장이면서 아내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는 도미니크,겉으론 잘나가는 방사선과의사지만 환자와의 의료분쟁으로 모든걸 잃게 될 위기에 처한 리처드,하나뿐인 딸아이와 종교문제로 인해 갈등중인 안젤라...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역시 사소하거나 적지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어느집이든 들여다보면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건 알고는 있지만 외관상 보이는 모습에 현혹되어 늘 자신이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게 되고 대부분 그 불만의 대상은 가족에게로 향한다.

그래서 가족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밖에 없는 존재이자 마치 나에게 지어진 짐과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책속에 나오는 두 커플인 남매는 외관상으로 보이는 모습은 서로 상반되기에 서로를 원망하거나 혹은 이해할수 없는 부분이 많고 그 결과가  단절로 이어져 왔다.

동생인 리처드는 잘나가는 의사에다 부유하고 재혼한 아내는 미인이기까지해서 마치 모든걸 다 가진듯 자신만만하게 보이기에 엄마에게 시간을 내주지않고 돈만 보낸 그의 쌀쌀함이 누이에겐 몰인정스럽게만 보이고  그의 누이인 안젤라 자신은 몇년째 제대로 된 직장이 없던 남편의 무능력에다 갑작스런 종교에의 헌신으로 모든 가족과 담을 쌓은듯 보이는 딸아이의 문제로 고민중이기에 그녀 안젤라가 리처드에게 가지는 질시와 질투의 감정은 엄마의 간병 문제로 인해 드러나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오랫세월 서로에게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않았던 그들은 더이상은 물러설 곳없는 외딴집에서 마침내 서로에게 서로의 문제를 얘기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대화를 하게 되는 물꼬를 트게 되면서 화해를 할 첫단추를 끼우게 된다.

또한 그들의 자녀들 역시 자신의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거나 혹은 성 적 정체성에 직면하면서 마침내 스스로를 인정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돌연한 화해무드를 조성하거나 억지스럽게 과거와의 조우를 곁들이는 억지스러움이 없는 결말은 힐링소설이나 가족소설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고 있다.

며칠간의 휴가로 오랜세월 등한시햇던 가족간의 문제나 자신의 문제에 대해 불연듯 해빙무드를 발동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않은 자연스러움이 이 책의 장기가 아닐지..

결국 이 일주일간의 휴가에서 조성된 화해무드는 오래가지않고 각자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감과 동시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둔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 사는 부분이 아닐지...현실은 녹록치않기에 오히려 이런 결말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왠지 진짜 가족간의 이야기인것 같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